”우리한테 오기 전에 이건군이 음양관에 갔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만약 그렇다면 사람을 풀어 방법을 찾아보시고요.”하현은 고명원에게 당부했다.그 후 하현이 차를 세 잔째 마시고 있을 때 고명원이 다시 들이닥쳤다.“하현, 이건군이 정말로 우리한테 오기 전에 뭔가 이익을 볼 요량으로 음양관에 다녀온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들어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나왔다는군요.”“음양관의 한 직원과 접촉해 본 결과 친척이라고 했던 사람들도 모두 음양관에서 모은 사람들임을 확인했습니다.”“이 사건은 음양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게 확실합니다!”“지난번에 남자를 여자로 둔갑시켜 불임사건을 일으켰지만 실패를 하자 음양관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죠. 그래서 영업에도 영향을 받아 임시로 계란을 팔면서 손님들을 끌어모아야 했어요...”“이번엔 인명 피해를 일으켜 우리 집복당을 완전히 봉쇄해 버리려고 작심을 한 거였죠.”“아쉽게도 하현 당신의 수완이 역시 한 수 위였죠. 음양관은 이번에도 처참하게 실패했고요...”옆에 있던 장용호는 사과를 먹으며 고명원의 말을 듣고는 감탄사를 연발했다.“대사님, 지난번에 우리가 음양관한테 그런 자비를 베풀지 말았어야 했어요.”“우린 그들의 사정을 봐주었지만 그들은 우리를 만만히 여기고 또 감히 이런 몹쓸 짓을 한 거예요! 버러지 같은 놈들!”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음양관 주인이 누굽니까?”고명원은 조사 결과를 지체 없이 알렸다.“사하담이라는 작자입니다.”“듣자 하니 이 작자는 풍수술에 능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의술과 대단한 수완가라고 합니다.”“만만한 인물이 아닙니다.”“사하담?”그의 이름을 듣고 하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장용호, 가자. 나랑 같이 가서 제대로 한판 해 주자고!”하현은 원래도 음양관을 그다지 탐탁지 않게 여겼다.그런데 상대가 허약한 노인을 앞세워 이런 야비한 수법으로 집복당을 공격하려고 하다니!풍수사로서 선을 넘은 짓이었
”뭐? 대사님?”“한판 뜨러 왔다고?”“체면을 뭉개버려?”중년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봐, 당신들 아직 털도 다 자라지 않은 것 같은데 감히 우리 음양관을 상대하러 왔다고?”“그런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하현은 상대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다가 약간 검게 변한 미간을 유심히 보며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재미있군, 재미있어.”“음양관은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는 거야?”“도굴꾼이 관상을 봐 주다니?”중년 남자는 하현의 말을 듣고 안색이 일그러졌고 화들짝 놀라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뭐? 도, 도, 도굴꾼은 무슨 도굴꾼?”“이봐! 내가 경고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자꾸 그러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호기롭게 큰소리쳤지만 남자는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분명 하현이 아픈 곳을 찌른 게 틀림없었다.“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당신은 최근에 왕조 시대 지주의 무덤을 발견하고는 그 무덤을 파서 큰돈을 벌려고 했을 거야.”“결국 무덤을 열었지만 음기가 하늘을 찌를 듯해서 당신은 완전히 겁에 질렸지...”“그리고 요 며칠 동안 아주 운이 나쁜 일들이 생겼을 거야. 부적을 여러 장 써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지...”“왜 그런지 알아?”“당신 같은 얼뜨기 풍수쟁이가 도굴을 배운다며 설쳤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도 못 배웠기 때문이지. 도굴을 할 때는 촛불을 켜야 한다는 간단한 이치도 몰랐던 거야. 만약 귀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촛불이 꺼졌을 거야.”“해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무릎을 꿇고 빌기만 하면 모든 해결 방법을 알려 줄게.”“하지만 만약에 당신이 이를 거부한다면 당신 얼굴은 더욱더 검게 변할 거야. 앞으로 죽지는 않더라도 고통 속에 살아가게 될 거야.”“게다가 당신과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모두 불운에 물들게 될 거야!”중년 남자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다, 당신이...”주변에 있던
”8월 16일, 천관이 복을 내리니 만사가 대길하고 이로우니 혼사에 큰 축복이...”“이, 이게, 지금...”중년 부인은 안색이 일그러졌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어딘가로 황급히 전화를 걸었다.그러고 나서 구세주라도 찾은 듯 하현을 바라보았다.“하 대사님,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풍수지리사입니다!”“몇몇 친한 풍수사들한테 물어보니 모두가 8월 16일이 길한 날이라고 했습니다!”중년 여자는 아들의 혼삿날 택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몇몇 풍수지리사에게도 물어볼 참이었던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첫 번째 풍수사가 7월 14일을 골라 주었다!이 말을 들은 주위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비난에 가득 찬 눈초리로 젊은 남자를 쏘아보았다.음양관의 풍수사는 정말 사기꾼이었던 것이다.설마 이런 흉한 날을 골라 주면 다른 전문가들의 의심을 살 거라는 걸 몰랐던 것인가?“하 대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제가 가진 게 이것뿐입니다. 제 성의라 생각하시고 받아 주세요!”중년 부인도 재산이 상당한 사람이었다.순간 그녀는 들고 있던 가방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 하현에게 건넸고 젊은 남자를 향해서는 발길질을 했다.젊은 남자는 일어나서 반박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얼른 그 자리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개자식! 감히 여길 와서 행패를 부려! 당장 관청에 신고하겠어!”울부짖는 젊은 남자의 모습과 특히 지폐 다발을 쥐고 있는 하현의 모습을 보고 화장을 곱게 한 여조수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빨리 꺼져!”하현은 손에 쥔 지폐 다발을 장용호에게 던져주며 여조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요즘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인가 보군.”“관자놀이 부근에 붉은 반점이 떠오른 걸로도 모자라 살짝 검붉은 기운이 나는 걸 보니 요즘 연애 사업 열심히 하나 봐?”“하지만 아쉽게도 그건 좋은 징조가 아니라 도화살이야. 화가 생긴다는 말이지.”“아마도 임자 있는 남자를 만났을 거야, 그렇지?”“남자친구한테 아내가 있다는
하현의 말을 듣고 많은 구경꾼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하현은 정말로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한눈에 여자 풍수사의 문제를 간파한 것이다.“사하담의 능력으로 당신의 문제를 알아차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야. 간단한 일이거든.”하현이 계속 입을 열었다.“그런데 그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알아?”“왜냐하면 당신이 그에게 호감을 갖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그와 불륜의 사랑을 나누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사하담의 행실도 참 심술궂고 음흉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곱게 화장을 한 여조수는 뭔가 떠오른 듯 흠칫 놀라더니 머뭇거리다가 공손한 얼굴로 돌변해 입을 열었다.“저기, 하 대사님. 이 반점을 없앤다고 정말 제 문제가 해결될까요?”“해결될 뿐만 아니라 당신에게 진정한 사랑이 찾아올 거야.”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여조수는 감사한 표정으로 하현을 향해 허리를 숙였고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바닥에 내팽개치고 성큼성큼 떠났다.그녀는 새로운 생명을 얻은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던 음양관의 제자들은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완전히 체면을 구겼다!더 이상 떨어질 체면도 없다!하현은 음양관 제자들의 문제를 단번에 알아차렸을 뿐만 아니라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었다.이것은 단순히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아니라 사하담의 얼굴을 발로 짓밟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하현은 혼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가 거대한 책상을 발로 걷어차 넘어뜨린 후 차갑게 외쳤다.“사하담! 자꾸 그렇게 움츠러든 거북이처럼 숨어 있지 말고 얼른 굴러 나와야 하지 않겠어?”“오늘 내가 당신과 잘 놀아 줄 테니 어서 나와! 당신이 나가떨어지는지 내가 나가떨어지는지 어디 해 보자고!”“이 거리는 너무 좁아서 풍수관 두 개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니야!”“겁먹
사하담은 핏대가 벌겋게 선 눈으로 이를 악물고 죽일 듯이 하현을 쳐다보았다.눈앞에서 으르렁거리는 사하담을 보며 하현은 단호하게 말했다.“좋아. 주술을 부리길 원한다면 그렇게 해. 얼마든지 상대해 주지.”“난 항상 노인을 존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싸울지 당신이 결정해.”하현의 말을 듣고 주위에 있던 구경꾼들 사이가 떠들썩해졌다.평소 풍수지리사들은 모든 것이 굉장히 신비스럽고 비밀스러웠다.그래서 좀체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어차피 과거에는 이런 종류의 일을 수준이 낮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접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하현의 말을 듣고 사하담의 얼굴에 화색이 떠올랐다.하현이 말은 이미 자신이 3할의 승산을 더 먹고 간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다.사하담은 하현을 의기양양한 눈빛으로 쳐다본 뒤 입을 열었다.“주술을 부린다면 그건 속도가 관건이지.”“풍수를 보고, 관상을 보고, 액운을 쫓고, 날을 가리는 것은 모두 기초 중의 기초야. 아무런 구경거리도 되지 못하고 아무 재미도 없어.”“기왕 우리 둘이 붙을 거면 부적이나 주술로 붙어야지.”“뒷마당에 늑대개가 두 마리 있어. 우리 각자 한 마리씩 골라 상대방의 개에게 저주를 걸지!”“상대방의 개를 먼저 죽이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어?”말을 마치며 사하담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며 승리를 확신하는 듯 강한 의지를 보였다.사하담은 하현이 일정한 수련을 통해서 풍수지리술을 배웠다고 생각했다.말하자면 풍수술을 배우면서 사람을 구하는 법을 배웠을 거라고 짐작한 것이다.그러나 나이도 젊은 하현이 부적으로 사람을 해치는 법은 알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사람을 해치는 부적은 강호의 음흉한 풍수지리사의 전유물이다.사하담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장용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대사님, 절대 안 됩니다!”“사하담 저 작자는 다른 능력은 별로 대단하지 않지만 저주를 걸어 사람을 해치는 데는 대단하다고 합니다!”
다만 모두가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누구도 두 사람을 막지 않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장용호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대사님...”하현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안도의 눈빛을 보낸 뒤 냉랭한 표정으로 사하담을 바라보았다.“왜?”“감당 못 하겠어?”사하담은 눈꺼풀이 계속 떨렸다.비록 자신이 하현을 죽일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하현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적잖이 망설여졌던 것이다.“죽는 게 무서우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특별한 조건을 붙일 수도 있어.”“당신이 패배를 인정하면 내가 당신의 저주를 풀어줄게.”“당신이 나에게 내린 저주는 신경 쓸 거 없어.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조차도 나의 운이 모자라서 그런 거니까.”“어때? 이젠 감당할 수 있겠어?”하현의 말을 들은 사하담의 안색이 더욱 일그러졌다.만약 그가 이 모든 것을 거절한다면 정말이지 금정 풍수지리 업계에서 더 이상 발붙일 수 없게 될 것이다.그러자 사하담은 이를 악물고 애꿎은 책상을 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덤벼! 해 보자고!”“오늘 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보여 주지! 나 사하담이야말로 금정 제일의 풍수지리사라는 걸 똑똑히 보여 주고 말 거야!”“난 풍수지리술뿐만 아니라 의술도, 무술도 누구에게 지지 않아!”사하담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늘어 놓지 않고 부하에게 자신의 황화리 책상을 가져오게 한 다음 붉은 주사를 움켜쥐고 냉랭하게 말했다.“필요한 건 여기 다 있어!”“만약 당신이 이것들을 익숙하게 쓰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30분을 줄게.”하현이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필요없어. 당신 먼저 해.”“당신이 나에게 저주를 걸어. 그러고 나서 내가 할게.”“허, 하늘이 얼마나 높고 땅이 얼마나 깊은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이군!”사하담은 냉소를 흘렸다.하현이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도 한
사하담의 말이 떨어지자 장내는 갑자기 강풍이 불어 사방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건물 전체의 온도가 십몇 도는 낮아진 것 같은 서늘함이 느껴졌다.사람들은 순간 온몸이 벌벌 떨렸고 살을 파고드는 두려움과 충격에 휩싸였다.사하담은 역시 대단했다!그러나 강풍의 중심에 서 있는 하현만이 어두운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사하담에게 다가가면서 말했다.“음, 꽤 하는군.”“대하 본토의 도술, 섬나라의 음양술과 주술, 남양의 무속,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어... 대단해...”“다만 당신의 공격은 정도가 너무 지나쳤어.”“내 목숨뿐만 아니라 나의 혼을 풍비박산 내려고 했어. 너무 과도한 나머지 천상의 영혼만이 당신을 부려 내 혼을 건드리게 할 뿐이야...”“뭐라고?”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현의 말을 듣고 모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사람들이 평소에 이런 광경을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홍콩과 대만 드라마에서 본 적은 있었다.그 안에 이런 것들이 묘사되어 있었다.그리고 그 광경은 음험하고 흉측하기 짝이 없었다.사하담이 한 젊은이에게 이런 술법을 썼단 말인가?너무 지독한 거 아닌가?“사하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정말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거잖아?!”“그런데 하 대사도 대단하네. 한눈에 어떻게 이런 걸 알아볼 수 있지?!”“하 대사가 너무 과장되게 말한 거 아니야? 사하담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고 속임수를 쓸 필요가 있어?”“괜히 이런 심리 전술을 써서 사하담을 겁주는 거겠지?”사하담의 제자들은 하현이 센 척한다고 생각해서 비웃었다.“여러분, 그의 말을 듣지 마세요. 그가 우리 대사님의 술법을 다 알아차렸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곧장 거리로 나가서 개처럼 기겠어요!”사하담의 제자들은 큰소리로 떠들었다.그러나 사하담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면서 입을 열었다.“이럴 수가?”“당신, 어떻게 안 거야?”사하담이 십수 년 전 강호를 누비고 다닐
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심장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계속 이렇게 되면 하현은 정말 현장에서 소리도 없이 죽을 것만 같았다.사하담은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현이 뒷짐을 지고 덤덤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자 싸늘한 미소를 띠었다.“하 씨! 얼른 빨리 해결해야지?”“음기에 빙의되면 나도 정말 손을 쓸 수가 없어. 당신을 구할 수 없게 된다고!”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주위에 감돌고 있는 음기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마치 재미있는 광경을 기대하는 사람 같았다.“대사님! 대사님! 어서 빨리 움직이십시오!”잠자코 서 있는 하현의 모습을 보고 장용호는 초조해졌다.“보는 것만으로 너무 흉측합니다. 정 안 되겠으면 그냥 패배를 인정하세요!”“창피한 일이 아니에요!”장용호는 하현이 져도 상관없고, 창피해도 상관없었다.설령 집복당을 잃는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하지만 하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것이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만약 하현이 여기서 죽는다면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하 대사님! 얼른요! 얼른 움직이세요! 지금 허세를 부리며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에요!”“맞아요! 이 주술을 풀 수 있다면 대사님이 이기는 거지만!”“지금 그렇게 허세 부릴 때가 아니에요!”구경하던 사람들은 하현의 성격을 알아봤고 순간 극도로 불안해졌다.그들은 하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이 상황을 해결하거나 아니면 빨리 패배를 인정하라고 조언했다.하현 같은 젊은 인재가 이대로 허망하게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이때 중년의 풍수사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당신들, 이 사람 말리지 마!”“하 씨 저놈이 확실히 능력이 좀 있긴 하지만 우리 대사님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야!”“저놈은 이미 자기가 졌다고 생각해서 바로 포기한 거야! 뭘 해결할 생각도 할 수 없는 거지!”주변에서 하는 말들을 듣고 사하담도 냉소를 흘렸다.“하현,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야?”“더 이상 아무것도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