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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하루만부자
갑작스러운 고함에 신미정은 화들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급히 고개를 돌리자 2층에서 부랴부랴 내려오는 서진국과 이서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그녀의 얼굴엔 아부 섞인 웃음이 번졌다.

“어머, 매니저님이 여긴 어쩐 일로...? 설마 그분이 곧 도착하시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이 거슬리는 사람 치울게요.”

말을 마치고 임세진을 돌아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들었죠? VIP 고객님이 오신다고 하니 제 발로 나가던가, 아니면 경비원에게 끌려가던가 둘 중 하나 택해요!”

순간, 현장에 있던 서진국은 분노가 극에 달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디서 건방지게! 감히 누구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한바탕 호통을 치고 나서 신미정을 지나쳐 임세진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신미정을 비롯해 옆에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구경하던 다른 영업사원들의 당황과 충격이 서린 눈빛 속에서 갑자기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크게 외쳤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늦었죠? 전 벨라 하우스 분양 센터 매니저, 서진국이라고 합니다. 편하게 이름 불러주세요. 저희 직원이 상황 판단을 못 하고 실례를 범했는데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

술렁.

마치 돌을 던져 호수에 파문이 일듯 서진국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에 있던 직원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

눈앞의 청년이 벨라 하우스 1호 별장을 사들인 그 정체불명의 큰손 고객이라니?

말도 안 돼!

임세진의 수수한 옷차림을 보는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무려 120억을 들여 별장 중에서도 로열동을 계약한 슈퍼 갑부인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평범하다 못해 싸구려 티가 나는 옷으로 도배했기 때문이다.

정말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반면, 임세진을 응대했던 김유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형식적으로 상대했을 뿐인데, 그 손님이 바로 전설 속의 큰손이었다니!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드라마 같았다.

한편, 신미정은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몸까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매니저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진국은 고개를 돌려 싸늘한 눈빛으로 신미정을 노려보았다.

“내가 예전에 분명 말했을 텐데? 어떤 고객이 찾아오든 절대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보아하니 신미정 씨는 내 말을 귓등으로 들은 모양이네. 다 필요 없고 당장 인사팀 가서 퇴사 절차 밟아. 이제부터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니까 이만 짐 싸.”

그러고 나서 손을 휘휘 저으며 얼굴에 노골적인 불쾌함을 드러냈다.

서진국의 말을 듣는 순간 신미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무릎을 털썩 꿇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매니저님! 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녀의 울부짖음에도 서진국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미소만 지은 채 임세진을 향해 말했다.

“손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네.”

임세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겨 앞장섰다.

서진국이 그의 곁을 따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신미정의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서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참 안 됐네. 미정 씨가 지금 잘못을 빌어야 할 사람은 매니저님이 아니라 임세진 씨야. 대체 누구한테 실수를 저질렀는지도 모른다는 게 정말 한심하군. 쯧쯧.”

고개를 젓던 이서린도 황급히 두 사람을 따라갔다.

매니저실.

이서린은 차를 두 잔 따른 뒤 조용히 방을 나서 계약서를 챙기러 갔다.

그 사이 서진국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고 은근히 의아하기도 했다.

솔직히 임세진을 직접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30~40대 중년 신사일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마주하고 보니 믿기 힘들 정도로 젊었다.

게다가 검소한 옷차림에 한 번 더 놀랐다.

납득하기 어려운 반면 몰래 임세진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

‘설마 숨겨진 명문가의 자제분이라도 되는 건가?’

혼자만의 생각을 뒤로 하고 서진국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아직 나이도 어리신데 능력까지 뛰어나시네요. 직접 말씀드리기 좀 송구스럽지만 저희 벨라 하우스 120억짜리 로열동은 오랫동안 구매 문의가 거의 없었어요. 그 이유가 너무 높은 가격 때문이었는데 이로 인해 저희 회장님도 속앓이를 좀 하셨죠. 임세진 씨가 이걸 구입해 주신 덕분에 회장님께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되었어요. 며칠 뒤 지방에서 돌아오면 꼭 찾아뵐 거라고 하셨습니다.”

서진국의 말에 임세진도 은근히 놀랐다.

‘1조 보조금’ 앱에서 구매한 벨라 하우스 별장이 무려 120억 원 상당의 로열동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번 거래는 정말 대박인 셈이었다.

임세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번거롭게 뭘 그렇게까지 하세요? 별장을 비싸게 주고 산 것도 아닌데.”

물론 사실이기도 했다.

어찌 됐든 별장 한 채를 20원에 거래했으니까.

하지만 임세진의 대답을 들은 서진국은 속으로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귀에는 120억이 그리 큰돈은 아니라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어느덧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임세진은 숨겨진 명문가의 자제임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12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태연하게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이때, 매니저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이서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서류 봉투를 든 채 한 청년과 잇따라 들어섰다.

남자의 품에는 커다란 옥 장식품이 있었다.

이를 본 임세진은 의아하면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서진국이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회장님께서 직접 당부하신 선물입니다. 임세진 씨 덕분에 숙원을 이뤘기에 감사의 뜻으로 특별히 준비한 장식품이에요. 부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임세진은 옥 장식품을 바라보았다.

은은한 빛이 감도는 옥 윗부분은 와인색에 가까웠다.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천연 옥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일련의 절차를 거쳐 계약서도 무사히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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