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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하루만부자
분양 센터.

서진국은 임세진을 직접 배웅했다.

이서린도 뒤에서 서류 봉투를 든 채 바짝 따라붙었다.

세 사람은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임세진의 포르쉐 앞에 다다른 순간 서진국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내 저도 모르게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이 차 혹시 전설 속의 그 포르쉐 911 GT1-98 맞아요?”

서진국의 몸이 흠칫 떨렸다.

누구보다 포르쉐를 사랑했고, 꿈에서도 한 번 몰아보는 것이 소원이었을 정도였다.

따라서 모든 차종을 달달 외울 정도로 꿰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서 전 세계에 단 한 대뿐인 차를 직접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네.”

임세진은 부정하지 않았다.

곧이어 태연하게 차 키를 꺼내 문을 열고 계약서와 옥 장식품을 조수석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국의 눈빛은 존경심에서 경외심으로 변해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차를 손에 넣는다는 건 절대로 돈만 있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그에 상응하는 신분과 배경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서진국은 다시 한번 믿어 의심치 않았다. 눈앞의 젊은이는 숨겨진 명문가의 자제가 확실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임세진은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시동을 걸고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곧장 별장 단지로 향했다.

벨라 하우스는 분양 센터에서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있다.

단지 입구에 도착한 임세진은 계약서를 제시하고 차량 등록을 마쳤다.

그제야 출입 허가받고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순조롭게 1호 별장 앞에 도착했다.

확실히 최고급 주택 단지 경비원답게 눈치도 빠르고 응대도 매끄러웠다.

임세진은 차를 개인 차고에 주차한 후 계약서와 옥 장식품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구매한 1호 별장은 단지 내 가장 안쪽에 있다.

부지 면적 또한 어마어마했다.

별장 뒤 정원에는 분수, 숲, 야외 수영장 등 없는 게 없다.

그리고 내부는 총 4개의 층으로 이루어졌다.

1층에는 드넓은 응접실과 TV룸, 다이닝룸, 주방, 다실 등 다양한 생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2층에은 침실, 서재, 드레스룸, 욕실, 발코니 등이 있었다.

지하에는 두 개 층이 더 있다.

지하 1층에는 홈시어터, 헬스장, 오락실이 보였다.

그리고 지하 2층에는 단 두 개의 방이 있다.

하나는 두꺼운 강철판으로 보강된 수집품 보관실이고, 나머지 하나는 와인 저장고였다.

별장 인테리어는 미니멀한 스타일과 레이아웃으로 꾸며졌다.

대리석 마감의 벽면, 핸드메이드 소파, 티 테이블 등 모든 요소에서 독특한 감각과 고급스러운 품격이 느껴진다.

임세진은 별장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내부 구조와 배치를 바라보며 얼굴에는 감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순간 마침내 깨달았다. 부자의 세계는 상상 그 이상이라는 것을.

재벌가의 집은 응접실과 TV룸이 아예 따로 있다니!

게다가 화장실 하나의 면적조차도 15평이 넘는다.

그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동시에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왜 이 별장이 120억이나 하는지.

“이게 부자의 삶이구나...”

이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임세진은 연신 심호흡하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한편, 1호 별장 맞은편에 있는 2호 별장 서재 안.

요염한 몸매의 매혹적인 여자가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1호 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아저씨, 저 1호 별장 누가 산 거예요?”

뒤에 서 있던 안상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방금 막 소식을 들었는데 한 젊은 남자가 1호 별장을 매입했다고 하네요. 자세한 정보는 지금 계속해서 알아보는 중이에요.”

“일단 알아보지 마세요.”

여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저 별장을 살 수 있다는 건 결코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죠. 120억 정도야 화강시에서 푼돈에 불과하지만 정작 그 돈을 들여 별장을 사는 사람이 전국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1호 별장 주인은 분명 배경이 만만치 않을 거예요. 명문가 자제일 가능성이 크죠. 그러니까 굳이 신상을 캐내려 들지 않는 게 좋아요. 괜히 건드렸다가 상대의 반감만 살지도 몰라요.”

안상훈이 서둘러 대답했다.

“아, 그렇군요. 제가 경솔했습니다.”

“그나저나 조용히 입주했다는 게 좀 의외네요. 눈에 띄기 싫다는 건가?”

여자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보통 이사를 오면 동네방네 소문낼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 정도는 열기 마련일 텐데.

하지만 1호 별장 주인은 소리소문없이 입주했다.

그래서인지 벨라 하우스 자체에 별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마치 120억짜리 별장을 산 게 아니라 그냥 조금 큰 블록장난감을 구매한 것처럼 굳이 축하할 필요가 뭐 있겠냐는 듯싶었다.

그게 오히려 더 소름 끼치게 느껴졌다.

순간, 여자는 낯선 이방인에게 약간의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곧바로 옆에 있는 안상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내일 1호 별장에 한 번 인사 다녀오세요. 선물은... 1990년산 로마네 콩티 한 병이면 되겠네요.”

그녀의 말에 안상훈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서재를 나섰다.

한편, 임세진은 소파에 몸을 파묻은 채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어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털 샹들리에를 바라보는 표정이 어딘가 몽롱했다.

잠시 후,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16억 짜리 스포츠카 몰고 120억이 넘는 별장에 살고 있지만 통장엔 딱 100만 원이 남았네.”

솔직히 말해 앱에서 올해 관리비를 대신 내주지 않았더라면 본인의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돈 벌 방법을 찾아야 해.”

임세진은 스스로 다짐하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물론 굶어 죽을 걱정은 전혀 안 했다.

자기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지금은 ‘1조 보조금’앱까지 생기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돈을 못 번다면 그건 정말 바보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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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치트키 ON   제40화

    16억이라는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물론 임세진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가 8천만 원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충격을 받긴 했지만 지금 듣게 된 이 16억짜리 스포츠카의 가격은 차원이 달랐다.마치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이 완전히 뒤집히는 듯한 느낌이었다.‘시계는 8천만이고, 차는 16억이라니?’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송윤비는 속으로 연신 감탄했다.“오빠 진짜 대단해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16억짜리 스포츠카를 타다니.”이내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가? 사실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야.”임세진이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 차를 사는 데 든 돈은 고작 20원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임세진의 말을 들은 무리는 입가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특히 그 자리에 있던 재벌 2세들은 속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아니, 말이야? 방귀야?’‘16억짜리 차가 안 비싸다고?’‘에잇, 퉤!’그런 차가 비싸지 않다면 몇억짜리 스포츠카를 사려고 2주 넘게 고민하는 자기들은 뭐란 말인가?순간, 현타가 온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그 와중에 송윤비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이때, 한재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님, 이따가 클럽 같이 가실래요? 지인이 하는 가게인데 분위기도 좋고 괜찮아요.”임세진은 곁에 있는 송윤비를 슬쩍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갈래?”“어... 그래요.”송윤비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임세진이 대답했다.“그래, 같이 가자.”어차피 오후에 할 일도 없으니 춤도 추고 술도 한잔하면서 보낼 생각이었다.“네!”한재우는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그럼 우리 차 따라오시면 돼요.”말을 마치고 모두 각자 차에 올랐다.한재우는 오늘 지난번에 탔던 지바겐 대신 노란색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몰고 나왔다.도로 위를 질주하는 스포츠카들의 행렬에 다른 차들이 일제히 길을 양보하기 시작했다.교차로에 다다르자 잇달아 브레이크를 밟았다.반면, 스포

  • 재벌 치트키 ON   제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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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치트키 ON   제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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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치트키 ON   제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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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치트키 ON   제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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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치트키 ON   제35화

    당시는 그저 조금 비싸 보이는 시계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이제서야 무려 8천만 원이나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송윤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내 감탄하듯 중얼거렸다.“진짜 돈 많으시나 보네요.”임세진은 피식 웃더니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그럭저럭?”잠시 후,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역시 듣던 대로 예쁜 여자 진짜 많네.”순간, 송윤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이때, 임세진이 입꼬리를 올리며 화제를 돌렸다.“하지만 내 눈에는 그래도 네가 제일 예뻐.”“말도 안 돼요.”송윤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차는 캠퍼스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멈추어 섰다.드라이브를 마친 임세진이 송윤비를 바라보며 물었다.“같이 점심 먹을래?”송윤비의 눈이 반짝였지만 일부러 주저하는 척 머뭇거렸다.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좋아요.”임세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출발할게.”그리고 차를 돌리고 캠퍼스를 벗어났다.30분 후, 한 쇼핑몰.임세진과 송윤비는 저렴한 뷔페식당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이때, 송윤비가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건넸다.“오빠가 이런 식당에서도 밥 먹을 줄 몰랐네요.”그녀의 말에 임세진이 피식 웃었다.“아무리 비싼 음식도 많이 먹다 보면 질려. 게다가 그런 데는 보통 예약제잖아. 그리고 점심 장사는 잘 안 하기도 하고.”그러고 나서 어깨를 으쓱했다.송윤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래요?”“응.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그런 레스토랑에서 밥 먹으면 예절이니 뭐니 지켜야 할 게 너무 많아. 음식도 쥐꼬리만큼 줘서 얼마나 골치 아픈데, 다 먹고도 집에 가서 라면 하나는 꼭 끓여 먹어야 한다니까.”옆에 있던 송윤비의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각자 먹을 음식을 담은 뒤 자리로 향했다.한편, 같은 쇼핑몰 위층 어느 한 샤부샤부 식당.한 청년이 잔뜩 속상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그리고 맞은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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