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큰 일은 아니고, 동강시의 지난 몇 년 동안의 GDP 총액 데이터하고 올해의 GDP 데이터를 찾아줘!”“그리고 이 데이터를 가지고 드래곤 엔터테인먼트의 양청조를 찾아가서 그 산하의 여론 채널에서 이 보도를 하게 해!”양서빈은 진루안이 그에게 지시한 일을 듣고 약간 의아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이게 루안 형님을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왜 루안 형님은 내게 이 일을 하라고 했지?’‘그러나 루안 형님이 하는 일마다 심사숙고한 일이니 아무 의의도 없는 일일 수는 없어.’이 때문에 양서빈은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후 별장을 나서서 진루안을 위해 이 일을 처리하러 갔다.진루안은 양서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진루안의 얼굴에 미소가 더 많아졌다. 언뜻 벽시계를 보니 이미 아침 8시였다.새벽 4,5시부터 지금까지 꼬박 5시간 동안 진루안이 유죄라는 각종 실시간 검색어가 1위를 차지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스타의 스캔들 기사를 넘어섰다.이번에 상대가 진루안을 죽이기 위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 짐작할 수 있다.‘정말 안타까울 뿐이야...’진루안은 이런 인기가 일제히 어려워질 거라고 비웃었다. ‘비록 힘이 충분하고 보무도 당당한 기세라 해도, 이는 그들도 태양 아래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해.’‘이 귀신도 감히 튀어나와서 태양에 도발하는데, 만약 태양이 귀신들이 혼비백산할 지경까지 햇볕을 쬐게 하지 않는다면, 태양이 무능한 거 아니겠어?’서경아가 서재에서 나왔다. 이틀 동안 진루안의 일로 서화그룹에 가서 일할 기분이 아니기에 오늘은 줄곧 진루안과 함께 있었다.‘루안 씨의 상태는 아주 정상이야. 자포자기하면서 그렇게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만만해. 이 자신감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모르겠어.’“루안씨, 여론은 이미 점점 더 독해지고 있어요.” 진루안의 곁으로 다가간 서경아가 굳은 표정으로 진루안을 일깨웠다.그녀는 진루안이 정말 아무 저력도 없는 것처럼 이렇게 느긋하고 당황하지
“손하림이 확실한 거예요?” 서경아는 더 의아한 표정이었다. 진루안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그녀도 최상층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그러나 진루안이 지금 손 노인을 만나야 한다고 했으니, 이미 이번에 수단을 부리는 자가 손하림이라고 인정했음을 의미해.’그러나 서경아는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런 최고급 대신도 이런 추잡하고 심지어 비열하기 그지없는 음모와 수단을 쓰는 거야?’진루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 사람만이 아닐 수도 있지만, 손하림은 분명히 그 안에 있을 거예요.”“경아 씨. 이 사람들을 너무 신성하고 위대하게 보지 말아요. 그들의 몸에는 원래 아우라가 없어요. 단지 여론과 지위가 그들이 빛을 발하게 만들었을 뿐이예요.”“모두가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어떤 차이점도 없어요.”“그들도 먹고 자고 싸요, 크게 욕할 줄도 아는데, 무슨 다른 점이 있겠어요?”“그들이 TV앞에서 단정하게 앉은 채 하나같이 위선적인 웃음을 짓고 있기 때문에,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진루안은 이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일찍부터 용국의 이런 조정을 꿰뚫어 보았다. ‘국왕 조의조차도 결함을 한 무더기 가지고 있지 않아? 다만 어떤 결함들은 아주 정상적이어서 개인이라면 이런 것들을 벗어날 수 없어.’서경아의 얼굴에는 문득 깨달은 기색이 나타났다. 처음으로 조정의 큰 인물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을 들었지만, 진루안의 말이 아주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큰 인물도 작은 인물부터 시작하게 돼. 작은 인물이던 시기에 그들의 그런 암투에서 소인의 행위가 모두 남김없이 드러났다면, 그들이 큰 인물이 되었다 해도 이전의 어두운 과거의 일들은 그들이 한 것이 아니겠어?’‘아무도 감히 언급하지 않았을 뿐, 결코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아니야.’서경아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흥미가 없었다. 그는 단지 단순히 진루안이 이번에 견딜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만약 견딜 수 없다면 진루안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의 속성에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영화를 본 것 같았어.’‘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하필 이 기간에 모두 겪었어.’‘곧이어 내가 무사하다면 나를 기다리는 일이 많아.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전신대회야.’세어보면서 진루안은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바빠졌는지 알게 되었다.애초에 그가 다시 동강시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반 은퇴한 상태였다. 남은 삶을 평범하게 살면서 서경아의 손을 잡고 서로 사랑하면서 백년해로하고 싶었다.‘그러나 이런 비전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전혀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었어.’‘손씨 가문, 이 눈에 거슬리는 손씨 가문은 하필 짧은 시간에 소멸시킬 수가 없어.’‘북정왕 이광정은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야.’‘똑같이 용국을 사랑하고 똑같이 대담하게 싸우는 젊은이야.’진루안은 그에게 탄복했지만, 애석하게도 하필이면 적수였다.‘이런 느낌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만약 이광정이 손하림의 배후에 있는 장손이 아니라면, 그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이런 생각은 잠시 제쳐 두고, 진루안이 지금 대처해야 할 일은 역시 이 명예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다.‘일단 내 명성이 철저하게 없어진다면, 앞으로는 설 자리조차 없을 거야.’‘다행히 이미 내가 사전에 아주 상세하게 계획했어, 이번에 여론을 통해서 나를 무너뜨린다는 것도 내 예상에 있었어.’그는 많은 시나리오를 구상했고, 결국 그들은 여론전을 선택했다.“너희들이 이미 건드렸으니 내가 악랄하다고 탓할 수 없어!”“전해강, 너는 전광림의 아들이지만, 이번에는 너를 이번에 용납할 수 없어!”“그리고 곤성 정사당의 진복만, 간성 정사당의 방일재, 너희들이 머리를 드러낸 이상 내가 칼을 휘두르는 걸 탓하지 마!”진루안의 눈길은 뼛속까지 스며들 정도로 차가웠다. 진루안의 곁을 지나던 승객들은 하나같이 무의식적으로 다리에 힘에 풀렸고, 진루안을 바라보며 겁에 질린 채 황급히 떠났다.진루안은 이미 자신이 전용기를 몇 번이나 동원했는지 셀 수도
진루안은 손에 잡히는 대로 휘두르지만 결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중년 남자는 진루안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그는 손하림 패거리가 손을 댄 이상 그들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그들이 손에 쥔 증거와 죄증만으로도 견딜 수 없게 만들기에 충분했다.특히 진루안을 간절하게 쓰러뜨리고 싶어하는 각 성의 정사당 대신들은 이전에 모두 진루안에게 호되게 혼나고 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은 회개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진루안에게 복수하려고 하니 더욱 그 죄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이태교, 설마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진루안은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고 분명히 자신의 말을 마음속에 두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부책임자의 한 명인 이태교는 시종 국외의 정보 업무를 책임졌다. 주한영과는 황금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지만 거의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이번에 본부에서 그를 소환한 것도 이번 위기에 대처해서 진루안을 보좌하도록 한 것이다.“아닙니다. 궐주님의 말에 따르겠습니다.”이태교는 고개를 저었지만 별로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마치 로봇처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었다.진루안은 그의 표현에 화를 내지 않았다. 이태교는 바로 이런 성격이었다. 임페리얼 정보 시스템의 이 두 황금 파트너는 모두 냉담하고 무정한 표정에 차갑고 과묵했다. 그러나 일을 하게 되면 하나같이 대단했다.이태교는 스승 백무소가 말기에 발굴한 정보 파트의 인재였다. 만약 좀 더 잔혹한 성격이 아니었다면, 임페리얼 정보 파트의 책임자는 더 젊은 주한영이 아니라 바로 이태교였을 것이다.이태교는 일을 할 때 도리를 따지지 않는다. 더욱 잔인하고 살인도 적지 않기 때문에 국외의 그렇게 복잡다단한 정세에 더욱 적합했다.불과 수년 만에 이태교의 이름이 서방 국가 전체의 최고 유명 인사들과 권력자들의 귀에 울려 퍼졌고, 이태교라는 이름을 들으면 두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더욱이 세계정보대회에서 이태
“네, 죽여야 합니다!”뒤에서 걸어오던 이태교는 깊이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진루안은 화를 내며 그를 노려보았다.“네 말에는 무드는 전혀 없어!”“사실이 그런데 입에 발린 말을 할 필요가 있습니까!”이태교는 자신이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여기면서 입을 삐죽거렸다.‘바람이 불면 안개가 걷힌다는 뜻은 좀 직설적인데, 평소처럼 죽이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어?’‘궐주는 전혀 유쾌하지 않게 왜 이렇게 에둘러 말하는 걸 좋아하는 거야?’진루안의 입꼬리가 떨리면서 자신이 성질을 억제하지 못하고 한바탕 때릴까 봐, 이태교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지 않았다.비행기가 안정적으로 착륙하자 진루안과 이태교는 나란히 트랩을 나섰다.경도는 오늘 안개가 낀 흐린 날씨일 뿐만 아니라 좀 쌀쌀했다. 결국 가을이니 북방은 모두 기온이 내려갔다.두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곧 임페리얼 본부에서 파견한 전용차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두 사람이 경도국제공항을 떠난 것은 단지 두 명의 특수한 여객이 온 것이 아니다. 경도에 맹호 두 마리가 온 것이다.진루안의 가장 중요한 적수인 손하림은 시종 진루안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었다. 진루안이 전용기로 경도에 가자, 틀림없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임을 알게 되었다.그는 이런 여론전이 진루안을 머리가 잘린 파리처럼 몸부림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진루안이 필사적으로 싸우겠지만, 이미 종말이 멀지 않았으니 얼마 뛰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이것은 그와 손씨 가문 전체, 나아가 조정에 모두 다행스러운 일이다.부하들의 보고를 흐뭇하게 듣던 손하림은 손을 흔들며 부하들을 나가게 했다.“아버지, 진루안은 얼마 뛰지 못했겠지요?” 손태경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손하림에게 물었다. 진루안이 진흙탕 속에서 밟히기를 더없이 바라는 말투였다.‘그렇게 되면 진루안을 상대하는 건 더없이 간단해.’아버지 손하림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손태경이 손가락을 까딱하기만 하면, 진루안은 아무런 가치도
“아버지, 국왕은 어떤 태도입니까?” 손태경은 비록 흥분했지만 마지막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국왕 조의의 견해야말로 지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만약 국왕 조의가 진루안을 비호한다면 그들이 한 이런 일들은 아무 의미도 없게 될 것이다.‘민간에서 진루안의 명성이 바닥에 떨어져도 무슨 상관이 있겠어? 여전히 권력를 가지고 똑같이 법망을 벗어나게 되는데.’‘백성들의 분노 같은 건 거물에게 이용당할 때만 의미가 있는 거야.’‘그렇지 않으면 단지 민중의 분노일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한성호가 회의하러 달려왔는데 국왕이 무슨 뜻이겠어?” 눈을 가늘게 뜬 손하림은 주름이 가득하고 검버섯까지 핀 얼굴에 독선적인 웃음을 지었다.손태경의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얼른 다시 물었다.“국왕의 비서인 한성호도 왔어요?”“그래, 그러니 국왕도 진루안을 처리하려는 생각일 거야.” 고개를 끄덕인 손하림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한성호가 참여한 건 국왕 조의의 태도를 설명하기에 충분해.’그러나 그는 오늘 새벽에 한성호가 이미 국왕 조의에게 징계를 당해 정직 중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만약 손하림이 세심하게 소식을 알아봤다면, 그 속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그러나 하필 손하림은 자신의 계획에 대해서 너무 자신했고, 한성호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신임했다.또 무슨 말을 하려던 손태경은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바로 쳐다보았다.“형님, 아버님!”문밖에서 들어온 손복기가 손하림의 서재로 들어왔다.소박하면서도 대범함을 잃지 않은 서재에서, 손하림은 미간을 찌푸린 채 손복기가 들어오는 모습을 불쾌하게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어?”손복기가 앞서 그를 한 번 배신했기에 손하림은 대단히 불만을 품었다. 그래서 손복기를 대하는 태도도 좋지 않았다.설사 손복기가 이전에 천촉성 정사당의 선임대신이라 하더라도 손하림의 눈에는 3급대신에 지나지 않았다. 재상들은 모두 1급 대신이고 더우기 1급 중에서도 재상급은 왕작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다.손복기가 용국
그런 사람이 이성을 잃게 된다면 그들을 죽이지 않을 거라고 보장을 할 수 없었다.“안 만나, 절대 안 만날 거야!” 손하림은 온몸에 공포가 드러났다. 진루안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손태경은 더욱 두 다리를 떨었다. 이전에 진루안이 그에게 한바탕 폭행을 가했던 일을 떠올리자 그 살인적인 눈빛, 그 차가운 기세가 그의 마음을 두렵게 만들었다.만약 진루안이 이번에 정말 사람을 죽이러 왔다면, 손태경 그는 틀림없이 제일 먼저 진루안에게 살해당할 것이다.“백부님, 형님 두려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진루안은 무기를 가지고 오지 않았고 혼자 왔습니다!”“그리고 우리 손씨 가문에도 고대무술의 고수가 있으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이 장면을 본 손복기는 마음속으로는 더욱 경멸하였지만, 권유해야 할 말은 어쨌든 권유해야 했다.과연 손복기의 말을 듣고 손하림과 손태경 모두 곧 침착해졌다. 특히 손하림은 더욱 차가운 표정으로 손복기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가 언제 두려워한 적이 있어? 다시 감히 허튼소리를 한다면 손씨 가문에서 나가!”“복기야, 너는 말이 너무 많아!”손태경도 아주 불만스럽게 노려보면서 이 사촌동생에 대해서 매우 혐오감을 느꼈다.손복기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계속 쌓였지만, 그는 아직 화를 내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여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가서 진루안을 데리고 들어와!”손하림은 코웃음을 치면서 손복기를 완전히 문지기로 여겼다.일그러진 표정의 손복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재에서 나갔다.손복기의 뒷모습을 주시하는 손하림의 눈빛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만약 죽은 형제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벌써 손복기를 손씨 가문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서재에서 나온 손복기가 정원에 도착하자, 진루안이 이미 대문을 지나 들어오고 있었다.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추면서 서재로 향했다.“건성에 와서 서열 2위의 대신이 되는 건 어때요?”서재 앞에 다가갔을 때, 진루안은 손복기를 바라보며 갑자기 물었다.소리가 작지
진루안은 미소를 띤 채 서재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눈에 책상 뒤에 앉아 있는 손하림과 손하림의 곁에 서 있는 손태경을 보았다.진루안을 본 손태경은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떨리면서 두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여기가 손씨 가문이고 자신의 아버지가 곁에 있다는 게 생각난 뒤에야 걸음을 멈추었다.진루안은 손태경을 상대하지 않았다. ‘내 입이 더럽히지 않도록 이런 사람과는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아.’책상 앞으로 걸어간 진루안은 손하림의 초청을 받지 않은 채 바로 책상 반대편에 앉아서 손하림과 마주했다.진루안이 자리에 앉자 서재 전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졌다.이런 분위기를 느낀 손태경은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온몸이 불편하면서 괴로웠다.“태경아, 내가 서랍속에 소중히 간직해 둔 벽라춘을 꺼내서 임페리얼왕을 위해 차를 끓이거라!”손하림은 미소가 가득 찬 표정으로 손태경을 바라보며 분부했다.손태경은 마음속으로 은근히 놀랐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벽라춘은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면서 아껴 마시던 차야. 그런데 오늘 뜻밖에도 특별히 진루안을 위해서 이 차를 준비해?’그러나 손태경도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용국 홍보부의 대신으로 있으면서 손태경은 당연히 아무런 기색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서가의 서랍에서 소중히 간직해 둔 벽라춘 차를 꺼낸 뒤 서재를 나섰다.조심스럽게 서재의 문을 닫았다.이제 서재 전체에는 진루안과 손하림 두 사람만 마주한 채 앉아 있었다.“임페리얼왕의 정신력이 대단하군요. 지금 이 망가진 늙은이를 만나러 올 수 있다니 말이예요!”미소를 지은 손하림은 진루안을 바라보면서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진루안도 활짝 우슨 표정으로 조금도 노기가 없었다. 마치 두 사람이 나이를 초월한 친구인 것 같았다. 누구도 마음이 맞지 않는 모습을 전혀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다.“손 영감님은 무슨 말씀이십니까? 왜 정신력과 지금을 말씀하신 건가요?”진루안은 리듬감 있게 손으로 책상을 ‘톡톡, 톡톡’ 두드렸다.손하림은 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