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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그만해, 동강시의 거의 모든 젊은 남자는 다 서 대표님이 자기 아내라는 상상을 하지. 우린 비웃지 않을게." 양호석은 손을 저으며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그런 뒤 그는 더는 진루안에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계속해서 눈앞의 CCTV 화면을 지켜봤다.

경비와 보안을 담당하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을 발견하고 제때에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다.

경비실은 이내 조용해졌다. 이따금씩 진루안이 홀짝이며 차를 마시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경비실의 사람들은 조금 감탄했다.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군인이 되지 않은 것이 참 아쉬웠다. 군인이 되었다면 분명 좋은 자질을 보였겠지?

"대장, 여기 수상한 것 같습니다!"

갑자기, 한 경비원이 앞에 있는 화면을 가리키며 변한 안색으로 다급하게 양호석을 불렀다.

양호석은 화면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러자 A6 구역에 있는 서화 그룹의 뒷문 쪽에 4대의 봉고차가 모이더니 그 안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싸움꾼 스물 몇 명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몹시 호기로운 기세로 뒷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깽판을 부리려는 녀석들이 있다, 다들 연장 챙겨!" 양호석의 안색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벽에 걸린 전기봉을 들고는 문을 열고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나머지 7명의 경비들도 무기를 챙겨 들더니 달려 나갔다.

진루안은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는 천천히 따라 나갔다.

자신의 아내 회사에서 깽판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니, 그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저 8명이서 해결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전속력으로 뒷문을 향해 달려간 양호석 일행은 스물이 넘는 검은 차림의 싸움꾼을 빌딩 밖으로 가로막았다.

"당신들 뭐야? 어딜 감히 서화 그룹에서 행패야?" 양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저 싸움꾼들을 살펴보면 척 보기에도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히야, 고작 경비 주제에, 죽으려고 덤비네?" 인파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노란 머리 청년이 걸어 나왔다. 귀에는 피어싱을 한 채 얼굴에는 허세가 가득했다.

"우리가 마 영감님 사람이라는 건 알려나?" 노란 머리 청년은 입꼬리를 올려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마 영감이라는 이름을 들은 다른 경비원들은 안색이 급변했다.

마 영감은 동강시의 가장 큰 지하 세력 중의 하나이자, 공개적으로는 마영 그룹의 회장으로, 돈과 세력 그 어느 것도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무려 서화 그룹에 깽판을 치러 오다니.

"다들 시작해. 죽는 사람이 나오거든, 영감님께서 봐주실 거다!"

"서경아라는 년이 먼저 잘못을 했으니, 절대로 봐주지 마!" 노란 머리 청년은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데리고 온 스물이 넘는 싸움꾼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8명의 경비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스물이 넘는 사람을 8명이서 상대를 하자니, 양호석 쪽이 아무리 퇴역한 군인이라고 해도 상대하기가 벅찼다.

이내 양호석 쪽은 세에 밀려 연신 뒤로 물러섰다. 팔과 얼굴에 온통 상처가 가득했다.

그들 뒤에 서서 난투를 벌이고 있는 8명의 경비원을 보는 진루안의 얼굴에 불만이 역력했다. 그들에게는 군부에 있을 당시의 독기가 전혀 없었다.

"군부에서의 구호를 모두 잊은 것인가?"

"너희들은 무엇이냐?"

진루안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스물이 넘는 싸움꾼은 깜짝 놀랐다. 그뿐 아니라, 양호석이 선두로 있는 8명의 경비원들은 경악에 찬 얼굴로 고개를 돌려 진루안을 쳐다봤다.

그들은 진루안이 군부의 구호를 물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래도 마음속에서 혈기가 들끓는 것 같은 기분에 일제히 소리높여 외쳤다. "우리는 나라를 지키는 전사이다. 마주 오는 적을 향해 전력을 다한다!!"

"알고 있다면, 군인의 혈기를 보여줘라!!" 진루안은 그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친 뒤, 이내 맞은 편의 싸움꾼들을 노려봤다.

양호석을 비롯한 경비원들은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전기봉을 든 뒤 다시 한번 달려 나갔다.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투지는 이내 스물이 넘는 싸움꾼들을 전부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수 차이와 체력 때문에 그들은 오랜 시간은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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