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여보, 내가 있잖아...”동혁은 세화의 이렇게 연약한 모습을 처음 본 동혁은 마음이 아팠다. 아내를 꼭 껴안은 채 등을 토닥이면서 계속 위로했다.하지만 세화의 얼굴에 찍힌 손자국을 보자, 동혁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누가 내 아내를 때렸어!”고개를 들고 성형발의 여자들을 노려보는 동혁의 눈빛은 극도로 싸늘했다.그러나 동혁의 신분을 알고 나서도 여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어머나, 당신이 진세화의 그 데릴사위 남편이었어? 당신 마누라를 때린 게 왜 어때서? 누가 당신 마누라보고 천박하게 행동하라고 했어?”“때리면 때린 거지. 당신이 어쩔 거야? 우리가 무릎이라도 꿇고 당신 마누라한테 사과해야 한다는 거야?”“저 여자가 그럴 자격이나 돼?”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포함해서 여자들의 표정은 모두 믿는 구석이 있어서 두렵지 않다는 표정으로 동혁을 보고 있었다.‘약자의 분노는 무의미한 거야.’‘데릴사위인 주제에 말이야!’ 여자들은 동혁의 존재는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좋아! 좋아! 좋아!”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동혁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좋다는 말을 연거푸 내뱉었다. 동혁이 이미 어느 정도까지 분노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보,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조금 있다가 집에 데려다 줄게.”세화에게 당부한 동혁이 천천히 여자들에게 다가가서 냉담하게 말했다.“아무도 인정하지 않았으니, 그럼 내 아내가 맞은 빚은 너희 모두가 갚아야겠지.”“왜 어쩔 건데? 이 폐물 데릴사위가 우리한테 손까지 대겠다는 거야?”“한번 손을 써 봐. 저 하 대표의 부하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거든! 감히 우리한테 손을 대면, 저 사람들한테 바로 뒈지는 거야!”“무섭기는 개뿔! 저 인간은 겨우 혼자고, 우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악독한 여자들 한 무리가 모여 있으니 간이 배밖으로 나올 지경이었다.네일아트를 한 두 손을 휘두르면서 동혁을 향해 흉악하게 날뛰었다.동혁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 두말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서 자신과 가장 가까이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들의 얼굴을 쓱 훑어보자, 하태정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음산한 눈빛으로 동혁을 주시하면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동혁, 네가 정말 감히 여기로 달려올 줄은 몰랐는 걸.”“사정우 도련님의 좋은 볼거리를 망쳤으니, 오늘 너와 네 아내는 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하태정의 말을 듣자 양선경 등 여자들은 다시 기가 살아났다.“하 대표님, 당신이 반드시 우리 복수를 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 얼굴이 저 개자식 때문에 다 망가졌어요. 우리가 또 어떻게 촬영을 하겠어요!”“저 개자식이 여자를 때렸어! 정말 사람도 아니야...”성형발의 여자들이 잇달아 일어나서 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여자들의 말을 듣자, 따라서 들어온 제작진들도 동혁에게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닥쳐!”사람들을 차갑게 노려본 하태정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깥을 향해 소리쳤다.“들어와!”하태정의 말이 떨어지자, 앞서 세화를 에워쌌던 그 남자들이 모두 줄지어 들어왔다.그들이 호시탐탐 동혁과 세화를 노려보는 가운데, 두목인 듯한 한 사내가 동혁을 힐끗 보더니 경멸하듯이 물었다.“미스 하, 바로 이 녀석이야?”“우선 서두르지 마.”하태정은 손짓하면서 대충 말했다.“자기 주제도 모르고 스스로 그물에 뛰어들었으니, 일단은 같이 놀아줘야겠지.”이 말은 동혁을 향해서 한 말이 분명했다.하태정이 보기에 혼자인 동혁은 기세도 보잘것없는 데다가, 자신에게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10여 명의 장정들도 있었다. 당연히 저력도 충분했기에, 이미 동혁을 독 안의 쥐로 여긴 것이다.말하는 사이에 천천히 동혁에게 다가간 하태정이 비웃듯이 쳐다보았다.“이동혁, 전에 명성호텔에서 내가 욕을 했을 때, 승복하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어.”“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무슨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동혁은 자신은 이미 잊어버린 그런 작은 일인데, 이 여자가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너는 사정우의
“아...”날카롭게 비명을 지르면서, 하태정은 그대로 뒤쪽의 화장대로 날아가서 처박혔다.와당탕!화장대 위의 화장품 병과 용기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하태정의 몸에는 화장품이 잔뜩 쏟아졌다.여러 화장품이 섞인 냄새가 곧 분장실 전체를 뒤덮으면서 화장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분장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십여 명의 장정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혁이 감히 하태정에게 손을 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여자들도 놀라서 새파랗게 질린 표정이었다.방금 동혁은 단지 그녀들의 얼굴을 때렸을 뿐이지만, 이번에는 더 매섭게 아예 발로 하태정을 차버린 것이다.‘저 인간은 독종이야!’여자들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스태프들조차도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이동혁이 이번에 제대로 사고를 쳤어!’‘엄청난 사고를 친 거야!’‘하태정은 사해상공회의소 사람이야. 배후에는 사정우라는 명문 가문의 도련님도 있어.’“이 자식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두목인 남자가 분노하며 소리를 쳤지만, 오히려 자기가 앞장서서 동혁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다. 동료들과 합세해서 몰려간 뒤에야 하태정을 부축했다.“미스 하, 괜찮아? 미안해, 저 새끼가 손을 쓸 줄은 몰랐어...”두목인 남자는 거듭해서 하태정에게 사과했다.남자들은 이 여자가 그렇게 날뛰는 이유가, 얼마 전에 이 여자가 사정우와 하룻밤 잠자리를 같이 했기 때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때 사정우는 강경영 등과 회식을 했다.하태정은 도우미를 불러서 술을 마셨다. 그날 밤 사정우는 아주 즐겁게 놀면서 곤드레만드레 취했다.그런데 이 하태정도 간이 배밖에 나온 여자였다.결국 자신이 앞장서서 사정우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고, 술에 취해서 정신도 없는 사정우와 관계를 맺은 것이다.사정우를 재워줬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많이 놀아본 사정우도 신선한 대상으로 바꿔서 즐기고 싶었던 때문인지, 그 뒤에도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하태정과 더 관계를 가지기도
“이 새끼, 자기가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야!”동혁의 이 한 마디가 남자들을 격노하게 만들었다.이 사람들은 혼자라도 사이가 틀어진다면 일반인들을 두렵게 만들 수 있다. 한 사람이 몇 명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런데 동혁은 뜻밖에도 그들에게 한꺼번에 덤비라고 한 것이다.이것은 여태까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동혁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나는 단지 너희들을 업신여길 뿐이야.”이 말이 다시 장정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하태정은 옆에서 큰소리로 떠들어댔다.“저 새끼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로 모두 덤벼!”“빨리 저 개자식을 병신으로 만들어! 저 새끼 마누라 누드사진도 찍어야 하니까.”“이동혁, 헬리콥터가 네 마누라의 누드사진을 H시 전체에 뿌릴 거야. 이 H시의 빛인 네 마누라가 곧 H시의 수치가 될 거야!”이 여자의 악랄한 말을 듣고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다.‘사해상공회의소에서 헬리콥터 비행을 왜 신청했는지 비로소 알게 됐네.’‘정말 극도로 악랄한 계획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어.’‘정말로 저것들이 뜻을 이룬다면, 세화는 평생 고향을 떠나서 살 수밖에 없겠지.’“덤벼!”두목인 남자는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다른 동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십여 명의 장정들이 갑자기 성난 이리떼처럼 동혁을 향해 달려왔다.동혁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맹렬하게 자신과 가장 가까운 남자의 손목을 잡더니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부러뜨렸다.“아악...”처참한 비명을 지른 그 남자는 동혁에게 턱을 걷어차인 뒤, 줄이 끊어진 연처럼 비틀거리다 쓰러져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두목을 포함해서 열 명 남짓한 나머지 장정들은 모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동혁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쉽게 동료를 처치해버린 것이다!그러나 그들이 더 생각하기도 전에, 동혁이 먼저 장정들 속으로 뛰어들었다.퍽!뚜둑!마치 양떼 속에 들어간 호랑이처럼 동혁은 번개같이 손을 썼다. 주먹으로 두드려 패고 발길질
“아니, 내가 아니야. 나하고는 상관이 없어. 내가 어떻게 감히...”놀란 하태정은 이미 횡설수설했다.하태정의 턱을 잡고 자신을 보게 하면서, 동혁은 비웃듯이 웃었다.“지금 너는 당연히 감히 할 수 없지. 그럴 기회도 없어.”“하지만 헬리콥터 비행도 신청했는데, 만약 뭔가 뿌리지 않는다면 낭비 아니겠어?”“내가 방금 들었는데, 네가 사정우하고 놀았다고 했지, 그럼 네가 일을 할 때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네 스타일대로라면, 네 손에도 분명히 재미있는 사진이 있겠네?”멍하니 있던 하태정은 문득 동혁의 말 뜻을 깨달았다. 하태정은 온몸을 떨면서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없어!”그러나 한 가지 동작이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드러냈다.한사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생각에 잠긴 듯한 하태정의 모습을 보자, 동혁은 바로 핸드폰을 빼앗았다.핸드폰을 열자, 화면보호기에는 수건만 두른 하태정이 사정우의 품에 안겨서 누워 있는 사진이 떴다.사정우는 잠이 든 게 분명했다.“바탕화면의 사진이 이렇게 노골적인 걸 보면, 네 앨범에는 좋은 사진들이 적지 않겠어.”동혁은 혀를 내두르며 하태정에게 핸드폰의 화면을 겨누었다.“자, 눈을 떠. 내가 자물쇠를 풀 테니까.”“아, 제발, 이러지 마세요, 정우, 사정우 씨가 날 죽일 거예요...”하태정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이 남자의 미움을 샀다는 사실을 죽도록 후회했다.말 한마디 한마디가 잔잔한데도 악마처럼 하태정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짝!하태정이 용서를 빌자, 동혁은 바로 뺨을 때려서 조용하게 만들었다.핸드폰이 하태정의 얼굴을 인식하자, 자물쇠가 풀렸다. 앨범을 뒤진 동혁은 이 여자의 온갖 셀카들은 다 무시하고, 곧바로 사정우와의 정사 사진을 뒤졌다.동혁은 그 추잡한 사진에 하태정과 사정우 외에 가끔 다른 남자도 등장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성인인 동혁조차도 차마 볼 수가 없는 수준의 사진이라서 곧바로 보지 않았다.“크, 역시 명문가의 도련님이네. 놀 줄 아는
“수리비 받은 걸로 새 차를 두 대 사는 것도 충분해.”세화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마세라티 기블리는 세화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동혁이 사 준 첫 번째 차였기 때문에, 세화는 혹시 긁히기라도 할까 봐 평소에 운전할 때 특히 조심했다. “분명히 사정우가 시켰을 거야!”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아직 사정우를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상대방이 오히려 먼저 세화가 아끼는 차를 부수며 도발했어.’동혁은 직접 사정우를 찾아가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결정했다.“여보 울지 마, 차가 없으면 한 대 더 사면 돼지. 사람만 아무 탈이 없으면 되는 거야, 당신은 먼저 들어가. 나는 일이 좀 있어.”세화를 위로한 뒤, 설전룡에게 사람을 보내서 아내를 집으로 안전하게 호송하도록 했다.“당장 사정우의 행방을 알아내.”세화가 차에 오르자, 동혁은 모처럼 담배를 피우면서 설전룡에게 말했다.큰형님이 화가 났다는 걸 알기에 설전룡은 두말하지 않고 바로 지시를 이행했다.... “아아...”블루 라군 빌라단지.호수에 인접한 별장에서 때때로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지금 얻어맞아서 얼굴은 엉망이 되고 온몸이 피투성이인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의자에 널브러져 있거나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이 사람들은 뜻밖에도 모두 남경찰서의 경찰들이다!예외 없이 그들의 손목에는 모두 은빛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그리고 검은색 도복을 입은 사정우는 그들 사이에 선 채, 가끔씩 이 경찰들에게 주먹질과 발길질을 날렸다.뚝!지금 사정우는 또 발로 한 40대 중년 경찰의 발목을 호되게 밟자, 남자의 종아리뼈가 소리를 내면서 부러진 것이다.한 발로 사람의 종아리뼈를 밟아서 부러뜨리는 것은, 힘을 쓰는 기술을 익히지 않고 인체 관절을 이해하지 못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사정우, 이 명문가의 도련님은 뜻밖에도 무도가였다.“아악...”중년 남자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우... 우리는
한편으로는 욕을 하면서, 사정우는 경찰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계속 발길질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괴롭힘을 당한 경찰들은 거의 반죽음이 된 상태였다.강경영 등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은 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가끔 사정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짙은 두려움이 배어 있었다.이 경찰들은 바로 사정우가 화풀이를 할 수 있게 모두 강경영이 거짓말을 해서 데려왔다.사정우가 이렇게 모질고 악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경찰들은 모두 숨만 겨우 붙어 있는 상태였다.‘이 사람들은 모두 공무원이라서 나중에 수습하기가 좀 번거로울 거야.’‘다행히도 그들 중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이 남경찰서의 넘버3에 불과해.’‘사해상공회의소와 사씨 가문의 힘이라면 틀림없이 이 일을 틀어막을 수 있을 거야. 단지 치르는 대가의 크기만 차이가 있을 뿐이지.’‘오늘 일로 사정우가 아주 불쾌했을 거야. 어쨌든 저 경찰들에게 화풀이를 하는 게 내게 화풀이하는 것보다 낫지.’이렇게 생각하던 중에 강경영의 핸드폰이 울렸다.이어서 몇 마디 듣자, 바로 활짝 웃으면서 사정우의 앞으로 달려갔다. “정우 도련님, 좋은 소식입니다.”“말해봐.”사정우는 머리도 돌리지 않은 채 한 경찰의 얼굴을 걷어차서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강경영이 말했다.“진세화가 이미 촬영장에 들어갔는데 혼자 갔다고 합니다. 하태정 쪽에서 곧 누드사진을 찍으라고 강요할 겁니다.”“하하, 그 천한 X이 이렇게 사기를 잘 치다니.”“잠시 뒤에 자신의 누드사진이 헬리콥터에 의해서 H시 도처에 퍼졌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자살이라도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겠어.”크게 웃던 사정우가 강경영의 어깨를 두드리며 칭찬했다.“강 대표, 이번에 잘했어!”강경영은 갑자기 뼈마디가 다 나른한 듯했다.‘사정우가 분노를 다 발산하지 못하고 내게 발산할까 봐 줄곧 마음이 조마조마했어.’‘이제 마침내 이 문제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그래도 정우 도련님이 유능하게 지휘하신 덕분이지요. 정우 도련님을 한 일을
말이 끝나자, 사정우는 거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았다.잠시 후 양쪽에 둘러싼 경호원들은 무시한 채, 동혁과 설전룡 두 사람이 거들먹거리며 들어왔다.“이동혁, 나한테 와서 행패를 부리는 걸 보니 간이 배밖에 나온 모양이야?”사정우는 한쪽 발로는 남경찰서의 넘버3 몸을 마음대로 밟으면서, 곁눈질로 동혁을 힐끗 바라보았다.선글라스를 낀 설전룡은 아예 무시했다.동혁의 시선이 바닥의 피투성이가 된 사람을 향하자, 시선이 바로 집중되었다.그 사람들은 경찰 제복을 입고 있어서 동혁이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심지어 저 넘버3는 지난번에 다른 사람과 싸운 진천화를 구하러 갔을 때 만난 적이 있었어. 이름이 오일룡인 걸로 기억해.’‘H시에서 이 사람을 아주 고위직의 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견 간부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그러나 지금 그런 사람이 사정우의 발 밑에 밟힌 채로 있어. 이건 사정우가 고의로 나를 도발하려는 거야.’“사정우, 당신은 명문 가문인 사씨 가문의 백이 있다고 정말 무법천지로 행동하네.” 동혁은 사정우를 차갑게 흘겨보았다.사정우가 말을 하기도 전에, 뒤에 있는 강경영이 곧바로 주인을 보호하려고 나섰다.“이동혁, 내가 보기에는 너야말로 겁쟁이야!”“정우 도련님이 아직 너를 찾지도 않았는데, 네가 먼저 기어 들어와서 도발하는 거야!”동혁 앞에 다가간 강경영은 기세등등하게 노려보면서 손가락질을 했다.“말해. 누굴 믿고 이렇게 설치는 거야!”“네 주인도 아직 아무 말도 없는데, 왜 개가 나서서 설쳐!”동혁은 강경영을 힐끗 보더니 곧바로 손바닥으로 후려쳤다.짝!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강경영의 육중한 몸은 바로 바닥에 부딪치면서 피를 흘렸다.바로 이 자가 세화를 속여서 이른바 누드사진을 찍게 만들었기에, 동혁은 당연히 전혀 사정을 봐 주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이 사정우의 면전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이렇게 손을 쓰자, 사해상공회의소 사람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개를 때리더라도 주인이 누군지 고려해야 하는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
“시연아!”조카딸이 뺨을 맞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자,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던 우대평이 놀라 울부짖었다.그리고 탁자를 치고 일어나서 찢어질 듯한 시선으로 동혁을 노려보았다.“어디서 온 나쁜 놈이 감히 우리 H시 상공회의소에서 건방지게 굴어!”“여보, 아파?”동혁은 우대평을 보지도 않은 채 세화의 손을 잡고 애틋한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볼을 만지면서 바닥에 뻗은 우시연을 본 세화는, 맞은 얼굴이 덜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동혁이 자신을 무시하자, 화가 난 우대평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하게 말했다.“여보? 이 나쁜 새끼, 바로 진세화의 폐물 데릴사위 남편 이동혁이야?”“늙은이, 너는 또 뭐야?”동혁이 차가운 눈빛으로 우대평을 바라보았다.우대평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우시연을 부축하던 나건성이 바로 고함을 쳤다.“건방지게! 이 분은 우리 H시상공회의소의 우 회장님이셔! 감히 회장님에게 불경을 저지르다니!”“우 회장이라, 당신이 우대평이야?”우시연을 힐끗 본 동혁이 큰 소리로 물었다.“저 천한 년도 성이 우씨던데, 당신 사생아야?”“이동혁, 너 건방지게!”분노한 나건성이 고함을 쳤다.“시연 양은 우리 회장님의 조카딸이야! 정직하고 덕망이 높으신 우리 회장님을 네가 이렇게 중상모략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빨리 회장님께 잘못을 빌지 못해!”“아, 내가 착각한 모양이네.”동혁은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던 우대평의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자신의 신분을 알았으니 동혁이 복종할 걸로 생각한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저 천한 년이 무지막지하게 날뛰면서 설치길래, 나는 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걸로 생각했지. 바깥에 대놓고 내놓을 수 없는 사생라서 그런 줄 알았지.”“누가 가르친 모양이네... 그런데 어떻게 저따위로 가르쳤지?”동혁의 조롱하는 눈빛이 우대평의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떨어졌다.“피식!”세화는 바로 웃음이 나왔지만 얼른 입을 막았다.우시연에게 맞은 뺨이
“죄송합니다, 회장님.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옳고 그름을 견지할 뿐입니다.”“이 세상을 비록 흑백 논리로 구분할 수 없다고 해도, 때로는 무조건 옳거나 틀린 경우도 있으니까요!”세화는 변함없이 우대평을 존중했지만 그 말투는 단호했다.우대평은 마치 발작할 듯한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바로 그때, 안경을 쓴 여자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뛰어들었다.“큰아버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큰아버지, 그 이동혁이라는 폐물 데릴사위가 얼마나 날뛰는지 아세요?” “제가 그자를 자원봉사자에서 제명했을 때, 그 인간이 뜻밖에도 저를 위협했어요. 오늘이 제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로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거라고요!”“그 인간은 큰아버지를 정말 우습게 여기는 거예요. 정말 화가 나 미치겠어요!”여자는 세화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우대평의 앞에 와서 눈노를 쏟아냈다.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앞서 동혁을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제명했던 우시연이다.스타공익재단은 H시상공회의소가 출자해서 설립한 재단으로, 당연히 큰아버지 우대평 덕분에 우시연이 책임자가 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우대평의 눈에서 노기를 드러냈다.“이동혁이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제가 큰아버지를 왜 속이겠어요!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자 앞에서 저를 아주 우습게 여겼어요.” “큰아버지가 저를 도와주시지 않으면, 이 분노를 해소할 수 없을 거예요!”우대평의 옷자락을 붙잡고 하소연하던 우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세화를 보고는 잠시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은 누구에요, 큰아버지?”세화를 처음 봤지만 우시연의 마음속에서는 질투가 일었다.‘이 여자 너무 예쁜데.’ 세화의 온몸에 넘치는 자신감과, 속세를 벗어난 듯한 고귀한 기질에 우시연은 열등감이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시연아, 저 여자는 바로 그 폐물 이동혁의 아내이자 혜성그룹의 회장인 진세화 씨야.”나건성이 마치 환심이라도 사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우시연이 줄곧 큰아버지 우대평의 총애를 받고 있기에
나건성은 세화에게 전혀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고압적인 태도가 계속 이어지자, 곧 세화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우대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면서 세화가 말했다.“회장님, 상공회의소에 끼친 손실에 대해서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네요.”우대평은 가만히 앉은 채 가타부타 태도를 표명하지 않았다.나건성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 회장님, 이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해도 소용없습니다.” “지금 리성투자회사에서는 당신의 남편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당신의 남편은 무법천지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스타공익재단을 통해서 원화투자회사로 연락하여 사과하라고 했습니다만 당신의 남편은 거절하고 항난그룹을 찾았습니다.”“더군다나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허, 정말 우리 H시상공회의소를 안중에도 두지 않다니.”“당신의 남편은 회원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진 회장 당신은 다릅니다.” “당신은 우리 H시 상공회의소의 정식 회원입니다. 솔선수범해서 회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이 말에 세화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H시상공회의소 회원이 확실하기에.앞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찾아와서 입회 서류를 작성하게 했다.원래 세화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비즈니스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늘 온갖 협회와 단체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입회 서류 한 장 때문에 H시상공회의소에서 자신에게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을 가지게 된 것이다.“H시상공회의소에서 제게 뭘 요구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세화는 염치불구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나건성이 간단하게 대답했다.“아주 간단합니다. 남편분이 천용훈 씨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도록 진 회장님이 나서서 얘기하시면 됩니다!”세화가 우대평을 힐끗 쳐다봤지만, 우대평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무표정한 얼굴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진 회장님, 이런 작은 일에 뭘 망설입니까? 되든 안 되든 말을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