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 에메랄드정원 외곽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에메랄드정원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정원으로 통하는 도로에는 심각한 정체까지 생겼다. H시의 교통은 완전히 마비되었다. 시청의 교통관리부는 교통을 원활히 하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긴급하게 파견했다. H시의 시작 이후 지금까지 이런 대규모의 장례식은 없었다.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값비싼 레드 카펫이 수거되었다. 거금을 들여 만든 단상도 철거되었다. 진열되었던 수만 송이의 생화는 옮겨졌다. 3대 가문은 이 전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 취임식을 잘 준비했다. 이를 위해 엄청난 거금까지 투입했다. 그러나 지금 동혁의 명령이 떨어진 후,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자비하게 철거되었다. 에메랄드정원의 모든 건물에는 흰색 깃발이 걸렸다. 에메랄드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국화꽃이 놓였다. 침통하게 애도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전 취임식이 거행된 그 광장에서 장례식이 시작되었다. 무려 오육백 명의 거대한 장례 행렬이 에메랄드정원 내부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매 사람은 상복을 입고 있었다. “저기 봐, 맨 앞에 3대 가문의 가주들이야!” “대세 여배우 왕조희도 있는데? 저렇게 상복을 입고 애도를 하고 있으니 평소 TV에 나오는 것보다 더 예쁜 모습으로 보이는데?” “이럴 수가 모태현 전 가란은행 사장, 모태국 전 광도그룹 사장, 하지혜 정도교육그룹 CEO... 저들은 모두 재계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사람들이잖아. 근데 모두 백항남 회장을 위해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거야?” “거기에 암흑가의 깡패 노무식도 있어. 저 개X식은 H시의 장례업을 독점해 죽은 사람을 이용해 돈을 벌고 수많은 효자와 효녀들을 궁지에 몰아넣더니 오늘은 스스로 상복을 입고 죽은 사람을 애도하네.”수많은 H시 시민들이 서로 대화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평소에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거물들이다. 그런데 지금 상복을 입고 등장해 시민들에게 구경거리가 되
“백항남 회장은 처음에 3대 가문에 의해 망했어.” “그래서 조씨 가문 사람들을 모두 정원에서 쫓아내고 백 회장의 의관총으로 만든 거야.” 구경꾼들이 상황을 이해했다. 그때. 백문수 부부는 항남이 입던 옷가지를 움켜쥐고는 관에 넣으며 통곡했다. “아빠, 마리한테 사준 장난감이야...” 수소야는 마리를 데리고 가서 그녀에게 작은 노란 오리 장난감을 관에 넣으라고 했다.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눈물을 자아냈다. 그 후 수소야는 마리를 다시 데리고 나왔다. 마리는 백항남의 유일한 딸이다. 관을 봉하고 흙을 덮은 후. 묘비 하나가 그 자리에 세워졌다. “백항남의 묘.” 조 씨 가문의 조상 조각상만큼 크고, 매우 높아 보였다. 이것이 동혁이 바라던 정상 높이였다. 이렇게. 장례식은 끝났다. 이제부터 조씨 가문이 대대로 살고 있었던 에메랄드정원은 항남의 묘지가 되었다. 2년 전. 3대 가문이 항남을 압박하여 항난그룹까지 강탈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3대 가문이 살던 곳은 항남이 죽어 잠든 곳이 되었다. 그렇게 항남은 억울함을 씻고 명예를 회복했다. 3대 가문은 그 대단한 H시의 지배세력에서 한순간에 집도 없는 노숙자로 전락했다. 3대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은 건졌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그들은 패가멸족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인생사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이 전신이 백항남을 위해 정의를 되찾았다는 사실을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이 전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전에 3대 가문의 사람들과 여배우 왕조희 등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2000억씩 모두 2조의 뇌물을 사용했습니다.” “전신께서는 3대 가문이 H시를 착취하고 고혈을 짜내 모은 이 돈은 모두 H시 시민들의 피와 땀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2조의 자산을 H시에 다시 돌려주고, H시의 건설과 산업에 투자하도록 지시하셨습니다.” 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천지를
모두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이동혁, 네가 누구를 또 속이려고? 이 전신께서 방금 떠나셨다고 다시 그분을 사칭하는 거야? ” 동혁에 대한 깊은 편견을 가진 화란은 당연히 동혁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세화라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여보, 내가 어제 에메랄드정원에 왔을 때, 항남의 의관총으로 쓰겠다고 조씨 가문에게 오늘 에메랄드정원을 내놓으라고 했잖아.” “그리고 3대 가문 모두 출석해 상복을 입고 항남을 애도하라고 했을 때도 다들 내가 허풍을 떨고 있다고 생각했지? 아니야?” 동혁은 세화에게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동혁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설령 세화가 동혁이 전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동혁이 세화에게 비밀을 지키라고 당부하면 그녀는 외부에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H시가 안전하기 때문이다. 방금 세화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고 동혁은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맞아.” 세화, 현소 등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이 말한 건 모두 그들이 어제 직접 본 사실이었다. “그럼 지금은?” 동혁은 웃으며 물었다. “내가 말했던 허풍이 다 그대로 이루어졌잖아?” “설마? 형부가 설마 진짜 이 전신인 거예요? 맞아, 두 분 성이 모두 이씨잖아요? ” 현소는 놀라 다소 과장되게 작고 붉은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는 두 눈을 반짝이며 동혁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형부가 한 말이 다 이루어져서 귀신이라도 들린 줄 알았어요.” “우리 아빠에게 기밀수칙을 백 번 베껴 쓰게 하겠다고 했는데, 바로 백 번 베껴 썼어요.” “전화 한 통에 아빠가 군부사법부에게 잡혀 감금되었고요.” “정말로 허풍 같던 모든 말이 다 이루어졌어요.” “전 국민이 형부가 이 전신을 사칭한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이 전신이 3대 가문은 벌하고 형부를 벌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렇다면 형부가 이 전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해요?” 류혜연이 현소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세화는 오히려 동혁을 탓하지 않았다.동혁이 오늘 무사히 재난을 넘긴 것만으로도 그녀는 만족했다.‘한가족의 평안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어?’“가요, 집으로.”두 가족은 함께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왔다.점심을 먹을 때.H시 지역 텔레비전 뉴스는 오늘 에메랄드정원에서의 장례식에 대해 장황하게 보도했다.이번 장례식의 후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 했다.[왕조희의 단독 콘서트가 취소되어 많은 팬들이 공연장으로 몰려와 환불을 요구하자 소속사는 성명을 내고 그녀와의 메니지먼트 계약을 해지했습니다.][왕조희는 자진해서 자수했고 백항남 회장의 성폭행 사건은 3대 가문의 지시로 조작되어 이루어진 것이라고 시인했습니다.][노무식, 하명설, 소우진 등 많은 사람이 연이어 자수했습니다...][또한 조씨 가문의 가족 백여 명이 이미 에메랄드정원에서 집단 이주한 사실도 알려졌습니다.][3대 가문이 장악하고 있던 독점 산업과 그들 명의의 부동산과 토지들이 적극적으로 환수되었고 조만간 시청에서 그에 대한 경매가 진행될 것입니다.][시청 책임자는 이 전신이 H시의 재정으로 반환한 2조의 자금은 H시에서 양질의 산업 육성과 좋은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3대 가문의 재산을 환수한 것은 물론 동혁의 뜻이다.이것이 그가 3대 가문을 놓아주는 조건이었다.이제 3대 가문과 관련된 모든 산업들이 없어졌다.그렇게 3대 가문은 H시의 역사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되었다.“2조의 자금을 전부 산업 지원에 쓰다니, 시청에서 이번에는 정말 큰 결정을 했네.”세화는 기대 섞인 눈빛을 하며 말했다.‘우리 세방그룹도 이 기회에 지원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좋을거야.’“자금이 문제가 아니야. 3대 가문의 명의로 된 그 산업들, 만약 세화, 네가 그중 일부를 낙찰받는다면 그룹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거야.”줄곧 과묵했던 진창하가 모처럼 의견을 밝혔다.그러나 곧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우리 그룹이 아직 너무 작아서 한몫을 나누어 갖기가
황지강은 선우설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즉시 사람을 보내 동혁의 말을 N도 이씨 가문에 전달했다. N도 이씨 가문 본가. 오늘 이씨 가문의 중요한 가족들이 모두 여기에 모였다. H시를 공략하는 일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에 그들은 H시에서 전갈을 받았다. “H시의 그 쓸모없는 놈이 한 경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씨 가문의 가주 이연은 흥분해하며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형님, 이동혁은 이제 쓸모없는 놈이라고 그냥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씨 가문의 둘째인 이심이 말했다. “저희가 입수한 정확한 정보에 따르면 녀석은 백항서라는 가명을 쓰고 3대 가문의 눈앞에서 항난그룹을 재건했어요.” “현재 3대 가문이 이 전신에 의해 처벌되었고 일부는 재산은 공공자산으로 환수되었답니다. 또 일부는 백항남 가족에게 주어져 항난그룹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이 놈을 정신병자로 취급하고 무시하다가는 오히려 당할 수 있습니다.” 이심의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동혁에 대한 무시가 사라졌다. 동혁은 백항서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보름도 안 돼 항난그룹이 완전히 탈바꿈되리라고는 그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혁은 뒤에 숨어서 겉으로는 허세를 부리는 척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도왔다. 3대 가문은 방심했다. 그 순간 우연처럼 어디선가 이 전신이 나타나 개입했다. 이러한 일들로 인해 항난그룹은 빠르게 성장했다. 동혁이 보여준 이런 수단은 마치 6년 전 그들 이씨 가문의 성장을 이끌었던 모습과 유사했다. ‘그야말로 사업의 귀재였지.’ 그러나 당시 동혁이 약을 먹고 미치게 된 이후로 양측은 서로 손해를 보았고 지금은 원수가 되었다. “그럼 우리 이씨 가문 사람들이 H시에 가서 무릎을 꿇고 그놈 아내의 가족에게 사과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이씨 가문 이연의 딸 이천홍이 이를 갈며 말했다. “어쨌든 저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저는 이 잡종 같은 놈을 죽여버릴 거예요.” 지난번 그녀의 생일 파티 때.
지난 보름 동안 이천기는 늘 동혁을 직접 죽여버리고 싶었다. 대리점 총회에서 자신을 망신시킨 동혁에게 복수해 원한을 풀고 싶었다. 이천기는 즉시 팀을 이끌고 H시로 향했다. 그날 밤 이천기는 N도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 다이너스티 호텔에서 만찬을 열었다. H시의 권력가와 부유한 사업가들이 모두 초대장을 받았다. 이 만찬의 목적은 명백했다. 그건 바로 N도 이씨 가문이 H시로 돌아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서 이다. 이씨 가문은 H시에서 시작한 명문가이다. 시간이 6년 지났지만. H시에서의 그들의 입김과 영향력은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분명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N도 이씨 가문은 H시의 최고 지배세력이었다. 그의 비하면 3대 가문은 단지 이씨 가문의 지시를 받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배세력에 불과했다.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만찬에 안 갈 수 없었다. “동혁 씨, 이천기가 만찬을 연 거 알지? 세방그룹에도 초대장을 보냈는데 우리 둘을 초대했어.” 저녁에 세화가 회사에서 돌아와 금빛 초대장을 내밀며 말했다. “가자고, 못 갈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도 이천기를 보고 싶었는데. ” 동혁이 눈에서 의미심장한 빛이 번쩍였다. ‘내 경고를 받고도 복귀를 선언하는 만찬을 대대적으로 벌이며 나를 초대까지 한다고?’ ‘뻔하지, 나를 일부러 도발하려는 거지.’ “됐어, 그냥 가지 말자. 틀림없이 가도 별로 좋을 것이 없어.” 세화는 초대장을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녀는 이천기의 그 괴팍하고 광적인 성격을 생각하고는 그가 동혁을 보면 분명 모욕과 조롱을 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곳에 가서 괜히 화낼 필요가 없지.’ “알았어, 여보. 당신 말 들을게.” 동혁은 세화가 가기 싫어하자 참석하려던 생각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동혁은 수소야의 전화를 받았다. [회장님, 항남그룹으로 이천기의 초대장이 왔는데, 여기 초대하는 사람으로 회장님을 지명했고 거기에 회장님의 진짜 이름을 썼어요.] “이씨 가문은 내가 백항서라는 가명을
사실은 이러했다. 태휘와 화란이 이천기를 만나러 온 것은 바로 진한영이 지시한 것이다. 3대 가문이 해체되면서 진한영은 자신도 한몫을 챙기지 못한 아쉬움을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진성그룹은 빈껍데기만 남았고 사람들은 모두 세방그룹으로 달려갔다. 결국 진씨 가문에는 사람도 없고 돈도 없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이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처리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진한영은 주동적으로 태휘 남매를 이천기에게 보냈다. “음, 가문에서 돕는다면 훨씬 손쉽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겠어. 너희 말이 일리가 있는데?” 이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 그럼 말해봐. 진씨 가문이 요구하는 조건이 뭐지?” 대답을 듣고 매우 기쁜 진태휘는 굽신거리며 이천기에게 다가갔다. “저희는 천기 도련님께서 N도 이씨 가문을 대표하여 진씨 가문의 위해 몇 마디 힘 좀 보태주셔서 진씨 가문이 이번 3대 가문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한몫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정도면 괜찮군. 좋아, 내가 너희들을 위해 말 좀 넣어 놓지.” 이천기가 흔쾌히 승낙했다. 태휘 남매가 진씨 가문에 이 소식을 알리자 진한영은 매우 기뻐했다. ... 만찬장에서 이천기가 한 말은 곧바로 동혁에게 전해졌다. 동혁은 이천기 같은 햇병아리에 대해 조금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 반면 세화 가족은 매우 불쾌했다. 하지만 이천기 뒤에는 N도 이씨 가문이 있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화를 참는 것뿐이다. “동혁아, 바보 같은 너 때문에 우리 식구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너 같은 사위가 대체 어디 있어?” 류혜진은 동혁에게 괜한 화풀이를 했다. 세화는 자신도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애써 동혁을 위로했다. “이천기가 한 말들은 마음에 두지 마. 그냥 우리 끼지 잘 지내면 된 거야.” “응.”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가서 샤워를 한 동혁은 세화 방에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그녀 방으로 들어갔는
세화 맞은편에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있다. 남자는 점잖아 보이는 것이 마치 학자다운 풍모를 지녔다. 이 사람은 N도대학의 교수이자 박사과정을 지도하고 있는 엄봉석이다. 이번에 자금지원 심사위원회의 위원장 겸 수석 심사위원으로 초빙되었다. 그래서 그의 발언권은 큰 힘이 있었다. “왜 그러시죠? 진 회장님, 지금 내 전문성을 의심하는 겁니까?” 엄봉석은 갑자기 얼굴을 찌푸리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화는 재빨리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그만 실수했습니다. 엄 교수님께서는 덕망이 높은 대학자이신데 제가 감히 어떻게 교수님의 판단을 의심하겠어요?” “아니라면 됐습니다.” 엄봉석은 그제야 안색이 좀 누그러졌다. 그는 안경을 고쳐 끼며 말했다. “저희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는 공평하고 공정합니다. 아무 문제없으니 나가주세요.” “알겠습니다.” 세화는 실망하며 돌아섰다. “잠깐만요.” 그때 등 뒤에서 엄봉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화가 돌아서자 엄봉석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심사도 사람이 하는 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죠. 제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회장님 그룹의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하겠습니다. 혹시 변경사항이 있다면 다시 통지할 수도 있으니 연락처 하나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세화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남겼다. ‘기회가 다시 있으니 다행이야.’ 그녀가 심사사무실에서 내려갔을 때, 많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기 구역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원금을 신청하러 왔나?’ 세화를 본 진한영의 안색이 금세 안 좋아졌다. “세화야, 너희 세방그룹이 1차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다니. 네 능력도 별거 아니구나? 그룹 회장을 빨리 그만둬야 할 것 같네.” 화란이 고소해하며 말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세방그룹의 심사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세화는 콧방귀를 뀌었다. “화란아, 너무 일찍부터 우쭐대지 마. 이번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N도대학에서 온 엄봉석교수님이야. 원래 업무에 매우 엄격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