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몰려오는 큰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조동래 시경찰서 경감이 한 무리의 경찰들과 함께 도착했다. “조 경감님, 당장 저 두 사람을 잡아가세요. 저 사람들이 악의로 엄 교수님에게 보복했을 뿐 아니라 우리 심사위원회가 뒷돈을 받았다고 모함까지 하고 있어요.” 장명호는 조동래를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회 전문가들이 왔을 때 조동래와 시장인 하세량이 함께 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당시 하세량은 그들에게 특별히 공손하게 대우했다. 그래서 장명호는 조경래가 도착하는 것을 보자마자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조동래는 장명호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동혁과 세화를 쳐다봤다. 먼저 두 사람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동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조동래의 표정이 갑자기 냉랭하게 변하더니 손을 크게 흔들었다. “여기 이 전문가들을 데려가 조사해!” 부하 경찰관이 지시를 듣고 움직여 즉시 다가가 장명호 등을 붙잡았다. “지금 왜 우리를 잡는 겁니까?” “이게 뭐 하는 겁니까? 우린 모두 초대된 전문가들입니다. 누가 당신들에게 우리를 잡으라고 지시했습니까?” 심사위원회의 전문가들은 분노와 고함을 지르며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잡아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저기 이동혁과 진세화잖아?’ “조 경감님,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제가 저 사람들을 잡으라고 했지, 우리를 잡으라고 한 게 아니잖아요. ” 분노한 장명호는 화를 터뜨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잡아야 할 사람은 당신들입니다.” 조동래는 콧방귀를 뀌었다. “공식적으로 말해서 당신들은 심사 업무 중에 이해 관계자들과의 부적절한 거래를 한 혐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정식으로 당신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부적절한 거래요?”장명호는 노호했다. “아 이제 알겠네요. 당신도 사람을 치는 저 두 사람과 한패구만. 그래서 이렇게 고의로 죄를 만들어 우리를 모함하는 거야.” “우리는 이씨와 진씨 가문으로부터 뒷돈을 받지 않았어요. 증거도 없으면서 당신이 뭔데
“전 이 사람이요. 이 못된 늙은이, 다 늙어 죽을 나이가 돼가지고 나를 얼마나 구역질 나게 했는데요.” 한 무리의 아름다운 여자들이 손가락으로 각각의 전문가를 짚으며 알고 있다며 외쳤다. 심지어 두 명의 여자가 지목한 사람이 같은 경우도 있었다. 이 말들을 듣고 있는 장명호 등의 얼굴은 당황하여 검붉게 변했다. 이제 그들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났다. 아무리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눈에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장명호 같이 겉으로 말쑥해 보이는 전문가들이 어젯밤에 뜻밖에도 단체로 여자들을 찾아간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구역질 나면서도 이 사람들을 만난 것도 다 돈 때문이지 않습니까?” 조동래가 짜증 섞인 핀잔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장명호 등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어젯밤 새벽 이후 진씨 가문의 진태휘가 당신들에게 찾아준 이 여자들.” “우리가 이미 진태휘의 송금 기록을 입수했어요. 1인당 100만 원 이상, 거기다 아주 고급스럽게 노셨더군요.” “당신들이 묵었던 호텔까지 드나들었죠? 당신들 방에 들어가는 CCTV영상도 이미 확보했습니다.” “당신 전문가들 다른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주위에 사람들이 모두 조동래의 말을 들었다. 전문가들을 바라보는 심사위원회 직원들의 시선은 일순간 경멸로 바뀌었다. ‘평소 도덕적이고 말쑥한 전문가와 학자인 줄만 알았는데.’ ‘사석에서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이었다니.’ ‘정말 더러운 놈들.’ “진태휘가 이런 사람들에게 여자를 데려다 주다니 정말 역겹네요.” 세화도 구역질이 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인적 물적 증거가 모두 있었다.조동래가 진씨 가문이 1000억의 뒤돈을 준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여자들을 찾는 것만으로도. 합법적으로 그들을 경찰서로 데려갈 수 있었다. “조 경감님, 그러지 마시고 저희 체면을 좀 봐서 이 일은 그냥 조용히 심리해 주세요. 저희 모두 학자이기 때문에 이런 소문이 나면 듣기 거북하지
“진 회장님은 우리 H시에서 사업으로는 아주 유명하시죠. 귀사의 계획이라면 분명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하세량이 아첨을 했다. “뭘요, 시장님,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우 기쁜 세화는 떠나며 하세량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세화가 인사를 하자 놀란 하세량은 식은땀이 왈칵 쏟아졌다. ‘황송하게 저렇게 허리를 굽혀 내게 인사까지 하시다니.’ “이 선생님, 저...” 동혁은 손을 내저으며 신경 쓸 거 없다고 표시했다. 하세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말했다. “이 선생님, 제가 알아봤는데 진씨 가문과 이씨 가문에 승인된 1조 2000억이 이미 송금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되찾아오라고 지시했습니다.” 동혁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잠시 후 하세량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의 안색이 순식간에 나빠졌다. “왜요? 자금을 되찾지 못했다고 하나요?” 동혁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의외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진씨 가문은 뭐 괜찮겠지.’ ‘하지만 N도 이씨 가문이라면 H시 하세량 시장의 지시 정도는 그냥 무시할 거야.’ “직원 말에 따르면 이씨와 진씨 가문에서 1조 2000억의 지원금을 가지고 경매에서 3대 가문의 사업을 이미 낙찰받았고 아무도 그들과 경쟁이 안된다고 합니다.” “자금이 이미 반 이상 나갔다는데요.” 하세량은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그는 지금 정말 자기 뺨이라도 스스로 몇 대 때리고 싶은 심정이다. 업무의 속도를 내기 위해 그는 재경부에 자금에 대한 특별 처리를 맡겼었다. 그래서 심사위원회 쪽에서 승인을 하면 바로 돈이 대상자에게 입금됐다.평상시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효율로 일처리가 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1조 2000억의 반 이상 자금을 쓰다니. 이 두 가문은 사업에 대한 아무런 평가도 안 하고 그저 돈을 주고 다 사들인 겁니다. 마치 마트에서 세일하는 물건을 다 사는 것처럼요.” 동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소화도 못 시킬 거면서 그저 많이 먹겠다고?” “이 선생님, 그럼 저희가 막을 까요?”
“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대단한 사업가인 것처럼 자화자찬하는 줄 알겠어!” 세화는 손을 뻗어 동혁을 꼬집었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난 회사로 들어가 봐야겠어. 이 2000억을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해. 이 전신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H시에 지원한 건데 기대를 저버릴 수 없지.” ‘2000억의 지원자금이 곧 입금될 거야.’ 이 생각을 하는 세화는 만족해하며 지금 의욕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3대 가문의 사업 인수를 위해 경매에 참가할 예정이다. ‘이씨와 진씨 가문처럼 맹목적으로 사업을 쓸어 담을 수는 없지.’ ‘우선 그룹 내의 팀이 세심한 평가를 내리도록 해야 해.’ ‘우리 그룹은 N도 이씨 가문만큼 막대한 재력이 뒷받침되지는 않아.’ ‘그러니 자금을 남발하기보다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동혁은 세방그룹에서 한동안 세화와 함께 있었지만, 그녀는 너무 바빠 동혁에게 신경을 쓸 시간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세방그룹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셔널센터 빌딩을 나왔다. 선우설리가 마이바흐를 타고 이미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차 안에는 선우설리뿐만 아니라 최원우도 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회장님.” “안녕하세요. 주, 주인님...” 선우설리는 여느 때와 같이 동혁을 불렀지만, 최원우는 그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 동혁은 살며시 웃으며 하인이 된 최원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왜 이렇게 더듬거리지? 날 그렇게 부르기 싫어?” “아닙니다. 부를 수 있어요.” 최원우는 어색하게 웃었다.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그냥 형님이라 불러.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테니까. B시 최씨 가문의 도련님이 나를 주인이라고 부르면 번거로운 일들이 괜히 많아지지 않겠어?” “아, 예, 형님!” 최원우와 선우설리 모두 기세가 비범했다. 그 두 사람이 지금 동혁 앞에 서있었다. 오가는 행인들과 차량들이 잇달아 곁눈질을 하며 쳐다보
“아직도 경매 물건을 미친 듯이 쓸어 담고 있습니다.” “진씨 가문에서는 직접 대출을 받으러 찾아왔습니다. 막 경매로 산 사업을 담보로 2000억을 대출을 신청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분부대로 승인했습니다.” 선우설리는 가란은행의 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제는 H시 은행계의 여왕이라 할 수 있었다. “진한영, 그 바보 같은 늙은이. 정말 자기 분수를 하나도 모르는군. 그저 작은 가문일 뿐인데 N도 이씨 가문을 흉내 내려 하다니.” 동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진씨 가문이 세화 가족을 등진 이후로 동혁은 거리낌 없이 진한영의 본명을 불렀다. 나이가 많았지만 동혁은 그에 대한 존중심이 조금도 없었다. “세화가 경매에 참가할 거야. 나 대신 설리 사장이 규모가 크고 전망이 좋은 사업을 골라주면 좋겠어. 내가 사서 선물로 주고 싶으니까.” “아무리 2000억이 있어도 부족할 거야.” 동혁이 다시 지시했다. ‘세화 성격상 사업을 확장하려고 맹목적으로 대출을 받지는 않을 거야.’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 자기 능력 밖의 일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럼 아예 내가 사서 세화에게 주는 게 낫지.’ 선우설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럼 혜성그룹으로 하시죠. 성세그룹에서도 이미 평가를 마쳤어요.” 황지강도 성세그룹을 이끌고 3대 가문의 사업을 경매하고 있었다. 동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설리가 추천했으니 분명 좋은 물건이겠군.’동혁이 중얼거렸다. “세방그룹에 혜성그룹. 세화가 여러 직책을 겸하면 분명 아주 힘들어질 거야. 나중에 합병해서 이름을 바꿔야겠군.” 세화는 원래 워커홀릭이었고 동혁은 그런 그녀가 더 힘들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회장님, 혜성그룹의 경매는 내일 다이너스티호텔에서 열립니다.” “다이너스티호텔?” 동혁이 인상을 썼다. “좀 먼 곳에서 할 수는 없을까?” “먼 곳이요?” 최원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눈앞의 선우설리가 최원우를 차갑게 흘끗 쳐다보았다. 최원우는 얼른 입을 다물며 자신은 여
“오늘 밤 산에서 자면 내일 출근은 어떡하려고?” 세화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 그녀는 동혁이 최근 항난그룹에 출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혁이 말했다. “괜찮아, 그룹의 일은 수소야 사장이 책임지고 있으니까. 내가 하루 안 간다고 별 영향이 없어.” “동혁 씨의 그런 근무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아. 수 사장님은 약속을 중시하시지. 거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출근도 잘해야 해. 아니면 사장님께 휴가를 내던지.” 세화는 동혁에게 진지하게 조언했다. “알았어. 휴가 낼게.” 동혁은 어쩔 수 없이 수소야에게 전화를 걸어 휴가를 신청했다. “예지원이라고 내 중학교 동창이 있는데 태백산장의 지배인이야. 내가 지원이에게 방을 예약해 달라고 해야겠어.” 세화가 전화로 방을 예약하려 했다. “방 두 개 예약해!” 류혜진이 갑자기 나타났다. 동혁을 보는 눈빛은 마치 도둑을 예방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이것만으로 마음이 놓이지 않아 천화를 불렀다. “천화야, 누나네랑 태백산장에 가서 하루 놀다 와.” 천화는 동혁이 자신을 째려보는 것을 발견했다. 천화는 눈치 있게 말했다. “그 산에 뭐 재미있는 게 있다고요. 잘못해서 내 페라리 488에 흠집이라도 날까 봐 무서워서 못 가겠어요.” 이 말을 하고 천화는 도망갔다. “그럼 현소가 가서 저녁에 네 언니와 같이 자.” 류혜진이 현소를 불렀다. “이모, 언니는 일하러 그곳에 가는데, 전 시끄러워서 방해될까 봐 안돼요.” 현소도 동혁을 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언니와 형부는 결혼했는데 아직도 서로 계속 각방에서 잤지?’ 현소는 동혁을 걱정해 주었다. ‘역시 저 두 동생들.’ ‘아주 하나같이 똑똑해.’ ‘세화도 내 계획을 눈치채지 못했는데 저 녀석들은 한눈에 바로 눈치채잖아.’ “제가 갈게요. 제가 밤에는 매형이랑 잘게요!” 현수가 거들먹거리며 걸어왔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동혁을 노려보았다. ‘나라도 천기 형을 위해
도성환이 따라다니는 여자는 화란이었다. 그녀는 진씨 가문을 대표해 내일 경매에 참가하러 왔다. 도성환의 아첨을 들으며 화란은 얼굴에 우쭐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에 우리 진씨 가문이 소씨, 오씨, 정씨 같은 일류 가문도 모두 이겼다고.’ ‘이제.’ ‘누가 감히 우리 진씨 가문을 단지 아류 가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심지어 외부에서 소문이 돌고 있다지?’ ‘현재 우리 진씨 가문이 H시에서 유일한 최고 가문이라고.’ “아참, N도 이씨 가문의 천기 도련님도 오늘 밤 이 산장에 묵을 거야.” 이때 도성환이 화란에게 한 가지 정보를 흘렸다. “나도 알고 있어.” 뜻밖에도 화란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다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밤에 천기 도련님과 따로 약속이 있으니 오시면 나를 찾을 거야.” ‘이년이 정말? 이천기랑 사귀는 건가?’ 도성환은 속으로 욕을 했다. 그는 좀 샘이 났다. 도성환은 본래 화란과 대학 동창이었다. 화란은 대학 다닐 때 늘 방탕하게 놀았었다. 도성환 역시도 화란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화란은 이미 이천기와 어울리는 것 같아 보여 더 이상 도성환이 노릴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는 스스로 이 지저분한 남녀의 편의를 봐줘야 했다. 태백산장은 천씨 가문이 예전에 개발한 관광 프로젝트이다. 도성환은 그때 천우민에게 빌붙어 총지배인이 되었다. 그런데 3대 가문이 무너졌다.새로운 사장님이 태백산장을 인수했는데 아직 그 사람이 누군지도 몰랐다. 그는 내심 조마조마 불안했다. 그래서 화란과 이천기에게 더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어, 너희들도 왔어?” 바로 그때 화란은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 중인 동혁과 세화 등을 발견했다. “화란아, 저 사람들 알아?” 도성환이 물었다. 화란이 냉소했다. “물론 알지, 아마 너도 알 걸? 우리 가문의 그 바보 사촌 여동생과 그 바보 남편.” “아, 그 사람들.” 도성환은 순간 동혁과 세화가
방금 전까지 세화에 대한 험담을 한 그 사람들이었다. 뜻밖에도 모두 동혁에게 뺨을 맞아 땅에 쓰러졌다. “이 개X식, 감히 우리를 때려? 우리가 누군지 알아?” “어디서 바보 같은 놈이!” 맞은 사람 중 몇 사람은 코피를 흘려가며 계속 욕설을 퍼부었다. “그래, 맞아. 난 정말 바보야. 세화의 그 바보 남편이 바로 나라고.” 동혁은 손을 거두며 냉소했다. “다음에도 감히 이렇게 입을 함부로 놀려봐. 그대도 내가 너희들을 때려 줄게. 어쨌든 나 같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불법이 아니니까.” 얻어맞은 몇 명이 갑자기 울먹였다. “동혁 씨, 그냥 둬. 말썽 피우지 마.” 세화도 동혁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었다. “여보, 잠깐만. 내가 아직 손보지 않은 사람이 있어.” 동혁이 생글생글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러더니 화란 앞에 와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 짝! 화란이 피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순간 얼굴에 새빨간 손자국이 하나 생겼다. 그녀는 뺨을 가리고 화가 나서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이 바보 같은 놈이, 또 나를 때려?” 화란과 태휘 남매는 이미 동혁에게 몇 번이나 맞았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누가 너더러 천박하게 입을 놀리래?” 동혁은 담담하게 한마디 하며 화란을 자극했고, 그녀는 너무 화나게 해서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화란아 괜찮아?”도성환은 깜짝 놀라 얼른 동혁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소리쳤다. “경호원! 뭘 멍하니 있어요? 당장 이 바보를 쫓아내!” “그리고 이 바보의 아내도 태백산장에서 함께 쫓아내고요!” 그는 화란이 세화를 미워한다는 것을 알고 바로 세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세화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쫓겨난다고?’ ‘그럼 내일 경매에는 참가할 수 없는데?’ 바로 그때 세화의 중학교 동창인 예지원이 조용히 도성환에게 다가갔다. “도 총지배인님, 세방그룹도 저희의 고객입니다.” “고객 간 충돌은 자기들 스스로 조정하라고 두고 저희가 괜히 끼어들어 관여하지 않는 게 좋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