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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작가: 이야기보따리
강준석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갈등이 가득했다.

소예지는 눈을 깜박이며 오히려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강준석을 바라보았다.

강준석은 꽉 쥐었던 주먹을 천천히 풀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예지야, 지금 아니라 차라리 나중에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하지만 소예지는 이미 궁금증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준석 선배, 우리 사이에 감출 게 뭐가 있어? 그냥 말해 줘. 저는 이 연구가 최대한 빨리 시작되길 원해.”

강준석은 한참 소예지를 바라보다 조심스레 물었다.

“만약 이 연구가 결국 심유빈을 살리기 위한 거라면... 그래도 참여하고 싶어?”

소예지는 순간 마음이 불편했다. 심유빈을 돕고 싶지 않았으나 이 연구는 한 사람만이 아니라 수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이었다. 무엇보다 평생 품어온 소망인 백혈병을 정복하고 싶다는 꿈이 걸려 있었다.

소예지는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연구를 포기할 순 없어. 내 감정은 철저히 다스릴 테니까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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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앞에서 고이한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소예지를 바라보며 말했다.“기다려.”“응.”고이한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 태연한 표정으로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자 소예지는 복도에 서서 굳게 닫힌 수술실 문을 바라보았다.이상하게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때 김경환이 다가와 물었다.“소 박사님, 이쪽에 차와 간식 준비해 뒀습니다. 잠시 쉬고 계시겠습니까?”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마련된 휴게 공간으로 이동했다.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며 긴장을 풀어 보려 했지만 아무리 들여다봐도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2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났지만 수술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그렇게 거의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문이 열렸다.고이한은 침대에 누운 채 밖으로 나왔다. 얼굴은 조금 창백했지만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휴식 병실로 옮겨진 뒤 의료진은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나갔다.소예지는 침대 옆에 앉아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파?”고이한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그는 소예지를 바라보며 물었다.“나 걱정돼?”소예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고이한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앞으로 잘 보상해 줘.”소예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를 노려보았다.“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와?”고이한은 그저 기분 좋은 듯 웃었다.그 후 일주일 동안 고이한은 집에서 쉬며 업무를 처리했고 소예지는 다시 바쁜 연구 일정에 휘말렸다.가끔 야근을 하기도 했지만 최대한 일찍 돌아와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그사이 진가영과 고수경도 같은 별장 단지로 이사했다.가장 기뻐한 사람은 고하슬이었다. 앞으로는 방과 후에 할머니 집에 가서 놀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진가영의 집에는 고하슬의 식사를 따로 챙겨 줄 보모 두 명도 고용했다.고이한이 수술받은 일은 고씨 집안에는 철저히 비밀로 유지됐다. 진가영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 아파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그날 밤 고하슬은 할머니 집에 놀러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03화

    소예지는 고이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되물었다.“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어?”고이한의 눈에 순간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 하지만 곧 무언가 떠올랐는지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비서가 말했어?”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깊은 눈동자에는 숨김없는 솔직함과 진심만이 담겨 있었다.“원래는 다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어. 괜히 당신 걱정할까 봐.”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소예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내가 말했잖아. 그럴 필요 없다고...”고이한은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걱정하지 마. 일단 가서 수술에 대해 상담부터 받아 볼게.”그는 고개를 조금 더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임신하고 아이 낳으면서 겪었던 고생을 당신한테 또 시키고 싶지 않아.”소예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쓸었다.“이런 일이 생길 가능성을 완전히 막으려면 정관 수술이 가장 확실해. 예지야. 우리한테는 하슬이 하나면 충분해.”소예지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도 나중에 아이를 또 갖고 싶어질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어.”고이한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나중에 아이를 갖고 싶어지면 지금 의술로는 수술했어도 다시 복원할 수 있어. 난 그냥 당신이 또 고생하는 게 싫은 거야...”그는 소예지의 귓가로 다가가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그리고 당신이 좀 더 편했으면 좋겠고...”소예지의 귓불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부끄러움과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고이한이 낮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맞닿은 가슴을 타고 전해졌다. 그녀를 끌어안은 팔에도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아무 말이나 하는 거 아니야. 사실을 말한 거야. 걱정할 일이 없어야 마음껏 즐길 수 있잖아.”고이한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눈가에는 짓궂은 웃음이 번져 있었다.소예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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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억 원.그가 평생을 바쳐 일한 결과가 결국 이 모양이었다.방재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갔다.그가 막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을 때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방재근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아내 조미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오후에 가영 언니 집에 갈 건데 겸사겸사 유나 데리고 가서 인사도 좀 시키려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방재근은 휴대폰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조미란, 입 다물어.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나 있어?”“내가 또 뭘 했는데요?”“집에 가서 보자고.”방재근은 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한 뒤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한편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그는 소예지를 소파에 앉힌 뒤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아까 내가 했던 말들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일부러 그런 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소예지는 가볍게 웃었다.“나 신경 안 써.”“정말?”고이한의 눈에는 아직 조금 불안한 기색이 남아 있었다.“남들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소예지는 옆자리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다.“앉아. 이야기 좀 하자.”고이한은 그녀의 옆에 앉았다.소예지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방재근 씨 일은 잘 처리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냉정하게.”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작 정리했어야 할 사람이야.”“응.”소예지도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그럼 나는 먼저 연구실로 돌아갈게.”고이한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당신은 남아서 일 처리해.”소예지는 그의 시간을 더 빼앗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고이한이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았다.“점심만 같이 먹고 가면 안 돼?”소예지는 순간 멈칫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고이한은 비서에게 차와 간단한 디저트를 준비해 달라고 한 뒤 잠시 밖으로 나갔다.혼자 남은 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통유리창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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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근의 얼굴에는 창백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그는 떨리는 입술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던 체면도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자존심도 모두 무너진 순간이었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는 고이한을 바라보았다. 고이한 역시 그녀를 보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서슬 퍼렇던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그런 고이한을 바라보는 순간 소예지의 눈시울이 조금 뜨거워졌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가 자신을 이토록 거리낌 없이 보호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이한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았다.“가자.”낮은 목소리와 함께 맞잡은 손에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소예지는 손을 빼지 않고 그대로 고이한을 따라 회의실을 나섰다.조용한 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고이한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는 몸을 돌려 소예지를 품에 끌어안았다.“예지야.”조금 잠긴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고이한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소예지는 평소보다 조금 빠른 그의 심장 박동을 들었다.“미안해.”고이한이 낮게 말했다.“당신이 이런 일을 겪게 해서.”소예지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를 살짝 밀어낸 뒤 얼굴을 바라보았다.“다음부터는 이런 일 때문에 화내지 마. 저런 사람 때문에 당신이 화낼 필요 없어.”그러자 고이한은 다시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소예지가 그의 품에 안긴 채 조용히 말했다.“누구도 우리 관계를 평가할 자격 없어. 나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써.”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당신도 신경 쓰지 마.”방금 전 고이한이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예지는 자신이 그를 정말 걱정하고 있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울렸다.문이 열리자 고이한은 소예지의 어깨를 감싼 채 안으로 들어갔다.“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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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근은 원래부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그런 그가 고이한에게 모든 주주가 보는 앞에서 이토록 체면을 구겼으니 쉽게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앞으로 감당해야 할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자신의 자존심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었다.결국 방재근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이한을 노려보던 그의 시선이 곧 분노 어린 눈빛으로 소예지에게 향했다.“이한아, 네가 왜 나한테 이러는지 알아.”그가 차갑게 웃었다.“결국 네 옆에 있는 소예지 때문 아니냐?”방재근은 비웃듯 말을 이었다.“나는 그저 좋은 뜻에서 조언한 것뿐이야. 네가 다시 아내를 맞이해서 고씨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고 말한 게 뭐가 잘못됐나?”그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고씨 가문에 후손이 더 필요하고 제대로 된 후계자가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런데 네 전처는 다시 결혼한다고 해도 아이를 더 낳아 주지 않을 거 아니야.”방재근은 당당하다는 듯 고이한을 바라보았다.“내 말이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그 말이 끝나자 회의실 안이 죽은 듯 조용해졌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예지에게 향했다가 이내 황급히 다른 곳으로 돌아갔다. 괜히 고이한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방재근은 멈추지 않았다.“이 말은 네 앞이라서 하는 게 아니야. 네 어머니 앞이라고 해도 나는 똑같이 말할 거다.”그는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듯 말을 이어갔다.“고씨 가문에는 후손이 필요하고 너에게도 자격 있는 후계자가 필요해. 내가 이렇게까지 신경 써서 말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방재근이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다 너희 집안을 위해서야.”소예지도 방재근이 이사회 자리에서 이런 말까지 꺼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러다 옆을 보니 고이한이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고 있었고 손등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소예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고이한의 턱선은 이미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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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기다릴게요.”2분쯤 지나자 복도 모퉁이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이어 짙은 색 정장을 입은 고이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는 김경환과 연배가 있는 주주 두 명이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고이한의 시선은 가장 먼저 소예지에게 향했다. 그녀를 발견한 순간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왔으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목소리에는 살짝 서운한 기색과 함께 투정이 묻어 있었다.소예지가 어쩔 수 없이 설명했다.“오는 길에 임 이사한테 전화를 받아서 바로 왔어.”임재석은 한동안 고이한을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소예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최근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모양이었다.그때 고이한이 곁에 있던 임재석에게 시선을 돌리자 임재석이 곧바로 설명했다.“고 대표님, 오늘 안건 중에 소 대표님께서 직접 참석하셔야 할 내용이 있어서 제가 연락드렸습니다.”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걱정하지 마. 임 이사가 올린 안건은 반드시 통과될 거야.”“고마워.”짧게 대답하는 소예지를 바라보던 고이한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가자. 들어가자.”회의실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함께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향했다. 몇몇 주주들은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고 방재근은 자리에 앉은 채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고이한은 소예지를 데리고 상석 옆자리로 향해 직접 의자를 빼주었다. 소예지가 자리에 앉은 뒤에야 그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곧 회의가 시작되고 여러 안건이 차례로 논의되었다.고이한은 상석에 앉아 내내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 필요한 순간에는 고개를 돌려 소예지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주었고 소예지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었다.마침내 호텔 프로젝트 업그레이드 안건을 논의할 차례가 되었다.한동안 주주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가던 중 방재근이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저는 이 제안에 문제가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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