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7년 전, "장난이었어" 한마디로 나를 버린 첫사랑이 내 팀원이 되어 돌아왔다. 팀장 문해솔에게는 2년을 함께한 연인 채린이 있다. 그런데 권지오와 단둘이 남는 밤마다, 미워해야 할 사람 앞에서 몸이 먼저 무너진다. 거짓말이 쌓이는 사이 채린은 먼저 이별을 고하고, 지오 곁에는 해솔이 모르는 그녀의 시간을 아는 선배 서도하가 나타난다. 잃은 사람, 잃을까 두려운 사람, 다른 미래를 내미는 사람. 서로를 질투하고 원하고 상처 입히는 네 사람. 그때 그 말은, 정말 장난이었을까.
View More안 된다고 말은 했지만, 해솔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지오를 내려다보는 눈이 흔들렸다. 민소매 아래로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 지오를 무너뜨리는 동안, 해솔의 숨도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한참 그렇게 버티다가.해솔이 지오의 손목을 잡았다.이번엔 시트에 누르지 않았다.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지오의 손바닥이 해솔의 허리에 닿았다. 민소매 자락 아래, 맨살에.“이제 해요.”작은 목소리였다. 명령이라기보다 무너지는 소리에 가까웠다.지오가 몸을 일으켰다. 해솔은 그대로 지오의 무릎 위에 올라앉은 자세가 됐다. 얼굴이 가까웠다. 해솔이 아직 조금 더 높은 자리였다.지오는 민소매 자락을 쥐고 천천히 들어 올렸다. 해솔이 팔을 들어 주었다. 옷이 머리 위로 빠져나가고, 풀어진 머리카락이 다시 어깨로 쏟아졌다.가로등 불빛이 이번엔 해솔의 몸 위에 선을 그었다. 둥근 어깨, 도드라진 쇄골, 옅게 붉어진 가슴. 가는 허리까지.7년 만이었다.지오의 손이 해솔의 등을 쓸어내렸다. 척추를 따라, 허리가 움푹 꺼지는 자리까지. 손바닥이 그 자리에 멈추자 해솔의 숨이 멎었다.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손끝에서 하나씩 돌아왔다.지오의 손이 바지 허리춤을 찾았다. 해솔이 허리를 들어 도왔다. 옷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지오의 가운도 어느새 몸 아래에 구겨져 있었다. 이제 둘 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다.지오는 서두르지 않았다. 해솔이 어디서 숨을 삼키는지, 어디서 허리를 비트는지, 어디를 만지면 지오의 어깨를 움켜쥐는지. 하나씩 다시 찾아갔다.해솔의 손톱이 지오의 어깨에 파고들었다. 허벅지가 가늘게 떨렸다. 이마가 지오의 이마에 닿았다. 뜨거운 숨이 서로의 입술 사이에서 섞였다.해솔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세게. 소리를 삼키려고.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무언가를 막으려고. 입술 가운데가 하얗게 질렸다.지오의 엄지가 올라갔다.생각보다 손이 먼저였다. 7년 전 작업실에서 수없이 그랬던 것처럼. 엄지가 해솔의 입술을 눌러 이 사이에서 떼어 냈다.“그만 깨
“…해.” 지오가 말했다. 해솔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리지 않았다. 해솔의 손가락이 반쯤 풀린 가운 끈을 끝까지 당겼다. 면 끈이 고리를 빠져나가며 사르륵 스쳤다. 매듭이 풀리고, 가운 앞자락이 양쪽으로 벌어졌다. 새벽의 서늘한 공기가 맨살에 한꺼번에 닿았다. 커튼 틈으로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지오의 몸 위에 가느다란 선을 그었다. 쇄골에서 시작해 가슴 사이를 지나, 마른 배 위로. 샤워를 하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걸쳤던 가운이었다. 해솔의 시선이 그 빛의 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그리고 손끝이 시선을 따라왔다. 쇄골 가운데에서 시작해, 불빛이 그은 선을 그대로 덧그리듯 아래로. 가슴 사이를 지나, 명치를 지나. 차가운 손끝이었다. 손끝이 지나간 자리마다 피부가 오소소 일어섰다. 배꼽 바로 위에서 손끝이 멈췄을 때, 지오가 저도 모르게 배에 힘을 줬다. 지오는 가운을 여미지 않았다. 대신 손이 다시 해솔의 허리로 갔다. 키스할 때 이미 한 번 쥐었던 자리였다. 후드티 아래, 얇은 허리선. 해솔이 그 손목을 잡았다. 손끝처럼 손바닥도 차가웠다. 그리고 떼어 냈다. “손 내려요.” 지오의 손을 옆으로 내려놓으며, 해솔이 덧붙였다. “아직.” 해솔이 지오의 어깨를 밀었다. 세게 민 것도 아닌데 지오의 다리가 침대 모서리에 걸렸다. 지오는 그대로 침대에 앉았다. 시트가 허벅지 뒤에 서늘하게 닿았다. 해솔이 지오의 무릎 사이에 섰다. 지오보다 한 뼘 작은 해솔이, 지금은 위에서 지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후드티를 벗었다. 머리 위로 한 번에. 묶었던 머리가 풀려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안경이 비뚤어졌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안에는 얇은 민소매 하나뿐이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로 둥근 어깨와 가느다란 팔이 드러났다. 7년 전보다 조금 말라 있었다. 쇄골이 더 도드라졌고,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옅게 붉어져 있었다. 지오는 보기만 했다. 손은 시키는 대로 시트 위에 있었다. 손가락 끝이 시트를 조금 쥐었다.
새벽 두 시.지오는 불 꺼진 방에서 천장만 보고 있었다.잠이 오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물을 두 컵이나 마셨는데도 취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다. 머리는 맑은데 몸만 조금 뜨거웠다.너 세 잔이면 울잖아.자기 입으로 한 말이 자꾸 되감겼다. 7년 동안 한 번도 꺼내지 않던 기억을, 하필 그 얼굴 앞에서 꺼냈다.지오는 휴대폰을 켰다. 메신저 맨 위에 해솔의 마지막 메시지가 떠 있었다. [문해솔] 내일 체크아웃 9시. 로비에서 봬요.업무 말투 그대로였다. 지오는 화면을 끄고 돌아누웠다. 눈을 감았다. 소용없었다.똑똑.노크 소리였다. 옆방 벽이 아니라, 712호 문이었다.지오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다 일어나 문을 열었다.해솔이 서 있었다.화장을 지운 맨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 회색 후드티 차림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붉던 얼굴은 이제 원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해솔은 멀쩡히 깨어 있는 얼굴이었다.손에는 편의점 봉지가 들려 있었다.“이거요.”해솔이 봉지를 내밀었다. 안에 숙취 해소제 두 병과 생수 한 병이 보였다.“대신 마신 거, 빚지기 싫어서요.”지오는 봉지를 받았다.“고마워.”반말이 또 나왔다. 해솔은 고치라고 하지 않았다.해솔은 돌아서지 않았다.문턱 바로 바깥에 선 채로 지오를 보고 있었다. 봉지를 건넸으면 끝나는 일이었다. 713호는 바로 옆이었다. 세 걸음이면 돌아갈 수 있었다.해솔은 움직이지 않았다. 후드티 끈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복도 조명이 해솔의 안경알에 작게 맺혀 있었다.지오의 입이 먼저 열렸다. 평소라면 끝까지 삼켰을 말이었다.“왜 뽑았어.”합격 전화를 받던 날, 지오는 누가 뽑았는지를 물었다. 지금 묻는 건 그게 아니었다.해솔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안경을 한 번 밀어 올렸다. 그리고 지오를 똑바로 올려다봤다.“당신이 한 짓 그대로 해 주고 싶어서.”당신.권지오 씨도, 선배도 아닌 호칭이었다. 회사에서는 한 번도 쓰지 않던 말이었다.“내가 한 짓?”물으면서도 짐작
다음 주 화요일 아침 일곱 시, 서울역.부산행 KTX 좌석은 회사에서 한꺼번에 예매해 둔 것이었다. 5호차 9A, 9B. 창가가 지오, 통로 쪽이 해솔이었다.한결제과 본사 미팅. 본부장 지시로 잡힌 1박 2일 출장이었다.비상계단 일이 있고 나서 엿새. 해솔은 그 일이 없었던 사람처럼 굴었다. 업무 지시는 메신저로, 대답은 짧게, 눈은 거의 마주치지 않았다. 지오도 그렇게 했다.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열차가 출발하자마자 해솔은 태블릿을 켜고 미팅 자료만 넘겼다. 옆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지오는 창밖을 봤다. 회색 건물들이 뒤로 밀려났다.대전을 지날 무렵, 태블릿 넘기는 소리가 멈췄다.돌아보니 해솔이 눈을 감고 있었다. 태블릿은 무릎 위에 엎어져 있었다. 어젯밤 늦게까지 자료를 고친 모양이었다. 메신저 마지막 알림이 새벽 한 시였다.안경을 벗은 얼굴은 면접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둥근 볼 때문에, 스물한 살 때 얼굴이 그대로 겹쳤다.지오는 다시 창밖을 봤다.잠시 뒤, 어깨가 무거워졌다.해솔의 머리였다.지오는 그대로 굳었다. 숨을 쉬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해솔이 깰 것 같았다. 깨면, 이 거리가 끝날 것 같았다.코끝에 샴푸 냄새가 닿았다.익숙한 냄새였다. 7년 전 작업실, 밤새 시안을 붙잡다 지오 어깨에 기대 졸던 해솔에게서 나던 냄새와 아주 비슷했다. 같은 샴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시선이 저절로 아래로 내려갔다. 해솔의 셔츠 깃.지난주 거기 있던 붉은 자국은 거의 사라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옅은 흔적만 남아 있었다.지오는 그걸 확인한 자기가 싫었다.신경 쓸 자격이 없는 일이었다. 자국이 있든 없든, 누가 남겼든.그런데 방금, 분명히 안도했다.지오는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소리 나지 않게,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냄새 맡았죠.”지오의 숨이 멎었다.해솔의 목소리였다.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머리도 그대로 지오의 어깨에 기대 있었다.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