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4
By:  6jayIn-update ngayon lang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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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스트리밍 스타 윤도희. 생방송 중 쓰러진 그녀가 살기 위해 찾아간 남자는 냉혹한 피트니스 대표 강태혁이었다. 그가 내민 건 100일간의 감금 계약서. 위약금은 무려 30억. “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내 허락을 거친다.” 음식도 자유도 통제당하던 도희는 조금씩 그의 규칙을 뒤집기 시작한다. 그러자 모든 것을 지배하던 남자가 오히려 그녀에게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처음엔 그녀가 굶주렸다. 이제는 그가 그녀를 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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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001화. 28만 명 앞에서

[엄마, 나 지금 좀 아파...]

- [엄마: 돈부터 보내. 네 동생 길바닥에 나앉게 할 거니?]

도희는 답장을 읽고도 웃었다.

카메라 앞이었다.

[도희의 한입만 -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동시 접속자 수: 284,190명

진행 시간: 1시간 42분

구독자 280만 명의 먹방 크리에이터 윤도희. 지금도 2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가 다음 접시를 당기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자, 여러분. 통대창 마지막 세 줄 남았네요. 이번에는 불닭면이랑 같이 먹어볼게요!”

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젓가락을 들었다. 테이블에는 치즈돈가스와 떡볶이도 남아 있었다. 한입을 삼킬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렌즈에 음식이 잘 보이도록 손목부터 돌렸다.

씹는 동안 댓글을 읽고, 삼킨 뒤에는 웃으며 답했다. 말이 끊기면 질문을 골라 분위기를 돌렸다. 혼자 시작한 채널을 여기까지 키워 온 요령이었다.

오늘은 짧은 대답 하나에도 숨이 찼다.

[슈퍼챗 100,000원] 불닭면에 대창 싸서 한입만! 끝까지 다 먹으면 30만원 더 쏜다!

“킹왕짱 님, 감사합니다. 약속한 조합부터 먹어볼게요.”

손목에 표시된 맥박이 눈에 들어왔다. 분당 135회. 소매를 끌어내려 가리자, 이번에는 테이블 아래의 무릎이 떨렸다.

언니, 오늘 좀 힘들어 보이는데?

천천히 먹어요. 쉬어도 돼요.

쉬라는 말에 젓가락이 잠깐 멎었다.

“물 좀 마시고 갈게요.”

컵을 드는 동안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희는 물을 한 모금 넘긴 뒤 컵을 내려놓고 화면을 켰다.

[엄마: 민호 오피스텔 잔금 오늘 5시까지야. 3,000만원 안 넣으면 계약금 5,000만원 다 날린다. 저번 주 식품 협찬비 정산 들어왔잖아.]

협찬비가 들어오는 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

어디가 아픈지는 묻지도 않으면서.

답장을 쓰려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엉뚱한 글자를 누르고 지우기를 거듭한 끝에 겨우 한 줄을 완성했다.

[나: 방송 끝나면 얘기하자. 지금 진짜 힘들어.]

기다리는 동안에도 모니터에는 웃는 얼굴이 떠 있었다. 답장이 늦어지면 괜히 휴대전화를 한 번 더 눌렀다. 어디가 아프냐는 말이 오면, 그때는 참지 않고 전부 말할 생각이었다.

[엄마: 힘들다면서 웃기는 잘 웃네.]

도희의 입꼬리가 굳었다.

어머니도 이 방송을 보고 있었다.

손목을 가리고, 떨리는 손을 카메라 밖으로 숨기고, 아픈 기색을 지우느라 애쓴 얼굴이 어머니에게는 돈을 더 요구할 이유가 됐다.

손끝이 화면 위를 맴돌았다.

‘내가 좋아서 웃는 줄 알아?’

쓰지도 못한 말이 목에 걸렸다. 여기서 다투면 어머니는 방송 중에도 전화를 걸어올 사람이었다. 도희는 휴대전화를 무릎으로 내리고 카메라를 보았다.

“아, 죄송해요. 잠깐 연락이 와서요.”

또 웃었다. 제 얼굴인데 보기 싫었다.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사채 빚을 남기고 사라진 뒤, 신림동 반지하의 밥상에서는 늘 같은 말을 들었다.

‘밥값도 못 하는 년이!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고 싶으면 나가서 돈을 물어와!’

그릇을 밀어놓으면 집에서도 쫓겨날 것 같아 울면서 밥을 삼켰다. 스물여덟이 된 지금은 혼자 벌어 혼자 살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머니에게 돈을 못 보내겠다는 말은 쉽지 않았다. 대꾸하는 순간 쏟아질 욕설이 먼저 떠올랐다.

도희는 대화창을 다시 열었다.

[나: 지금은 못 보내.]

붙이려던 ‘미안해’를 지웠다. 손가락이 전송 버튼 위에서 한 번 머뭇거렸다. 화면 밖의 제 무릎을 보니, 바지 주름이 떨릴 만큼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눌렀다.

읽음 표시가 뜨자마자 전화가 걸려왔다. 도희는 수신을 거절하고 휴대전화를 엎었다. 진동이 손바닥에 남아 있는 것 같아 두 손을 무릎에 문질렀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여기까지 먹겠다고 하면 됐다.

그런데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후원한 사람들의 닉네임이 화면에 남아 있었다. 도희는 그 아래로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을 읽었다.

아직 많이 남았는데 벌써 끝나요?

얼굴 안 좋아요. 오늘 그만해도 돼요.

누군가는 기다리고, 누군가는 걱정했다. 어느 쪽에 먼저 답해야 할지 몰라 숟가락만 고쳐 쥐었다. 끝까지 먹겠다고 한 사람이 자신이었다.

이제 막 안 된다고 했는데.

어머니에게는 겨우 보낸 그 말을, 렌즈 앞에서는 또 삼키고 있었다.

도희는 치즈돈가스 한 조각을 떴다. 한입만 더 먹고 끝내자. 그러면 약속을 어겼다는 말은 덜 들을지도 몰랐다.

“우읍…….”

넘기려던 순간 쓴 물이 치밀었다. 입을 가리고 숨을 고르려 했지만 관자놀이가 쿵쿵 울렸다. 링라이트의 둥근 테두리가 겹쳐 보이고, 숟가락을 쥔 손끝에서 감각이 빠져나갔다.

‘이상해.’

삼키는 일보다 숨을 쉬는 일이 급해졌다. 도희는 빈손으로 마우스를 더듬었다. 방송을 꺼야 했다. 지금 당장.

커서가 종료 버튼을 지나쳤다. 손목을 다시 움직여도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몇 번을 눌러도 ‘방송 중’ 표시는 꺼지지 않았다.

“여러분…… 잠시, 잠시만요…….”

발음이 뭉개졌다. 손에서 빠져나간 숟가락이 바닥에 부딪쳤다.

챙그랑-!

도희님 왜 저래?

안색 봐. 장난 아닌 것 같은데.

누가 119 좀 불러요!

채팅창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도희는 책상 모서리를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연락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2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고 있었다.

지금은 그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구하러 와 줬으면 했다.

도희는 꺼지지 않는 렌즈를 향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저 좀…….”

도와달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희의 몸이 테이블 쪽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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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1화. 28만 명 앞에서
[엄마, 나 지금 좀 아파...] - [엄마: 돈부터 보내. 네 동생 길바닥에 나앉게 할 거니?]도희는 답장을 읽고도 웃었다. 카메라 앞이었다.[도희의 한입만 -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 동시 접속자 수: 284,190명 진행 시간: 1시간 42분구독자 280만 명의 먹방 크리에이터 윤도희. 지금도 28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녀가 다음 접시를 당기기만 기다리고 있었다.“자, 여러분. 통대창 마지막 세 줄 남았네요. 이번에는 불닭면이랑 같이 먹어볼게요!”휴대전화를 뒤집어 놓고 젓가락을 들었다. 테이블에는 치즈돈가스와 떡볶이도 남아 있었다. 한입을 삼킬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지만, 렌즈에 음식이 잘 보이도록 손목부터 돌렸다.씹는 동안 댓글을 읽고, 삼킨 뒤에는 웃으며 답했다. 말이 끊기면 질문을 골라 분위기를 돌렸다. 혼자 시작한 채널을 여기까지 키워 온 요령이었다.오늘은 짧은 대답 하나에도 숨이 찼다.[슈퍼챗 100,000원] 불닭면에 대창 싸서 한입만! 끝까지 다 먹으면 30만원 더 쏜다!“킹왕짱 님, 감사합니다. 약속한 조합부터 먹어볼게요.”손목에 표시된 맥박이 눈에 들어왔다. 분당 135회. 소매를 끌어내려 가리자, 이번에는 테이블 아래의 무릎이 떨렸다.언니, 오늘 좀 힘들어 보이는데? 천천히 먹어요. 쉬어도 돼요.쉬라는 말에 젓가락이 잠깐 멎었다.“물 좀 마시고 갈게요.”컵을 드는 동안 다시 휴대전화가 울렸다. 도희는 물을 한 모금 넘긴 뒤 컵을 내려놓고 화면을 켰다.[엄마: 민호 오피스텔 잔금 오늘 5시까지야. 3,000만원 안 넣으면 계약금 5,000만원 다 날린다. 저번 주 식품 협찬비 정산 들어왔잖아.]협찬비가 들어오는 날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알까. 어디가 아픈지는 묻지도 않으면서.답장을 쓰려는데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엉뚱한 글자를 누르고 지우기를 거듭한 끝에 겨우 한 줄을 완성했다.[나: 방송 끝나면 얘기하자. 지금 진짜 힘들어.]기다리는 동안에도 모니터에는 웃는 얼굴이 떠 있었다. 답장이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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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2화. 병실까지 따라온 청구서
콰당탕-!테이블 위의 크림 불닭 떡볶이 그릇과 기름진 불닭 소스가 와장창 엎어지며 붉은 양념이 하얀 러그와 도희의 상체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렸다.스튜디오의 조명이 기괴하게 회전했다.차가운 바닥에 뺨을 댄 채 헐떡이던 도희는 눈을 뜨려 했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28만 시청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마저 아득해졌다. 저 멀리서 다가오는 앰뷸런스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가 파도처럼 잦아들었다.검은 어둠이 그녀의 모든 의식을 깊은 심연 속으로 집어삼켰다.***코끝을 후비는 소독약 냄새와, 일정한 간격으로 고막을 두드리는 심전도 모니터의 전자음이 동시에 밀려들었다.눈을 떴다 감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야 희뿌연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머리맡에는 수액 팩이 매달려 있었고, 오른손등은 고정 테이프 주변까지 검푸르게 부어 있었다. 손을 움직이자 테이프가 피부를 잡아당겼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도희는 눈을 감은 채 통증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누웠다. 마른침이 목에 걸려 입술만 축였다.“정신이 좀 듭니까?”건조한 목소리가 귀 가까이 닿았다.고개를 돌리니 흰 가운을 입은 박 교수가 차트를 펼치고 서 있었다. 간호기록을 훑던 그는 도희와 눈이 마주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무슨 말을 듣게 될지 가늠조차 안 됐다. 도희는 이불 끝을 움켜쥐었다.“여기가…… 병원인가요? 제 방송은…….”말라붙은 입술 사이로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박 교수는 대답 대신 차트에 끼워 둔 검사지를 앞으로 밀어냈다. 도희의 머릿속은 아직 방송 테이블에 남아 있었지만, 의사가 가리키는 숫자들은 전혀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서울대병원 집중치료실입니다. 생방송 도중 쓰러져 응급실에 온 지 12시간 됐어요. 도착 뒤에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지 지켜봐야 했습니다.”뇌 영상과 혈액검사 결과가 나란히 펼쳐졌다. 도희에게 까맣고 하얀 영상은 읽을 수 없는 암호에 불과했다. 대신 검사표 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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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3화. 강철의 포식자
어머니의 붉게 칠해진 입술만 멍하니 올려다봤다. 딸이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데, 저 시선은 어째서 검사표 한 번 보지 않는 걸까.‘나는…… 당신에게 무엇이었을까.’신림동 반지하에서 어머니가 밥상을 엎던 날에도, 저런 목소리였다.‘한 입이라도 더 처먹고 싶으면 돈을 벌어와! 돈도 못 버는 년이 밥은 왜 축내!’그 말을 믿고 280만 채널을 키워 어머니의 사치와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 수억 대의 주식 빚까지 갚았다. 그런데 아프다는 말마저 꾀병이라니. 도희는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버릇처럼 사과하려던 입을 꾹 다물었다.“나가요.”“뭐? 너 지금 엄마한테 말버릇이……”“나가라고! 나가, 이 악마 같은 인간아!”도희는 손등의 링거 바늘을 쥐어뜯었다. 피가 튀며 하얀 환자복을 붉게 물들였다.이옥순은 혀를 차며 매몰차게 병실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홀로 남겨진 병실 안, 도희는 이불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살고 싶었다. 이 끔찍한 착취의 사슬을 끊고,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남고 싶었다.울음이 잦아든 뒤 진료 일정표를 펴자, 밀린 방송 날짜부터 머리를 비집고 들어왔다. 도희는 그 생각을 밀어내며 검사와 진료 날짜에 먼저 눈을 맞췄다. 광고주에게 할 설명은 그다음이었다.추가 검사와 퇴원 계획이 정리된 날 밤, 소식을 듣고 찾아온 동료 뷰티 크리에이터 유라가 도희의 피멍 든 손을 감싸 쥐며 속삭였다.“도희야, 너 이대로 가면 진짜 요절해. 내 말 잘 들어. 딱 한 사람 있어. 정재계 VVIP들이랑 재벌가 후계자들만 전담해서 몸을 아예 영혼까지 개조해 준다는 전설적인 피트니스 챔피언.”“……누구?”“강태혁. 한남동 ‘아이언 하이엔드 짐’ 대표야. 맡은 사람은 100% 감량시킨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을 너무 굴려서 ‘피트니스의 악마’라고도 하고. 상담은 받아 봐. 하지만 병원 다니는 건 끊지 마. 그 사람이 의사는 아니니까.”아이언 하이엔드 짐, 강태혁.도희의 젖은 눈동자 속에서 절박한 생존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퇴원 수속을 밟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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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4화. 내쫓긴 상담자
자기 몸을 조금도 느슨하게 놓아두지 않는 남자였다. 도희는 방금 보았던 엄격한 자기 관리와 자신을 향해 드러내는 경멸을 구별하려 애썼다. 그가 무엇을 두려워해 저렇게까지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제 진료 기록을 끝까지 읽어주기만을 바랐다.남자의 턱짓에 비서가 서류 한 뭉치를 공손히 바쳤다. 도희가 사전에 넘겨두었던 서울대병원 진단서와 체성분 분석표였다. 종이를 받아 든 태혁의 서늘한 시선이 여백을 미끄러지듯 훑어 내렸다.“윤도희. 28세. 키 164cm, 체중 74kg. 체지방률 39.2%.”태혁은 생물학적 표본을 분류하듯 무감각한 어조로 활자를 읽어 내려갔다. 코앞에 서 있는 살아 있는 인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였다.“혈관 위험도 경고. 일과성 뇌허혈 발작 의심. 높은 간 수치와 지방간 소견.”탁, 소리와 함께 종이 뭉치가 협탁 위로 내동댕이쳐졌다.태혁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오자, 거대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도희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삼켜버렸다. 갓 뿜어낸 남자의 뜨거운 체열과 땀 냄새가 도희의 호흡을 틀어막았다. 물러서려는 본능을 억누르며 도희는 힘겹게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위아래로 그녀의 굴곡을 훑어내리는 태혁의 입꼬리가 역겨움을 감추지 못하고 비틀렸다.“사람의 육체가 아니군. 기름 찌꺼기와 조미료를 주워 담은 음식물 쓰레기통이지.”순식간에 피가 빠져나간 도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려갔다.“저, 저는…… 살고 싶어서 왔어요. 대표님이 시키는 운동이라면 뭐든……”“입 닥쳐.”얼음장을 쪼개는 듯한 음성이 도희의 말을 단칼에 베어냈다.“여긴 방송용 다이어트 캠프가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각오만 외치는 사람은 받지 않아. 네 기록에는 폭식한 양밖에 없군. 멈춰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실제로 뭘 바꿨지?”퇴원 후 단 한 번도 방송 카메라를 켜지 못했다는 변명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태혁의 시선은 이미 그녀를 지나쳐 출입문을 향해 있었다.협탁 위의 검사지를 붙잡으려던 도희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굳어졌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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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5화. 살고 싶다는 말
‘지금 같은 대식 먹방과 폭식은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언제 다시 쓰러질지, 그때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그 위로 겹쳐지는 건 탐욕으로 일그러진 모친, 이옥순의 표독스러운 낯짝이었다.‘그리고 민호 오피스텔 잔금은 어떡할 건데! 당장 퇴원해서 해명 라이브라도 켜!’여기서 쫓겨나면 남은 건 파멸뿐이었다.돌아가야 할 곳이라곤 저열한 돈벌레처럼 제 살점을 뜯어먹는 가족들의 생지옥, 그리고 기형적으로 불어난 위장이 찢겨 나가며 서서히 숨이 끊어지는 폭식의 나락뿐이었으니까.죽기 싫었다. 이렇게 한 줌의 쓰레기처럼 버려져, 겨우 스물여덟이라는 찬란해야 할 나이에 영안실의 얼음장 같은 철판 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눕고 싶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악에 받친 숨통을 부여잡고, 이 빌어먹을 운명의 목덜미를 물어뜯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놔! 이거 놓으라고, 이 개자식들아!”눈앞이 새빨갛게 뒤집힌 도희의 눈동자에 섬뜩한 독기가 차올랐다.도희는 제 오른팔을 짓누르고 있던 경호원을 향해 순식간에 고개를 틀었다. 제아무리 버둥거려도 손아귀 힘만으로는 떼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사내의 단단한 팔뚝을 짓이기듯 물어뜯었다.“악! 이 미친년이?!”비명과 함께 사내의 손아귀가 헐거워졌다. 도희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맹렬히 내달렸다.타타탁―!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냉랭하게 등을 돌린 채 파워 랙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던 강태혁의 거대한 등판이었다.쿵―!사나운 발소리에 태혁이 막 몸을 돌리는 찰나, 도희의 두 손이 그의 단단한 흉부를 사납게 틀어쥐었다.땀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은 검은색 기능성 티셔츠가 가냘픈 손가락 틈으로 거칠게 구겨졌다. 방금 전까지 무거운 쇠질을 거듭했던 거대한 가슴근육이 사납게 팽창하며 도희의 손바닥을 밀어냈다. 거친 호흡을 따라 요동치는 남자의 묵직한 심장 박동이 손끝의 말초신경을 타고 생생하게 곤두박질쳤다. 도희는 밀려나지 않으려 그의 옷감을 더욱 악착같이 쥐어짰다.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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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6화. 30억짜리 계약서
태혁의 서늘하고 오만한 얼굴이 도희의 코앞까지 위압적으로 내려앉았다. 폐부를 파고드는 그의 뜨겁고 묵직한 체온, 땀 냄새와 섞인 짙은 남자의 향취. 서로의 입술이 스칠 듯 지독하게 얽힌 거리 속에서, 태혁의 입꼬리가 비정하게 말려 올라갔다.“돈 따위엔 관심 없어. 하지만 그 맹수 같은 눈빛은 마음에 드는군.”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인 그의 굵은 엄지손가락이 도희의 붉게 젖은 아랫입술을 짓누르듯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거친 지문이 여린 입술 점막을 파고들며 남기는 아릿한 마찰열에, 도희의 어깨가 속절없이 파르르 떨렸다.“좋아. 네 그 썩어빠진 몸뚱어리를 내 방식대로 개조해 주지. 대신 명심해. 내 지옥으로 들어오는 순간, 나갈 때는 네 발로 못 나가.”돈을 입에 올리던 때와는 차원이 다른, 낮게 깔린 포식자의 음성이 귓바퀴를 파고들었다. 도희는 붙잡고 있던 그의 옷자락을 놓지 못한 채, 숨이 멎을 듯한 위압감 속에서 그의 선고를 받아냈다.태혁의 손길이 턱을 놓고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을 우악스럽게 틀어쥐었다. 그가 묵직하게 다가서자 도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고, 차가운 벽이 가차 없이 그녀의 등을 가로막았다. 제 힘으로 그를 붙들고 늘어졌다 생각했건만 착각이었다. 거대한 남자의 육중한 그림자에 갇히는 순간, 도망칠 틈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벽면의 시린 냉기가 얇은 옷감을 뚫고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도희는 자신의 손목을 짓누르는 거친 손과 굳게 닫힌 센터의 출입문을 번갈아 응시했다. 마지막 숨통을 쥐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더 끔찍한 괴물의 아가리로 제 발로 기어들어 왔다는 본능적인 공포가 핏줄을 타고 번졌다. 태혁이 불시에 손을 놓아주자 도희는 화끈거리는 손목을 황급히 그러쥐었다. 살려달라 애원했지,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괴물이 되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가족은 더 먹어서 돈을 벌어오라며 목을 졸랐고, 눈앞의 이 사내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틀어막으려 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제 선택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서글펐으나, 그럼에도 발길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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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7화. 허락받아야 하는 것
도희는 피가 배어 나오도록 입술을 짓씹었다. 서류에 적힌 30억이라는 살인적인 액수보다 끔찍한 것은, 다시 내던져질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과 어두운 영안실의 침묵이었다.혼란스럽게 흔들리던 시선이 계약서 맨 마지막 장, 붉은 활자로 새겨진 특약 조항에 가닿았다.[특약 조항: 단, 주간 목표 체지방 감량치 달성 및 트레이너가 부여하는 ‘특정 복종 미션’ 완수 시, 일요일 단 하루 ‘치팅 포인트’에 상응하는 음식을 허용한다.]치팅데이(Cheating Day).그 단어를 인지한 순간, 도희의 목울대가 울렁이며 마른침이 넘어갔다. 질식할 것 같은 금욕의 지옥 속에서 유일하게 허락되는 찰나의 구원이자 합법적인 탐닉.“무조건 굶기는 건 삼류들이나 하는 짓이지. 네가 땀 한 방울을 흘릴 때마다 칼로리를 사고, 내 명령에 복종할 때마다 양념을 허락받는 거다. 네가 원하는 그 빌어먹을 음식은, 오직 내 발밑에서 복종의 대가로만 얻어낼 수 있어.”태혁의 입가에 잔인하고도 오만한 미소가 번졌다.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만드는 포식자의 기색이었다.“사인해. 기회는 지금뿐이다.”태혁이 묵직한 몽블랑 만년필을 밀어냈다. 서늘한 금속음을 내며 테이블 위를 구른 펜이 도희의 손끝에 닿았다.식은땀으로 젖은 손바닥 안에서 미끄러지는 배럴을 고쳐 쥐고 마지막 장을 다시 폈다. 100일, 목표 달성, 치팅 포인트. 과거 광고 계약서의 작은 단서 조항을 무심코 넘겼다가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등골을 스쳤다. 이번에도 찰나의 방심으로 놓친 것이 있을까 봐 펜 끝을 멈춰 세웠다. 최소한 보상이라는 이름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제 입으로 확인받아야 했다.“목표를 채우면 보상도 지켜요. 나중에 말을 바꾸지 말고.”도희가 서류 하단의 특약란을 날카롭게 짚어 냈다.“병원 진료랑 약은 이 계약하고 따로예요. 운동도 진료에서 허용한 범위를 넘기면 안 돼요.”태혁은 그녀가 짚은 자리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만년필을 건네받아 막힘없이 문구를 적어 내려갔다. ‘의료진의 처방과 지침은 훈련표에 우선한다.
last updateHuling Na-update : 202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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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8화. 화면에 뜬 내 몸
방금 전 그에게 단단히 결박당했던 팔뚝에 얼얼한 압점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희는 옷섶을 바짝 끌어당겼다. 계약서에 제 이름을 갈겨썼다고 해서, 다짜고짜 이런 굴욕적인 요구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못 알아들었나? 헐렁한 옷을 입고서는 몸의 윤곽을 잴 수 없으니, 밀착되는 옷으로 갈아입으라는 뜻이다.”태혁이 서랍장에서 꺼내 든 짙은 쥐색의 스포츠 브라톱과 얇디얇은 심리스 레깅스가 차가운 대리석 테이블 위로 툭, 무심히 떨어졌다.제 손바닥만 한 천 조각에 불과한 브라톱, 그리고 빛을 받으면 속살이 아스라이 비쳐 보일 만큼 얇고 탄력적인 원단. 도희의 새하얀 뺨 위로 삽시간에 수치 어린 열기가 들끓었다.“이, 이걸 입으라고요? 너무 얇고…… 거의 다 비치잖아요!”“30초다. 탈의실은 저쪽이야. 시간 끌지 마.”태혁이 턱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제 손목시계를 냉정하게 응시했다. 옷가지를 낚아챈 도희는 여전히 시계에 고정된 그의 무자비한 시선에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구석진 탈의실로 도망치듯 들어가 퇴원복을 벗어 던지고, 몸에 찰싹 감겨드는 회색 원단 속으로 다리를 쑤셔 넣는 내내 문밖에서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가 목을 죄어오는 듯했다.탄성 강한 스판덱스가 풍만한 허벅지와 둔부, 아랫배의 무른 살결을 잔인하리만치 적나라하게 옥죄었다. 깊게 파인 브라톱 네크라인 너머로 뽀얗게 부푼 가슴골과 굴곡진 가슴선이 여과 없이 밀려 나왔다. 늘 헐렁한 오버핏 상의로 몸을 숨긴 채 렌즈 앞에 서던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노출감이었다.도희가 치욕감에 붉게 물든 낯으로 거실로 걸어 나오자, 태혁의 서늘한 시선이 그녀의 굴곡진 곡선을 훑으며 끈적하고도 집요하게 내려앉았다. 다만 그것은 육욕에 눈먼 사내의 눈빛이 아니었다. 발골할 육류의 등급을 매기는 냉혈한 백정의 그것에 훨씬 가까웠다.“플랫폼 중앙에 서서 양팔을 45도로 벌려. 시선은 정면 고정.”낮게 깔린 명령에 도희는 홀린 듯 발을 옮겼다.맨발이 알루미늄 플랫폼의 차가운 금속판에 닿자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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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09화. 허락되지 않은 아침
손아귀를 피해 슬그머니 몸을 비틀어 보아도 살갗은 여전히 그의 억센 악력에 짓눌려 있었다. 도희는 플랫폼 밖으로 한 걸음 물러서려다 우뚝 멈추고, 차가운 알루미늄 바닥을 발가락으로 힘겹게 움켜쥐었다.“싫어요…… 그만 만져요, 제발…… 다 봤잖아요…….”수치심으로 젖어 든 눈망울에서 눈물이 차오르며, 떨리는 목소리가 애처롭게 부서져 내렸다.그러나 태혁은 애원 따윈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희의 골반을 거칠게 낚아채 제 단단한 하복부로 바짝 끌어당겼다.얇은 원단 사이로 남자의 위압적인 열기가 고스란히 맞닿았다. 엉켜 드는 두 사람의 가쁜 숨결 속에서, 태혁의 낮게 긁는 음성이 그녀의 붉어진 귓불을 태우듯 스쳐 내렸다.“싫으면 저 문을 열고 나가라 했을 텐데? 네가 내 지옥을 제 발로 선택한 거다.”그의 손바닥이 매끄러운 허리선을 훑고 내려가, 둔부 밑 여린 살과 햄스트링을 으스러뜨릴 듯 거머쥐었다.“오늘 수치가 네 출발점이다. 보기 싫어도 기억해 둬. 여기 있는 동안 내가 얼마나 바꾸는지 네 눈으로 확인하게 될 테니까.”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갔다.그가 비켜선 자리에 모니터가 다시 보였다. 도희는 아까 제 몸처럼 느껴지지 않던 숫자들을 첫 줄부터 속으로 읽었다. 다음에 이곳에 섰을 때 얼마나 달라졌는지, 저 사람의 설명만 듣게 되고 싶지는 않았다.플랫폼에서 내려오라는 말에도 마지막 수치까지 한 번 더 눈에 담고서야 발을 옮겼다.***오전 여섯 시 정각.적막을 찢어발기듯 날카로운 알람이 울려 퍼졌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펜트하우스의 전동 암막 커튼이 스르륵 갈라지며, 한남동 상공을 찌르는 서슬 퍼런 아침 햇살이 거실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소파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도희는 부서질 듯 쑤셔오는 전신 근육통에 짓눌려 밭은 신음을 흘렸다. 목구멍은 타는 듯 메말라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켰다.지난밤은 지옥이었다. 눈을 질끈 감으면 새빨간 떡볶이 양념이 아른거렸고, 얕은 잠에 들라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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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화. 남은 셰이크
태혁은 셰이커 보틀의 단단한 주둥이를 도희의 벌어진 입속으로 가차 없이 쑤셔 박았다.울컥-!차갑고 끈적끈적한 회백색 단백질 덩어리가 혀를 짓누르며 식도 안으로 무자비하게 쏟아져 내렸다.“우읍! 컥, 켁……!”간이 전혀 배지 않은 맹탕의 비린 고기 즙이 혓바닥을 난도질하듯 덮쳤다. 생리적인 구역질이 치밀어 올려 밖으로 토해내려 입술을 뒤틀었다. 그러나 태혁은 보틀을 떼어내자마자 제 거대한 손바닥으로 도희의 입술을 짓이기듯 틀어막았다.콧구멍만 겨우 열어둔 채였다. 태혁은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삼키라는 압박을 실었다.“삼켜. 뱉어내면 토사물까지 다시 처먹일 테니까.”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공포 속에서, 도희는 살기 위해 목구멍을 움직이며 삼켜냈다.꿀꺽, 꿀꺽……-차가운 비린내가 식도를 긁어내리며 위장으로 흘러 들어갈 때마다, 형용할 수 없는 수치와 서러움이 북받쳐 굵은 눈물이 주르륵 번져 나갔다. 창백한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방울들이 도희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태혁의 손등 위로 뜨겁게 떨어져 내렸다.왜 자신이 이곳에 갇혀 짐승처럼 길들여져야 하는가. 심장을 에는 모멸감에 가슴이 찢길 것만 같았다.보틀의 내용물이 절반쯤 줄어들었을 무렵, 태혁이 마침내 손을 거두었다.“콜록! 쿨럭, 컥…… 하아, 하아……!”도희는 차가운 대리석 바닥으로 무너지듯 무릎을 꿇고 엎드려 밭은 기침을 게워냈다. 붉게 젖은 입가에는 끈적한 셰이크 잔여물이 흉하게 묻어났고, 산소를 갈구하는 가슴팍이 격렬하게 파도쳤다.인기척과 함께 태혁이 천천히 무릎을 굽혀 도희의 눈높이에 맞춰 주저앉았다.그의 굵직한 엄지손가락이 도희의 붉게 짓물린 아랫입술을 거칠게 훑어냈다. 입술선에 엉겨 붙어 있던 하얀 단백질 찌꺼기가 그의 지문 위로 묻어났다.그리고 태혁은 도희의 파르르 떨리는 시선이 닿는 바로 그 눈앞에서, 제 엄지손가락을 제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진득하게 혀로 핥아 올린 뒤, 목울대를 울리며 삼켜 넘겼다.“……!”도희의 호흡이 찰나에 얼어붙었다. 등줄기로 서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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