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수전은 밥과 스튜,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오빠 앞에 차려놓고는 와인 한 병과 잔을 가지러 돌아섰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 새뮤얼은 이미 첫 스푼을 입에 크게 넣고는 과장된 표정으로 맛있게 씹어 삼키고 있었다.“와, 적어도 자제하는 척이라도 좀 해봐.” 수전이 테이블 위에 와인을 놓으며 비죽 웃었다. “무슨 며칠은 굶은 사람처럼 왜 그래.”새뮤얼은 속도를 줄이지도 않은 채 입안 가득 음식을 채운 채 씩 웃었다.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하네.” 그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근데 진짜로, 요 며칠 인스턴트 라면이랑 배달 음식으로 겨우 연명했단 말이야. 요새 제대로 만들어 먹을 시간이 통 없었어. 나 바쁜 몸인 거 알잖아.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늦게나 저녁에야 집에 들어오고, 다음 날 또 똑같이 반복인데.”“밀프렙이라고 들어는 봤어?” 수전이 그에게 와인을 따라주며 놀렸다.그는 손을 내저었다. “귀찮아 죽겠어. 그냥 아내나 하나 얻는 게 낫겠어. 그럼 문제 해결이잖아.”맞은편에 앉으며 수전이 눈썹을 올려 세웠다. “아, 그러니까 개인 셰프 겸 아내가 필요하다 이거지? 참으로 진보적인 생각이시네요.”새뮤얼은 킥킥거리며 와인 한 잔을 더 따라 마셨다. “에이, 그게 유일한 이유라는 건 아니고. 당연히 좋은 이유로 결혼해야지. 내가 챙겨주는 만큼 그 사람도 날 챙겨줄 테고.” 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약간의 도움도 나쁠 건 없잖아. 솔직히 말해서 나도 이제 젊지만은 않고, 결혼 생활에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수전이 눈을 굴렸다. “그 ‘장점’이라는 게 밥 차려주고 뒷설거지해 줄 사람이라는 거겠지.”“그렇게 냉소적으로 굴지 마.” 그가 와인병을 가리켰다. “너도 한 잔 할래?”수전은 본능적으로 배를 살짝 문지르며 머뭇거렸다. “아니, 됐어. 오늘은 안 마실래.”술을 따르던 새뮤얼이 동작을 멈추고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가? 와인을 거절한다고? 너 누구야, 내 동생 어디
수전은 침실 거울 앞에 서서 마치 다른 사람의 것인 양 자신의 되비친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평소 생기 넘치던 낯빛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고, 눈은 퉁퉁 불어 그늘이 져 있었으며, 머리칼은 마치 온몸의 기운과 함께 자포자기라도 한 듯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떨리는 그녀의 손에 들린 임신 진단 키트는 여태껏 들어본 그 어떤 물건보다 묵직하게 느껴졌다.그녀의 뒤편, 침대 모서리에 앉은 캐롤라인의 얼굴에는 걱정과 조바심이 얽혀 있었다. "그냥 욕실로 가져가서 소변 좀 묻혀봐, 수전." 캐롤라인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수전은 거울에서 시선을 돌려 절친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어떻게 하는건지 나도 알아, 캐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지만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 멍청이 아니야. 그냥… 무서워서 그래." 진단 키트를 쥔 그녀의 손마디가 하얗게 질려갔다. "양성으로 나오면 어쩌라고?"캐롤라인은 두 팔을 꼬고 담담한 결의가 찬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럼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되지. 차근차근 한 단계씩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끌어봐야 너한테 아무런 도움도 안 돼."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싫든 좋든 결과는 알게 될 텐데. 그냥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아."수전은 떨리는 숨을 길게 내쉬며 욕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고, 모든 것을 바꿀 단 한 걸음—단 하나의 결정만이 남은 듯했다. 하지만 절벽 아래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그녀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만약 내가…"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음성에 담긴 의미는 차마 입 밖으로 내기엔 너무나 무거웠다.캐롤라인의 표정이 누그러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수전의 어깨를 단단히 감싸 잡았다. "그 상황에 다다르면 그때 고민해. 지금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고. 일단 검사부터 해, 수전. 무슨 일이 있어도 넌 혼자가 아니야."수전은 눈을 감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마침내 그를 돌아보았다. 눈에는 아직 흘러내리지 않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당신 말이 맞았어.”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밀어낸 게 옳았어. 내가 들었어야 했어. 당신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었어야 했어.”레오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눈에서 스쳐 지나가는 고통을 보았다.“수전…”“아니.”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끊었다. “이건 잘되지 않아. 우리 둘 모두에게 좋지 않아. 이렇게 말하는 게 아무리 아파도, 우리는 관계를 끊어야 해, 레오. 완전히.”그녀는 힘겹게 침을 삼켰다. 말들이 목을 조르는 것처럼 아팠다.“그게 유일한 방법이야.”레오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표정을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는 반박하지도, 그녀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의 얼굴에 있는 모든 세부적인 모습 하나하나를 기억해두려는 사람처럼.“알겠어.” 마침내 그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그의 차분한 받아들임에 수전의 가슴은 조금 더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어리석은 한 부분은 그가 자신과 싸워주기를 원했다. 자신이 틀렸다고 말해주고, 두 사람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레오가 자신을 위해 싸우거나 자신을 쫓아올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건 레오의 방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어쩌면 그게 다행인지도 몰랐다.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 다리가 바닥을 부드럽게 긁는 소리가 났다.“이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모든 일이 달랐으면 좋았을 텐데.”“나도 그래.” 그녀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였다.그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가 멈칫했다. 하지만 그가 마음속에서 벌이고 있던 어떤 싸움이든, 결국 그는 그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그는 그녀와의
저스틴 베크는 백미러를 조절하며 집 진입로를 빠져나가는 수전의 차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 집 봐?" 그가 동료인 콜린스에게 중얼거렸다. "저 친구 아주 왕처럼 사는구만."콜린스 홀먼이 대시보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비죽 웃었다. "저 집 벽지 값이 내 집값보다 비싸겠어.""정신 차려." 주 도로로 들어서는 수전의 차를 지켜보며 저스틴이 핀잔을 주었다. "이제 시작이다. 물건을 넘기러 가는 게 틀림없어.""때가 됐지." 콜린스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말했다. "빈스 그놈이 우리한테 사기 치는 건 아니어야 할 텐데.""자기 목에 뭐가 걸려 있는지 그놈도 잘 알아." 저스틴이 대답했다. "미행하자. 튀지 않게 조심하고."그들은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수전의 차를 뒤따랐고,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는 그들의 승용차는 자연스럽게 도로 흐름에 섞여 들어갔다. 아드레날린이 치솟자 운전대를 쥔 저스틴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몇 달간의 밀착 감시,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쏟아부은 수많은 시간—이 모든 것이 이번 한 번에 달려 있었다."도심 쪽으로 가고 있어." GPS를 확인하며 콜린스가 말했다. "창고 단지 쪽인가?""그런 것 같네." 수전의 차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저스틴이 말했다. "아주 태연하게 행동하는군. 그 점은 인정해 주지.""우리가 뒤밟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어." 콜린스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저스틴이 동료를 훔쳐보았다. "그러길 바라야지. 이번 일 잘못되면 반장님한테 우리 목 달아난다."뒤따라오는 차량을 보지 않고도 뒤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운전대를 쥐고 있는 수전의 손바닥은 축축하게 젖어 들었고 숨을 고르려 애써야 했다. 뒷좌석에 놓인 더플백의 무게감이 마치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그냥 평소처럼 행동해. 숨길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리오가 준 주소는 그리 멀지 않은 몇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공장 지대였고, 대부분 창고나 폐터였다. 완전히 폐허처럼 보이는 주차장으로 차를 돌려 세우자, 차바퀴에 먼지 구름이 왈칵 일어났
수전은 침을 꼴깍 삼키며 무의식적으로 배를 살며시 문질렀다. "임신했어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정적 속에서 그 말이 육중하게 울려 퍼졌다. "그렇게 된 거예요.""그래, 보면 알아." 리오가 말을 잘라먹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건… 누구 애지?"차갑게 그를 바라보는 수전의 표정 밑바닥에서는 용암이 분출하듯 감정이 무섭게 들끓고 있었다. "당신이 알 바 아니에요."그의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내 아이를 밴 거라면 내가 알 바 맞지."그녀는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그를 곧게 노려보았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요?"그가 쉭 소리를 내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넘겼다. "제길, 수지. 내 애 맞아?"그녀는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감당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고 있었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깊은 숨을 내쉬어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머릿속이 핑 돌아 다른 행동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언어화되지 않은 감정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정적이 두 사람 사이에 길게 이어졌다. 안도감과 실망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그 스스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그녀가 배고 있는 것이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하필 자신의 아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니 대체 이 무슨 몰상식한 상황이란 말인가. 수전은 갑자기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고, 온몸을 휘감는 어지럼증에 비틀거렸다.리오가 그녀의 팔꿈치를 움켜잡았다. "괜찮아?"그녀는 그의 향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으며 구토감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게임은 끝났다, 이제 직면할 시간이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좀 앉아야겠어요." 그녀가 소파에 자리를 잡으며 대답했다."나한테 말할 생각은 조금이라도 있었던 거야?" 단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날카롭고 뚝뚝 끊겨 나왔다. 이 모습은 그녀를 애틀랜틱시티로 데려가 웃게 해주던 리오가 아니었다. 그녀를 손길 하나로 탄성 지르게 만들던 리오도 아니었다. 지금의 리오는 분노로 드세
수전은 분노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며 하마터면 의자에서 튀어 나갈 뻔했다. 그녀를 바닥에 묶어둔 유일한 건, 소란을 피웠을 때 제게 쏠릴 레스토랑 안 사람들의 수십 개 시선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온몸에 흐르는 세포 하나하나가 그에게 비명을 지르고, 테이블 너머로 손을 뻗어 그 재수 없는 미소를 후려쳐 날려버리고 싶어 했다. 이 남자가 미친 걸까? 특히나 경찰들이 제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금, 자기 목숨을 가지고 이런 식으로 도박을 하게 내버려 둘 거라 진심으로 생각한 걸까?"내가 하기 싫은 일을 협박해서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 진짜 미친 거예요, 리오." 목소리는 낮았지만 독기가 서려 있었다. "이따위 말을 하려고 날 여기로 부른 건가요? 이—이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이 당신이 말한 해결책이고요?" 그녀는 테이블 위에서 가방을 낚아채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다시는 내 앞에 얼씬도 하지 말아요, 리오." 분노로 목소리가 갈라지며, 그에게 대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그녀는 홱 돌아서서 레스토랑을 쏘아보듯 걸어 나갔다.리오가 수전에게 끌렸던 이유 중 하나는 가끔씩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그녀의 그 막무가내 같은 면모였지만, 지금 같은 순간만큼은 그 태도가 그를 미치도록 화나게 만들었다.그 누구도 그를 버려두고 돌아선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거듭해서 그랬다. 그 누구도 그를 때린 적이 없었지만, 수전은 때렸다. 그리고 제길, 머릿속에서 뽑아낼 수 없을 만큼 영혼 깊숙이 발톱을 세게 조여온 여자는 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수전을 제외하고는.그는 여자를 쫓아다니는 남자가 아니었지만,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짓이 바로 그 짓이었다. "제길,"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지폐 몇 장을 던져두고 그녀의 뒤를 쫓아가며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가 밖으로 나왔을 때, 수전은 분노에 찬 씩씩한 걸음걸이로 이미 제 차를 향해 절반쯤 가 있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