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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作者: 윤지
박민정은 상대방이 왜 그렇게 묻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선뜻 돈을 입금하는 것을 보니 그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을 것 같아 그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전 사실 이혼 하고 나서 자유롭기도 하고 더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스트레스가 덜한 것 같아요.”

유남준은 그녀가 보낸 메시지를 보며 흠칫하였다.

그는 달갑지 않아 물었다.

“왜죠?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가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지만 어차피 상대방은 일면식도 없는 낯선 사람이라는 생각에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다.

“결혼 후에 먼저 떠나기로 한 사람은 보통 다 심사숙고를 거쳤을 거예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건 꼭 한 가지 이유뿐만이 아니죠.”

유남준은 답답한 마음에 몇 마디 더 써 내려가다가 다시 삭제해 버렸다.

그때 박민정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른 일 없으면 전 이만 내릴게요. 안녕히 계세요.”

유남준은 채팅창을 닫았다.

박민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한참 동안 혼자 앉아 있다가 바람을 쐬러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마침 그녀가 백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

두 눈길이 허공에서 서로 마주치자 박민정은 얼른 시선을 떼버렸다.

오늘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서 그런지, 박민정은 왠지 그를 보는 게 어색하여 그의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유남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여튼 양심도 없는 여자야!’

그는 박민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꺼냈다.

“어젯밤 널 구해준 전남편한테 이런 태도로 고마움을 표하는 거야?”

그는 일부러 전남편이라는 세 글자를 강조했다.

그가 전남편이라고 자칭하는 건 그녀도 처음이라 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조금 뜻밖이라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유남준의 잘생긴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며 이어 그녀를 향한 깊은 시선도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계속 그런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만 보고 있었다.

박민정은 저도 몰래 그의 눈빛을 피하며 붉은 입술을 열어 가볍게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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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남준은 덜컥 겁이 났다. 얼른 사람들 사이로 빠져나와 급하게 박민정을 찾아 나섰다.그러다가 결제하는 곳에서 박민정을 본 후 그제야 긴장의 끈을 놓았다.박민정은 결제를 마친 후 돌아가서 요리를 하고 휴식했다.그녀는 지금 임신한 상태다. 그리고 이 아이는 무조건 잘 지켜내야 한다.악보를 쓰던 박민정은 흔들의자에 누워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봤다. 그리고 손을 가볍게 배 위에 올려놓고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아가, 무럭무럭 잘 크고 있지?”이때 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렸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낯선 사람이 보낸 문자였다. 문자 메시지의 내용은 핏빛으로 물든 잔인한 사진이었다.손이 약간 떨린 박민정은 하마터면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박민정은 그저 누군가의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깊이 신경 쓰지 않고 문자를 삭제했다.저녁, 밤이 깊어질 때 밖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옅은 잠을 자고 있던 박민정은 그 소리에 깨어나 거실로 갔다.“누구예요? 남준 씨예요?”그녀는 잠금장치를 바꾸었었다. 그래서 이 소리가 유남준이 문을 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민정이 소리를 낸 후, 밖은 수상하리만치 고요해졌다.박민정이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지만 아무 사람도 없었다.약간 두려워진 그녀는 다시 침실로 와 물건을 가지고 문을 막아버렸다.다시 침대로 돌아와 낮에 본 그 사진을 떠올리니 잠이 오지 않았다.보청기는 이미 망가졌다. 전에 정민기와 연락하던 설비도 없었다. 정민기와 연락하려면 전화를 거는 방법밖에 없었다.“민기 씨.”“네.”“주무셨어요? 혹시 제집에 와주실 수 있어요?”박민정이 물었다.“네.”정민기는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나왔다.그는 들어가면서 한 남자가 수상하게 도망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박민정 옆집의 유남준도 박민정 쪽의 수상한 움직임을 발견했다. 곧이어 박민정이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도 들었다.필요하면 부르라고 얘기했던 것이 떠오른 유남준은 박민정이 마음이 약해져서 자기를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남준은 옷을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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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말하던 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유남준은 잠에 들지 못하고 유남우의 말을 떠올렸다.“그 애가 좋아하는 건 나야. 그 애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나고.”겨우 잠에든 유남준은 박민정이 그를 떠나는 꿈을 꾸었다.그가 잠에서 깼을 때, 박민정은 아직 옆에 있었다. 날은 아직 밝지 않았다.유남준은 잠을 설치고 유남우의 전화를 걸었지만 받는 사람은 없었다.어쩔 수 없이 고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머니, 유남우는요?”“남우의 병세가 악화되어서 병원에 갔어. 왜?”고영란이 물었다.유남준은 차가운 시선으로 얘기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는 전화를 끊었다.고영란은 박민정의 일을 물어보려고 했는데 유남준이 바로 전화를 끊자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고영란이 비서에게 물었다.“예찬이는 유치원에 갔어?”“원장님 말로는 예찬이 아버지가 예찬이를 데려간 후 다시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비서가 대답했다.고영란은 미간을 좁히고 생각하더니 또 물었다.“조하랑과 약속 잡았어?”비서는 고개를 저었다.“조하랑 씨가 만나 뵙기 싫다고 합니다.”고영란도 어쩔 수가 없었다.박예찬이 눈에 보이지 않자 그녀는 식욕을 잃었다.“난 언제쯤이면 손주를 보려나...”유남우는 몸이 좋지 않았고 유남준은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했다.유남준이 애써 만들어낸 모든 것이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고영란은 치가 떨렸다.“원장한테 가서 물어봐. 예찬이 아빠가 누군지. 내가 만나봐야겠어.”네.”비서는 바로 일을 처리하러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찬이 아버지가 김인우라는 것을 알아냈다.고영란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얼른 김인우를 데려왔다.병원에서.김인우는 수술을 마치자마자 고영란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김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항상 사이가 좋았다. 김인우도 고영란을 친족처럼 생각했기에 그는 얼른 옷을 갈아입고 옛 저택으로 향했다.그러면서 유남준에게 문자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남준아, 사모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너랑 민정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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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이렇게 썼다.[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전 이 사업이 꼭 필요했어요. 그리고 왜 이혼의 일에 대해 물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결혼 생활은 그렇게 좋지 못했어요. 하지만 모든 결혼 생활이 똑같은 결말인 것은 아니니 만약 결혼 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다면 얼른 해결하고 사모님과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라요.]긴 문자를 보면서 유남준의 마음은 더욱더 복잡해져 갔다.그는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이제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떡하죠?]박민정은 자면서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듣고 문자를 확인했다.상대방도 정말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상대방이 대답을 해줬다는 것에도 놀랐다.박민정이 얘기했다.[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있는 거 아닐까요?]유남준은 생각하다가 글을 썼다.[내가 전에 잘 해주지 못해서...]이윽고 그는 다시 문자를 보냈다.[예전에는 날 사랑했었어요.]하지만 그 말을 보내려다가 유남준은 삭제해 버렸다.박민정이 사랑한 건 그가 아니었다.유남준은 멈칫하고 오랫동안 생각하다가 얘기했다.[내가 전에 잘 해주지 못해서 지금은 다른 남자랑 아이까지 낳았어요.”박민정은 대화 상대가 유남준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글만 읽어볼 뿐, 자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죄송해요.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박민정이 대답했다.이윽고 상대가 또 대답했다.[괜찮습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아니더라도 못 도망가게 할 거니까요.]그 말을 본 박민정이 뭐라고 대답하려는데 상대방이 이미 로그아웃을 했다.그 사람을 위해 위로의 글이라도 남기려던 찰나, 누가 침실의 문을 두드렸다.언제 온 것인지 모를 유남준이 문 앞에 서 있었다.“깼어? 일어나서 아침부터 먹어.”박민정은 얼른 핸드폰을 거두었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의 동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까까지 자기와 대화 중이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물었다.“누구한테 문자를 보내는 거야.”박민정이 침대에서 일어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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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남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원하는 건 항상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박민정도 더 캐묻지 않고 따뜻한 소파에 앉아 익숙한 주변 환경을 보면서 그리움을 드러냈다.“여기가 마음에 들면 앞으로 여기 살자.”유남준이 얘기했다.박민정은 그가 오해했다고 생각했다.어릴 때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박민정은 이곳이 전혀 좋지 않았다.물론 아버지가 잘 대해주긴 했지만 그는 일하는 시간이 더욱 많았다.아버지가 집에 없을 때, 그녀는 이 집에서 엄마와 남동생의 오붓한 장면을 보고 자기는 낯선 사람 같다고 생각했다.“여기서 살고 싶지 않아요.”유남준은 침묵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보면서 얘기했다.“집을 이지원한테 돌려줘요. 계산은 제대로 해요.”조하랑은 전날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에 갔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유남준도 알게 될 것이다.박민정이 몸을 일으켰다.“다른 일 없으면 하랑이한테 가볼게요.”유남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밖은 정말 추웠다.유남준은 그녀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사람을 시켜 그녀를 감시하게 했다.박민정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그저 유남준과 소송을 할 준비만 하고 있었다.차를 타고 조하랑의 셋집으로 간 그녀는 소송에 쓸 자료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민정은 해외의 입원 기록과 진료 기록들을 가져다주었다.“법원 쪽은 어떻게 됐어?”“응. 심사가 끝났어. 곧 유남준도 이 소식을 알게 될 거야.”조하랑이 대답했다.“그럼 오늘 밤은 돌아가지 말아야겠어.”박민정은 조하랑의 담요를 무릎에 덮으며 얘기했다.조하랑이 걱정하면서 물었다.“오늘 밤 돌아가지 않으면 유남준이 미치는 거 아니야?”“미치는 게 차라리 낫지. 너한테 녹음기도 있지?”박민정이 물었다.조하랑은 바로 이해했다.“물론이지. 변호사로서 녹음기가 없을 리 없지.”그녀는 작은 브로치를 박민정의 옷에 달아주었다.“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바로 여기를 눌러, 그럼 녹음이 되거든.”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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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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