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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서리배
“나눈다고?”

지원후가 잠깐 멍하더니 몇 초 뒤 겨우 네 글자를 내뱉었다.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양재원은 솔직했다.

“나빈 씨가 우산 빌려준 걸로 준 답례예요. 선배, 질투하면 안 돼요.”

그 한마디가 내 설명을 대신해 주고 지원후의 어색함도 덜어 주었다.

역시 양재원, 눈치 하나는 끝내준다.

“쯧, 내가 뭘 질투해.”

지원후가 혀를 차며 콧방귀를 뀌었다.

“점심 한 끼일 뿐이잖아. 게다가...”

그는 시선을 도시락에 고정한 채 우월감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메뉴도 맨날 거기서 거기라, 나는 질렸어.”

‘질렸어.’

그 세 글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지난 3년 동안 나는 새벽마다 시장에 가서 가장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그의 입맛에 맞춰 고기와 채소를 배치해 병원으로 보내왔다. 그러나 돌아온 건 ‘질렸다’는 한마디였다.

그래, 아무리 좋은 재료도 세 해 내내 먹으면 물릴 거다. 나라는 사람도, 그에게는 같은 취급일 것이다.

“그나저나 나빈 씨는 아직 모르죠?”

분위기가 가라앉자 양재원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선배가 우리 병원 면접 볼 때 필기, 실기 모두 1위셨어요. 나빈 씨도 이 고수한테 한 수 배워 보시는 게 어때요?”

그윽한 눈짓을 받은 지원후가 나를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

“나비는 영리하고 수완도 대단해서, 내 조언 따위 필요 없지 않을까?”

영리하고 수완이 대단하다.

그가 내뱉는 말마다 심장을 할퀴었다.

그는 원래부터 나를 얕봤고, 이제는 그걸 숨길 생각조차 없다.

손바닥을 꼭 쥔 채 나는 부드럽게 답했다.

“바쁜 지 교수님께 폐를 끼칠 수야 없죠.”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내 힘으로 이 면접을 반드시 붙을 거라고 말이다.

이튿날 아침. 자신감에 차서 연협병원 건물 앞에 섰는데 낯익은 그림자가 길을 막았다.

유지현이었다.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 먼 길을 달려온 듯한 몰골이었다.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진짜 연협병원에 면접 보러 온 거야?”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혀를 차며 다그쳤다.

“심나빈, 멀쩡히 사모님 대접 받을 수 있는데 왜 여기서 인턴 노릇이야? 우리 가장 중요한 목표 잊었어?”

마지막은 목소리를 낮춰 던졌다.

유지현의 철학은 단순하다.

여자는 공부 잘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 잡는 게 낫다.

실험실에서 고생할 바에는 우량주를 잡으라는 것, 특히 지원후 같은 인재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그녀는 내 손목을 꽉 잡았다.

“가자, 원후네 식구들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집에 가서 임신할 준비해, 알겠어?”

임신 준비. 또 임신 준비다.

‘왜 내 인생의 의미가 출산이어야만 하지? 정작 내 뜻은 왜 아무도 묻지 않는 건데?’

나는 얼음이라도 된 듯 자리에서 꼼짝 못 했다.

유지현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모녀는 연협병원 입구에서 팽팽히 맞섰다.

“네 양심은 어디 갔니? 네 아빠랑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 네 아빠는 요양원에 누워 있는데, 이게 우리가 받을 보답이야?”

그녀는 억지로 눈물 두 방울을 짜냈다.

익숙한 수법이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엄마, 저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면접 보는 건 원후 씨도 알고 있어요.”

그의 이름으로 설득할 수밖에 없었다.

“알다마다!”

유지현은 버럭 소리쳤다.

“오늘 아침에 원후가 면접용 정장 챙기라고 일러 주지만 않았어도 나는 지금껏 모르고 있었을 거야!”

‘면접 정장? 오늘 아침? 그러면 지원후가 내 면접 소식을 직접 엄마한테 알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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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교수의 비밀 아내   제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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