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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Autor: 월야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26 19:30:13

이서는 숨을 멈췄다.

대열에서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강혁이 다시 말했다.

“사망 보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말해도 좋다.”

그 말이 허락이 아니라 위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서는 돌아온 훈련생들을 바라보았다.

붕대를 감은 남자가 잠깐 고개를 들었지만, 옆에 있던 훈련생이 그의 팔꿈치를 건드리자 다시 시선을 내렸다.

강혁은 그 반응을 지켜보다가 이서에게 돌아섰다.

“아무도 네 말을 뒷받침하지 않는군.”

이서는 대열을 한 번 더 살폈다.

누구도 앞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이 자신이 본 사실까지 없애는 것은 아니었다.

“제가 직접 본 건 다섯 명이 나가서 네 명이 돌아온 것뿐입니다.”

이서가 말했다.

“그래서 나머지 한 명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고 있습니다.”

강혁의 웃음이 조금 옅어졌다.

“네가 확인하지 못한 것은 믿지 않겠다는 건가?”

“확인하지 못했으니 묻는 겁니다.”

그 순간 강혁의 눈빛이 달라졌다.

분노라기보다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발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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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5화

    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소매 속의 손을 내밀었다.붕대 가장자리가 붉게 젖어 있었다.교관은 상처를 살피는 대신 옆에 있던 보조 교관에게 기록표를 넘겼다.“훈련 전 상태 기록. 출혈 있음, 본인 통증 호소. 그리고 정상 훈련 복귀 명령 유지.”“교관님, 이 상태로 손을 짚으면 상처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그럼 손을 짚지 않으면 되겠군.”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오늘 훈련에서 네 몸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확인하겠다. 네가 원하는 재평가도 그 뒤에 해 주지.”이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교관이 돌아서자 젖은 운동장에 구령이 울렸다.“전원 엎드려!”훈련생들이 일제히 바닥에 몸을 낮췄다.이서는 오른손을 제대로 펼 수 없었다. 왼손과 팔꿈치로 체중을 지탱하려 했지만 균형이 무너지면서 오른손이 진흙에 닿았다.통증이 손목을 타고 치솟았다.입술 사이로 비명이 새어 나오려는 순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117번! 자세 불량!”교관이 다가왔다.“손이 아프면 팔꿈치로 버텨. 팔꿈치가 아프면 어깨로 버티고. 네 몸에서 멀쩡한 곳을 찾아 쓰는 것도 훈련이다.”이서는 젖은 흙바닥에 팔꿈치를 박았다.차가운 물이 소매 안으로 스며들었다.그렇게 첫 번째 훈련이 시작되었다.***아침 식사 시간까지 이어진 체력 훈련에서 세 명이 쓰러졌다.첫 번째 훈련생은 달리기 도중 구토했고, 두 번째는 젖은 장애물 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렸다. 마지막 훈련생은 반복해서 엎드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교관들은 그들을 들것에 실어 보냈다.나머지 인원에게는 계속 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이서는 비에 젖은 운동장을 절뚝거리며 돌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이 따가웠고, 왼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마다 시야가 좁아졌다.누군가 그녀의 뒤에서 속삭였다.“117번 때문에 우리 줄 속도까지 늦어지잖아.”“저렇게 다쳤으면 의무실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누가 보내 주는데? 아까 교관 말 못 들었어?”이서는 뒤돌아보지 않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4화

    새벽 다섯 시가 되기도 전에 한이서는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처음에는 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담요 밖으로 오른손을 꺼내자, 희미한 비상등 아래에서 검붉은 액체가 손가락 사이를 지나 손목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날 밤 백시온이 새로 감아 준 붕대는 피와 진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졌고, 손을 조금 펼치는 순간 달라붙은 거즈가 상처를 잡아당겼다.“아…… 윽.”이서는 이를 악물고 손을 다시 오므렸다.검은 훈련실에서 찢어진 손바닥은 사흘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았다. 피부가 벌어진 자리에는 붉은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밤새 굳은 피가 거즈와 엉겨 붙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살점이 뜯기는 듯한 통증을 일으켰다.그녀는 왼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벅지 안쪽에서 깊숙한 통증이 올라왔다.특별 평가 때 받은 충격이었다.왼쪽 허벅지에 남은 멍은 검붉게 번져 있었고, 무릎을 조금만 굽혀도 근육 안쪽이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시온이 건네준 진통제 덕분에 겨우 잠들었지만, 약효가 사라진 몸은 다시 통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이서는 침대 끝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숙소 안에서는 누군가 잠결에 이를 갈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불을 뒤집어쓴 훈련생이 낮게 신음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철제 침대 기둥을 두드렸지만, 그 소리에 잠을 깨는 사람은 없었다.이곳에서 잠은 휴식이 아니었다.다음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잠시 의식을 놓을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에 가까웠다.쾅!철문이 벽에 부딪쳤다.“전원 기상! 삼 분 안에 운동장 집합이다. 늦는 인원은 아침 배식 제외, 같은 줄 전원 연대 책임!”군홧발 소리가 숙소 안으로 밀려들자 훈련생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이서는 왼손으로 침대 기둥을 붙잡았다. 발을 바닥에 내리는 순간 허벅지가 당겨 무릎이 꺾였지만, 이를 악물고 몸을 세웠다.옆 침대의 여자가 그녀를 돌아보았다.“117번, 손에서 피 나잖아. 그거 다시 감아야 하는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3화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음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대상자의 주요 관심 사항.관련 인물과 정보 접근 경로를 기록하도록 되어 있는 칸이었다.시온은 종이를 내려다보았다.084번 오민주.이서가 특별 평가에서 돌아온 지 겨우 하루가 지났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훈련장에서 진흙탕에 쓰러졌던 모습과 세면대 위에 올려놓았던 피 묻은 손바닥이 차례로 스쳤다.그녀가 다시 끌려간다면 이번에는 무엇을 견뎌야 할까.시온은 펜을 내려놓고 보고서를 반쯤 접었다.그 순간 책상 한쪽에 놓인 하은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뒷면에는 동생의 글씨가 남아 있었다.‘오빠, 이번에는 꼭 와.’시온은 사진을 뒤집어 놓았다.관리자가 보여 준 영상 속 하은은 웃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소매 안으로 감춘 오른손과 이전보다 야위어진 얼굴을 떠올리자 시온은 다시 보고서를 펼쳤다.펜 끝이 종이에 닿았다.‘084번 오민주의 사망 경위에 관한 의심을 지속하고 있음.’문장을 완성한 뒤에도 그는 한동안 손을 움직이지 못했다.이서가 특별 평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입을 다물었지만, 자신은 그녀가 가장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조직에 넘기고 있었다.시온은 보고서를 구기려다가 멈췄다.손안에서 종이가 작게 구겨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놀란 듯 손을 펴고 구겨진 자국을 손바닥으로 눌러 폈는데, 종이 위에 적힌 이서의 이름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마지막 항목에는 향후 관찰 계획을 적어야 했다.시온은 빈칸을 오래 바라보다가 천천히 글씨를 적었다.‘대상자와의 접촉을 유지하며 추가 정보 확보.’문장을 완성하자 펜 끝에서 검은 잉크가 조금 번졌다.시온은 손가락으로 번진 부분을 문지르려다가 멈췄다. 이서가 자신을 믿고 했던 말들이 보고서의 항목마다 다른 형태로 옮겨져 있었다.그는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봉투를 봉인하는 동안 하은의 사진은 책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새벽 점호를 앞두고 관리동의 서류함에 시온의 보고서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2화

    하지만 하은의 얼굴은 달라져 있었다.볼이 조금 더 야위었고, 목둘레가 헐렁해진 옷 아래로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 카메라를 바라보며 웃으려는 순간 입꼬리가 어색하게 떨렸는데, 시온은 그 표정을 알아보았다.하은이 울음을 참을 때 짓던 얼굴이었다.“오빠.”짧은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시온은 저도 모르게 책상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하은아.”그가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영상이 끊겼다.화면이 검게 변한 뒤에도 시온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영상 속 하은은 오른손을 소매 안쪽에 감추고 있었는데, 긴장하면 손톱 주변의 살을 뜯던 버릇이 떠올라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다시 보여 주십시오.”관리자는 태블릿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보호 대상자 상태는 양호해.”“언제 촬영한 영상입니까?”“최근 자료야.”“정확히 언제입니까?”관리자는 답하지 않고 서류의 빈칸을 가리켰다.“직접 통화는 정기 보고가 안정적으로 들어온 뒤에 검토하지.”시온은 꺼진 화면을 바라보았다.동생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그러나 어디에 있는지, 영상이 언제 촬영되었는지, 누가 곁에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관리자가 말하는 ‘보호’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시온에게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백시온.”관리자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서류를 조금 더 가까이 밀었다.“네가 협조하지 않으면 보호 대상자의 관리 조건을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어. 불필요한 절차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좋겠지.”협박이라고 부를 만한 단어는 없었다.그러나 시온은 그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은의 영상이 끊긴 순간부터 관리자는 한 번도 동생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시온은 책상 위의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알겠습니다.”관리자는 그제야 다음 질문을 꺼냈다.“117번은 널 신뢰하나?”시온의 손가락이 종이 가장자리를 눌렀다.세면장에서 이서가 붕대를 감은 손을 거두며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는 선배를 믿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그는 그 문장을 떠올린 채 대답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1화

    “저를 도와주면 하은이가 위험해지는 거예요?”시온은 붕대를 한 바퀴 더 감았다.“네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잖아.”그 말에는 거짓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온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선배.”이서는 붕대를 감은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하은이를 지켜야 하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그 때문에 저를 속여야 한다면, 적어도 제가 위험해질 때는 알려 주세요.”시온은 대답하지 못했다.이서는 그 침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저는 선배를 믿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그녀는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그게 잘한 일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시온의 얼굴에 고통이 스쳤지만, 이서는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세면장을 나섰다.그녀가 복도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시온은 움직이지 않았다.***그날 밤 시온은 관리동으로 호출되었다.일반 훈련 구역과 달리 관리동 복도에는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광택이 나는 바닥에는 천장 조명이 길게 비쳤고,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출입 통제 장치에서는 녹색 불빛이 깜박였다.시온은 면담실 앞에서 번호표를 단말기에 댔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안쪽에서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고, 전자음이 울리자마자 그는 익숙한 절차에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회색 제복을 입은 관리자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책상 위의 태블릿에는 한이서의 얼굴이 떠 있었고, 그 옆에는 특별 평가 결과와 접촉 기록이 정리된 서류가 펼쳐져 있었다. 관리자는 시온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도 곧바로 말을 걸지 않았다.서류 한 장을 끝까지 읽은 뒤에야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렸다.“백시온. 오늘 117번과 두 차례 접촉했더군.”태블릿 화면에는 보급실 복도에서 이서가 빈 상자를 들고 창고로 들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화면이 바뀌자 이번에는 세면장 입구에서 시온이 종이봉투를 들고 서 있는 장면이 이어졌다.관리자는 두 장면을 나란히 띄워 놓았다.“창고 안쪽에는 카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0화

    비가 내렸고, 하은은 우산을 쓰고도 어깨가 젖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시온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케이크의 크림이 조금 녹았지만, 하은은 불평하기는커녕 촛불을 켜기 전에 사진부터 찍자며 그를 잡아끌었다.“오빠, 내년에는 꼭 같이 있어.”시온은 그때 웃으며 약속했다.“그래. 내년에는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을게.”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블랙제로에 들어온 뒤 하은과 직접 만난 적이 없었다. 조직은 그녀가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온에게 허락된 것은 가끔 전달되는 짧은 영상뿐이었다.영상에는 촬영 장소가 나오지 않았고, 하은은 언제나 비슷한 방에서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지난번 영상에서 그녀가 오른손을 책상 아래에 감추고 있던 모습이 떠오르자 시온은 사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하은은 어릴 때부터 긴장하면 손톱 주변의 살을 뜯었다.시온은 동생이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했지만, 관리자는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사진 뒷면에는 하은이 직접 적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오빠, 이번에는 꼭 와.’그 글씨를 엄지손가락으로 문지르던 시온은 창고에서 이서가 자신을 바라보던 얼굴을 떠올렸다.그녀는 특별 평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그동안 이서를 도왔던 일은 모두 감시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서가 그 사실을 알고도 입을 다물었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수한 셈이었다.반면 시온은 이미 이서에 관한 정보를 보고하고 있었다.아직 정식 감시 지시를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상급 훈련생으로서 그녀의 동향을 전달하라는 요구는 여러 차례 있었다.시온은 사진을 다시 접어 가방 안쪽 깊숙이 넣었다.이서가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한 이유였다.***저녁 배식이 끝난 뒤 이서는 세면장에 남아 있었다.손바닥의 붕대는 진흙과 피가 뒤섞여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물을 묻히면 조금 쉽게 풀릴 것 같았지만, 젖은 거즈가 상처에 달라붙어 있어 함부로 떼어 낼 수 없었다.이를 악물고 붕대 끝을 당기자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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