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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3 20:34:50

“저를 도와주면 하은이가 위험해지는 거예요?”

시온은 붕대를 한 바퀴 더 감았다.

“네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막을 수는 없잖아.”

그 말에는 거짓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시온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선배.”

이서는 붕대를 감은 손을 천천히 거두었다.

“하은이를 지켜야 하는 건 이해해요. 그런데 그 때문에 저를 속여야 한다면, 적어도 제가 위험해질 때는 알려 주세요.”

시온은 대답하지 못했다.

이서는 그 침묵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선배를 믿고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녀는 종이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게 잘한 일이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시온의 얼굴에 고통이 스쳤지만, 이서는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세면장을 나섰다.

그녀가 복도 모퉁이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시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

그날 밤 시온은 관리동으로 호출되었다.

일반 훈련 구역과 달리 관리동 복도에는 지나치게 밝은 조명이 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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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9화

    “내가 열어 줄게.”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병을 내밀었다.훈련생은 뚜껑을 풀어 돌려주면서 주변을 살폈다.“너 정말 계속할 거야? 저 사람은 상급반에서도 유명해. 상대가 어디를 다쳤는지 보면 그쪽을 직접 때리지 않아도 무너뜨릴 방법을 찾아낸대.”이서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차가운 물이 빈속으로 내려가자 메스꺼움이 올라왔다.“그런 것 같아. 아픈 곳을 직접 맞은 것도 아닌데 계속 넘어졌거든.”“그럼 그만두는 게 낫지 않아? 아까 손에서 피 떨어지는 거 봤어. 그러다 정말 못 쓰게 되면 어떡하려고.”이서는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자신도 두려웠다.특별 평가에서 돌아온 뒤 몸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서 더 다치면 민주에 관한 의문을 확인하기는커녕, 다음 훈련을 버티는 일조차 어려워질 수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하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소희가 자신을 넘어뜨리는 순간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이서는 고개를 들어 매트 위를 바라보았다.소희는 다른 상급반 훈련생과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두 사람은 빠르게 공격하지 않았다. 손을 뻗고 피하는 동작을 반복했는데, 소희는 상대가 움직일 때마다 발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었다.이서는 그 발을 바라보았다.오른발이 먼저 움직였다.왼발이 따라갔다.상대가 정면으로 다가오자 소희는 왼발을 조금 바깥쪽으로 옮겼다.그런데 방향을 바꾸기 직전, 오른발 뒤꿈치가 아주 짧게 들렸다.이서는 눈을 가늘게 떴다.방금 본 움직임이 낯익었다.두 번째 대련에서 자신이 넘어졌던 순간과 비슷했다.소희가 다시 움직였다.오른발 뒤꿈치가 들렸다.상대가 왼쪽으로 움직이자 소희는 반대쪽으로 빠졌다.이서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였다.소희가 오른쪽으로 갈 것처럼 보인다.자신이 그 방향을 따라간다.그런데 소희는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뒤 반대쪽으로 돌아간다.그렇다면 처음부터 따라가지 않으면 어떨까.이서는 다시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8화

    “오른손은 쓰지 마. 일어날 때도 왼쪽 팔꿈치와 오른쪽 다리로 먼저 몸을 세워.”이서는 소희의 지시에 따라 몸을 돌렸다.오른손을 짚지 않으려고 애쓰는 동안 어깨와 등이 다시 매트에 닿았지만, 가까스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교관이 기록표에 표시했다.“두 번째 패배.”대열 뒤쪽에서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저걸 대련이라고 하나?”“나소희는 제대로 공격하지도 않았는데.”“특별 평가에서 돌아왔다더니 별거 없네.”이서는 그 소리를 들었다.처음에는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러나 곧바로 소희의 발을 바라보았다.조금 전 자신이 무너진 순간을 다시 떠올리려 했다.소희의 왼발이 움직였다.자신이 따라갔다.그런데 다음 순간 상대는 이미 다른 방향에 있었다.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없었다.소희가 이서 앞에 멈춰 섰다.“네가 내 발을 보려는 건 알겠어. 그런데 발만 내려다보니까 내가 정면으로 들어오는 것도 늦게 알아차리더라.”이서는 고개를 들었다.“어깨를 보면 늦고, 발을 보면 다른 움직임을 놓칩니다. 그럼 대체 뭘 봐야 하는 겁니까?”소희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걸 내가 전부 알려 주면 네가 나를 상대하는 의미가 없어지겠지. 다만 한 가지는 생각해 봐. 네가 움직이는 동안 나도 가만히 있는 건 아니야.”이서는 그 말을 이해하려 했지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손바닥에서는 욱신거리는 통증이 이어졌고, 무릎에는 새로운 상처가 생겼다.무엇보다 소희가 너무 빨랐다.상대가 움직인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공격이 끝나 있었다.세 번째 대련에서는 먼저 공격해 보기로 했다.계속 기다리다가 넘어지는 것보다는 낫겠다고 생각했다.호루라기가 울리자 이서는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며 왼손을 뻗었다.소희가 뒤로 물러났다.이서는 그 움직임을 따라 한 걸음 더 들어갔다.그 순간 소희의 몸이 옆으로 빠졌다.이서는 허공을 향해 팔을 뻗은 채 중심을 잃었다.소희가 손목을 잡아 움직임을 틀었다.몸이 돌아갔다.이번에는 매트에 등이 먼저 닿았다.충격이 어깨뼈를 타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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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6화

    일반반 대련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전 아홉 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문을 열자 소독약과 땀, 오래된 고무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바닥에 깔린 매트는 여러 군데가 닳아 있었고, 접합부에는 제대로 마르지 않은 물기가 고여 있었다. 보조 교관 두 명이 걸레로 바닥을 닦고 있었는데, 걸레를 짜는 양동이의 물은 탁한 붉은색이었다.이서는 그 물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렸다.대련장 한쪽에는 의료용 들것이 세워져 있었다.보호구를 정리하던 훈련생 하나가 낮게 속삭였다.“오늘 상급반에서 사람 내려온대.”옆의 훈련생이 고개를 들었다.“왜? 우리 일반반 평가에 상급반이 왜 끼어?”“합동 대련이라던데. 지난번에는 끝나고 세 명이 의무실 갔대.”“그런 걸 왜 시키는 거야?”“우리가 얼마나 못하는지 보여 주려고 그러겠지.”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손바닥의 붕대를 확인하려 했지만, 젖은 거즈가 피부에 달라붙어 있었다. 억지로 떼면 또 피가 날 것 같아 소매로 가리고 있는데, 출입문 쪽에서 군홧발 소리가 멈췄다.검은 훈련복을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나소희.스물한 살의 상급반 훈련생이었다.이서는 그녀의 이름보다 걸음걸이에 먼저 시선을 빼앗겼다.소희는 젖은 매트를 밟으면서도 발을 끌지 않았다. 몸을 세우기 위해 어깨에 힘을 주지도 않았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발과 허리가 자연스럽게 함께 움직였다.짧게 묶은 머리카락 아래로 목덜미의 오래된 상처가 보였다.손가락 마디에는 굳은살이 두껍게 자리 잡고 있었으며, 왼쪽 눈썹 끝에는 희미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교관이 출입표를 확인했다.“상급반 나소희. 합동 대련 평가 지원 맞나?”“명령받은 대로 왔습니다. 일반반 훈련생 가운데 지정 대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소희는 대열을 훑었다.그녀의 시선이 이서에게 멈췄다.“117번이 누구죠?”이서는 자신을 향해 돌아오는 시선들을 느꼈다.교관이 기록표를 넘겼다.“한이서. 앞으로 나와.”이서는 절뚝거리는 걸음을 숨기며 앞으로 나갔다.소희는 그녀의 얼굴보다 먼저 손과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5화

    이서는 잠시 망설이다가 소매 속의 손을 내밀었다.붕대 가장자리가 붉게 젖어 있었다.교관은 상처를 살피는 대신 옆에 있던 보조 교관에게 기록표를 넘겼다.“훈련 전 상태 기록. 출혈 있음, 본인 통증 호소. 그리고 정상 훈련 복귀 명령 유지.”“교관님, 이 상태로 손을 짚으면 상처가 더 벌어질 수 있습니다.”“그럼 손을 짚지 않으면 되겠군.”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오늘 훈련에서 네 몸이 어디까지 버티는지 확인하겠다. 네가 원하는 재평가도 그 뒤에 해 주지.”이서는 더 말하지 않았다.교관이 돌아서자 젖은 운동장에 구령이 울렸다.“전원 엎드려!”훈련생들이 일제히 바닥에 몸을 낮췄다.이서는 오른손을 제대로 펼 수 없었다. 왼손과 팔꿈치로 체중을 지탱하려 했지만 균형이 무너지면서 오른손이 진흙에 닿았다.통증이 손목을 타고 치솟았다.입술 사이로 비명이 새어 나오려는 순간,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117번! 자세 불량!”교관이 다가왔다.“손이 아프면 팔꿈치로 버텨. 팔꿈치가 아프면 어깨로 버티고. 네 몸에서 멀쩡한 곳을 찾아 쓰는 것도 훈련이다.”이서는 젖은 흙바닥에 팔꿈치를 박았다.차가운 물이 소매 안으로 스며들었다.그렇게 첫 번째 훈련이 시작되었다.***아침 식사 시간까지 이어진 체력 훈련에서 세 명이 쓰러졌다.첫 번째 훈련생은 달리기 도중 구토했고, 두 번째는 젖은 장애물 위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접질렸다. 마지막 훈련생은 반복해서 엎드렸다 일어나는 동작을 하다가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졌다.교관들은 그들을 들것에 실어 보냈다.나머지 인원에게는 계속 뛰라는 명령이 떨어졌다.이서는 비에 젖은 운동장을 절뚝거리며 돌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목 안쪽이 따가웠고, 왼쪽 다리에 체중이 실리는 순간마다 시야가 좁아졌다.누군가 그녀의 뒤에서 속삭였다.“117번 때문에 우리 줄 속도까지 늦어지잖아.”“저렇게 다쳤으면 의무실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야?”“누가 보내 주는데? 아까 교관 말 못 들었어?”이서는 뒤돌아보지 않

  • 지옥에서 길러진 여자   44화

    새벽 다섯 시가 되기도 전에 한이서는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끈적한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처음에는 땀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담요 밖으로 오른손을 꺼내자, 희미한 비상등 아래에서 검붉은 액체가 손가락 사이를 지나 손목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전날 밤 백시온이 새로 감아 준 붕대는 피와 진물에 젖어 무겁게 늘어졌고, 손을 조금 펼치는 순간 달라붙은 거즈가 상처를 잡아당겼다.“아…… 윽.”이서는 이를 악물고 손을 다시 오므렸다.검은 훈련실에서 찢어진 손바닥은 사흘이 지나도록 아물지 않았다. 피부가 벌어진 자리에는 붉은 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으며, 밤새 굳은 피가 거즈와 엉겨 붙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살점이 뜯기는 듯한 통증을 일으켰다.그녀는 왼손으로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이번에는 허벅지 안쪽에서 깊숙한 통증이 올라왔다.특별 평가 때 받은 충격이었다.왼쪽 허벅지에 남은 멍은 검붉게 번져 있었고, 무릎을 조금만 굽혀도 근육 안쪽이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시온이 건네준 진통제 덕분에 겨우 잠들었지만, 약효가 사라진 몸은 다시 통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이서는 침대 끝에 앉아 잠시 숨을 골랐다.숙소 안에서는 누군가 잠결에 이를 갈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불을 뒤집어쓴 훈련생이 낮게 신음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철제 침대 기둥을 두드렸지만, 그 소리에 잠을 깨는 사람은 없었다.이곳에서 잠은 휴식이 아니었다.다음 명령이 떨어지기 전까지 잠시 의식을 놓을 수 있도록 허락된 시간에 가까웠다.쾅!철문이 벽에 부딪쳤다.“전원 기상! 삼 분 안에 운동장 집합이다. 늦는 인원은 아침 배식 제외, 같은 줄 전원 연대 책임!”군홧발 소리가 숙소 안으로 밀려들자 훈련생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이서는 왼손으로 침대 기둥을 붙잡았다. 발을 바닥에 내리는 순간 허벅지가 당겨 무릎이 꺾였지만, 이를 악물고 몸을 세웠다.옆 침대의 여자가 그녀를 돌아보았다.“117번, 손에서 피 나잖아. 그거 다시 감아야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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