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8화그러다 박스 옆에 쪼그려 앉아 있던 지아가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셔츠 소매가 손목 위로 살짝 밀려 올라가면서 희미하게 남은 멍이 드러났다.거의 가라앉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칠 정도였지만 이건은 놓치지 않았고, 그의 눈빛이 순간 가라앉았다.지아도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아차렸는지 서둘러 소매를 끌어내렸다.며칠 전 병원에서 봤던 모습이 떠올랐지만 이건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아가 감추고 싶어 하는 걸 굳이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대신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지아가 그의 손과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는 동안에도 이건은 재촉하지 않고 그대로 기다렸다.잠시 후 지아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자 이건은 손에 힘을 주어 몸을 일으킬 수 있도록 받쳐주었다.맞닿았던 손은 금세 떨어졌지만, 박스를 다시 들려던 이건의 손이 순간 멈췄다.손바닥에 남은 미약한 감촉이 생각보다 선명했다.이건은 자신의 손을 한번 내려다봤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박스를 고쳐 들었다.“감사합니다.”지아가 웃으며 소매 끝을 다시 한번 끌어내리자 이건의 눈매가 미세하게 굳었다.“무거운 건 두세요.”“저 이 정도는 들어요.”“압니다.”이건은 지아가 들려고 하던 나머지 박스까지 가져왔다.“그래도 제가 들겠습니다.”지아가 의외라는 듯 그를 쳐다보다 입꼬리를 올렸다.“대표님, 생각보다 친절하시네요.”“생각보다?”“처음에는 좀 무서웠거든요.”이건의 굳었던 눈매가 그제야 느슨하게 풀렸다.“지금은 안 무섭습니까?”지아가 고민하는 척 고개를 갸웃했다.“박스 들어주는 동안은요.”결국 이건이 다시 웃었다.이 여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대화가 늘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렀는데,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었다.다행히 집회 구간을 피해 돌아갈 수 있는 길이 확인되면서 도원 차량에 샘플을 실어 백림유통까지 보내기로 했다.차량이 출발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지아가 벽에 살짝 기대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이건이 그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지하철 못 타서 아쉽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57화회의가 끝났을 때는 오후 다섯 시가 넘어 있었다.백림유통 직원들이 하나둘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지아도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있었다.그때 비서가 이건에게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백림유통에서 가져온 샘플 일부가 지하 물류장에서 잘못 분류됐답니다. 회수 차량은 이미 출발했고요.”이야기를 들은 지아도 가방을 챙기다 말고 손을 멈췄다.전략기획팀장이 난감한 얼굴로 물었다.“어느 정도입니까?”“박스 네 개라고 합니다.”“그럼 퀵으로 보내죠.”지아가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화면을 확인하던 미간이 이내 좁아졌다.“오늘 집회 때문에 이쪽 도로가 막혔대요. 기사님이 들어오려면 한 시간 넘게 걸린다는데요.”팀장이 내일 보내면 안 되겠느냐고 묻자 지아가 고개를 저었다.“내일 오전에 MD 미팅 있잖아요. 그때 샘플 필요한 거 아니에요?”“그렇지.”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이건이 비서를 돌아봤다.“차는 준비됐습니까?”“네. 지하에 대기 중입니다.”“그럼 가는 길에 백림유통 본사에 들르죠.”지아가 뜻밖이라는 듯 그를 올려다봤다.“대표님이 직접 가시게요?”“제 차는 길이 안 막힙니까?”“막히죠.”망설임도 없는 대답에 비서가 입술을 물며 웃음을 참았고, 이건도 입가에 번지는 웃음을 누르며 물었다.“그럼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지하 물류장에서 박스만 받아서 지하철로 가져가는 게 제일 빠를 것 같은데요. 제가 가져갈게요.”팀장이 황당한 얼굴로 끼어들었다.“한 과장 혼자 네 박스를 어떻게 가져가?”“카트 있지 않을까요?”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지아를 보며 이건은 피식 웃고 재킷 단추를 풀었다.“갑시다.”“어디를요?”“지하 물류장으로요.”지아가 눈을 깜빡였다.“설마 대표님도 같이 들고 가시려고요?”“박스가 네 개라면서요. 제가 들면 안 됩니까?”이건이 먼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뒤따라오던 지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들 수는 있죠. 좀 비싸 보이는 사람이 박스 들고 다니는 게 문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56화다음 날 오후, 도원 본사 회의실에 들어선 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가장 먼저 한지아를 찾았다.일부러 찾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적어도 회의실 문을 열기 전까지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인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옆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차례로 보였다. 그러다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지아와 눈이 마주쳤다.지아도 그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대표님.”특별할 것 없는 인사였는데도 이건은 그녀의 얼굴을 한 번 더 눈에 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앉으시죠.”자리에 앉은 뒤에도 시선이 한 번 더 그쪽으로 향했지만, 지아는 이미 노트북을 열어 자료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건은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펼쳤다.회의는 예정대로 시작됐다.지난 물류 오류 이후 수정된 발주 기준과 재고 관리 절차를 점검하고, 다음 달부터 적용할 온라인 판매 확대안까지 검토하는 자리였다. 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는 동안 이건은 필요한 부분만 짚어 물었다.“온라인 물량을 이만큼 늘리면 물류센터 처리량은 감당됩니까?”“현재 기준으로는 가능합니다.”“현재 기준 말고 프로모션 기간까지 포함해서 말씀해 주십시오.”팀장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멈칫하자 자료를 넘기던 지아가 고개를 들었다.“프로모션 기간까지 포함하면 조금 빡빡합니다. 평균 물량으로 계산하면 가능한데, 첫 주에는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높아요. 작년 비슷한 행사 때도 첫 사흘 물량이 평소보다 두 배 넘게 들어왔고요.”이건의 시선이 지아에게 향했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물량을 줄이든가, 사람을 늘리든가 둘 중 하나죠.”너무 명쾌한 대답에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고, 전략기획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지아를 돌아봤다.“한 과장, 대표님이 그걸 몰라서 물으신 게 아니잖아.”“아, 죄송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대답했네요.”뒤늦게 사과하면서도 지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보다 정말 너무 당연한 말을 했나 싶은 민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55화팀장의 표정이 굳었다.“왜? 한 과장이 한번 봐주면 되잖아.”지아는 서류를 밀어놓고 차분하게 말했다.“보는 건 괜찮아요. 그런데 제가 최종 확인자로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이에요. 이 자료는 제가 만든 것도 아니고, 앞에서 어떤 기준으로 정리했는지도 모르잖아요.”“수치만 맞는지 보면 되지.”“그 수치가 왜 나왔는지까지 알아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죠.”지아는 서류 첫 장에 적힌 작성 부서를 손끝으로 짚었다.“작성한 팀에서 먼저 확인해 주세요. 그다음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가 볼게요.”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물러서는 기색은 없었다.팀장이 못마땅한 얼굴로 서류를 내려다봤다.“지난번에는 네가 다 봤잖아.”“그래서 이번에는 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지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지난번 납품 건도 제가 수정한 파일에 제 이름이 남았어요. 제가 도와드린 부분은 제가 책임지면 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하지 않은 자료까지 제 이름으로 넘기면 나중에는 누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알 수 없잖아요.”회의실 문 앞에 서 있던 이건은 그 말을 조용히 들었다.조금 전부터 궁금했던 답을 뜻밖의 순간에 들은 기분이었다.한지아는 남의 일을 무조건 떠안는 사람이 아니었다.필요하면 자기 일이 아니어도 나섰지만, 그렇다고 남의 책임까지 대신 짊어지지는 않았다.도울 일과 책임질 일을 분명하게 구분할 줄 알았다.그 차이가 이건에게는 꽤 인상적이었다.책임감이 강한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책임감과 희생을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었다.“알았어. 그럼 이것만 먼저 봐줘.”팀장이 결국 서류 한 부를 도로 가져갔다.“네. 확인할 부분 표시해서 보내주세요.”지아는 더 말하지 않았다.괜히 분위기를 풀려고 웃지도 않았고,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구구절절 설명하지도 않았다. 해야 할 말을 했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듯 다시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이건은 그런 지아를 잠시 바라봤다.자기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었다.그는 원래 그런 사람과 일하는 걸 좋아
Last Updated: 2026-10-04
Chapter: 54화회의실 안의 변명이 뚝 끊겼다.잠시 눈치를 보던 물류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기존 기준으로 발주를 넣고 나중에 수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그러면 일을 두 번 해야 하지 않습니까?”“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시스템을 수정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그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죄송합니다. 늦었습니다.”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건의 시선이 먼저 움직였다.한지아였다.노트북 가방과 서류철을 든 채 문 앞에 서 있었다.오늘 참석자 명단에는 없던 사람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어도 아무 상관없는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얼굴을 보자 시선이 잠시 멈췄다.며칠 전 기억 속에 떠올랐던 얼굴보다 지금 눈앞에 있는 모습이 훨씬 선명했다.이건은 자신도 모르게 길어진 시선을 먼저 거뒀다.“한 과장, 여긴 왜 왔어?”전략기획팀장이 물었다.“박 선임님이 연락하셨어요. 안전재고 수량이 이상하다고 해서요.”지아는 빈자리를 찾는 대신 곧바로 노트북부터 열었다.“어디까지 확인하셨어요?”박 선임이 문제의 페이지를 내밀었다.지아는 화면과 자료를 번갈아 살폈다. 옆에서 두 사람이 동시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필요한 내용을 모두 확인한 뒤에야 물류팀장을 바라봤다.“오늘 발주 마감 몇 시예요?”“세 시.”벽시계는 한 시 십오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럼 시간 있어요. 전체를 기존 기준으로 넣지 말고 오류 난 세 품목만 먼저 빼주세요. 나머지는 계획대로 발주하고요.”전략기획팀장이 물었다.“시스템 수정이 두 시간 안에 돼?”“전체를 지금 바꾸면 안 되죠. 안전재고 기준값만 잘못 들어간 거니까 세 품목만 임시 승인으로 수정하면 돼요. 오늘 발주가 끝나면 전체 기준은 다시 확인하고요.”“승인은?”“물류본부장님 결재 받아야죠. 수정 근거는 제가 정리할 테니까 승인부터 바로 받아주세요.”그 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분위기가 달라졌다.조금 전까지 서로 책임을 설명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Last Updated: 2026-10-04
Chapter: 53화현장 점검 날, 한지아는 나타나지 않았다.명단을 확인했을 때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도 백림유통 물류센터에 들어선 순간, 이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전략기획팀에서는 김 대리와 박 선임만 나와 있었다.한지아는 없었다.그제야 이건은 자신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고작 며칠 사이 몇 번 마주친 직원이었다. 이름을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굳이 찾을 이유가 없었다.이건은 별 의미 없는 생각이라는 듯 시선을 거뒀다.“대표님, 이쪽입니다.”백림유통 전략기획팀장이 앞장섰고, 이건은 말없이 그 뒤를 따라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지난번 납품 오류 이후 백림유통은 수정 파일 관리 절차를 손봤다. 오늘은 바뀐 방식이 실제 현장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담당자들은 준비해 온 자료를 넘기며 달라진 절차를 차례로 설명했다. 설명만 들으면 특별한 문제는 없어 보였다.오히려 너무 매끄러웠다.이건은 이런 보고를 수도 없이 받아봤다. 사고가 터진 뒤 만들어지는 대책은 언제나 완벽했다. 서류만 보면 같은 문제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결국 문제는 사람이었다.절차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소용없었고, 사고가 생겼을 때 누가 판단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졌다.그 예상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맞아떨어졌다.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넘기던 물류팀장의 손이 한 페이지에서 멈췄다.“이거 지난번 기준 아닙니까?”전략기획팀장이 서류를 끌어당겼다.“아닙니다. 최종 수정본입니다.”“그런데 안전재고 수량은 왜 그대로예요?”맞은편에 앉은 실무자들의 표정이 하나둘 굳었다.이건은 문제의 자료를 끌어와 직접 확인했다. 지난번 오류가 발생했던 세 품목 가운데 하나의 안전재고 수량이 이전 기준 그대로 남아 있었다.“문제 있습니까?”이건의 낮은 목소리에 전략기획팀장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큰 문제는 아닙니다, 대표님. 아직 시스템에 최종 반
Last Updated: 2026-10-04
Chapter: 126화. 이제 내가 고른다국가과학전략청의 연락을 시작으로 국내 기관들의 면담 요청도 잇따라 들어왔다.국방 관련 연구기관과 정부 산하 연구소는 물론, 국가 핵심기술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처에서도 연락해왔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윤이 연구 제안서를 보내고 답을 기다려야 했던 곳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그들이 먼저 서윤의 일정을 물었고,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필요한 지원은 무엇인지 확인해왔다.서윤은 회의실 테이블 위에 쌓인 자료들을 천천히 넘겼다. 국내 기관의 제안서와 해외에서 보내온 영입 조건이 한데 섞여 있었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연구센터장이 그 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급하게 결정할 필요 없어. 이제는 한 박사가 조건을 따져볼 차례니까.”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옆자리에 앉아 있던 도준은 자료 한 장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서윤은 그런 그를 바라보다 슬쩍 물었다.“권 대표님은 어디가 제일 좋아 보여요?”도준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제안서들을 한번 훑어본 뒤 서윤을 바라봤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한 박사가 갈 곳인데.”서윤이 눈을 가늘게 뜨자 도준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그는 서윤 앞에 놓인 서류 한 장을 손끝으로 밀어주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한 박사를 갑자기 알아본 건 맞습니다. 그렇다고 한 박사가 갑자기 대단해진 건 아니잖아요.”서윤의 손이 서류 위에서 잠시 멈췄다.도준은 더 이상 말을 보태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온전히 서윤의 몫이었다.서윤은 다시 제안서로 시선을 내렸다.예전 같았으면 상대가 자신을 선택해줄지부터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해도 됐다.***그날 밤, 강성그룹 본사에는 재헌의 집무실만 늦도록 불이 켜져 있었다.오세진이 가져온 자료는 오전보다 훨씬 두꺼워져 있었다.재헌은 넥타이까지 풀어놓은 채 소파에 앉아 자료를 한 장씩 넘겼다.그러다 결혼 후 서윤이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 기록에서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125화. 한서윤을 원하는 곳들재헌은 오세진이 가져온 자료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한서윤의 이름으로 발표된 논문과 연구 프로젝트, 학술대회 참석 기록이 시간순으로 정리돼 있었다.그중 한 장의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해외 학술대회에서 찍힌 사진이었다. 지금보다 어린 서윤이 여러 연구자들 사이에서 목에 출입증을 걸고 자료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재헌은 자신도 모르게 화면을 확대했다.결혼사진에서도, 집에서도 자주 보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누군가와 연구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이었는지 서윤은 옆 사람을 바라보며 밝게 웃고 있었다.재헌의 시선이 사진 위에 오래 머물렀다.“이때가 언제야?”“결혼 전입니다. 당시 해외 공동연구 제안도 몇 차례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재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해외에서도?”“네. 장기 프로젝트 제안도 있었고요.”재헌은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내렸다.자신이 알던 서윤은 결혼 후 자신의 집에 들어온 여자였다. 연구센터에 출근하고, 늦으면 연락을 해오고, 밤이면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였다.그 이전의 한서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조차 없었다.화면을 넘기자 이번에는 연구실에서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흰 가운을 입은 서윤이 장비 앞에서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고, 주변 연구원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를 향해 있었다.재헌의 손끝이 화면 위에서 멎었다.몇 시간 전 읽었던 기사 속 모습과 묘하게 겹쳤다.사람들이 한서윤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었다.예전부터 그랬던 것이다.자신만 몰랐다.***그 시각, 서윤이 연구센터에 도착하자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기도 전에 안쪽에서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서윤이 사무실로 들어서자 출력한 서류를 한가득 들고 있던 직원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박사님, 오셨어요? 메일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도 많아요.”서윤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봤다.평소라면 연구자료와 실험 일정이 떠 있어야 할 대형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124화. 내가 몰랐던 아내같은 시각, 서울 강성그룹 본사.늦은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재헌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책상 위의 결재서류를 집어 들었다.뒤따라 들어온 오세진이 태블릿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대표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재헌은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물었다.“뭔데.”“한 박사님 관련 기사입니다.”서류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재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자 오세진은 아무 말 없이 태블릿을 앞으로 밀었다.《국가 핵심 기술 프로젝트 장애 해결… 민간 연구자 한서윤 박사 참여》기사를 내리던 재헌의 엄지가 멈췄다.한서윤.수없이 보고 불렀던 이름인데 기사 속에 박힌 그 이름은 이상할 만큼 낯설었다.재헌은 몇 줄을 읽다가 화면을 다시 위로 올렸다. 처음부터 다시 읽고, 또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언제 난 거야?”“한 시간 정도 됐습니다. 관련 기관에서도 부인하지 않았고요.”재헌은 태블릿을 내려놓으려다 다시 집어 들었다.기사 아래에는 한서윤이 7년 전 초기 기술 설계에 참여했다는 내용부터 국내외 연구 프로젝트와 기술 관련 논문, 해외 학술 인용 기록까지 과거 연구 이력이 짧게 정리돼 있었다.재헌은 화면을 확대해 다시 읽은 뒤 곧바로 다음 자료를 열었다.“이건 뭐야.”“한 박사님의 과거 연구 이력입니다.”재헌의 미간이 좁아졌다.“왜 이런 게 이제 나와?”오세진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재헌은 의자에 기대려다 말고 다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논문 하나를 열었지만 모르는 용어가 가득했다. 몇 줄을 읽다가 뒤로 나와 다른 자료를 누르자 이번에는 해외 연구기관이 한서윤의 연구를 인용한 기록이 나왔다.그다음 자료에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다.화면을 넘길수록 자신이 모르는 한서윤이 계속 나타났다.재헌이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연락처에서 한서윤을 찾아 눌렀지만 통화 버튼 위에 올린 엄지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 화면이 저절로 어두워지자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던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집어 들었다.이번에도 전화는
Last Updated: 2026-10-05
Chapter: 123화. 한서윤이라는 이름대전 지하 방공 안가의 메인 엔진이 정상 가동에 들어간 지 세 시간이 지났다.지하 통제실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한서윤이라는 이름은 벌써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국가안보기술조사국 상황실.차정혁이 올린 긴급 보고서가 보안망을 타고 상부로 전달됐다.《메인 엔진 정상화 완료》첫 장에는 이번 장애의 원인과 조치 결과가 간략하게 정리돼 있었고, 그 아래 책임 연구자의 이름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한서윤.보고서를 읽던 국장이 의자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이 사람이 7년 전 초기 설계자라고?”“맞습니다. 당시 대학 연구팀 소속으로 기초 논리를 설계했습니다.”비서관이 관련 자료를 화면에 띄우자 7년 전 연구자료와 논문, 이후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나타났다.국장의 시선이 한서윤의 이름에 머물렀다.“현재 소속은?”“국가 연구기관은 아닙니다. 민간 연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연구진이 사흘 동안 매달리고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였다.그걸 불과 몇 시간 만에 찾아낸 사람은 정작 국가 연구기관 소속조차 아니었다.국장이 보고서를 덮었다.“한서윤 박사 관련 자료 전부 다시 올려. 보안 등급도 재검토하고.”그날 오후부터 여러 기관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국방 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오래전에 보관된 한서윤의 연구자료를 다시 꺼냈고,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는 그녀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훑었다.그동안 한서윤이라는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하지만 메인 엔진의 정상 가동이 확인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한 회의실의 대형 화면에 7년 전 연구자료가 떠올랐다.연구원 한 명이 화면을 확대했다.“이걸 대학생 때 만들었다고요?”“정확히는 초기 설계 논리입니다.”화면을 들여다보던 연구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그게 지금 저 엔진의 시작이잖아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회의실 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자료 첫 장으로 향했다.한서윤.보안상 구체적인 시설과 기술은 외부에 공개
Last Updated: 2026-10-04
Chapter: 122화. 90을 넘었다잠시 후 대형 모니터에 7년 전 작성된 초기 설계식과 현재의 운용식이 나란히 떠올랐다.두 화면을 빠르게 비교하던 서윤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찾았어요. 여기네요.”현재 운용식에만 추가된 보정계수 하나가 붉게 표시됐다.“이 값을 절반으로 낮추고 다시 돌려요. 센서값은 건드리지 말고 들어오는 그대로 받으세요.”차정혁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확실합니까, 한 박사?”서윤은 초기식과 현재식을 다시 한번 대조한 뒤 흘러내린 보호안경을 밀어 올렸다.“그걸 확인하려고 다시 돌리는 겁니다.”차정혁은 더 묻지 않고 수석연구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두 번째 가동 준비가 시작됐다.연구원들이 각자 위치로 흩어지는 사이, 도준은 제어대 옆에 놓인 보호장갑을 집어 서윤 앞에 내려놓았다. 서윤이 자연스럽게 장갑을 집어 들자 그제야 자신의 보호안경을 고쳐 썼다.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서윤에게 머물러 있었다.두 번째 가동이 시작되자 통제실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도준은 서윤의 바로 옆 제어대에 섰다. 한 손을 비상정지 스위치 위에 올려둔 채 출력 수치와 서윤의 움직임을 번갈아 살폈다.출력이 70을 지나 75를 넘어섰다.경고등은 켜지지 않았다.수치가 80을 넘어서는 순간, 장비 안쪽에서 날카로운 금속음이 튀었다.서윤이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쪽으로 몸을 돌리려 하자 도준의 손이 먼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그는 서윤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며 몸으로 앞을 막았다. 무언가 터지기라도 하면 자신이 먼저 받아내겠다는 듯 한쪽 팔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본체 이상 없습니다! 잔여물 타격입니다!”연구원의 외침이 터지고 나서야 도준의 팔에 들어갔던 힘이 조금 풀렸다.도준은 이상이 없다는 걸 직접 확인한 뒤에야 서윤을 놓아주었다. 별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서윤과 안전선 사이에 자리를 잡고 조금 더 가까이 섰다.출력이 85를 넘어섰다.지난 사흘 동안 누구도 넘지 못했던 구간이었다.통제실 안의 모든 시선이 화면으로 쏠렸다.86을 지나 88.수치는
Last Updated: 2026-10-04
Chapter: 121화. 살아난 엔진그래프의 요동이 멈췄다.발작하듯 튀던 붉은 파형이 거짓말처럼 완만해지더니 일정한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통제실을 채우던 소음도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수석연구원은 복귀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린 채 모니터만 바라봤다. 보정축을 떼어내는 순간 무너질 거라 예상했던 메인 출력이 오히려 안정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비상정지 스위치를 쥔 도준의 시선은 화면에만 머물지 않았다.출력 수치와 냉각계통을 확인하면서도 틈틈이 바로 옆에 선 서윤을 살폈다. 다른 연구원들이 화면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몇 번이고 서윤에게 돌아갔다.서윤은 위험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문제는 답을 찾기 시작하면 자기 몸부터 잊는다는 것이었다.도준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서윤의 판단을 믿었다. 대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자신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그녀와의 거리를 조금 좁혀 두었다.“출력 81.4…… 냉각 수치,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옵니다!”뒤쪽에서 데이터를 확인하던 연구원의 목소리가 흔들렸다.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빠르게 쏟아지는 로그 데이터를 훑던 시선이 한 정밀 센서의 파형에서 멈췄다.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단순한 노이즈로 취급됐던 진동이었다.하지만 보정축이 사라지자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파동을 그리기 시작했다.“복귀시키지 마세요.”수석연구원이 놀란 얼굴로 돌아봤다.“한 박사님, 이미 규정 가동 시간을 초과했습니다. 지금 복귀시키지 않으면 내부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도준의 표정이 굳었다.냉각계통까지 파열되면 차폐벽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을 이미 들은 터였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서윤의 옆얼굴로 향했다.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손목을 잡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지금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서윤이었다. 자신의 불안 때문에 그녀의 판단을 가로막고 싶지는 않았다.대신 비상정지 스위치
Last Updated: 2026-10-04

The Nation Took My Wife Away
For three years, Han Seoyoon lived as Kang Jaehun's wife—but never as the woman he loved.
Their marriage was cold, distant, and painfully empty. No matter how hard she tried, there was always someone else between them: Cha Yuri, Jaehun's first love—the woman everyone believed was gone forever.
Then Yuri came back.
And the moment she did, Seoyoon finally understood that there had never truly been a place for her in her husband's heart.
So she stopped waiting.
She asked for a divorce and walked away from the marriage that had slowly broken her.
But there was one thing Jaehun had never known about his quiet, neglected wife.
Han Seoyoon wasn't an ordinary woman.
She was a brilliant scientist, the irreplaceable mind behind a critical national technology—and a researcher important enough for the government to place under its highest level of protection.
By the time Jaehun realizes what his wife meant to him, she is already beyond his reach.
The woman he once took for granted now belongs to a world he cannot control.
And another man is standing beside her.
For the first time in his life, Kang Jaehun is afraid.
Not of losing his company.
Not of losing his power.
But of losing his wife forever.
He wants her back.
The nation, however, has already taken her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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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Chapter 23. Even If I Don't Have the RightWhen the call ended, Seoyun slipped her phone into her bag.Jaeheon's gaze followed her fingers."Is Lee Jungwoo coming to pick you up?"Seoyun didn't answer. She headed for the front door."Not tonight."Jaeheon stepped into her path.Only then did she look up at him."What isn't happening tonight?""You're not seeing that bastard.""And who are you to decide that?"Just then, relatives began spilling out of the living room after dinner. The household staff handed out coats while chauffeurs brought cars around one after another outside."Jaeheon, we're leaving."His uncle patted him on the shoulder.Jaeheon barely nodded.His eyes never left Seoyun.The older man glanced between them, but his wife quickly caught his arm and pulled him away."Let's go. Don't get involved in a married couple's fight."Once they were out of earshot, Jaeheon spoke again."Don't see Lee Jungwoo."Seoyun let out a humorless laugh."Get Cha Yuri out of this house first.""That's different.""Only to you."Sh
Last Updated: 2026-09-05
Chapter: Chapter 22. Don't Answer His CallDinner wasn't even over when Seoyun left the table.Behind her, laughter and the clinking of glasses continued as though nothing had happened. The staff cleared empty plates and wine bottles, while relatives gathered around Kang Taejun in the living room, talking loudly as he opened his gifts.Seoyun turned her back on the noise and headed for the entrance.The sharp click of dress shoes followed her across the marble floor."Han Seoyun."Jaeheon.She kept walking."Where are you going?""Home.""This is your home."Only then did Seoyun turn around."Really?"A faint, humorless smile touched her lips."That's news to me."Jaeheon's face hardened.The name card that had been placed at the far end of the dinner table seemed to flash between them."That was my mother's doing.""In your house."Jaeheon had no answer.Outside, chauffeurs were busy bringing cars around for departing guests. Cool night air swept through the open doors, lifting the hem of Seoyun's black dress.She turned to le
Last Updated: 2026-09-05
Chapter: Chapter 21. Then Your Son Should Get Tested TooThe laughter around the table vanished in an instant.Only moments ago, champagne glasses had been clinking beneath the chandeliers as relatives traded birthday wishes across the table.Now no one seemed willing to make a sound.Park Junghee's gaze remained pointedly fixed on Seoyun's stomach."You've been married for more than three years. Other couples would have two children by now."Someone cleared their throat awkwardly.Another relative quietly lowered their champagne glass and looked away.It was Kang Taejun's birthday dinner, but Park Junghee didn't seem to care how many people were listening."I was patient at first. Everyone said young couples should have time to enjoy being newlyweds. But three years? That's a different story."Seoyun silently lifted her water glass."Mother."Jaeheon's voice dropped."That's enough.""You stay out of this."Park Junghee cut him off without hesitation."Did I ask her to produce a child out of thin air? Am I not even allowed to tell my daught
Last Updated: 2026-09-05
Chapter: Chapter 20. My Wife's PlaceSaturday evening.The Kang mansion was far more lavish than usual for Chairman Kang Taejun's birthday celebration.Black sedans lined the driveway, while enormous flower arrangements and gift boxes arrived one after another. Beneath glittering chandeliers, formally dressed relatives mingled with Kangseong Group executives, champagne glasses clinking amid polite laughter.At one end of the living room stood a floral arrangement nearly as tall as a person, with an enormous birthday cake displayed beside it.When Seoyun descended the stairs, several heads turned.Her black dress hugged her slender waist before falling in a sleek line to the floor. There were no extravagant jewels or decorations, yet the clean curve of her bare shoulders and the elegant line of her neck drew more attention than anything glittering around her.Jaeheon noticed her too.His hand stilled around his champagne glass.His gaze moved slowly over her, tracing the line of her neck before lingering at the narrow curv
Last Updated: 2026-09-04
Chapter: Chapter 19. Now You See It?Friday afternoon.With Chairman Kang Taejun's birthday only a day away, the mansion had been bustling since morning.Gift boxes arrived one after another at the entrance while the staff hurried back and forth carrying flower baskets and cases of wine. Silverware and glasses clinked in the living room, while the sounds of sizzling oil and chopping knives spilled from the kitchen.The air was thick with the scent of expensive flowers, wine, cooking oil, and simmering meat. Every corner of the mansion seemed to be preparing for the same celebration.The moment Seoyun walked in, Park Junghee handed her an apron as though she'd been waiting for her."Good. You're here. Change and come downstairs. We have more dishes to prepare than I can count."The kitchen counters were crowded with ribs, ingredients for jeon, and vegetables for japchae."You expect me to make all of this?"Park Junghee scoffed."If you can't even earn your keep on a day like this, what good are you after marrying into thi
Last Updated: 2026-09-04
Chapter: Chapter 18. There Can't Be Two Daughters-in-Law"I'm not going to ask where you were or what you were doing all night."Park Junghee looked Seoyun up and down.The old family albums were still spread across the living room table. Photographs of Jaeheon and Yuri lay between half-empty teacups, their younger faces smiling beneath the morning sunlight.Seoyun stood alone on the other side of the table."But if you've married into this family, you need to earn your keep. Did you think being the daughter-in-law of this family came for free?"Seoyun's gaze turned cold.Park Junghee jerked her chin toward the sofa across from her."Sit.""I'll listen standing.""Fine. I suppose a brilliant doctor like you is too busy to sit down."Park Junghee's lips twisted."The Chairman's birthday is this Saturday. All the relatives will be here, so come home Friday and help prepare.""Me?""Who else? Me?"Park Junghee scoffed."I finally get a daughter-in-law, and somehow I'm still expected to do the daughter-in-law's work myself."Yuri quickly stepped
Last Updated: 2026-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