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 5년 전, 조작된 소견서 하나로 아들을 빼앗겼다. 돌아온 아이는 나를 "아줌마"라고 불렀다. 전남편의 상간녀가 엄마 자리를 차지하고, 시댁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를 지웠다. 면접교섭 한 번 제대로 못 하던 여자가 증거를 모으고, 변호사와 법정에 서고, 빼앗긴 양육권을 하나씩 되찾아간다. 그런데 양육권을 되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었다 — 아이의 입에서 "아줌마"가 아닌 다른 이름을 듣는 것...
view more은재는 유치원 담장 밖에 서 있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가방 끈을 두 손으로 쥐고 정문을 바라보았다.
4월이었다.
벚꽃이 지고 난 자리에 연둣빛 이파리가 돋아 있었다.
주소를 알아내는 데 2년이 걸렸다.
유치원을 확인하는 데 또 3개월.
오늘 처음으로 하원 시간에 맞춰 여기 섰다.
반차를 쓴 건 3일 전에 정해둔 일이었다.
사무실에서 나올 때 손이 떨려서 교통카드를 두 번이나 놓쳤다.
지하철에서 내려 유치원까지 걷는 15분 동안 핸드폰 잠금화면을 7번 켰다.
거기에는 5년 전 신생아실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었다.
주먹을 쥔 손이 은재의 검지를 잡고 있는, 그 사진.
핸드폰이 울렸다.
"언니, 거기야?"
여동생이었다.
"응. 길 건너편에 서 있어."
"접근 금지는 풀렸어도 면접교섭 제한은 아직이잖아. 들키면 안 돼."
"알아. 담장 밖이야."
"혹시 알아보는 사람 있으면 바로 빠져."
"여기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어."
"……괜찮아?"
정문 앞으로 부모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었다.
노란 통학버스 한 대가 골목을 돌아 사라지는 게 보였다.
"괜찮아."
"5년이야, 언니. 마지막으로 안아본 게 5년 전이잖아."
은재는 대답 대신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느티나무에 등을 기댔다.
나무껍질의 거친 감촉이 블라우스 너머로 전해졌다.
심장이 빨랐다.
정문 앞에서 부모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현장학습이었대. 흙 범벅일 거야."
"세탁기 또 돌려야겠다. 어제도 돌렸는데."
"봄이면 매일 이래, 매일."
"빨래 말릴 데가 없어서 문제지."
은재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이 유치원에 자기 아이가 다닌다는 걸 아는 사람은 저 안에 없었다.
담장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은재는 가방 끈을 쥔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가 다시 쥐었다.
담장 위로 빨간 미끄럼틀의 꼭대기가 보였다.
저 안에서 아이가 뛰어다니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손끝이 저렸다.
땡-
종소리와 함께 정문이 열렸다.
노란 모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엄마!"
"아빠 왔어!"
"할머니, 여기!"
"준서야, 이리 와!"
아이들이 각자의 보호자에게 달려갔다.
안기고, 매달리고, 가방을 벗어 던졌다.
한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다리를 흔들었다.
은재의 시선이 그 무리를 지나 한 아이에게 멈췄다.
파란 가방.
작은 운동화가 바닥을 차며 뛰었다.
친구와 부딪힐 뻔하더니 중심을 잡고 다시 내달렸다.
'컸다.'
잠금화면 속 신생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주먹보다 작던 발이 운동화를 신고 바닥을 차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주먹이 꽉 쥐어졌다.
3kg 남짓이던 아이가 저렇게 뛰고 있었다.
정문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하, 뛰지 마! 넘어져."
도하.
은재의 입술이 소리 없이 그 이름을 따라 움직였다.
5년 동안 혼자서만 불러온 이름이었다.
도하가 멈춰 섰다.
두리번거리다 뒤에서 걸어오는 여자를 보고 두 팔을 벌렸다.
"왔어요!"
여자가 도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왔지. 오늘 재밌었어?"
"네! 현장학습 갔어요. 공원이요."
"그래? 뭐 했는데?"
"벌레 잡았어요. 무당벌레요."
"무당벌레? 무섭지 않았어?"
"안 무서워요. 빨간 거예요. 점 7개."
도하가 손가락을 펴 보이며 세었다.
손가락 하나가 접히지 않아서 다른 손으로 꾹 눌렀다.
"준서는 울었어요. 벌레 무서워서."
"도하는 안 무서웠구나."
"나는 용감해요."
여자가 웃으며 도하의 신발에 묻은 흙을 톡톡 털었다.
"용감하네. 근데 신발 좀 봐. 흙투성이야."
"다 그래요. 저만 그런 거 아니에요."
"알았어, 알았어. 집 가서 바로 씻자."
여자가 도하를 일으켜 세우고 모자를 벗겼다.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닦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이의 머리카락이 어느 방향으로 빠지는지 아는 손놀림이었다.
은재의 손톱이 가방 끈에 파고들었다.
은재는 그걸 몰랐다.
가르마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도, 이마가 넓은 편인지도.
"배고파요."
"뭐 먹고 싶어?"
"떡볶이요."
"안 돼. 어제도 먹었잖아."
"왜요?"
"속 아프니까. 감자전 해줄까."
"감자전이랑 떡볶이 둘 다요."
"하나만 골라."
"……그럼 떡볶이요."
"또 떡볶이? 내일은 진짜 안 해줄 거야."
"내일은 내일이요."
여자가 도하의 코를 가볍게 눌렀다.
도하가 킥킥 웃으며 여자의 손을 잡았다.
둘이 정문을 벗어나 길 쪽으로 걸었다.
여자가 도하의 가방을 받아 어깨에 걸었다.
도하가 가벼워진 몸으로 걸으며 무언가를 흥얼거렸다.
멜로디.
낮고 단순한, 아이가 혼자 부르기에 딱 맞는 짧은 곡이었다.
은재의 입술이 벌어졌다.
느티나무에 짚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노래—'
알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가슴 안쪽 깊은 곳을 건드리는 멜로디.
어디서 들었는지, 왜 아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목 안쪽이 조여왔다.
도하의 흥얼거림이 점점 가까워졌다.
은재 쪽 길로 걸어오고 있었다.
은재는 느티나무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도하야, 빨리."
여자가 도하의 손을 이끌었다.
도하는 흥얼거림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담장 밖.
느티나무 아래 서 있는 은재와 눈이 마주쳤다.
도하가 걸음을 멈췄다.
여자의 손을 잡은 채 은재를 올려다보았다.
5살짜리 눈이 은재의 얼굴 위를 천천히 훑었다.
은재는 웃으려 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다 말았다.
목 안쪽이 뜨거워졌다.
"왜 그래, 도하야?"
"저기요. 저 아줌마."
도하가 은재를 가리켰다.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잠깐 시선이 엉켰다.
여자의 표정이 굳었다.
곧 도하의 손을 잡아당겼다.
"가자."
도하는 끌려가면서도 고개를 돌렸다.
작은 눈이 은재를 똑바로 보았다.
"아줌마 누구세요?"
금요일 퇴근 후.은재는 집 근처의 중고 서점에 들어갔다.작은 서점이었다.1층에 소설과 에세이, 2층에 아동 도서와 그림책이 있었다.은재는 2층으로 올라갔다.도하에게 줄 그림책을 찾으려는 것이었다.다음 감독 면접이 2주 뒤로 잡혔다.이번에는 간식 외에 그림책을 가져가고 싶었다.5살이 좋아할 만한 그림책을 고를 자신이 없었다.은재가 도하의 취향을 아는 것은 파란색을 골랐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2층은 좁았다.나무 선반 3개가 벽을 따라 서 있었고, 가운데에 낮은 테이블이 있었다.테이블 위에 추천 도서가 쌓여 있었다.은재는 그림책 선반 앞에 서서 제목을 읽기 시작했다.동물 이야기, 계절 이야기, 가족 이야기.가족 이야기 앞에서 손이 멈추었다.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알 수 없어서 한 권을 꺼내 펼쳐보았다.아빠와 아들이 산에 가는 이야기였다.은재는 책을 다시 꽂았다.다른 책을 꺼냈다.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친구를 찾는 이야기.그림이 부드러웠다.파란색 배경에 작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가격표에 3,00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그 책, 좋습니다."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은재가 돌아보았다.한지오가 서 있었다.평소의 셔츠 차림이 아니었다.면 재킷에 청바지, 캔버스 운동화.은재가 처음 보는 옷차림이었다."변호사님?""안녕하세요."&nbs
수요일 오후.은재가 자리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 총무팀장이 다가왔다."은재 씨, 우편물 와 있어요. 등기."총무팀장이 노란 봉투를 건네주었다.은재의 이름 옆에 회사 주소가 적혀 있었다.발신인은 ○○ 법무법인.등기 우편, 내용증명이라고 적혀 있었다.은재는 봉투를 받아 책상 위에 놓았다.동료가 곁눈으로 봉투를 보았다.은재는 봉투를 서류 밑에 넣었다."감사합니다."총무팀장이 돌아갔다.은재는 점심시간까지 봉투를 열지 않았다.점심시간이 되자 회의실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봉투를 열었다.A4 용지 2장.내용증명 우편이었다.'수신: 서은재 귀하발신: ○○ 법무법인 (권태윤 대리인)제목: 접근 행위에 대한 경고 및 중단 요청'은재가 첫 번째 문단을 읽었다.'귀하는 미성년 자녀 권도하에 대한 피해자보호명령(접근 제한)의 전력이 있는 자로서, 현재 해당 보호명령은 종료되었으나, 자녀의 생활 영역에 대한 접근은 아동의 안정적 양육 환경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은재가 2번째 문단을 읽었다.'귀하가 자녀의 유치원 인근에서 반복적으로 출현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이는 사실상의 감시 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에 즉각적인 중단을 요청합니다.'3번째 문단.'상기 행위가 지속될
한지오의 사무실.은재가 상담실에 들어서자 한지오가 서류를 펼치고 있었다.테이블 위에 서류가 3묶음으로 나뉘어 놓여 있었다."조사관 보고서 열람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은재가 맞은편에 앉았다.한지오가 첫 번째 서류를 밀어주었다."면접 보고서입니다. 조사관의 관찰 의견이 기재되어 있어요."은재가 서류를 받아 읽었다.'아동은 신청인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 간식 제공 시 자연스럽게 수용하였으며, 블록 놀이 시 신청인에게 지시하는 등 상호작용이 관찰됨.'은재의 눈이 그 문장 위에서 멈추었다.도하가 블록을 놓으라고 지시한 것이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이거 여기.'아이의 짧은 말이 법원의 언어로 '상호작용이 관찰됨'이 되어 있었다."긍정적인 내용인가요?""네. 아이가 울거나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 기록된 것은 중요합니다. 다음 면접을 위한 근거가 됩니다."한지오가 2번째 서류를 꺼냈다."다음은 의무기록 열람 결과입니다."은재가 서류를 받았다.의무기록 사본이었다.은재의 입원 기간 기록 중 담당 의사와 다른 서명이 있는 페이지에 형광펜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병원 측에서 의사 명단을 제공했습니다. 이 서명과 일치하는 원내 의사는 없었습니다.""원내 의사가 아니라는 거죠?""맞습니다. 외부에서 온 의사가 기록을 남긴 것으로 보입
월요일.출근 전에 한지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조사관 보고서가 접수되었습니다. 열람 신청하겠습니다.''결과가 좋은 건가요?''보고서 내용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면접이 중단 없이 진행된 것 자체가 긍정 요소입니다.'은재는 메시지를 읽고 핸드폰을 넣었다.출근길 지하철 안이었다.주말 동안 면접 장면을 수십 번 떠올렸다.도하의 목소리, 블록 쌓는 손, 파란 색연필.떠올릴 때마다 세부가 조금씩 흐려지는 것이 두려웠다.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에 기억나는 것을 모두 적어놓았다.아이가 말한 문장, 아이가 만진 것, 아이가 쳐다본 방향까지.퇴근 후, 은재는 도하의 유치원 근처로 갔다.면접 이후 처음이었다.느티나무가 보이는 자리에 섰다.하원 시간이었다.유치원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하나둘 나왔다.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갔다.도하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5분이 지나서 도하가 나왔다.파란 가방을 메고 있었다.면접 때 본 가방과 같은 것이었다.도하의 옆에 여자가 있었다.유세린이었다.세린이 도하의 손을 잡고 있었다.은재가 마지막으로 세린을 본 것은 5년 전 법원에서였다.세린의 머리가 길어져 있었다.묶지 않은 머리카락이 등 중간까지 내려와 있었다.세린이 도하에게 무언가를 건넸다.입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도하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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