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강중구 별장.이곳은 개발된 지 꽤 오래된 별장 단지였다. 안에는 별장이 딱 한 채 있었는데 반도에 우뚝 솟아올랐고 주변의 지세들이 험악했기에 마치 보루 속의 궁전 같았다. 별장 밖은 기다란 담장이 있었고 담장 밖에는 철조망까지 있어 딱 봐도 경비가 삼엄해 보였다.입구에는 열댓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다 덩치가 크고 건장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같이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인도에서 퇴역한 군인들 같았다.차는 별장 문 앞에 멈춰 섰다. 김예훈과 박인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외투를 차에 벗어두었다. 오늘 밤 이곳은 피로 물들 것이니 깨끗한 옷 한 벌쯤은 남겨둬야 하지 않는가. 박인철은 칼집마저 차에다 두고 한 손으로 칼을 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 뒤를 따랐다. 오늘 박인철은 마치 총사령관을 따라 유라시아 전쟁터를 누비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때의 그는 당도 부대의 대장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군인이었다. “이곳은 사유지다. 침입하는 자는 모두 죽여버린다!”앞에서 네 명의 남자가 기세등등하게 나타났다.“이곳은 우리 인도의 영지다. 꺼져!”“하.”박인철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당도로 그들을 베었다. 하지만 검날이 아닌 검날의 반대 면으로 베었을 뿐이었다.쿨럭.네 명의 그림자가 그대로 날아가더니 강철로 된 대문에 부딪혀서 쓰러졌다.“미친, 죽으려고 작정했어?!”몇 명이 소리를 지르며 더 나왔다.박인철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인도의 고수들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드러났다. 이윽고 그들은 그 표정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게 되었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인도의 정예라고 하는 사람들이 박인철 앞에서 일격에 쓰러지다니.“뭐 하는 사람이냐!”밖의 움직임을 들은 사람들이 별장 안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과 망가진 대문을 보고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허리춤의 총을 꺼내 들었다.“악!”그 사람들이 총을 쏘기
이때 별장 건물 안의 정예들도 수상한 움직임을 읽었다. 그들은 사방에서 나타나 총과 칼을 꺼내 들고 사이렌을 울렸다.스윽.박인철은 차가운 얼굴로 먼저 나서서 달빛 아래 빛나는 검을 휘둘렀다. 총으로 김예훈을 조준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1분 후, 김예훈과 박인철 옆에는 거의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쓰러졌다.시체가 땅을 뒤덮었고 피가 강처럼 흘러내렸다.3분 후, 김예훈과 박인철은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이때 별장 안에 있던 고수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수많은 총과 검이 김예훈과 박인철을 노리고 있었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안재석, 나오라고 해.”“감히, 네까짓 게 안재석 님을 함부로 불러?”도복을 입은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걸어 나오며 김예훈을 향해 호통을 쳤다.“감히 우리 청별 그룹의 구역에 와서 난동을 피우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짝.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앞으로 나서서 뺨을 후려쳤다.남자의 표정이 확 변했고 몸은 뒤로 날아가 버렸다.그가 반응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김예훈의 손바닥은 바로 남자의 얼굴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남자의 머리는 퍽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믿기 힘들다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그는 8대 천왕 중 전설 속 철두공을 수련한 강민상이었다. 그의 머리는 매우 단단해서 벽을 부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김예훈에 뺨을 맞고 바로 쓰러져 버렸다.김예훈은 그런 강민상을 쳐다도 보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다시 한번 얘기한다. 안재석 나오라고 해.”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도복을 입은 채 나타났다. 그의 머리는 매우 길었는데 조선시대의 선비 같은 느낌이 물씬 났다. 그는 바로 많은 사람을 뛰어넘고 자신만만하게 김예훈 앞에 나섰다. 미간을 살짝 찡그린 박인철은 이미 상대가 만만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내 이름은 호종윤이다. 8대 천왕 중 두번째로 센 사람이지.”호
뺨 몇 대에 인도 8대 천왕의 리더이자 최고 실력자인 천용선은 그 자리에서 바로 쓰러졌다.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천용선이었다.그녀는 8대 천왕 중의 최고로서 인도에서도 막 나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뺨을 맞고 그대로 죽어버리다니.그 모습을 본 인도의 정예 인원들은 모두 낯빛이 잿빛으로 변했다.김예훈 앞에서 무기를 들 용기조차 잃어버렸다.김예훈은 담담하게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얘기했다.“마지막으로 얘기한다. 안재석, 나와. 그렇지 않으면 여기 사람들 다 죽게 될 거야!”장내는 적막만이 남았다.그들은 성남에서 감히 그들의 별장에 쳐들어와 일방적인 살인 같은 대학살을 하는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들어와서 안재석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지 않는가!별장 안의 분위기는 삽시에 얼어붙었다.누군가는 놀랐고 누군가는 마음이 무거웠으며 누군가는 이를 갈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입을 열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안재석을 부른다면 그들은 상대방이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안재석은 인도 태권도 일인자인 박용진의 직속 제자이고 또 인도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부사장이니까. 이런 사람은 지위가 높아서 기관의 일인자가 그를 만날 때도 예의를 차리는 편이었다.눈앞의 김예훈 같은 자식이 아무렇게나 껄떡대도 되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별장을 지키던 8대 천왕 중의 세 명이 바로 죽었다. 그것도 뺨을 맞고 죽었다. 그래서 이들은 김예훈에게 이렇게 나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 사람들은 지나가는 개가 아니라 인도의 천왕 들이다! 인도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들이란 말이다! 하지만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니 정예 인원들이 멘붕 오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놀라운가! “이래도 안 나온다고? 그럼 내가 직접 들어가지. 너희 인도인들은 항상 이래. 평소에는 떵떵거리며 살다가 중요할 때는 또 겁쟁이처럼 숨어있지. 그러고도 태권도 일인자의 직속 제자라고? 박용진이 뭘 가르친 거야? 숨는
말을 마친 안재석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별장 주변에 숨어있던 백여 명의 인도 정예 인원들이 뛰쳐나왔다. 이들은 모두 안재석의 수행 경호원이었는데 하나 같이 태권도 고수처럼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숙련된 동작으로 안재석을 중앙에 보호했다. 그리고 총을 든 인도 정예 인원들이 살기등등하게 뛰쳐나왔다. 그들은 이미 안전장치를 해제한 채 바로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곧이어 검은 태권도 도복을 입은 남자가 천천히 별장에서 나왔다. 그 남자는 한 손에 붕대를 쥔 채 걸어오면서 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동시에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말로 하기 어려운 진중함이 있었다. 그는 바로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박세형이었다. 그리고 김예훈과 박인철의 등 뒤에도 똑같은 도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손이 매우 크고 거칠었는데 손에 양주를 들고 껄렁거리며 등장했다.하지만 그에게서도 똑같은 살기가 느껴졌다.이는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정원기였다.두 사람은 태권도 실력으로 말하자면 신과도 같은 존재로서 다들 무신 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그런 사람들이 앞뒤로 압박해 오니 얼마나 두려울까!자리에 굳어있는 김예훈과 박인철을 본 안재석은 마음속으로 웃으며 차갑게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세자, 정말 경기도가 네 구역이라고 생각해? 다 네 뜻대로 될 거로 생각하는 거야? 전에 투자 유치 대회의 일도 아직 복수하지 못했는데 네가 알아서 찾아올 줄이야. 청별 그룹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안재석은 차가운 표정으로 호통을 치듯 얘기했다.김예훈은 마찬가지로 차갑게 대답했다.“안재석,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해. 쓸모없잖아. 오늘 밤 죽고 싶지 않으면 정소현을 풀어줘. 만약 정소현의 털끝이라도 건드리면 이곳의 모든 사람은 다 죽어야 할 거야.”김예훈의 시선은 날카로웠다.“정소현?”안재석은 잠시 멈칫거리고 이내 크게 웃었다.“그렇군, 정소현을 찾으러 온 거였어! 정말 생각하지도 못한 일인걸. 내가 아무렇게나 납치한 여자가 그 대단
안재석의 얼굴에는 잔인한 웃음이 드러났다. 그는 인도에서 높은 신분이었고 청별 그룹에서도 심상치 않은 사람이다.하지만 오늘 밤, 김예훈은 계속해서 그의 한계에 도전하듯 선을 넘어버렸다.그가 데려온 천왕들을 해치워 안재석의 체면을 크게 깎아버렸다.이제 그 설욕을 갚아줄 기회가 생겼으니, 안재석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었다.정소현은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이 사람들이 왜 자신을 납치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던 정소현의 두 눈이 빛났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김예훈을 보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형부!”정소현의 모습을 본 김예훈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김예훈도 아까워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정소현을 이런 꼴로 만들어 버리다니. 안재석은 죽어도 쌌다.김예훈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가볍게 얘기했다.“소현아, 괜찮아?”정소현이 애써 웃으면서 얘기했다.“형부, 전 괜찮아요.”김예훈이 정소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큰 상처가 없는 것을 보고 겨우 한숨을 돌렸다.“아무 일 없으면 돼. 형부랑 같이 돌아가자.”정소현은 겨우 웃음을 짜냈다. 억울하지만 또 기뻤다. 그러자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리고 정소현은 걱정된다는 듯 얘기했다.“형부, 이곳은 위험해요. 오지 말지...”짝짝짝.“보기 좋아, 아주 보기 좋아! 여기서 드라마라도 찍어?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두 사람이 오늘 헤어지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지켜보는 내가 다 울 것 같네.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이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안재석은 손뼉을 치며 웃더니 김예훈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정소현의 뺨을 후려쳤다.정소현의 입가에 새빨간 피가 묻으면서 예쁘장한 얼굴에 파랗게 멍이 들었다.김예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재석, 당신 선 넘었어!”“선을 넘은 걸 이제야 알았어? 난 항상 이렇게 해왔어. 불만이 있으면 와서 날 죽여봐.”안재석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네가 그럴 능력이 있어? 네까짓 게?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안재석은 변태처럼 웃으면서 얘기했다.그의 부하들도 따라서 웃었다.다들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혼자서 이렇게 많은 인원과 안재석을 동시에 상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김예훈은 차갑게 얘기했다..“마지막으로 얘기한다. 정소현을 풀어줘.”“퉤.”안재석은 바닥에 침을 뱉고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꿇어. 그리고 깨끗하게 핥아. 생각할 시간을 1분 주지. 바닥을 깨끗하게 핥지 않으면 정소현을 죽일 거다.”말하면서 안재석은 품에서 총을 꺼내 안전장치를 풀고 정소현의 머리를 향해 겨누었다. 안재석이 자기 목숨으로 형부를 협박하고 있는 것을 본 정소현은 마음이 아파 눈물만 주르륵 흘렸다.형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이런 치욕을 겪게 하다니!“꿇어!”안재석이 외쳤다.“깨끗하게 핥아!”김예훈의 낯빛은 매우 어두웠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에 정소현이 외쳤다.“형부, 안 돼요, 안돼!”정소현의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녀도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 김예훈과 박인철 두 사람은 이곳의 사람들을 압도할 능력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안재석이 그녀로 협박을 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자신을 위해 형부가 이런 치욕을 겪고 있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니.정소현의 심장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정소현은 그제야 김예훈이 자신에게 매우 잘해주고 있다고, 자신은 이제 김예훈 없이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안재석이 뱉은 침 앞까지 걸어왔다.그 모습을 본 안재석은 차갑게 웃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총으로 김예훈의 발 옆을 겨냥하고 바로 총을 쐈다.“좋아, 바로 거기서 꿇어. 그리고 바닥을 깨끗하게 핥아.”안재석의 총은 또 어두운 표정의 박인철을 조준했다. 안재석은 차갑게 얘기했다.“박인철 무신이라고 했지? 그 당도를 버리고 바로 꿇어.”툭.박인철은 바로 손의 당도를 바닥에 떨구었다. 그리고 표정을 굳힌 채 천천히 꿇었다.그 모습을
백여 명의 인도 정예 인원들을 그대로 뛰어넘었다.중요한 것은, 김예훈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인도의 정예 인원들이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박세형과 정원기, 두 사람은 동시에 외쳤다.“조심하세요!”안재석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김예훈이 이런 시기에 반항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인도 정예 인원들은 다 같이 놀랐지만 그래도 김예훈을 막을 수 없었다.빠르게 방아쇠를 당겼지만, 그들의 손에서 총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박세형의 속도는 꽤 빠른 편이었다. 그는 빠르게 안재석의 앞으로 날아와 김예훈을 막았다.짝.김예훈은 몸을 낮추고 바로 박세형의 뺨을 내쳤다.박세형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주먹을 뻗으려고 할 때, 그는 바로 절망하고 말았다. 김예훈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박세형이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김예훈은 또 박세형의 뺨을 후려쳤다.쿨럭.이번에는 바로 피를 토해낸 박세형이 바닥에서 구르고 있었다.김예훈은 왼손으로 박세형의 머리를 지그시 누르더니 이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 한 명이 눈도 감지 못하고 자리에서 죽어버렸다.김예훈은 또 뛰어올라 안재석을 향해 다가갔다. 놀란 안재석이 바로 총을 정소현의 머리로 갖다대었지만 그의 동작은 김예훈보다 많이 느렸다.김예훈은 이미 왼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짝.그리고 김예훈은 또 그의 뺨을 후려쳤다.“감히 내 처제를 납치해?”짝.“그리고 나를 꿇게 해?”짝.“네까짓 게 감히?”짝.주변의 모든 사람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이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라 사람들은 제대로 반응하지도 못했다.이렇게 많은 부하들이 놀라서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김예훈이 이렇게 판을 뒤집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게다가 태권도 3 대장 중 박세형이 이렇게 쉽게 죽다니? “안 사장님을 풀어줘.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뒤에서 정원기가 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웃고 얘기했다. “나에게는 죽이고 싶은 사람만 있지 내가 죽일 수 없는 사람은 없어. 내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예수님이 와도 살릴 수 없어. 내가 죽일 거니까.”이때 갑자기 별장의 3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놈이 그런 얘기를 할 자격이나 있나!”안재석은 갑자기 몸을 흠칫 떨며 흥분에 겨워 외쳤다. “도윤수 형님, 오셨군요!“스물일곱, 여덟 되어 보이는 남자가 등장했다. 그는 매우 키가 컸는데 정장을 입고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마치 아무것도 그의 흥미를 끌 수 없는 듯했다.그는 인도 태권도 3 대장 중의 일인자, 도윤수였다. 동시에 그는 인도 태권도 일인자 박용진의 수석 제자이자 안재석의 선배였다.도윤수는 차갑게 김예훈을 보며 얘기했다.“안재석을 놓아주고 여자는 두고 가. 그리고 너희 두 사람의 손과 발을 한 쪽씩 잘라내면 오늘 밤은 죽이지 않도록 하지.”김예훈은 웃음을 흘렸다.“네까짓 게? 네 스승이 여기 있어도 그런 얘기는 하지 못했을 거다.”도윤수는 바로 화를 내며 얘기했다.“지금 네 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은데!”김예훈은 고개를 저었다.“누가 와도 내 태도는 같아.”도윤수는 음산하게 웃으며 얘기했다.“마지막 기회다. 안재석을 풀어줘. 그렇지 않으면 조금 후에는 꽤 잔인하게 죽을 거다.”안재석의 목을 조르는 김예훈의 손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나를 협박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데. 안타깝게도 다들 결국 죽었어.”도윤수는 어두운 얼굴로 앞으로 나서서 호통을 쳤다.“얼른 놓아줘!”그의 말과 함께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이 김예훈을 감쌌다. 이때 김예훈이 왼손에 힘을 팍 주었다.뚝.안재석의 목이 바로 부러졌다. 그의 입가에는 검은 피가 나타났다. 몸을 부르르 떨던 그는 동그랗게 두 눈을 뜨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그리고 이내 그의 얼굴에는 후회에 찬 표정이 드러났다.안재석은 그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인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
빅토리아 항구 사무실 안.김현민은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왜? 이번 계획도 실패한 거야?”옆에 있던 김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김현민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한테 잡혔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킬러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서 아직 뭘 알아낸 건 없나 봐요. 박연서가 이미 수장님께 전화해서 심층 심문할만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대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조건 저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증거는 없지만 이 또한 골치 아픈 일이 아니겠어요?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김현민은 일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는지 이마를 문질렀다.김예훈 암살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암살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이 순간 그는 자기 실력과 능력이 의심될 정도였다.김서하도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가 잠시 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현민아, 어떻게든 그 킬러를 무조건 죽여야 해. 죽이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잡아 와야 해. 아니면 정말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저도 알고 있어요.”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뒷짐을 쥐고 걸어가 금고를 열어 암호화된 핸드폰을 꺼냈다.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마치자 신속히 통화가 연결되었다.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거미파 킬러가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암살에 실패했대. 거미파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킬러를 데려와야 해. 난 다른 사람이 이것을 내 약점으로 나를 모함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상대방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 잘 기억해. 이번이 네가 마지막으로 안동 김씨 가문 차기 수장의 신분으로 나한테 명령한다는 거. 나도 최선을 다하겠
“김현민이요.”박연서는 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전체 안동 김씨 가문에서 저한테 손댈만한 기회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현민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곧 호적상으로 엄마가 될 텐데 말이에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저번부터 김현민은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박연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어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추기로 한 이상 많은 이들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김현민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도 제가 무서워서 차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는 어차피 아직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아내이자 서열 2위니까요. 이 많은 사람 중에 저한테 손댈만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그리고 김현민은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겁 없는 사람이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번 사건을 통해 십 년 전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김현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김현민은 그때 당시 겨우 열네 살에 불과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런 사건을 도모할 수는 없잖아요. 김현민과 얽히긴 했겠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 틀림없어요. 예를 들어 큰아주버님인 김태훈 씨나 막내 아가씨 김서하 씨말이에요. 형제들이 연합해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건 없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비록 저한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모님한테는 사방이 적이네요.”박연서가 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십 년 전 사건에 참여한 사람은 이번에 저를 다시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함부로 움직여봤자 눈에 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바로 김현민이겠죠.”박연서는 감탄하기
쨍그랑.김예훈이 찻잔을 던지는 순간, 여자 부하는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이어 본능적인 행동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음을 깨달은 그녀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은침 무더기를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냅킨으로 그 모든 은침을 받아냈다.그 틈을 타 여자 부하는 몸을 낮추더니 어느샌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굴러서 박연서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대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칼을 드는 순간 겉보기에는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어느새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박연서가 무심한 듯 총을 쏜 것 같아도 여섯 발 모두 그녀의 몸에 박혔다.여자 부하는 잠시 몸부림치다 열국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힘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도대체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말이다.“조사해봐. 가족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한 무리의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오는 가운데, 박연서는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명령했다.“오늘 접촉했던 사람 모두. 개 한 마리라도 절대 놓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과연 누구를 접촉했는지, 또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겠어.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반년이나 잠복한 걸 보면 반년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던 모양이야.”박연서의 명령에 따라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진주·밀양에 곧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곧이어 시체는 치워졌고, 식탁도 말끔히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았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가 방금 이곳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박연서에게 한 수를 둔 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적어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
김예훈이 그 모습을 보더니 또 피식 웃었다.“이번 일을 겪은 것도 사모님께는 좋은 일인가 봐요. 조심스러워졌네요.”박연서가 말했다.“한 번 실패를 겪고 나면 경험이 생기는 거죠. 지금도 예전처럼 살았다면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밝히려고 했을 때부터 저를 죽이고 싶은 사람이 많아졌을 거예요.”이 말에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이는 십 년 전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진주·밀양 두 도시 전체가 얽히고설켜 있을지도 몰랐다.창밖 날씨가 어두운 것이 마치 곧 폭풍우가 몰아칠 것만 같았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용모가 아름답고 몸매도 날씬한 한 여자 부하가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그녀는 박연서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하면서 말했다.“사모님, 조식이 준비되었어요.”“얼른 올려.”박연서의 손짓 하나에 주식이며 디저트며 과일까지 화려하게 차려졌다.이 밖에도 식탁 위에는 인삼차와 보이차도 놓여있었다.보이차는 호불호가 없는 김예훈을 위해 준비한 것이고, 인삼차는 박연서의 평소 취향에 맞게 준비된 것이다.여자 부하가 모든 음식을 올려서야 박연서는 그녀에게 나가보라고 했다.이어 박연서는 차를 후후 불면서 웃으며 말했다.“김 도련님께서 아침을 드시지 않은 것 같아 성의껏 준비해봤어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저희 셰프님은 못하는 게 없거든요.”박연서가 인삼차를 마시려던 때, 김예훈은 갑자기 숨죽이더니 표정이 확 굳어졌다.“사모님, 잠깐만요!”김예훈은 예의 차릴 겨를도 없이 박연서 손에 있던 찻잔을 낚아채 냄새를 맡더니 뒤돌아 떠나가는 여자 부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인삼이 좋은 물건이긴 하죠. 고려인삼이든 서양 인삼이든 기를 보충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귀한 약재이긴 한데 이 세상에는 먹어서는 안 되는 귀면삼이라는 것도 있어요. 깊은 산속에 있는 무덤에서 시체의 음기를 흡수하면서 자라는 삼인데 모양새나 냄새는 일반 인삼과 거의 똑같다고 볼 수 있어요. 그
비록 외부에서는 박연서가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신속하고 결단력 있는 분석을 들어봤을 때 다시 젊었을 때의 냉철함과 결단력을 되찾은 것 같았다. 말을 마친 박연서는 뒤돌아 김예훈을 바라보면서 뭔가 의견을 얻고 싶어 했다.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사모님, 설마 자료들을 백업 안 했다고 하실 건 아니죠?”“당연히 백업했죠.”박연서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절대 복사하면 안 되는 기밀문서도 포함해서 전부 다 복사하라고 했거든요.”박연서는 어쩔 수 없이 미간을 문지르며 말했다.“그런데 일이 좀 복잡해졌어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계속 조사할 수는 있지만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할까 봐 걱정이에요. 복사본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거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너무 의기소침해진 거 아니에요? 증거가 사라진 건 맞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 처리할 때 증거만 보는 거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님이라든지. 수장님이라고 해서 그동안 친자식이 왜 그렇게 일찍 죽었는지 알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어르신한테도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까요? 이 모든 것이 진짜라고 해도 범인을 보호하려고 한다면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박연서는 멈칫하더니 곧 반응했다.‘내가 너무 확실한 증거만 집착했나? 가끔은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지 않을 때도 있잖아.’이 점을 깨달은 박연서는 부하들에게 서재를 정리하라면서 김예훈에게 아침을 대접하고 싶어 했다.식탁 앞에 앉은 박연서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제 아들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과연 현민이처럼 변했을지. 아니면 김 도련님처럼 변했을지 말이예요.”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김현민처럼 변했겠죠. 사실 잔인하고, 뻔뻔하고, 짐승보다도 못한 것을 빼면 딱히 다른 단점은 보이지 않잖아요.”박연서는 김예훈이 김현민에 대한 평가를 듣고 잠
김현민은 눈빛이 반짝이더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호적상으로 엄마인 사람을 어떻게 하려면 더욱더 신중해야 할 거예요. 워낙 의심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넷째 삼촌도 특별히 아끼시고, 옆에 탑 장병급 실력자도 있는데 말이에요. 박연서를 한 번에 죽이지 못하면 저희가 난처해질 수밖에 없어요.”“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김서하는 피식 웃더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거 대한민국 랭킹 1위 킬러조직 거미파 연락처인데 마침 나한테 은혜를 갚아야 할 거 있거든.”...다음 날 아침. 시즌 호텔 스위트룸에서 깨어난 김예훈은 핸드폰에 몇 통의 문자가 도착해있는 것을 발견했다.하나는 양유선이 아마미네 토시로에 관해 보고한 내용이었다.무사히 도주한 아마미네 토시로를 제외하고는 모든 일본인이 남양파의 손에 넘어갔으니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가 없었다.또 다른 메시지는 총잡이에 관한 정보였는데 추하린은 지금 그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오래전부터 사라진 막내 도련님인 김태빈으로 추정하고 있었다.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셋째의 아들이었고, 수년간 중동전쟁에서 활동하면서 거의 돌아오지 않던 그가 최근에 돌아왔다는 소문도 있었다.마지막으로는 공진해가 보내온 메시지인데 김예훈 요구대로 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을 조사해봤지만 아무리 전문적인 공진해라고 해도 혜선 스님이 오륜 승려가 입양한 버려진 아이인 것 빼고는 아무런 정보도 따내지 못했다.그녀의 과거는 말하자면 완전한 백지였다.그래서 오히려 더 신비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은 또다시 이들에게 무언가 시키고는 일어나 씻었다.막 아침 식사를 하려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발신자는 다름 아닌 박연서였고, 문제가 생겼는데 잠깐 와줬으면 했다.김예훈은 멈칫하다 말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택시 타고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으로 향했다.하지만 교통체증으로 거의 두 시간 만에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