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평온하게 심정효를 바라보며 간절하게 말했다.“자고로 사람은 다 죽지 않았겠습니까. 근데 누군들 죽음이 두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전에 아주머니가 많이 두려워하는 걸 보고 저는 그 점을 탓하지 않습니다. 이젠 지옥을 한 바퀴 돌고 온 이상, 게다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했으니 아주머니께서 방씨 가문의 도움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덧붙여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방씨 가문에서 남진서보다 더 강한 킬러는 데리고 올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남진서 카드 하나로도 아주머니가 부산에 돌아가면 심씨 가문에서 하늘을 찌를 수 있을 겁니다. 위험은 많으면 기회라고 했습니다. 맞죠?”심정효와 한석범은 동시에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들은 김예훈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일리 있는 김예훈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이번 일을 겪고 나니 심정효는 윤청이에 대한 두려움이 예전 같지는 않았다. 거기다 킬러가 경호원을 해주니 마음이 놓였다. 심지어 다시 보면 이번 위기는 상위권에 오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예훈을 바라보는 심정효의 눈빛은 인정하는 기색도 깃들었다.“자, 제가 할 말은 여기까지고, 다음 달 보름에 심씨 가문이 이번 문제를 해결했건 아니건 간에 가서 찾아뵙겠습니다!”김예훈은 손을 흔들며 돌아서 나갔다.김예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석범의 표정은 몇 번이고 변하더니 조용히 말했다.“사모님, 지금도 아가씨를 데리고 돌아가야 하나요?”“걔를 왜 데리고 가? 여기 남아서 우리 사위하고 잘 사귀게 놔둬야지! 정민아를 차버리게! 이런 사윗감 누구한테도 못 빼앗겨!”심정효는 당당히 말했다....그 시각, 경기도 정씨 가문이 새로 구매한 별장 안에서 정동철은 애지중지하는 본인이 손수 만든 왕좌를 쓰다듬으며 왕좌에 앉았다. 몇 달이나 떨어져 있다가 모처럼 기회가 되어 이 자리에 앉아 있으니, 그는 더욱 소중하게 여겼다. 그때 정가을이 아래 측에서 나와서 말했다.“할아버지, 시간이 다
사희진은 견천룡이 정동철을 지키라고 보내온 사람이다.실력이 대단한 건 말할 필요도 없는 고수다.그러니 정동철도 무서운 것이 없었다.이때, 두 손에 검은 뱀을 든 노인이 나타나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정가을은 실력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사희진은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 실력이 강한 것도 있지만 뱀을 부리는 수법은 다른 사람이 따라 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프리미엄 가든.며칠 동안 떠난 정군과 임은숙이 함께 돌아왔다.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까지 준비한 그들은 정민아를 시켜 얼른 김예훈은 불러오도록 했다.부모님의 그런 모습을 본 정민아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지만 뭐라고 얘기할지 몰라 그저 김예훈을 불렀다.정소현도 같이 돌아왔다.한 집안사람들이 어렵게 모여 같이 식사했다.김예훈을 본 정소현은 갑자기 무슨 일이 떠올라 얘기했다.“형부, 우리 선배 중에 한 분이 대학 졸업 후 감독이 되었거든요. 그리고 요즘 우리 학교에서 사람들을 뽑아 부산에 가서 드라마를 찍을 거래요. 그런데 그분이 저한테 딱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다고 부산으로 초청해 주셨어요. 원래는 가고 싶지 않았는데 들어보니까 대우도 괜찮은 것 같아서 한번 가보려고요.”식사 자리에서, 정소현은 기대감에 차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많은 일을 겪고 난 후, 정소현은 자신이 아직 어려서 김예훈을 돕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둔 정소현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정소현은 뜨거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잠깐 고민하던 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은숙이 가차 없이 말을 끊어버렸다.“입만 열면 형부, 형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두 사람 사이가 정말 돈독한 줄 알겠어!”정소현은 의아한 시선으로 임은숙을 쳐다보았다. 오늘따라 임은숙의 태도가 평소와 달랐다.김예훈은 정소현을 보면서 웃더니 핸드폰으로 얘기하자고 눈치를 줬다.“예훈아, 오늘 너를 불러서 같이 식사 자리를
“엄마, 결혼은 우리 둘 사이의 일이에요. 끼어들지 말아요!”정민아는 임은숙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았기에 하얗게 질린 입술을 꽉 깨물고 겨우 얘기했다.“끼어들지 말라고? 내가 끼어들지 않으면 너희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고초를 겪게 될지 몰라! 부산 견씨 가문은 우리 정씨 가문의 뿌리야! 지금 세자가 너한테 이혼하고 부산으로 가라고 했어! 그분들이 우리를 봐줘서 말로 하는 건데, 너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거절하다니. 뭐 하자는 거야!? 네가 지금은 김예훈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너희가 어울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김예훈이 세자로 남을 수 있는 날이 며칠인지도 몰라! 진주 4대 명문가가 손을 잡은 거로도 모자라 이제 또 어느 가문이 김예훈을 죽이려고 들지 몰라. 이런 남자 곁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어? 게다가 부산 견씨 가문은 이 자식보다 천 배, 만 배는 강해! 그러니 넌 무조건 세자의 말을 듣고 진정한 명문가로 시집가야 해! 바로 전국 10대 명문가 중 하나로! 그래야 우리도 이 신세를 벗어날 수 있어!”임은숙은 여태까지 쓴 가면을 찢어버린 채 크게 소리쳤다.정씨 가문과 임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임은숙은 이렇게 큰 소리를 내본 적이 없다.하지만 오늘의 임은숙은 자신이 있었다.정군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이건 예훈이와 민아, 두 사람 사이의 일이야. 좋게 얘기해.”“당신은 닥쳐!”임은숙이 짝 소리가 날 정도로 정군의 뺨을 세게 내려치고 차갑게 얘기했다.“이런 일을 어떻게 좋게 얘기해야 해? 어르신께서 날짜까지 정해주셨어. 이 일 때문에 민아의 로열 가든 그룹이 망하게 생겼다고! 이런 마당에 내가 어떻게 좋은 말로 얘기할 수 있겠어!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김예훈은 이혼해야 해!”김예훈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며칠 동안 CY그룹과 하은혜에게만 신경을 썼더니 집에 이런 일이 생겼을 줄은 몰랐다.젓가락을 내려놓은 김예훈이 천천히 얘기했다.“장모님,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얘기해 주세요. 민아한테 이 일을 얘기한 적이
쿵.이때 프리미엄 가든의 대문이 확 열렸다.그 모습을 본 임은숙은 벌떡 일어나서 고함을 질렀다.“감히 누가 우리 집 대문을 부숴! 이게 다 나, 임은숙의 자산이라는 걸 몰라?!”정군도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다.열린 대문 앞에 대여섯 명이 나타났는데 그들을 데리고 온 사희진의 목에는 검은 구렁이 한 마리가 있었다.그리고 그녀 뒤의 사람들은 모두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하지만 그들도 사희진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아마도 그 검은 구렁이가 두려웠던 모양이다.문을 박차고 들어온 사람이 정동철 어르신의 사람이라는 것을 안 임은숙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녀는 사근사근 웃으면서 앞으로 다가가 얘기했다.“사희진 님이 오셨군요! 얼른 안으로 드세요! 어쩐지 오늘 아침부터 까치가 운다고 했더니, 귀인이 집에 오실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네요!”말을 마친 임은숙은 정군을 노려보며 얘기했다.“정군, 얼른 사희진 님께 차를 올려드려! 귀인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면 바로 쫓겨날 줄 알아!”정군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지만 어쩔 수 없이 차를 우리러 갔다.정민아도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일어나서 인사를 올리러 갔다.김예훈만이 담담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든 채, 국을 마시고 있었다.사람을 데리고 거실로 들어온 사희진은 화려한 거실을 보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 “차는 필요 없다. 내가 오늘 온 건 전달할 사항이 있어서다.”차를 내오던 정군은 몸이 굳어서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사희진 님, 오늘 밤 오셔서 전달하실 얘기가 무엇인가요?”임은숙도 옆에서 물었다.“어르신이 새로운 지시를 내리셨어요? 마음 놓으세요! 꼭 시킨 대로 잘 해결하겠습니다!”임은숙은 여전히 본인의 임무를 잊지 않고 있었다.사희진은 무거운 기운으로 이곳을 진정시킨 후, 차갑게 얘기했다.“정동철 어르신이 얘기했다. 약속한 시각이 되었으니 이혼협의서를 내놓으라고! 이혼협의서를 내놓지 못한다면 가문의 법도에 따라 처리할 것이야!”“뭐? 법도?”사람들
사희진은 당당한 표정을 짓고 얘기했다.“네 이년, 다시 한번 그 주둥아리를 놀리면 다음에는 그 입이 삐뚤어질 정도로 내치겠다!”정소현은 분에 차서 얘기했다.“당신들은 너무 야만적이에요!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이때, 김예훈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티슈 한 장을 뽑아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소현아, 물러나!”임은숙은 정소현을 자기 뒤로 감쌌다.아직 시집도 가지 않은 딸아이이니 금보다 귀했다. 그런 딸이 맞아서 얼굴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떻게 시집을 보내겠는가?“사희진 님, 제가 이미 어르신께 얘기 드렸던 것 같은데요. 민아 쪽은 제가 설득하겠다고요. 무조건 이혼협의서를 준비해 갈 거라고요! 그런데 왜 애의 사지를 부러뜨리겠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지를 부러뜨리고 나면 세자한테는 어떻게 얘기 드릴 건가요!”사희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세자의 요구는 정민아가 이혼한 후 부산으로 오는 것이었지, 사지를 부러뜨리지 말라는 소리는 없었다. 그리고 어르신이 얘기하시길, 시간이 되었는데도 이혼협의서에 사인하지 않는다면 바로 사지를 부러뜨리라고 했다! 약속한 시각이 되었다. 협의서는 어디 있지? 협의서에 사인하지 않았다면 오늘 정민아의 사지는 내가 직접 부러뜨린다!”말을 마친 사희진은 의기양양한 기세로 정민아를 보며 얘기했다.“정민아, 네가 직접 와서 벌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내 아이의 도움을 받을 것이냐.”말을 마친 사희진이 휘파람을 불자 그녀 목에 감긴 검은 구렁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으로 정민아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사희진의 사람들은 다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사희진 곁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구렁이의 입에 목숨을 빼앗겼다. 오늘, 이 아름다운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로 생각하니 그들은 조금 흥분되었다.정민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여자는 원래 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태어난다.두려웠지만 정민아는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사희진 님이라고 했죠? 돌아가서 할아버지한테 얘기해 주세요. 저는 진작
“감히 우리 민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시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 줄게.”이때 감정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리고 김예훈이 나타나 정민아 앞에 서더니 그 세 명을 발로 차버리고 차갑게 얘기했다.“못 믿겠다면 실험해 봐도 괜찮지.”정민아가 급하게 김예훈을 말렸다.“예훈아, 이건 네 일이 아니야!”정민아는 김예훈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사희진의 사람들이 실력이 뛰어난 데다가 검은 구렁이까지 있으니 김예훈 혼자 맞서 싸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날 죽이겠다고?”사희진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가문을 지키면서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는 것이었다.잔인한 미소를 드러낸 사희진이 얘기했다.“김예훈, 네가 내 실력을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사희진의 사람들도 화를 내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김예훈이 그녀들을 차서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녀들은 잔인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이 데릴사위가 하늘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감히 사희진 같은 사람 앞에서 센 척을 하다니.정말 우습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임은숙은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예훈아, 너 함부로 나서지 마! 사희진 님이 부리는 건 뱀 중의 왕이야! 힘이 얼마나 세다고! 네가 눈 깜빡할 사이에 널 죽일 수도 있어!”그녀는 김예훈의 생사에 관심이 없었다. 다만 아직 김예훈의 자산을 자신의 명의로 돌리지 못했기에 하는 말이었다.만약 지금 죽으면 김예훈의 자산을 손에 넣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임은숙이 두려워하는 것을 본 사희진의 부하들은 더욱 경멸하며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다들 김예훈이 사희진에게 대들다가는 한순간에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양팔로 팔짱을 낀 그들이 고고한 자태로 김예훈을 깔보았다.“김예훈, 너도 보통 인물은 아니지. 그러니 기회를 주마. 알아서 팔 하나를 잘라버리면 내가 널 봐주도록 하지.”사희진은 옆의 검은 구렁이를 쓰다듬으며 잔인한 웃음을 드러냈다.“우리 아이가 나서게 되면 네 팔 뿐만이 아니라
짝.김예훈이 또 뺨을 치자 사희진의 몸은 다시 한번 날았다.“내가 널 때리는 게 뭐가 어때서?”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사희진의 왼손을 밟고 힘을 줬다.우두둑.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한 마리 뱀을 키우면 내가 널 두려워할 줄 알았어?!”우두둑.“내 아내의 사지를 부러뜨리겠다고? 간이 부은 거야?”우두둑.“게다가 내 처제의 뺨까지 때려? 네가 뭔데.”우두둑.“내 손발을 자를 뿐만이 아니라 내 목숨까지 가져가겠다고? 네가 무슨 힘으로?!”김예훈이 한마디 할 때마다 사희진의 뼈가 하나씩 부러졌다.네 마디를 마치자 사희진의 사지는 모두 부러졌다.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사악하게 웃던 얼굴에는 두려움만이 남았고 불빛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모습이 꽤 처참했다.그 모습에 모든 사람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사희진의 부하들도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그녀들은 김예훈이 사희진과 싸울 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사희진의 사지를 부러뜨릴 줄도 생각하지 못했다.사희진은 견세자가 보낸 사람으로서 실력 있는 고수다! 혼자서 100명을 상대할 수 있는 존재란 말이다!그런데 지금은 사지가 부러지다니.사희진은 맞은 게 억울해서 반격하려고 했지만, 김예훈보다 느려서 그대로 쓰러져 김예훈의 발아래에서 사지가 부러지고 말았다. 지금의 그녀는 반격할 기회도 없었다.고통스럽고 갑갑했고 억울하고 분했다.지금은 후회되고 두려웠다.여러 가지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그녀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사지가 부러진 사희진은 이제 김예훈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김예훈은 사희진의 얼굴을 밟으려고 발을 들어 올렸다.옆의 임은숙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만약 지금 김예훈이 사희진을 죽이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나중에 견청룡을 상대하기 까다로워진다.“예훈아, 우리 사위, 우리 착한 사위. 제발 거기서 멈춰. 더 하지 마!”정군은 눈가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김예훈에게 걸어간 정군은 겨우 입을 열었다.“여긴 우
정소현이 헤실헤실 웃으며 얘기했다.“밖에 안 나가면 되죠! 아까는 형부가 날 제대로 지키지 못한 탓이에요. 내 얼굴에 크게 상처가 남게 되면 형부가 날 책임져야 해요!”정민아는 이마를 짚으며 얘기했다.“얼음팩을 쓰라면 좀 말을 들어. 헛소리 늘어놓지 말고. 여자애가 못 하는 말이 없어. 넌 부끄러운 줄도 몰라? 언니 말 좀 들어. 얼른 가!”그 모습을 본 임은숙은 불안해서 눈가의 근육이 부르르 떨렸다.큰딸이 이미 이 데릴사위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작은딸까지 이 데릴사위한테 빠져버린다면 임은숙은 그냥 강에 뛰어들고 싶은 지경이었다.아까 사희진이 어떻게 되었는지 직접 눈으로 목격했기에, 임은숙은 김예훈에게 함부로 화를 내지 못했다. 그저 눈을 대굴 굴리더니 얘기했다.“우리 사위, 오늘 밤은 네 덕분이야. 네가 아니었다면 민아는 큰 화를 입었을 거야. 내 입장도 좀 생각해 줘. 난 모두 너희를 위해서 그렇게 했던 거야! 그러니 제발 화내지 마!”김예훈은 그저 웃었다. 임은숙의 성격이 어떤지 진작알고 있었고 이미 습관도 되었다.“됐어, 가서 민아랑 텔레비전이나 봐. 나랑 네 아빠가 치우면 되니까.”임은숙은 부드럽게 웃으며 얘기했다.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잠시 굳어버렸다. 임은숙이 언제 이렇게 나긋나긋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던가?하지만 다들 정신을 차렸다.아까 김예훈이 사희진을 때리던 모습이 얼마나 머릿속에 깊이 박힌 것인지. 임은숙이 아무리 길길이 날뛰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의 김예훈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얘기할 담은 없었다. 게다가 오늘 김예훈이 이렇게 나온 것은 정동철과 맞서 싸우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니 정동철도 참지 않고 죄를 물으러 찾아올 것이다.지금 조용히 설거지하면 김예훈에게 구박받는 사람처럼 보여 나중에 책임을 미룰 수 있지 않은가. 임은숙의 생각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들 그저 임은숙이 겁을 먹은 것으로 생각했다.김예훈과 정민아가 가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것을 본 임은숙은 차갑게 웃었다.두 시간 후, 볼 만큼 본 김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