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일부러 후지와라 미유 씨한테 포레스트 별장을 자랑하면서 직접 김 대표님을 찾아오게 했죠? 그리고선 영구 제명을 빌미로 자기 발로 대본 검토하러 오게 만든 것도 사실이죠?”하은혜는 마치 무슨 죄인을 추궁하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보았다.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민아가 내 죄를 따지러 오면 몰라도 은혜 씨는 왜 이러는 거야?’그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은혜 씨도 제가 서양인 행세를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런 제가 왜 후지와라 미유 씨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후지와라 미유 씨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니까. 일부러 몰아가지 말라고요!”김예훈은 자신이 후지와라 미유와 절대 엮일 일이 없다는 것을 하은혜도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하은혜는 한창 질투심에 멀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의 야릇한 분위기는 더욱 이상해졌다.하은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김 대표님, 제가 일부러 몰아가는 거예요? 저한테 형수님 연락처 있는 거 아시죠? 형수님께서는 분명 김 대표님께서 부산에 오시면 사고 치지 않도록 잘 지켜보라고 했어요. 제가 지금 연락드려 볼까요? 형수님은 김 대표님의 말을 믿을지 안 믿을지?”김예훈은 순간 머리가 아팠다.“왜 그래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비록 정민아가 자신을 믿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임은숙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은혜도 김예훈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을 후지와라 미유가 먼저 선수를 쳐서 화가 났다.그녀는 이 기회를 빌어 김예훈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다.‘어제는 우현아, 오늘은 후지와라 미유, 그러면 내일은 조효임이 찾아올 수도 있겠네?’하은혜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김예훈은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이게 뭐예요?”이때, 하은혜가 침대 사이에서 레이스 속옷을 발견하고는 김예훈의 앞에 내던졌다.“김 대표님, 침
다음 날 아침 10시.금정 경매장.금정 경매장은 비공식적인 경매장으로서 부산 기관 및 각 명문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이 경매장은 부산 상류사회의 이익을 대표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경매가 진행 중이면 아무도 사고를 치지 못했다.사회에서 잘나가는 깡패라고 해도 이곳에서 겸손하게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했다.이곳에서 눈에 띄게 나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하은혜는 아침 일찍 경매장에 도착해서 한 구석에 앉아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김예훈은 부산 버뮤다 땅을 꼭 따내리라 마음먹었다.이는 CY 그룹이 부산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이 경매를 통해 방호철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이 도대체 어떤 매력과 능력으로 일본 야마자키파의 신임을 얻었는지 궁금했다.경매가 시작되고, 경매 대기품들은 저마다 가격이 어마어마한 보물들이었다.이때 예쁜 얼굴에 정갈한 메이크업을 하고 몸매마저 날씬한 한 여성 경매사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사회를 보게 되었다.첫 번째 경매품은 보기 드문 용과 봉황의 무늬를 가지고있는 청자기였다.비록 경매 최저가가 10억 원뿐이었지만 그 가치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시장가가 최소한 40억 원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경매 최저가를 10억 원으로 정한 것은 오늘의 경매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맛보기용으로 내놓은 경매품들을 보니 오늘 경매가 더욱 기대되는 분위기였다.청자기가 50억 원에 낙찰되고, 낙찰받은 사람은 바로 한 명문가의 도련님이었다.그저 주웠다시피 낙찰받은 청자기에 그는 한껏 흥분된 모습이었다.연이어 값진 경매품들이 낙찰되고, 막바지에 달했을 때 누군가가 발로 출입문을 걷어차버렸다.뒤이어 입생로랑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잘생긴 한 남성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앞장서서 걸어들어왔다.그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현재 일본 야마자키파 종주의 제자이자 미야모토 그룹의 따님인 사쿠라였다.지
경매장 출입문을 발로 차서 부수고, 경매 프로세스를 어기면서까지 맨 앞자리에 앉은 행동을 보면 거만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잘못된 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그저 허리를 굽혀가며 예의를 차릴 뿐이었다.아리따운 여성 경매사 역시 무대 위에서 잘 보이려고 허리 굽혀가며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은혜는 이 모습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았다.그저 쥐 죽은 듯이 있고 싶었지만 방호철은 그녀가 현장에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방호철은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더니 손을 들면서 말했다.“은혜 씨도 참 장난기가 많으시네요.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부산 버뮤다 때문이라면서요? 그렇게도 저랑 맞서고 싶은 거예요?”방호철은 하은혜의 입찰 문서를 미리 확인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그녀가 무슨 물건을 낙찰받으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 한마디로 충분히 방호철의 세력과 권력을 엿볼 수 있었다.사람들은 입만 웃고 있는 방호철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을 건드렸다간 죽기보다 못한 짓이었다.‘은혜 씨는 정말 큰 일이군.’“제가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든 호철 씨와는 연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방호철이 피식 웃더니 손뼉을 쳤다.“저와 은혜 씨의 사이는 제가 결정하는 거예요. 제 말이 곧 법이라고요. 여러분, 오늘부로 은혜 씨는 제 여자입니다. 저 말고 다른 분이 은혜 씨에게 접근했다간 제 손에 죽는 겁니다!”방호철의 거리낌 없는 선포에 그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로 방호철과 눈을 마주치기도 두려워했다.그가 부산에 온 며칠 사이 몇몇 명문가가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이렇게 공개적으로 하은혜가 자기 여자라고 선포한 사실은 공공연히 바뀔 수 없는 현실로 변해버렸다.아무리 경상 재벌 심현섭이라고 해도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의 말을 어길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방씨 가문은 원래부터 심씨 가문과 혼인을 맺기로 했었다.하
심지어 구룡주에서 가장 값진 구석으로 이 겉면에 있는 용무늬라고 말할 수 있었다.그 희귀함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제가 400억 원에 사겠습니다.”방호철이 아무렇지 않게 손들면서 가격을 제시했다.세상에서 희귀한 보물이기 때문에 400억 원이라고 해도 비싼 것만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중에 한가지 문제가 존재했다.그것은 바로 방호철이 먼저 가격을 제시한 이상 그 누구도 그와 뺏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그에게서 무조건 구룡주를 따내리라는 욕심이 보였기 때문이다.구룡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감히 방씨 도련님을 건드릴 자가 없었다.방호철도 자신과 뺏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여유만만한 모습이었다.“400억 원! 자, 400억 원 있으십니까? 없으시면...”경매사는 한껏 흥분된 말투로 사회를 보고 있었지만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내정된 상황은 경매장 규정에 부합되지도 않았다.경매사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재미가 없었다.누군가 방호철과 구룡주를 뺏기를 기대하는 눈치도 없지 않아 있었다.자신의 목숨을 끔찍이 생각하는 이들은 이런 사소한 일로 방호철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경매사가 이대로 낙찰을 마무리하려고 할 때, 꼭 닫혔던 입구가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뻥 걷어차이고 말았다.퍽!거대한 소리에 사람들은 시선을 돌렸고, 경매사마저도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뒤이어 한 사람이 유유히 나타나서 가격을 제시했다.“2천억 원이요!”출입문을 뻥 걷어차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오면서 2천억 원을 제시한 모습에 사람들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이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 방호철과 맞설 줄은 몰랐던 것이다.처음부터 2천억 원을 부른 것을 보면 방호철의 체면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는지 눈을 파르르 떨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겁이 없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방호철은 화를 내는 대신 흥미진진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이때 경매장 책임자가 열몇 명의
책임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김예훈이 분명 방호철과 맞서려고 온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김예훈도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가라고 부추기지 못했다.정작 자신들은 방호철과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면서 김예훈이 방호철의 체면을 깎아내릴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맨 앞자리로 가 방호철과 사이에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았다.방호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쳐다볼 뿐이었다.사쿠라는 김예훈을 본 순간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김예훈을 모를 수가 없었다.사쿠라가 아무리 많은 함정을 파놓아도 김예훈이 결국 경매장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2천억 원입니다!”경매사는 망설였지만 경매 규정에 맞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 방호철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2,200억!”방호철은 경매사를 곤란에 빠지게 할 생각은 없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 뿐이었다.두둥!그 누구도 방호철이 이대로 넘어갈 줄 몰랐다.사람들은 김예훈을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아무리 돈 많고 재산 있는 이방인이라고 해도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방호철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이깟 행동으로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죽기보다도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 뻔했다.과연 그가 가격을 더 올릴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김예훈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4천억!”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맨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글쎄 아무리 방 도련님의 체면을 깎아내리려고 해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방 도련님은 한 번에 200억 원씩만 올리는데 김예훈은 2천억 원씩이나 올린다고?’이것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김예훈이 한방에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였다.하지만 구룡주 한 알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아무리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고 해도 그렇지 2천억
두둥!사람들은 여전히 차분한 방호철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6천억 원? 고작 구룡주 하나 때문에? 아무리 값져 봤자 600억 원밖에 안 되겠는데 10배나 올렸다고? 설마 갑자기 나타난 저놈 때문에 흥분한 건가?’눈을 파르르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던 사쿠라 역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경매사는 껑충 뛴 가격 때문에 흥분하기 그지없었다. 보너스로 낙찰가의 100분의 1만 받는다고 해도 60억 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 거래가 성사되면 금전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이때, 경매사가 흥분하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6천억 원. 6천억 원입니다. 방 도련님께서 6천억 원을 부르셨습니다. 원하시는 분이 더 없으시면...”“8천억!”김예훈이 또 한 번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었다.모두다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또 한 번 놀라운 가격을 제시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부산 상류사회 사람들이라지만 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이 액수라면 일류의 가문이 될 수도 있었다.전국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현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 액수를 보잘것없다는 듯이 입밖에 툭 내보냈다.하은혜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흥분할 줄 몰랐는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부산 버뮤다 땅을 사기로 한 거 아닌가? 왜 2천억 원이나 들여서 야맹주를 낙찰받으려고 하는 거지? 재밌나?’생각 밖에도 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흥미진진하게 고스톱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원고!”“투고!”“쓰리고!”착착 감기는 화투 소리는 마치는 방호철의 뺨을 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늘 차분함을 지키던 방호철의 얼굴은 결국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의 시선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런 그를 무시한 채 신나게 게임만 할 뿐이었다.“광박이요!”방호철은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이 아팠다.너무 해!정말 너무 해!사람들은 이 순간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금정 경매장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오늘 이 일은 그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김예훈은 어떻게든 끝까지 방호철과 맞서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말리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그저 구경만 하면 되었다.경매사는 방호철에게 가격을 더 부르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를 악물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8천억 원. 8천억 원으로 낙찰...”마지막 한 방이 떨어지려고 했을 때, 드디어 방호철이 손을 들면서 냉랭하게 말했다.“1조!”아무리 차갑고 담담한 말투라고 해도 내심 말 못 할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이때 김예훈은 전혀 그에게 반응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2조!”어마어마한 숫자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뻔했다.‘2조 원? 1조 원에서 바로 2조 원으로 건너뛴다고? 돈 개념이 없는 거 아니야?’퍽!평정심을 지키고 있던 방호철은 결국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앞에 놓인 테이블을 걷어찼다.바닥에는 온통 청자기 조각으로 가득했고 경매장 전체에 차향이 퍼졌다.방호철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청자기 조각들을 즈려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갔다.“김예훈, 너한테 2조 원이 있기나 한 거야?”김예훈이 피식 웃었다.“혹시 잊으셨어요? 보증금이 바로 2조 원인 거.”이에 방호철도 피식 웃고 말았다.“내가 가격을 더 올리지 않으면 후회되지 않겠어?”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리깔아 보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저 김예훈의 사전에는 후회라는 단어가 없어요. 그리고 방 도련님한테 이 구룡주가 엄청 중요한 것 같은데 저는 방 도련님께서 가격을 더 올릴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약속드릴게요. 방 도련님께서 4조 원을 부르신다면 이만 멈추고 구룡주를 방 도련님께 양보할게요.”김예훈은 고개를 비
김예훈은 한참 동안 방호철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실소했다.“지금 방 도련님께서 저를 협박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뭐, 그렇게 이해해도 좋고. 김예훈, 비록 네가 능력 있다는 건 알겠지만 이 뒤에 숨겨진 배후 세력은 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야. 그래서 내가 좋은 마음에 미리 알려주는 거야. 이 구룡주를 낙찰받아도 결국엔 공손하게 나한테 바쳐야 할 거야. 아니면 그 뒷감당도 못 해.”“아이고, 무서워라!”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무서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네요.”비웃음 가득한 김예훈의 말투에 방호철은 피식 웃더니 긴장해서 떨고 있는 경매사를 쳐다보았다.“끝내시죠! 2조 원에 이 사람한테 넘기세요! 오늘부로 구룡주는 김예훈 씨의 것입니다!”경매사는 방호철의 명령을 차마 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면서 망치를 두드렸다.구룡주가 김예훈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였다.모두 다 김예훈이 방호철이 무서워서 자리를 뜰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오정범에게 카드를 던져준 것을 보게 된다.이 모습에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역시 벼락부자였어. 2조 원을 무슨 장난감처럼 내놓냐고.’사람들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된다.‘낙찰받았으면 뭐 해. 방 도련님이 계시는데 구룡주를 지킬 수나 있겠어?’여러 부잣집 따님들은 보잘것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녀들이 보기에 김예훈이 구룡주는 물론 목숨마저 잃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방호철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잠깐 쳐다보고는 뒤돌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겁도 없이 자신한테 도전장을 내민 김예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사쿠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도 김예훈의 목숨을 따내지 못했다면 몇 번 더 시도해보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좋기는 금정 경매장을 나서자마자 때려죽였으면 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한테 방호철을 건드린 후과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수 있었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
빅토리아 항구 사무실 안.김현민은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는 순간 표정이 변하더니 결국 일그러지고 말았다.“왜? 이번 계획도 실패한 거야?”옆에 있던 김서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김현민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계획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한테 잡혔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킬러가 현재 혼수상태에 빠져서 아직 뭘 알아낸 건 없나 봐요. 박연서가 이미 수장님께 전화해서 심층 심문할만한 사람을 보내라고 했대요. 시간만 충분하다면 무조건 저희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비록 증거는 없지만 이 또한 골치 아픈 일이 아니겠어요?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제가 수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요.”김현민은 일이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는지 이마를 문질렀다.김예훈 암살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박연서 암살마저 실패했기 때문이다.이 순간 그는 자기 실력과 능력이 의심될 정도였다.김서하도 이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다가 잠시 후에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현민아, 어떻게든 그 킬러를 무조건 죽여야 해. 죽이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잡아 와야 해. 아니면 정말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어.”“저도 알고 있어요.”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면서 뒷짐을 쥐고 걸어가 금고를 열어 암호화된 핸드폰을 꺼냈다.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을 마치자 신속히 통화가 연결되었다.이때 전화기 너머에서 다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방금 들은 소식인데 거미파 킬러가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암살에 실패했대. 거미파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 킬러를 데려와야 해. 난 다른 사람이 이것을 내 약점으로 나를 모함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상대방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 잘 기억해. 이번이 네가 마지막으로 안동 김씨 가문 차기 수장의 신분으로 나한테 명령한다는 거. 나도 최선을 다하겠
“김현민이요.”박연서는 이번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전체 안동 김씨 가문에서 저한테 손댈만한 기회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그리고 제가 눈치채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김현민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죽이지 못해 안달나 있을 줄은 몰랐네요. 제가 곧 호적상으로 엄마가 될 텐데 말이에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제가 저번부터 김현민은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잖아요.”박연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단정 지을 수만은 없어요. 제가 십 년 전 사건을 다시 들추기로 한 이상 많은 이들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어요. 김현민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제가 죽기를 바랄 거예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저를 죽이고 싶어도 제가 무서워서 차마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는 어차피 아직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아내이자 서열 2위니까요. 이 많은 사람 중에 저한테 손댈만한 사람은 얼마 없어요. 그리고 김현민은 그중에서 단언컨대 제일 겁 없는 사람이고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이번 사건을 통해 십 년 전 사건을 주도한 사람이 김현민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거예요?”박연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말했다.“김현민은 그때 당시 겨우 열네 살에 불과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런 사건을 도모할 수는 없잖아요. 김현민과 얽히긴 했겠지만 뒤에서 누군가가 부추긴 것이 틀림없어요. 예를 들어 큰아주버님인 김태훈 씨나 막내 아가씨 김서하 씨말이에요. 형제들이 연합해서 꾸민 일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건 없죠.”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문질렀다.“비록 저한테는 그렇게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만 사모님한테는 사방이 적이네요.”박연서가 또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십 년 전 사건에 참여한 사람은 이번에 저를 다시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함부로 움직여봤자 눈에 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단 한 명. 바로 김현민이겠죠.”박연서는 감탄하기
쨍그랑.김예훈이 찻잔을 던지는 순간, 여자 부하는 본능적으로 한쪽으로 몸을 피했다.이어 본능적인 행동 때문에 신분이 드러났음을 깨달은 그녀는 표정이 차가워지고 말았다.이 순간, 그녀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은침 무더기를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던졌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냅킨으로 그 모든 은침을 받아냈다.그 틈을 타 여자 부하는 몸을 낮추더니 어느샌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굴러서 박연서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에 칼을 대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칼을 드는 순간 겉보기에는 힘이 전혀 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어느새 손에 총을 쥐고 있었다.박연서가 무심한 듯 총을 쏜 것 같아도 여섯 발 모두 그녀의 몸에 박혔다.여자 부하는 잠시 몸부림치다 열국 일그러진 표정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겉보기에는 힘없어 보이는 박연서가 도대체 어디서 총을 꺼냈는지 말이다.“조사해봐. 가족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한 무리의 안동 김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달려들어 오는 가운데, 박연서는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명령했다.“오늘 접촉했던 사람 모두. 개 한 마리라도 절대 놓치지 말고 철저히 조사해. 과연 누구를 접촉했는지, 또 누가 명령을 내렸는지 알아야겠어. 안동 김씨 가문의 별장에 반년이나 잠복한 걸 보면 반년 전부터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했던 모양이야.”박연서의 명령에 따라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진주·밀양에 곧 피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곧이어 시체는 치워졌고, 식탁도 말끔히 정리되었으며 공기 중에는 은은한 향기마저 감돌았다.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누가 방금 이곳에 암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김예훈은 박연서에게 한 수를 둔 것이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에 그녀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적어도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다.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보이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중요한 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