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진도 놀라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한민국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인데 품위를 잃을 수가 없었다.그는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일어서면서 최산하를 째려보았다.“최 도련님, 당신이 뭔데 이방인 하나 때문에 저랑 이러는 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이 열 명이 동시에 붙어도 저랑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거 아실 텐데요?”쨕!최산하가 아무 말 없이 또 뺨을 때리는 바람에 변우진은 휘청거리고 말았다.“대한민국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이 그렇게 대단해요? 어디 한번 실력을 보여줘 보세요.”평생 김예훈에게 충성하기로 한 최산하는 이번 기회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대한민국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은 물론 상대가 하느님이라고 해도 전혀 봐 주지 않기로 했다.“너!”얼굴을 감싸 쥔 변우진은 최산하가 이 정도로 자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줄 몰랐다.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한 사람은 권력 높은 부산 용문당 부회장이었고, 한 사람은 SNS에서 핫한 대한민국 격투기 리그전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부산 상류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두 사람이 이 정도로 싸울 줄 몰랐다.사람들은 휘둥그레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마치 자신과 아무런 연관 없는 일인 것처럼 평온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당사자가 이런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라 할 수가 없었다.사람들의 이상한 표정을 목격한 변우진은 자존심이 깎였는지 최산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최 도련님, 옛 회장님과의 정을 봐서 당신이랑 따지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 설마 제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요?”변우진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절대 당신이 무서워서 이러는 거 아니에요. 저를 자극했다간 당신을 병신으로 만들지도 몰라요. 내 말 못 믿겠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요.”쨕!최산하가 또 뺨 때리는 바람에 변우진은 입가에 피를 보이고 말았다.“병신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그깟 실력으로 저를 어떻게 병신으로 만들 건데요? 기술 한두
조효임 말에 최산하는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김예훈의 눈치를 보았다.하지만 조효임과 인플루언서들은 최산하가 조효임의 말에 겁을 먹은 줄 알고 있었다.조효임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최 도련님이 대단하다는 건 알겠는데 변 도련님께 실례를 범한 건 사실이잖아요.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하세요! 알아서 자기 뺨을 때리면 용서해 드릴게요. 변 도련님께서 정말 화내는 날엔 아주 고통스럽게 죽을 거라고요!”최산하가 반응하기도 전에 변우진이 표정이 바뀌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효임 씨 말이 맞아요. 저는 심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요. 그깟 뺨을 제가 피하지 못할 줄 알았어요? 최 도련님, 제가 옛 회장님과의 정을 봐서 오늘 이 일은 없었던 일로 해드릴 테니 더 이상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변우진은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으면서도 애써 괜찮은 척했다.최산하는 이상한 표정으로 변우진을 쳐다보더니 말했다.“김 도련님의 신분을 몰라서 이래요?”“김예훈 신분? 무슨 신분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세요?”변우진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대단한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날 백낙당에서 일본인을 상대할 때 제가 보호해 줄 필요도 없었겠죠.”“당신이 김 도련님을 보호해 줬다고요? 정말 웃겨.”바로 이때, 몇몇 일본인이 걸어들어왔다. 앞장서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나카노 타로우였다.기모노를 입고있는 그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예전과 달리 한껏 겸손한 자세였다.그는 사람무리를 뚫고 김예훈에게 다가가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변우진을 쳐다보았다.“그날은 네가 대한민국 격투기 리즈전 챔피언이라서 우리가 백낙당에서 물러난 것이 아니라 김 도련님을 존경해서, 김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물러난 거야. 네까짓 게 뭔데 우리가 네 체면을 세워줘야겠어?”나카노 타로우가 변우진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아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다.부산 야마자키 검도관 제1 검객인 그는 그해 용문당을 상대로 절반은 이겼었다.비록 일본인이었지만 워낙 실
변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도사가 걸어오더니 변우진의 뺨을 때렸다.그는 바로 부산에서 유명한 청현 도장이었다.변우진은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휘청거리면서 분노했다.“이런! 왜 저를 때리세요! 청현 도장님, 무슨 설명이라도 해보세요! 아니면 청현 사찰을 없애버릴 거니까!”조효임이 이 광경을 보고 따라서 분노했다.“청현 도장님, 어떻게 변 도련님의 뺨을 때릴 수 있어요? 전에 사찰밥을 먹을 때 어떻게 하셨는지 잊으셨어요? 주차장에서는 또 어떻게 하셨는데요? 변 도련님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청현 도장이 조효임을 힐끔 보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운이 좋은 줄 아세요. 제가 여자를 때리지 않기 다행이지. 아니면 당신부터 죽였어요! 제가 정말 이깟 놈을 무서워할 줄 알았어요? 그날 사찰에서 방을 내준 건 김 도련님께서 식사하고 계셔서 방해하기 싫어서였어요. 그리고 주차장에서도 저의 빌어먹을 조카한테 김 도련님을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한 거예요. 모두 다 김 도련님 때문이었어요. 이 사람이랑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요. 그깟 실력으로 감히 김 도련님 앞에서 허세를 부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청현 도장은 또 말하면서 변우진의 뺨을 때렸다. 그 바람에 변우진은 얼굴이 퉁퉁 부은 채로 연신 뒤로 물러섰다.“뭐라고?”청현 도장의 말과 행동을 본 조효임과 인플루언서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변 도련님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 아니라 김예훈 때문이었다고?’“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조효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김예훈은 그저 촌놈일 뿐이라고.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면 성수당 사건으로 경찰서에 잡혀갔을 때 왜 변 도련님의 도움으로 풀려난 건데?”“변우진 씨의 도움을 받아서 풀려났다고요? 정말 웃겨...”조효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뒤에서 임시아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걸어들어왔다.우아한 아우라, 예쁜 얼굴과 몸매의 임시아의 등장으로 조효임 등은 순간 못난이로 되어버렸다.임시아는 김예훈의 옆으로 다
변우진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그는 변장우가 김예훈을 석방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날은 그저 우연한 기회에 허세를 부렸던 것이다.따라서 김예훈을 석방한 사람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했다.그럴만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부산 경찰 서장이었지만 전혀 알지도 못했다.조효임은 놀라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임시아까지 나서서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줄 몰랐다.조효임 등은 어질어질한 정신을 부여잡고 두려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무시만 했던 ‘촌놈’ 김예훈의 신분과 지위가 상상했던 것보다 높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조효임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임시아가 먼저 김예훈의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오늘같이 큰 행사 자리에서 이런 사람들과 시간 낭비하고 있지 마세요. 저희 저쪽으로 가요.”김예훈은 조효임을 힐끔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변우진을 짓밟아 놓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서로 아는 사이인 조효임을 봐서라도 이대로 넘어가기로 했다.조효임이 뻘쭘하게 서 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러다 조인국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기도 했다.김예훈은 변우진 일행을 무시하고 임시아와 함께 로비로 걸어갔다.가만히 있던 변우진의 이마에서 그만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는 부산은 물론 충청지역의 상류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임시아는 누구인가?바로 부산 1인자 임강호의 양딸이 아닌가.부산에서의 진정한 금수저.부산 6대 세자라고 해도 만나면 굽신거리는 존재가 김예훈에게 굽신거리다니.변우진은 그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전부터 김예훈을 무시했던 이유도 그에게 아무런 배경도, 아무런 힘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늘 김예훈이 한 행동을 보고 소름이 끼쳤다.김예훈이 창피당하는 모습을 기대했던 인플루언서들도 놀라서 들고 있던 샴페인을 쏟고 말았다.이들은 평범하디 평범해 보이는 김예훈이 어떻게 임시아의 마음을 얻었는지 궁금했다.조효임은 김예훈이 떠받듦을 받을 정도
조효임은 김예훈을 극도로 무시했다.임시아와 함께 로비에 도착하자 청현 도장, 우충식 등 아는 사람이 많았다.임강호와 유홍기도 왔을 텐데 아마도 심택연이 룸에서 접대하고 있을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인 심옥연이 오늘 파티를 주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김예훈은 의아하긴 했지만 아무 말 없이 반갑게 사람들과 인사할 뿐이다.그러다 두 빈자리를 발견하게 되었다.한자리는 경상 재벌 심현섭의 것이었고 다른 한 자리에는 ‘견’ 자가 씌어있었다.김예훈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아마도 이 자리는 부산 견씨 가문을 위해 준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부산 견씨 가문과 부산 심씨 가문은 똑같이 전국 10대 명문가로서 부산에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린 역사가 유구한 가문이었다.이 자리는 아마도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의 것이었다.좌석 대부분이 꽉 차 있었지만 이목을 집중시킨 김예훈 덕분에 사람들은 그래도 아직 빈자리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파티가 곧 시작되는데 견씨 가문의 수장님은 왜 아직도 안 오시는 걸까요?”“아마도 안 오시겠죠! 소문에 의하면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님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분이라 그 누구의 체면도 세워주지 않는다고 했어요.”“심현섭 어르신이 아직 심씨 가문의 실제 권력자라면 아마도 참석하셨을 텐데 오늘부로 심옥연 세자님께 자리를 물려준다는데 굳이 이런 자리에 참석하겠어요?”“또 다른 얘기가 돌던데요?”“뭐 아는 거 있어요?”“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 도련님께서 심씨 가문과 혼인을 맺으려고 했었대요. 그런데 심현섭 어르신께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 거절했다잖아요!”“세상에! 방씨 가문도 전국 10대 명문가잖아요. 그것도 부산 심씨 가문보다도 지위가 높잖아요!”“방호철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심씨 가문은 이제 역경에 처하겠네요.”“견씨 가문에서 심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네요!”“견씨 가문에서 방씨 가문과 손을 잡으려는 걸까요?”“그렇지만도 않을 거예요. 그런데 견씨
“그리고 심옥연이 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이 된 것도 어느정도 능력이 있다고 봐야죠. 절대로 순순히 심택연한테 넘겨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단순한 자리가 아니라고요. 심택연이 상속받으면 방씨 가문과 견씨 가문이 힘을 합쳐 심씨 가문을 짓밟아 버릴 거고, 심옥연이 상속받으면 명색이 전국 10대 명문가인 심씨 가문은 방씨 가문에 종속되어 그 지배를 받을 거예요. 어떤 방면으로 보나 그 결말은 비참할 거고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속으로 생각했다.‘시아 씨는 역시 전국 10대 명문가의 사람이라 다른 사람들보다 아는 것이 많네.’그가 궁금해하면서 물었다.“그래도 상황을 바꿔놓을 방법이 없을까요?”“있죠.”임시아가 대답했다.“그것이 어려울 뿐이죠.”“어떤 방법인데요?”“바로 심현섭 어르신께서 계속 권력을 잡고 계시는 거죠. 어르신만 계신다면 심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휘어잡을 수 있고 또 다른 가문과 대항할 힘도 있는 거죠. 몇 년만 더 있으면 부산에서의 심택연의 영향력을 뺏어오든, 심옥연의 신분을 박탈하든 심씨 가문의 힘을 다시 한곳에 모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심씨 가문은 여전히 전국 10대 명문가인 거죠. 그런데 최근 몇 달 동안 심씨 가문에 일이 많아 어르신께서 오늘을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김예훈은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록 오늘 계획한 것이 있었지만 상황을 어떻게 흘러가게 만들지는 하은혜의 뜻을 봐야 했다.어차피 하은혜 집안 사정이라 이곳에 온 이유는 하은혜에게 힘을 보태주기 위해서였다.하은혜만 안전하다면 심씨 가문이 멸망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당연히 하은혜가 심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쥐고 싶다면 흔쾌히 도와줄 수도 있었다.김예훈의 표정을 보던 임시아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똑똑한 사람이라 김예훈이 오늘 이곳에 왜 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알고만 있었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뚜벅뚜벅.바로 이때, 마당에서 발걸음
하은혜는 미간을 찌푸린 채 독사파와 십몇 미터 떨어진 곳에 발걸음을 멈췄다.이어 그녀는 영정사진을 든 젊은 남성에게 물었다.“이봐요. 여긴 심씨 가문이에요. 오늘은 저희 할아버지인 경상 재벌 심현섭 씨의 생일파티라고요. 상복을 입은 채 영정사진을 들고 이곳에서 이러는 거 좀 심하지 않으세요?”이때 하은혜의 손짓하나에 사면팔방에서 심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이 나타나 이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그 젊은 남성은 영정사진을 옆에 있는 사람한테 넘기고는 뒷짐을 쥐고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시가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들이마셨다.“하은혜 씨 되시죠? 먼저 자기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윤석훈이라고 합니다. 영정사진 속 사람은 저의 아버지세요.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은 다름이 아니라 심현섭 씨의 생신이라고 해서 선물 하나 드리려고 왔어요. 별거 아니지만 받아주시기 바랍니다.”윤석훈이 명령했다.“선물 드려!”이때 민머리 남성 한 명이 선물을 바닥에 툭 던졌다.아무 포장도 없는 선물에 사람들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관?이것은 바로 고급 목재로 만들어진 관이었다.김예훈도 똑같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아무리 원한이 크다고 해도 생일날 관을 선물하는 사람은 없었다.‘이 사람 일부러 깽판 치려고 왔네.’“제기랄! 죽고 싶어?”몇몇 심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경찰봉을 들고 덮치려고 했다.하지만 윤석훈은 차갑게 쳐다보면서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만 멈춰!”하은혜는 어두운 표정으로 윤석훈을 째려보고 있었다.“석훈 씨,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얼마나 큰 원한이길래 생일날까지 이렇게 할 정도인가요? 가정교육을 잘 받지 못했나 봐요?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니. 저희 심씨 가문이 만만해 보였어요? 저희를 정말 등지고 싶은 거예요?”하은혜의 무시무시한 포스가 현장을 압도했다.다른 심씨 가문 사람들도 뚫어져라 윤석훈 일행을 째려보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심현섭의 생일파티에서 이러는 건 죽는 길을 택하는 거나 다름없었다.하은혜의 질문
“윤석훈, 윤 도련님이라...”바로 이때, 김예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인파를 뚫고 다가가 하은혜를 등 뒤에 숨겼다.“독사파랑 심씨 가문이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도 싶지 않아. 그런데 무슨 짓을 하든 어르신 생신날 이러는 거 너무하지 않아? 복수를 하든 깽판을 치든 바로 하면 될 것을 시끄럽게 관은 왜 들고 왔는데? 도대체 무슨 뜻이야? 설마 심씨 가문이 정말 겁먹었다고 생각해? 뭐, 심씨 가문을 어떻게 하든 관심이 없지만, 은혜 씨를 존중하지 않는 날엔 바로 죽여버릴 거야.”김예훈이 담담하게 내뱉은 말은 포스가 어마어마했다.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상대방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독사파 킬러라고!그런데 이런 상대를 앞에 두고 이런 허세를 부리다니. 정말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저 새끼는 죽었어!”이때 변우진이 입을 열었다.“독사파는 이름난 킬러조직인데 말이야. 이 조직의 우두머리는 킬러 랭킹 제3위에 드는 윤청이라고! 저 윤석훈이라는 사람도 만만치 않은 사람인데 김예훈 저 자식 미친 거 아니야? 여자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허세라도 부리면 봐줄 것 같아? 윤석훈은 김예훈이 누구의 남자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텐데.”조효임과 인플루언서들은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김예훈이 안겨준 충격이 워낙 커서 그가 창피당하는 모습을 몹시 보고 싶었다.다른 하객들도 이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김예훈은 한 번도 모자라 또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윤석훈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재미있네. 넌 뭔데 나 윤석훈을 협박해? 네까짓 게 우리를 죽이겠다고? 우리가 먼저 죽이면 어떡하려고?”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산하가 먼저 상을 치면서 일어났다.“독사파가 정말 포스가 장난 아니네. 김 도련님은 내가 모시는 형님이야. 어디 한번 털끝 하나 건드려 보시지?”청현 도장도 고개를 쳐들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을 죽이겠다고? 어디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