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누군가에게 전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아가 임씨 가문의 의사들을 포함한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달려왔다.김예훈은 간단히 상황설명을 마치고 전남산이 도착하는 시간을 맞춰 임시아더러 정민아와 정소현을 부산 국제공항으로 데려가라고 했다. 전남산이 상태를 확인해 줘야 안심될 것만 같았다.임시아가 떠나고, 최산하한테서 연락이 왔다.“회장님, 크루즈 위치를 확인했고 용문당 제자들이 우현아 씨를 찾았습니다. 제때 도착한 덕에 우현아 씨는 무사하긴 한데 사쿠라는 이미 도망쳐 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능력이 부족했습니다.”김예훈은 우현아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사하면 됐어. 일단 현아를 데리고 공항으로 가. 전남산 어르신께서 봐주실 거야.”김예훈은 전화를 끊고 나카노 타로우에게 다가갔다.“사쿠라 어디 있어?”창백한 얼굴의 나카노 타로우는 김예훈의 눈빛과 마주치자마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나카노 타로우는 바로 사쿠라를 배신했다.“스카이 호텔로 갔을 거야. 방 도련님이 그곳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든! 네가 복수할 줄 알고 방 도련님 보호받으러 갔을 거야.”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스카이 호텔?”“맞아. 방씨 가문의 투자로 부산 교외에 새로 선 호텔이거든. 온천 옆에 지었다고 알고있고 투자액이 2백조 원은 될 거야. 그리고 이 호텔의 주인은 바로 방 도련님의 사촌 누나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최산하에게 전화했다.전화기 너머의 최산하가 공손하게 말했다.“회장님, 이 사람을 알아요. 방호철 사촌 누나인 방민지는 예전에 용전에서 일해서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알고 있어요. 용전에 있을 때 임무를 완수하다 부상을 입어 어쩔 수 없이 전역했다고 들었어요. 용전에서는 늘 그 사람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요. 부산에서 신분이 높아 부산 1인자인 임강호도 체면을 세워준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방씨 가문 사람인 것 외에 용전에 있었던 사람이라서요.”“알았어.”차가운 표
스카이 호텔 꼭대기 층 로얄 스위트 룸.환복을 마친 사쿠라의 표정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온수로 샤워했는데도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직접 만나진 않았지만 김예훈이 온몸에서 풍기는 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미야모토, 오늘의 치욕을 꼭 기억해야 해. 대한민국 총사령관이었던 김예훈이 우리 야마자키파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 오늘의 치욕을 벗을 수 있게 꼭 우리 앞에 무릎을 꿇려야겠어.”사쿠라의 말투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오늘 마지막 순간에 우현아를 버리고 미야모토와 함께 도망쳤기 다행이지, 아니면 부하들처럼 용문당에게 잡혔을 것이다.이때, 부산 야마자키 검도관이 박살 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다년간 운영하고 있던 부산 야마자키 검도관이 한순간에 몰락하고 말았다.하지만 아쉽게도 후회해도 소용없었다.아무리 사쿠라를 때려죽여도 김예훈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언니, 김예훈이 정말 우리를 안 놔줄까요?”미야모토 역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놈한테는 우리의 목숨이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일 거야.”“이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요? 하필 방민지 씨 호텔에 숨어있어야 해요? 일본대사관에 가 있어도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내일 첫 비행기로 한국을 떠나면 되잖아요. 설마 일본까지 쫓아와서 저희를 죽이겠어요?”아무 걱정 없이 곱게 자라온 미야모토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늘 강하게만 느껴졌던 사쿠라가 한 남자 때문에 스카이 호텔에 숨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줄 몰랐다.김예훈이 아무리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해도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언니, 저희한테 아예 기회가 없는 건 아니잖아요. 최소한 김예훈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데 이 사실을 방 도련님께 알려드리면 저희도 얻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사쿠라가 입술을 깨문 채 고개를 저었다.“안 돼. 그건 우리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비장의 카드야. 절대 쉽게 보여줘서는 안 돼.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그래도
잠깐 경계를 늦추고 있던 미야모토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언니, 저 생각나는 거 있어요. 김예훈의 신분으로는 저희가 스카이 호텔에 있는 거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설마 바로 저희를 죽이러 오는 건 아니겠죠? 저희 몰래 일본으로 밀항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사쿠라가 진지하게 말했다.“넌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아.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신분도 가지고 있다는 거 잊지 마. 우리가 밀항한다고 해도 김예훈의 명령 한마디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 그래서 잠깐 스카이 호텔에 있다가 내일 아침 첫 비행기로 떠나려는 거야. 걱정하지 마. 방 도련님께서 알아서 우리 신분을 감춰줄 거야. 서울 4대 도련님인 방 도련님에게는 특별할 신분을 가지고 있는 누나가 있어. 예전에 용전에 계셨던 분이야. 그래서 말인데 스카이 호텔은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김예훈이 총사령관 신분을 직접 밝히지 않는 한 부산 용문당 회장의 신분으로는 이곳에 들어올 수 없어. 그렇다고 직접 신분을 밝힐 것 같아?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여기까지 찾아오는 건 서울 방씨 가문, 용전과 등을 돌리는 거거든! 우리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용전과 서울 방씨 가문에서 가만두지 않을 거야. 김예훈이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야. 이렇게 되면 우리랑 상관없이 알아서 서로 물고 뜯겠지.”사쿠라는 이 와중에 판을 꾸미고 있었다.미야모토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방 도련님께서 저희를 보호해 줄 거라 믿고 있지만 김예훈의 상대가 안 될까 봐 겁나요.”사쿠라가 피식 웃더니 말했다.“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김예훈이 신분을 밝히기 전까지는 그저 실력이 상당한 고수일 뿐이야. 그런데 지금 시대에서 실력이 강해봤자 뭐 하겠어? 인맥, 배경, 권력이 강하면 한 사람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서울 방씨 가문이 김예훈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든든한 용전이 있잖아. 그래서 전혀 문
이 시각 스카이 호텔 입구. 열몇 대의 토요타 프라도 차량이 호텔 앞을 가로막았다.무표정으로 차에서 내리는 김예훈 뒤로 오정범, 진윤하도 함께했다.이 순간 김예훈은 차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입구를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놀란 마음에 바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잡았다.“누구세요? 오늘은 저희 스카이 호텔의 개업식입니다. 초대된 분들만 입장할 수 있습니다. 만약 초대장이 없다면 이만 가주시기 바랍니다.”가장 앞장서있던 보디가드는 심지어 총을 꺼내려고 했다.쨕!오정범은 그에게 총 꺼낼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뺨을 때려 바닥에 눕혔다.그가 아무렇지 않게 때린 뺨에 7, 8명의 보디가드들은 저 멀리 날아가 얼굴을 움켜쥔 채 바닥에서 일어서지도 못했다.“부산에서 불법 총을 지니고 있다니!”진윤하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용문당 제자들에게 총을 주우라고 했다.“오늘 우리 회장님께서 기분이 안 좋으셔서 시간 낭비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한 번만 물을게. 사쿠라와 미야모토, 어디 있어?”보디가드 대장은 방씨 가문의 충신견이 틀림없었다.“지금 뭐 하고 계시는 거예요! 여기가 어떤 곳이라고. 방씨 가문을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기나 해요?”쨕!진윤하는 그를 발로 걷어차고는 손목마저 부러뜨렸다.“어디 있냐고.”보디가드가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로비에... 있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뒷짐을 쥐고 걸어 들어갔다.오정범이 진윤하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여자가 이렇게 독해서 되겠어? 시집 못 가면 어떡해.”그와 말 섞기 싫은 진윤하는 그를 힐끔 쳐다볼 뿐 김예훈을 따라 스카이 호텔 로비로 들어갔다....호텔 로비 인테리어는 반짝반짝 빛나다 못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전국 각지 상류 인사들은 방씨 가문 덕분에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그래서인지 분위기가 북적거리기만 했다.남자들은 정장 차림에 올백 머리를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블링블링 액세서리를 하고
퍽!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때쯤, 누군가 호텔 로비 문을 발로 걷어찼다.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대로 멈춰버렸다.김예훈은 뒷짐을 쥔 채 한 무리의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난입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곁눈으로 문밖에 방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이들은 앞장서고 있는 김예훈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지, 아니면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놈인지 몰랐다.‘여긴 스카이 호텔이라고! 어떻게 감히 스카이 호텔 개업식에서 난동을 부릴 수 있어!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네!’후다닥.사람들이 가소롭게 쳐다보고 있을 때, 몇십 명의 용문당 제자들이 모든 출입구를 막아버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나머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설마 납치극? 우리를 인질로 삼은 거야?’사쿠라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김예훈?”그녀는 김예훈이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이곳까지 쫓아올 줄 몰랐다. 바로 그녀를 잡아갈 것만 같은 기세였다.사쿠라는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했다.‘설마 내 생각이 틀렸던 거야? 김예훈이 이런 사람이었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막 나가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5대 강국을 누르고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웠던 거야?’사쿠라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았다.얼마 남지 않은 보디가드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면서 무전기에 도움을 청했다.하지만 이들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윤하가 앞에 나타났다.쨕! 쨕! 쨕!진윤하는 보디가드들을 때려눕히고 미야모토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미야모토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진윤하는 그녀 역시 바닥에 때려눕혔다.진윤하는 말 한마디도 없이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이때 한 용문당 제자가 미야모토를 발로 짓밟더니 김예훈에게 보고했다.“회장님. 한 명 해결했습니다.”미야모토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소리 질렀다.“지금 뭐 하는 거야! 외국 손님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외교 분쟁을 일으킬까 봐 겁나지도 않아?
“김예훈,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그제야 정신 차린 사쿠라는 애써 침착한 모습으로 김예훈의 앞에 나타났다.“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알아? 오늘은 스카이 호텔 개업식이 열리는 날이라고! 여기 계신 분들은 저마다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분들이라고! 넌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이 난리인데! 이러기 전에 자기가 방씨 가문의 상대가 될수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 방씨 가문이 괜히 전국 10대 가문의 으뜸이라고 생각해? 내가 말해주는데, 당장 내 동생 풀어줘! 방 도련님께서 화내시면 엄청 무서운 분이야.”미야모토가 소리를 질렀다.“맞아! 이거 안 놔? 김예훈, 방 도련님께서는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내 아내한테 독을 퍼뜨린 것도 모자라 내 친구를 납치까지 한 주제에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길래 내가 놓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만약 이번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면 정말 이 두 일본 놈한테 당했을지도 모른다.“젊은이. 난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스카이 호텔 개업식에서 이러는 거, 방 도련님한테 큰 죄를 지은 거야.”이때 한 느끼한 아저씨가 미인 구출 작전을 하듯이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말해주는데, 좋기는 무기를 내려놓고 이만 가보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자네가 죽을 수도 있다고!”몇백 명이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스카이 호텔이 함부로 막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해? 방씨 가문이든 용전이든 너 같은 놈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저랑 이 일본 여자의 사적인 일이에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저희 일은 저희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 사적인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저는 그저 이 여자를 데려가면 끝이에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여러분께 인당 200억 원을 드리도록 할게요. 그런데 누군가 눈치 없이 저희 일에 끼어들면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오늘 저녁은 아무도 저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느끼해 보이는 아저씨가 펄쩍 뛰면서 말했다.“사쿠라 씨와 미야모토 씨는 존귀한 외국 손님이라고! 어떻게 함부로 대할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외교 분쟁이 일어나는 거 몰라? 만약 일본에서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 지금 당장 멈추고 사과해! 아님.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느끼한 아저씨가 격분하면서 말했다.“부산 1인자인 임강호 씨는 국가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너희들을 모조리 잡아서 감옥에 처넣을 거야!”쨕!말하기도 싫은 오정범은 아예 그의 뺨을 때렸다.“헉!”처음 보는 막무가내의 행동에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뭐 하는 짓이야!”김예훈 일행이 사쿠라와 미야모토를 끌고 가려던 때, 엘리베이터에서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자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상류 인사들은 물론 아까 얻어맞은 느끼한 아저씨도 쏜살같이 달려가면서 인사했다.“하수연 씨!”이 이름을 들은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런 장소에서 하씨 성을 가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만 봐도 서울 하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서울 하씨 가문과 서울 방씨 가문은 워낙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하수연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주위를 삥 둘러보더니 냉랭하게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오늘은 스카이 호텔 개업식인 거 몰라? 그리고 이 호텔에 서울 하씨 가문과 서울 방씨 가문이 투자했다는 것도 모르냐고. 어떻게 이런 장소에서 난동을 부려. 우리랑 한판 붙어보겠다는 거야?”하수연은 전국 10대 가문인 서울 방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수도 없이 언급했다.이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할 수 있었다.그녀의 심상찮은 기세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굽히게 되었다.아까 그 느끼한 아저씨가 급히 머리를 저었다.“하수연 씨, 오해에요. 사고 친 사람은 저놈들이에요!”“수연 씨, 오셨어요?”사쿠라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라는 놈이 저랑 미야모토를 끌고 가려고 해요! 저희는 잘못한 것
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수연은 거침없이 핸드폰을 꺼내 김예훈의 사진을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잠시 후, 핸드폰이 울리고, 통화를 마친 하수연은 김예훈을 우습게 쳐다보았다.“누군가 했더니, 부산 견씨 가문 수장인 정민아의 데릴남편이잖아! 내 기억이 맞다면 성남에 있을 때 우리 만난 적 있지? 증조할아버지께서 경고했을 텐데? 우리 은혜 언니한테서 떨어지라고. 그 좋은 데릴사위는 안 하고 왜 우리 호텔 개업식에서 난리인데? 겁도 없이! 아, 방 도련님이 은혜 언니랑 결혼한다고 해서 여기서 이러는 거야? 걱정하지 마. 은혜 언니는 혼외 자식이라 방 도련님과 결혼할 자격도 없어! 전체 서울 하씨 가문에서 방 도련님과 결혼할 만한 사람은 나 하수연밖에 없다고!”하수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부산 견씨 가문의 언급에 사람들은 두렵긴 했지만 김예훈이 데릴사위라는 사실을 안 순간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부산 견씨 가문은 전국 10대 가문 중의 하나로서 역시나 대단한 집안이었다.‘그런데 저놈은 견씨 가문과 혈연관계도 없는 데릴사위인 주제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것도 모자라 서울 하씨 가문의 수연 씨를 건드려? 정말 죽고 싶은 거네.’사람들은 시체 보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김예훈은 잠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은혜 씨를 봐서 인당 200억 원을 배상해 드릴게요. 그런데 사쿠라와 미야모토는 꼭 데려가야겠어요.”“어머, 200억 원씩이나?”하수연이 오버했다.“정말 통도 크시네! 데릴사위가 언제부터 이렇게나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대? 부산 견씨 가문도 몰락하는 날이 오는구나! 견청룡이 죽으니 데릴사위라는 사람이 미쳐 날뛰네! 그런데 오늘 이 일은 이대로 끝낼 수 없겠는데? 이봐, 보디가드들 전부 다 불러와! 그리고 방민지 씨한테 개미 한 마리 기어들어 왔다고, 해결이 끝나면 오시라고 해!”명령을 마친 하수연은 소파에 앉아 꼰 다리를 건들거리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개업식 따위에 관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