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겸의 신분으로 봐서는 밀양에서 두려운 것이 없었지만 오늘 김예훈한테 꼼짝도 못 하고 잡힐 줄 몰랐다.허도겸은 이대로 고개를 숙일 수 없어 냉랭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밀양에서 내 사람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나를 납치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부터 대!”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김예훈.”“김예훈?”허도겸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어디서 나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서 악독스럽게 말했다.“그래, 알겠어! 좋기는 너의 신분을 나한테 들키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쨕!김예훈은 또 한 번 와인병으로 허도겸의 머리를 박살 냈다.“감히 나를 협박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이 나를 협박하는 거야. 어디 한번 더 해보든가.”“너!”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허도겸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꼭 너의 신분을 알아낼 거니까.”“확인해 볼 필요 없어요. 이분이 어떤 분이신지 제가 알려주도록 하죠.”바로 이때, 입구에서 누군가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분은 저희 추씨 가문의 귀한 손님이자 저 추문성의 형님이기도 해요. 허 도련님, 꼭 기억하시길 바랄게요!”이때 입구에서 몇십 명이 위풍당당하게 걸어들어왔고 제일 앞에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멋진 아우라를 풍기면서 걸어들어왔다.하지만 그의 등장에 허도겸의 표정은 어두워지고 말았다.부잣집 따님들도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심지어 방수아도 추씨 가문의 사람이 나타날 줄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추씨 가문은 명문가는 아니었지만 추문성의 아버지가 바로 밀양 1인자였다.밀양 허씨 가문이 아무리 잘나가고 두려운 것이 없다고 해도 추씨 가문의 체면은 지켜줘야 했다.이때 추문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김예훈 앞으로 가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김 대표님, 제가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추문성의 공손한 모습에
안나 등은 추문성의 등장으로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살기가 가득했던 현장 분위기는 그제야 조금 평온해지는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시선을 김예훈과 방수아에게 고정시켰다.“허도겸,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저 사람들 풀어주고 여기까지 데려와. 저 사람들 건드릴 생각도 하지 마. 한 명을 건드릴 때마다 너의 손가락을 자를 거니까.”김예훈은 허도겸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도겸은 여전히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고집부리고 있었다.“이 자식이. 네가 추씨 가문의 손님인 걸 봐서 오늘 저녁 너랑 수아 씨를 괴롭히지 않으려고 했는데 저 사람들까지 풀어달라고? 꿈 깨! 어디 한번 날 칼로 찔러보든가! 내가 눈 하나 깜빡하면 사람도 아니야. 그런데 잘 기억해. 내가 죽으면 넌 살아서 밀양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거. 넌 우리 밀양 허씨 가문이 우스워 보여? 날 죽였다간 추씨 가문은 물론 하느님이 오셔도 널 살리지 못할 거야.”이 순간 허도겸은 배 째라는 식이었다.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솔직히 허씨 가문은 밀양에서만 잘나가잖아. 이 가문을 없애기엔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은데.”이 말에 사람들은 전부 다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밀양에서 이런 허세를 부린다고? 어떻게 수습하려고 저러는 거야?’금발 머리의 안나가 냉랭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이봐. 넌 그저 우리 도련님을 납치했다고 허세나 부리는 것 같은데 능력 있으면 우리 도련님을 풀어주고 나랑 1:1로 붙어보든가. 한 손이면 너를 충분히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안나는 김예훈의 그깟 실력으로는 자기 상대가 못 된다고 생각했지만 허도겸을 붙잡고 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하게 안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그럴 기회는 충분히 있을 거니까...”“계속 허세 부려 봐. 안나는 널 식은 죽 먹기로 죽여버릴 거니까.”허도겸은 김예훈이 안나의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그러면서 추문성을 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방 대표님께서 그 창고를 찾아간 이유는 허 도련님이 20년 된 상한 찻잎을 방 대표님의 새로운 찻잎으로 바꿔치기해서잖아요. 변명할 여지도 없어요. 이미 세관에 확인해본 결과 방 대표님이 이 찻잎을 수입한 기록을 입수했으니까요. 그리고 허 도련님한테 찻잎을 팔았던 판매자도 이미 구속했으니 언제든지 증인으로 나설 수 있고요. 마지막으로 그 찻잎들을 어디에 숨겼는지까지도 똑똑히 알고 있어요. 제가 입만 열면 이 사실이 세상에 밝혀져 허씨 가문의 체면은 말도 아닐 거예요. 그러니까 허 도련님, 저는 상의하러 온 것이 아니라 충고하러 온 거예요. 저 사람들을 풀어주고 계약서 내용대로 나머지 금액을 한 푼도 빠짐없이 방 대표님한테 드려야 할 거예요. 지금 대답하세요. 사람을 풀어줄 건지. 금액도 마저 지급할 건지.”뒷짐 쥐고 담담하게 한 말이었지만 하는 말마다 위엄이 넘쳐 허도겸은 그만 소름이 돋고 말았다.추문성이 이 모든 것을 알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굳건한 태도를 보아하니 정말 증거를 쥐고 있는 틀림없어 보였다.허도겸은 추문성이 왜 이 정도로 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지 몰랐다. 그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모자라 직원도 구해주고 받지 못한 돈도 받아주고 있으니 말이다.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짓밟힌 적이 없는 허도겸은 불쾌함의 극치에 도달했다.하지만 아무리 성격이 거칠고 고집이 센 허도겸이라고 해도 추씨 가문이 명문가는 아니지만 밀양 1인자가 기관의 절대적인 의지를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때 허도겸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말했다.“추 도련님,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이러는 거 도련님 의지인가요. 아니면 추씨 가문의 의지인가요?”추문성이 뒷짐을 쥔 채 담담하게 말했다.“뭐가 달라요? 허 도련님은 이미 독 안에 든 쥐인 것 같은데. 왜 아직도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예요? 정말 우리 김 대표님이 당신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에 김 대표님이 정말 당신을
허도겸이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일어서더니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본 손해를 다음번에는 어떻게든 꼭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이번에는 추문성이 뒤를 봐줘서 이 정도라지만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직원들 얼굴이 피투성이인 것을 확인한 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어디 한 번만 더 터치해 보든가.”퍽!추문성이 입을 열기도 전에 안나가 한 직원을 발로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그러면서 얼굴에 가소로운 표정을 짓더니 냉랭하게 말했다.“터치했는데 뭐. 한 명씩 다 걷어찰 건데 뭐 어쩌려고?”샤샥!눈깜짝할 사이에 김예훈은 바로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쨕!안나가 멈칫하면서 본능적으로 방어하려고 했지만 눈깜짝할 사이에 눈앞이 어두워지면서 뺨을 맞아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사람들은 김예훈이 순식간에 날아와서 뺨 한 대로 안나를 때려눕힐지 몰랐는지 깜짝 놀라고 말았다.상대는 이탈리아에서 장병의 왕으로 불리고 있는 허도겸의 전용 보디가드인데 말이다!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있던 안나는 몰래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총을 꺼내기도 전, 김예훈이 이미 그녀의 복부를 걷어찼다.퍽!거대한 소리와 함께 안나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김예훈은 오른발로 안나의 얼굴을 천천히 짓밟았다.“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병신으로 만들어 줄까?”퍽!김예훈이 또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안나는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혀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사람은 풀어줬고, 돈은?”김예훈이 목을 부여잡고 있는 허도겸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물었다.눈을 파르르 떨던 허도겸은 더는 건드리면 안 되겠다 싶어 핸드폰을 꺼내 바로 계좌이체 해주었다.띠링!핸드폰이 울리고, 방수아는 계좌이체 내역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절대 받아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금액을 이렇게 쉽게 받아낼 줄 몰랐던 것이다.“갑시다!”김예훈은 두말없이 차갑게 뒤돌아 방수아를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뒤이어 추문성의 손짓
추문성이 듣더니 배시시 웃었다.“당연히 수소문해 보았죠.”그는 핸드폰으로 김예훈에게 자료 몇 개를 보내주면서 말했다.“총사령관님. 출입국사무소, 그리고 다른 인맥들을 총동원해서 조사해 보았더니 이 사람들은 밀양 사람이 아니라 진주 홍성에서 온 사람들이더라고요.”“진주 홍성이요?”김예훈이 잠깐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러면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은 진주 이씨 가문인가요 아니면 곽씨 가문인가요?”“전부 다 아니었습니다. 홍성 사람들은 워낙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라 돈만 쥐여주면 뭐든지 하는 사람들입니다. 스카이 팰리스에 나타난 저격수와 관련해서는 사람을 보내 의심되는 장소를 조사해 보았더니 여우 가면과 버려진 총 한 자루를 발견한 것 외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증거물들은 이미 밀양 경찰서에 보내긴 했지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네요. 상대방이 현장에 물건을 버린 것을 보면 저희가 조사해 내지 못할 거라고 이미 확신한 모양이에요.”“여우 가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어디 있어요? 저한테 좀 보여주세요.”추문성의 전화 한 통에 곧 누군가 밀폐된 박스를 보내왔다.김예훈은 박스 속 여우 가면을 보더니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뒤이어 박스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왔다....김예훈은 추문성에게 방수아 일행의 안전을 맡기고 이곳을 떠났다.임은숙 납치 사건, 저격수와 관련해서는 추문성이 진일보 확인해 봐야 했다.허도겸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그가 눈치껏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만약 다른 꿍꿍이를 하고 있다면 김예훈은 아예 허씨 가문을 밀양에서 뿌리를 뽑아버리겠다고 다짐했다.송산 빌라에 도착한 김예훈은 정민아가 이미 돌아왔다는 것을 발견했다.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몰랐지만 피곤했는지 벌써 자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알아서 라면을 끓여 먹고는 다른 방에 가서 잠을 청했다.다음 날 아침. 바닷가에 나가 산책하던 김예훈은 나온 김에 정민아의 아침을 사 가기로 했다.
정민아는 갑작스럽게 맞은 뺨에 어리둥절하기만 했다.그녀의 뒤에 있던 경찰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계속해서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넷째 도련님, 도대체 왜 이러는 거예요? 어제 이야기 잘 끝났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왜...”이 사람들과 싸우기 싫은 정민아는 그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허준서를 쳐다볼 뿐이다.쨕! 쨕!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또 정민아의 뺨을 두 대나 때렸다.“정민아. 계속 모른 척할래? 어제 넷째 도련님이 너한테 구경시켜 주자마자 도박패를 잃어버리셨잖아. 그렇다면 훔친 사람이 너 말고 누구겠어.”정민아는 실성하고 말았다.“도박패를 잃어버리셨다고? 견씨 가문이 넷째 도련님과 합작한 그 도박패를 잃어버렸다고?”“그래! 계속 모른 척해 봐. 넷째 도련님은 너를 진심으로 잘해주는데 너는 왜 이러는 거야? 정말 개보다도 못하네. 나 허영미, 오늘 널 죽이지 못하면 성을 고칠게!”허영미라는 이 여자는 딱 봐도 무술을 배운 몸이었고 누구보다도 악독스러워 보였다.예전과는 다른 정민아였지만 그래도 허영미한테 뺨을 맞아 휘청거릴 뿐이다.쨕!“빨리 사과 안 해?”쨕!“얼른 도박패를 내놓으라고!”쨕!“도둑년! 창피한 줄도 모르고!”허영미의 예쁜 얼굴에는 원망과 질투가 가득 차 있었다.그녀는 정민아의 옷깃을 잡더니 뺨을 연이어 열몇 대나 때렸다.“도박패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알아?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넷째 도련님의 도박패를 내놓지 않으면 감옥에 갈 줄 알아!”허영미는 화가 가득 차 있었다. 어제 허준서는 정민아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고 심지어 자기 여자로 만들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무리 방탕한 생활을 한다고 해도 허영미는 허준서의 약혼녀로서 절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어떻게 하면 정민아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일이 터지니 잘됐다 싶었다.힘없는 정민아는 전혀 허영미의 상대가 아니었다. 보디가드들도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한테 붙잡혀 뺨을 맞을
정말 도박패를 수색해 내자 어느샌가 모여든 이 구역에서 살고있는 밀양 상류 인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정말 염치도 없네! 어떻게 넷째 도련님의 도박패를 훔칠 생각을 해?”“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나 보네!”“전체 밀양에는 도박패가 오직 6장. 저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지. 만약에 정말 누군가 훔쳐 갔다면 넷째 도련님은 살아남지 못할 거야.”“넷째 도련님께서 정민아랑 같이 손잡고 도박장을 열기로 했다잖아. 도박패의 6분의 1 정도의 이윤을 나눠주는 식이지.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도 없어.”“저런 사람을 보고 염치없다고 하는 거야.”“이런 젠장! 넷째 도련님이 얼마나 잘해줬는데!”“사모님께서 잘 대처하신 거야. 우리 밀양에 시집오고 싶어 하는 년들이 얼마나 많은데.”“맞아야 본성을 드러내는 거지!”주위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흔들었다.진주 사람과 밀양 사람은 언제나 그랬듯이 내륙 사람을 무시했다.정민아가 예쁜 얼굴에 도둑질이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저마다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때 정민아가 얼굴을 움켜쥔 채 허준서에게 말했다.“넷째 도련님, 저는 도련님의 도박패를 훔친 적이 없어요. 저는 그저 장부 검사하러 밀양에 온 거예요.”“민아 씨, 정말 실망이네요.”침묵을 지키던 허준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어제 정민아를 만났을 때만 해도 장부 검사하는 건 별일도 아니라면서 직접 정민아를 데리고 부산 팰리스까지 구경시켜 주었다.그런데 그렇게 매너좋던 모습은 온게간데 사라지고 지금은 냉랭할 뿐이다.“원래는 견청룡 세자님을 대신해 민아 씨가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 되었다고 해도 약속대로 함께 부산 팰리스를 운영해 보려고 했어요. 심지어 제 성의를 보여주려고 직접 도박패까지 보여줬죠. 그런데 민아 씨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 도박패를 훔쳐 갈 줄은 몰랐네요. 이번 일은 부산 견씨 가문을 봐서 이대로 넘어갈 순 있지만 이 계약서에 사인하세요. 내용은 아주 간단해요. 바로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을 포기하겠다는 계약
정민아가 얼굴이 붉어진 채 차갑게 말했다.“넷째 도련님, 정말 저를 모함하실 건가요? 제가 부산 견씨 가문의 수장이라는거 아실 텐테 견씨 가문의 보복을 받을까 봐 두렵지도 않으세요?”“부산 견씨 가문?”허영미는 콧방귀를 뀌면서 정민아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정민아. 왜 이렇게 순진한 거야. 네가 그 머리로 어떻게 수장 자리까지 앉게 되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네. 우리가 믿는 구석 없이 이러는 거 같아? 내가 오늘 널 죽여버려도 견씨 가문에서는 모른 척할 거야... 너는 다른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버렸으니까.”그러고는 뒤로 물러서면서 가소로운 표정으로 비웃었다.멈칫한 정민아는 어리둥절해하더니 결국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정민아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허영미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알아듣지 못할 사람이 아니었다.임은숙이 납치되는 바람에 밀양에 왔다가 이 일이 터지기까지...점점 이 모든 것이 김예훈을 타깃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되기 시작했다.그러다 결국 자신 또한 타깃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말았다.견씨 가문의 수장으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앞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부산 6대 세자 중의 한 명이었던 견청룡이 남겨둔 것은 견씨 가문의 수장 자리뿐만이 아니었다.사람들이 이보다 더 탐내는 것이 따로 있었고, 그것을 얻으려고 정민아를 먹잇감으로 삼기도 했다.심지어 부산 견씨 가문의 사람들까지...처음 부산에 와서 반갑게 인사하던 모습과는 달리 정민아의 얼굴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쓸데없는 말 그만하고.”이때 허영미의 손짓하나에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은 정민아의 보디가드들을 걷어차 바닥에 눕혔다.그러고는 총을 꺼내 이들의 머리를 겨냥했다.“정민아. 고민한 시간을 10분만 더 줄게. 죄를 인정할지 안 할지 잘 생각해 봐. 인정하면 이 사람들을 바로 풀어줄게. 인정 안 할 거면 마음대로 해. 10분 뒤 너는 무사히 풀려날진 몰라도 보디가드들은 전부 죽은 목숨이 될 거니까.”허영미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