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진주·밀양 용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준비된 상태였다.이제는 실제 배후자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김현민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제대로 짓밟아 버리겠다고 다짐했다.열몇 명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의 안내하에 김예훈은 곧 더 큰 공간에 도착했다.앞에 계단이 있고 양옆에 총을 메고 있는 제복을 입은 사람이 서있는 것이 재판장과도 같았다.벽에는 이런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나라를 위해 헌신하자!”“청렴결백!”등등...이런 문구를 보면서 김예훈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자아냈다. 누가 보면 참관하러 온 사람인 줄 알 정도였다.김예훈이 구경하고 있을 때, 밖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문이 열리더니 차가운 포스의 남녀 한 무리가 걸어들어오는 것이다.그 뒤에는 체포된 사람이 두 명 있었다.그 두 사람은 다름아닌 추하린과 추문성이였다.추하린은 괜찮아 보였지만 추문성의 얼굴에는 뺨 자국이 나 있었다.체포될 때 용전 사람들과 충돌이 생겨 맞은 듯싶다.이 모습에 김예훈의 눈빛은 어두워지고 말았다.“김 대표님.”김예훈을 발견한 추문성은 멈칫도 잠시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김예훈은 잠깐 그를 쳐다보고는 뒤돌아 김청미를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문성이는 이번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는데? 왜 체포한 거야?”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희망호에 나타난 것만 봐도 이번 사건과 연관된 사람이지 않겠어? 그냥 형식적으로 조사만 진행할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퍽!김예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할때, 누군가 문을 걷어찼다.곧이어 뒷짐을 쥔 채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 두 남자가 열몇 명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모습을 나타냈다.생김새가 김예훈과 많이 닮은, 앞장서서 걸어오던 남자는 먼곳에서부터 인사하면서 걸어왔다. 이 사람은 바로 김씨 가문 사걸 중의 우두머리이자 진주·밀양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이었다.그의 옆에는 허준서 등 허씨 가문 도련님들과 많이 닮은 듯한 남자가 서 있었다. 김예
용전 사람들은 여전히 못 들은 것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추하린은 본능적으로 동생을 보호하려고 몸을 날렸다.“그만해! 그만하라고!”쨕!추하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허성빈이 앞으로 다가와 추하린의 멱살을 잡더니 다른 한쪽 손으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년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어리석은 너때문에 우리 허씨 가문에서 본 손해가 2조 원을 넘는다고! 내 동생이 너랑 하룻밤 자겠다는데 그게 뭐 어때서. 감히 반항해? 죽고 싶어?”허성빈은 또 추하린의 뺨을 연속으로 때렸다. 추하린은 얼굴에 뺨자국이 나 있는 채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그만해!”김예훈도 허성빈이 용전에서 난동을 부릴 줄 몰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쨕!허성빈은 또 추하린의 뺨을 때리더니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이 둘 다음으로 네 차례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진주·밀양 용전이라고. 간단히 말해서 이곳에서는 내 말이 곧 법이라고! 넌 그냥 가만히 지켜봐야 할 거야. 움직였다간 바로 죽여버릴 거라고!”허성빈의 손짓하나에 옆에 있던 일곱, 여덟 명의 보디가드들이 김예훈에게 총구를 겨누면서 협박했다.김예훈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저 두사람을 한 번만 더 건드렸다간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거야!”“그만하라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곳이 어딘 줄 알고. 여긴 진주·밀양이란 말이야. 내 구역에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시비 거는데?”허성빈은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도박왕 허순재 앞에서만 얌전했지 지금은 아무도 막을 자가 없었다. 이때 또 발로 추하린의 머리를 걷어차는 것이다.“때렸는데 뭐 어쩔 건데? 용전에서 이방인 주제에 무슨 짓을 할수 있는지 한번 지켜봐야겠어. 함부로 움직였다간 바로 총으로 쏴버릴 거야. 얘들은 그저 허씨 가문의 종일 뿐이야. 천하디천한 목숨이라고. 너를 죽이고 알아서 자살해버리면 나를 탓할 사람이 없겠지?”허성빈은 또 한 번 옆에 있던 추문성을 발로 걷어찼다.추문성은 머리
퍽!김예훈은 아무 말 없이 허성빈의 멱살을 잡고는 그의 허리춤에 있던 총을 뺏었다.그러고는 바로 그의 왼쪽 다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거대한 소리와 함께 총알은 허성빈의 허벅지를 관통하고 말았다.이 모습에 사람들은 넋이 나간 채로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청미마저도 이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런 장소와 상황에서 앞뒤를 가라지 않고 방아쇠를 당긴다고? 미친 거야 아니면 정말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저러는 거야.’사람들은 김예훈이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용전에 들어오면 벌벌 떨면서 무릎부터 꿇으려고 하는데 김예훈은 눈에 뵈는 것이 없이 기고만장했기 때문이다.추문성이 이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진주와 밀양에서 김예훈을 막을 자가 없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추하린은 그대로 제자리에 굳어져 버러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런 제기랄!”잠깐의 침묵 이후, 김병욱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보디가드들이 덮쳐왔다.이들은 김예훈에게 총구를 겨냥한 채 살기를 뿜어내면서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허성빈은 아파서 부들부들 떨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이런 젠장. 감히 나한테 총을 쏴? 넌 죽었어. 용전 같은 곳에서 다들 보는 눈앞에서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아무리 용문당 회장이라고 해도 소용없어. 우린 똑같이 널 죽여버릴 수 있다고.”허성빈은 용전 같은 곳에서 사람을 인질로 삼는 행위는 큰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총을 쏴?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어떤 사람은 자기가 대단한 줄 알고 진주·밀양을 휩쓸려고 왔다가 결국 목숨을 잃는 일이 많았다.김예훈 역시 그들처럼 자기 주제도 모르는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했다.“내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김예훈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한 번만 더 내 사람들을 건드려 봐. 병신으로 만들어 버릴 거니까.”“김예훈, 총 내려놓고 도련님 풀어줘. 그러면 목숨
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총구를 허성빈의 머리에 갖다 댔다.지옥과 한층 더 가까워진 허성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미 총을 장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수로 방아쇠를 당기든 의도적으로 당기든 모두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잠깐만.”얼굴이 창백해진 허성빈은 본능적으로 그를 말렸다.비록 여전히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었지만 죽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특히 막무가내인 김예훈과 같은 독한 사람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허성빈은 사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기껏 해 김예훈과 함께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굳이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총구가 머리에 닿인 순간, 사실 죽는 게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의 목숨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었다.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허성빈은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김예훈은 그를 무시한 채 냉랭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길 비키세요.”용전 사람들은 움찔할 뿐 길을 비키는 대신 김예훈 일행에게 총을 겨눴다.이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허성빈 다리에 있는 상처가 작은 상처도 아닌데 10분 내로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출혈 과다로 죽을 수도 있어. 허성빈이 용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용전에서 큰 직책을 맡고 있겠지? 간단히 말해서 다 한편이겠지? 뭐, 허성빈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데 나도 내 알 바가 아니야. 하루 종일 시간 낭비했는데 까짓거 더해보지, 뭐.”김예훈이 담담하게 한 말에 용전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단번에 알아챈 것도 모자라 허성빈의 생사를 가지고 위협까지 하니 두렵기 그지없었다.김병욱의 안색은 말이 아니었다.허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그 가문의 후계자가 이곳에서 죽어버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몰랐다.이때, 김병욱이 이를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가보든가. 네가 먼저 나를 죽일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너희들을 죽여버릴지 지켜보자고.”“김예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기나 해?”김청미는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보냈다.“허 도련님은 신분이 심상치 않은 분이야. 우리 진주·밀양 용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고. 허 도련님을 죽였다간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리고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너의 이 행동 때문에 따라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 용전에서 사람을 죽이겠다고? 정말 그랬다간 총알받이 신세가 될 거야. 그런데 발버둥 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밀양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조직한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네가 끔찍한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질 건데.”김청미는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면서 김예훈을 설득하려고 했다.“너 자신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을 생각해야지. 저 둘도 너랑 같이 죽고 싶겠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됐어. 쓸데없는 말 그만해.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이미 변질됐어. 사건을 조사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용의자라고 단정 짓는 건데. 그리고 지금 왜 이렇게 됐는지 몰라서 그래?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고 이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김병욱과 허성빈을 불러와서 문성이랑 하린 씨한테 손대게 한 거잖아. 내가 참지 못하고 너희한테 손대는 순간 용전에서 나를 처리할 핑계가 생기는 거겠지. 김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는 똑똑해졌어.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었어?”김청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김예훈, 그런 쓸데없는 말 해 봤자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만하든가, 허 도련님을 죽이고 끝까지 가보든가. 그런데 우리한테는 증거도 있고 사람도 많은데 네가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겠어.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김병욱도 말했다.“김예훈, 이렇게 된 이상 그만해. 그러면 내가 목숨 정도는 구제해 줄게.”허성빈은 눈에 뵈는
한 무리의 사람이 덮쳐오자, 김청미 등은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이 아무 생각 없이 온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손에 총 들고 허리춤에는 당도를 한 병사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뛰어내리자 덜컥 겁이 났다.‘경기도 국방부? 왜 진주에 나타난 거지?’비록 진주와 밀양도 경기도 국방부 관할이었지만 평소에는 이 두 곳을 제외한 곳만 관리했었다.천군만마가 나타나 진주·밀양 용전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정말 넋을 잃고 보게 되었다.김청미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제일 앞에 있는 차의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전신 무장한 경기도 국방부 당도 부대 수령인 박인철이 차에서 내렸다.박인철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허리춤에 있는 당도에 올려놓은 채 살기가 가득한 기운을 뿜어냈다.김청미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박인철, 지금 뭐하는 거야. 국방부가 우리 용전을 들이닥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박인철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전체 경기도가 우리 관할구역인데 내가 못 올 곳은 아니지.”“박인철, 당도 부대 병사들을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김청미가 진지하게 물었다.“역모라도 하겠다는 거야?”“역모?”박인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우리 당도 부대는 대한민국 전국 9대 군부대 중의 하나로써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쓸어버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부대야. 그런데 우리가 역모를 꾸민다고? 지금 국방부를 어떻게 보는거야.”“그런데 왜 병사들을 이끌고 진주·밀양 용전을 찾아온 건데? 관할권을 따지고 봤을 때 국방부는 용전 구역을 침입하면 안 되는 거 몰라?’김청미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그것도 모자라 밀양 국제공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김예훈을 위해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 미친 거 아니야? 내 한마디면 너희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 거 몰라? 그래도 경기도 국방부는 아무 말도 못 할 거야.”당도 부대 무신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박인철은 결국엔 국방부 소속이었다.상사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서는 안 되었다.간단히 말
간단히 말해서 박인철이 진주와 밀양에 있는 동안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진주·밀양 1인자가 와도 소용없을 정도로 말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그저 국방부 대장관인 용상국에게 당도 부대를 며칠만 쓰자고 했는데 전시 상태로 들어가는 명령장을 가지고 올 줄 몰랐다.“박인철, 너무하는 거 아니야?”김청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전시 상태로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 용전은 함부로 막 들어와도 되는 곳이 아니야. 용전을 함부로 쳐들어왔다간 경기도 국방부 부사령관인 원경훈이 와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박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명령장에 부 사령관님 사인이 있잖아. 부 사령관님 사인이 없이 내가 전체 당도 부대 병사를 끌어왔을 것 같아? 김청미, 네가 잊고 있을수 도 있겠지만 네가 명령장을 본 순간부터 이곳은 전시 상태로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야. 지금부터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아무리 불만이 많고, 화가 나고, 고소하고 싶어도 전시 상태가 끝나야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김청미, 총 내려놔.”“박인철!”김청미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김예훈이랑 사이가 좋다는 거 알아. 그런데 고작 김예훈 하나 때문에 우리 용전도 모자라 진주·밀양 김씨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국방부 무신이라고 해도 세상 모든 일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 없다는 거 알아야지. 권력을 남용하면 당도 부대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아? 생각 좀 하고 움직이면 안 되냐고.”박인철이 피식 웃었다.“대가? 그러면 용전에서 권력을 남용해서 억울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알고? 진주·밀양 용전 책임자로서 내부 질서를 흩트려 놓고, 또 몇번이고 부산 용문당 회장을 암살하려고 했던 대가는 뭔지 아냐고. 김청미, 실력을 따져보면 널 죽이는 건 순식간의 일이야. 도리를 따진다고 해도 충분히 널 짓밟아 버릴 수 있는 거야.”박인철이 대놓고 김예훈의 편을 들자, 김청미 일행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도
“너희 수장님?”박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유라시아 전쟁에 나갔었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랑 아는 사이라면 우리 김 세자님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을 텐데? 어디 다시 전화해서 감히 우리 세자님을 건드릴 수 있는지 물어봐. 계속 실수하기 전에.”김청미는 김예훈의 진짜 신분이 짐작되는지 움찔하고 말았다. 경기도 김 세자, 용문당 회장, 그 어떤 신분을 내놔도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그런데 김청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냉랭하게 말하는 것이다.“박인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 그런데 여긴 부산이 아니라 경기도라고. 잊었어? 여긴 진주라고. 김 세자면 어떻고 또 용문당 회장이면 어떤데? 너 같은 병신만이 김예훈 때문에 용전이랑 맞서는 거지. 우리 앞에서는 그깟 두 가지 신분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말해주는데, 너 박인철 말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 부대를 끌고 온다고 해도 우리 용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그러면 어디 해보든가!”이때 박인철의 손짓하나에 당도 부대 병사들이 허리춤에 있는 당도를 만졌다.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였다.어차피 진퇴양난인 김청미는 믿는 구석이 있다고 박인철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1분만 더 줄게! 허 도련님을 놔줘! 아니면 바로 총으로 쏴버릴 거야. 당도 부대의 당도가 빠른지, 아니면 우리 용전의 총알이 빠른지 한번 해보자고!”김청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순식간에 온 마당에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손에 총을 쥔채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당도 부대 병사들 앞에 나타났다.비록 지금 전시 상태라고 해도 용전은 이럴만한 힘과 용기가 있었다.김예훈은 오른손으로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그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김병욱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대로 갔다간 허성빈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청미 역시 일그러진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김예훈, 시간이 많지 않아. 10, 9, 8...”바로 이때, 입구 쪽에서 자동차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