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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작가: 수박빙수
백지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네, 확실해요.”

며칠 동안 혼자 생각을 정리해 본 결과, 화려한 말도 그럴듯한 약속도 다 부질없다는 걸 알았다. 결국 자신에게 남는 건 배운 것뿐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강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뭘 배우고 싶은데? 학교 다니고 싶어 아니면 개인 과외?”

백지유는 시선을 떨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사실 예전에 대학에 합격했었는데... 집에서 학비를 대줄 수 없다며 그냥 집에 붙잡아 뒀어요. 그래서...”

강현우는 짧게 응하며 말했다.

“알았어. 민진혁에게 맡겨서 알아보게 할게.”

강현우가 선뜻 허락하자 백지유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번졌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하지만 잠시 후, 백지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바닥을 톡톡 찼다. 이번에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강현우는 인내심이 길지 않았다. 의자에 등을 기대며 콧대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할 말 있으면 하고 없으면 나가.”

백지유는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직... 하나 더 있어요.”

다음에 또 찾아와 이런 얘기를 하려면 용기가 더 필요할 터였다. 차라리 지금 한 번에 끝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게... 저, 돈이 없어요. 혹시... 여기서 일하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가정부라도 좋으니까, 제 학비랑 생활비를 스스로 벌 수 있게요.”

사실 알아보니 이 집 가정부의 월급이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높았다. 자신에게는 꽤 안정적인 선택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강현우가 학교 문제를 해결해 준다 해도 졸업까지 버틸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가정부일 정도는 할 수 있지.’

강현우가 잠시 그녀를 쳐다보다가 짧게 말했다.

“알았어. 민진혁한테 맡겨서 준비하게 하지.”

그 말에 백지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럼 저는 나가볼게요.”

환하게 웃으며 문을 열고 나가려다, 문 앞에 서 있던 민진혁과 거의 부딪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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