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불행한 결혼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이수는 상대가 먼저 무너지도록 불륜을 설계한다. 가정폭력, 집착, 협박 속에서 의뢰인들을 구해내던 그녀는 점점 더 위험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자신의 상처까지 들키게 된다. 사람을 무너뜨리는 데 익숙했던 여자와 그런 그녀를 끝까지 기다리는 남자. 이것은 이혼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가장 위험한 사랑 이야기다.
View More두 번째 이미지가 도착한 이후, 이메일은 며칠간 잠잠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불안정했다. 이수는 이미 다음 수순을 예측하고 있었고, 기다림 자체가 압박의 일부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상대는 조급하지 않았다. 조각을 던지고, 시간을 두고, 반응을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이수가 먼저 움직이길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하빈은 그 점을 짚었다.“우리가 반응을 최소화하니까, 더 큰 조각이 올 거야.”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아니라 환경을 건드리겠지.”그 말은 정확했다. 지금까지는 과거의 장면만 제시되었다. 그러나 그 장면이 외부로 확산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병원 복도에서의 모습이 기사화되거나, 편집된 형태로 유포된다면, 맥락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생긴다.그 예감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어느 오후, 하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기자의 이름이 화면에 떴다. 그는 통화를 받으며 표정을 굳혔다.“무슨 소리야.”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 사진, 어디서 받은 거지.”이수는 멀리서 그 대화를 지켜보며 이미 직감했다. 판이 확장되고 있었다.통화를 마친 하빈은 천천히 말했다.“병원 복도 사진, 제보 들어갔대.”이수는 고개를 들었다.“기사화?”“아직은 아니야. 사실 확인 차원에서 연락 온 거야. 내용은 이렇더라. ‘아버지의 임종 직전 병실을 오가던 딸의 수상한 행적.’”문장은 노골적이지 않았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감정을 비틀어 해석하면 충분히 자극적인 제목이 될 수 있었다.이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심장이 빨라졌지만, 표정은 무너지지 않았다.“그 사람.”그녀가 말했다.“이제는 외부를 쓰는 거네.”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에 흘려서 압박 수위를 올리는 단계야.”이수는 곧장 기자에게 직접 연락했다. 도망치지 않고, 먼저 구조를 제시하는 쪽을 택했다. 통화 연결음이 길게 이어졌고, 상대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제보가 들
병원 기록 열람 사실을 확인한 뒤부터, 이수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불안에 흔들리는 대신, 먼저 구조를 짚기 시작했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고,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이건 사실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심어놓은 질문인가.’ 그 차이를 구분하려 애썼다.하빈 역시 움직였다. 병원 열람 기록 요청자 정보는 법적으로 더 이상 확인이 어려웠지만, 당시 공동 보호자였던 사람의 접근 권한 범위를 다시 정리했다. 열람 시점과 우편 발송 시점이 거의 겹친다는 점, 기록 일부만 선택적으로 인쇄해 보냈다는 점, 무엇보다 문장의 어조가 지나치게 계산적이라는 점을 종합하면, 이건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설계된 압박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상대는 네가 먼저 반응하길 기다리고 있어.”하빈이 말했다.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직접적인 공격이 없는 거지.”그녀의 말에는 분석이 담겨 있었다. 사진도 없고, 노골적인 협박도 없다. 단지 기억을 상기시키고, 열람 사실을 드러내며, ‘나는 준비되어 있다’는 신호만 보낸다. 상대가 불안에 먼저 흔들려 움직이길 유도하는 방식이었다.“움직이지 않으면?”하빈이 물었다.“그럼 다음 조각이 오겠지.”이수는 차분하게 답했다. “더 구체적인 것.”그 예감은 오래가지 않았다.사흘 뒤, 이번에는 이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비공개 처리되어 있었고, 제목은 단순했다.[확인]본문에는 짧은 문장 하나와 이미지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이미지는 병원 복도 CCTV 캡처처럼 보였다. 화질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복도 끝에서 병실 쪽으로 걸어가는 이수의 뒷모습이 분명히 담겨 있었다. 날짜와 시간이 찍혀 있었고, 그 시간은 산소호흡기 제거 동의서 서명 직전이었다.이수는 화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숨이 막히지 않았다. 예상한 수순이었다.“왔다.”그녀가 낮게 말했다.하빈은 곧바로 노트북을 열어 이미지
병원에서 돌아온 뒤에도 이수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집 안은 조용했고, 창밖에서는 늦은 밤 차량 소리만 간헐적으로 지나갔다. 우편 봉투는 식탁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얇은 종이 한 장이 공간의 중심처럼 느껴졌다.하빈은 일부러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 대신 그는 노트북을 켜서 병원 관련 법규와 기록 보존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 당시 병실 변경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공동 보호자 권한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열람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없는지 하나씩 점검했다.“그때 병실 옮길 때.”이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그냥 고개만 끄덕였어.”하빈은 고개를 들었다.“설명은 들었고?”“들었지. 안정, 프라이버시, 보호. 그런 말들.”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근데 내가 요청한 건 아니야. 나는 그날… 선택만 했지.”그 선택이라는 단어에 미묘한 무게가 실려 있었다. 산소호흡기 제거 동의서에 서명하던 순간, 그녀는 이미 모든 감정을 소진한 상태였다. 병실 이동의 세부 과정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때 누군가가 옆에서 구조를 정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분명히 인식하게 되었다.“병실 변경에 공동 보호자로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는 건.”하빈이 말했다.“그 사람이 공식적으로 접근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뜻이야.”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지금도.”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과거에 합법적으로 접근했던 기록을, 시간이 지난 뒤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그 설계 방식이 너무 익숙했다.며칠 뒤, 두 번째 우편이 도착했다.이번에는 병원 로고가 없는 일반 봉투였다. 안에는 짧은 인쇄 문장이 한 줄 들어 있었다.[기억은 선택이 아니라 기록이야.]문장 아래에는 날짜 하나가 적혀 있었다. 산소호흡기 제거 동의서에 서명한 날이었다.이수는 종이를 내려다보며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문장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확했다. 누
우편 봉투를 책상 위에 내려놓은 뒤에도 한동안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인쇄된 종이 한 장이 이렇게까지 공기를 무겁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 안에는 명확한 문장도, 노골적인 위협도 없었다. 단지 날짜와 병실 번호, 그리고 검게 가려진 몇 줄의 기록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몇 줄이 이수의 숨을 천천히 옥죄고 있었다.그녀는 종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날짜는 정확했다. 아버지가 일반 병실에서 VVIP 병실로 옮겨진 직후의 기록이었다. 그때는 그런 변화가 왜 필요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보호자의 동의 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병원 측의 설명은 ‘안정을 위해서’라는 말로 정리되었다. 그녀는 그때 너무 지쳐 있었고, 판단을 유예한 채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었다.“이걸 보낸 사람이 병원 내부 기록을 본 거야.”하빈이 낮게 말했다.이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한 외부 조회로는 접근할 수 없는 자료였다. 최소한 내부 협조가 있거나, 과거에 정식으로 열람했던 사람이 아니라면 어려운 정보였다. 그리고 그 병실 변경은 당시 그녀의 남편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일이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이건 그냥 상기시킨 거야.”“뭘.”“내가 어디서 가장 약한지.”하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수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지만, 손끝은 미세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종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며 말했다.“이게 끝은 아닐 거야.”“알아.”이수의 대답은 짧았지만 확신이 담겨 있었다.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본편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그날 밤, 이수는 오랜만에 아버지의 마지막 날을 떠올렸다. 산소호흡기 소리, 형광등 아래에서 느껴지던 건조한 공기, 그리고 자신이 내린 선택. 그 선택이 옳았는지, 혹은 다른 길이 있었는지에 대해 수없이 되뇌었지만, 결국 결론은 늘 같았다. 그때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더 이상 고통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판단이었고, 그 판단에는 사적인 이익이 개입
비는 새벽에 그쳤다가, 아침에 다시 내렸다.내리는 방식이 비슷해서 더 지쳤다.젖는 게 새롭지 않은 날이었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안쪽 공기는 눅눅했다.커피 냄새가 평소보다 무거운 건, 아마 습기 때문일 것이다.습기는 냄새를 붙잡고 오래 놓아주지 않았다.진상은 이미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오늘은 기계를 닦고 있었고, 천천히 닦는 손이 어딘가 과했다.바쁘지 않은데도 서두르는 사람처럼. 그런 날은 보통,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쉰다더니, 어떻게 왔어요?.”그가 말했다.물음이 아니라 확인이
아침 공기는 전날보다 무거웠다.비가 그쳤다는 사실보다, 언제든 다시 내릴 수 있다는 기척이 먼저 느껴졌다.습기는 벽에 남아 있었고, 냄새는 아직 빠지지 않았다.이수는 카페 문을 열며 잠시 멈췄다.안쪽에서 나는 소리가 어제와 달랐다.머신이 돌아가는 소리,컵이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사람의 움직임이 섞여 있었다.진상은 이미 나와 있었다.평소보다 이른 시간이었다.“오늘은 왜이렇게 일찍 왔어요?”이수가 말했다.말끝은 가볍게 올렸지만 의미를 묻지는 않았다.“잠이 안 와서요.”그는 그렇게 답했다.변명처럼 들리지 않게,
비는 밤새 그쳤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다.아침이 되자 길 위엔 물기가 남았고, 공기는 묘하게 가벼웠다.무언가 씻겨 내려간 뒤의 냄새였다.이수는 카페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진상이 고개를 들었다.“일찍 왔네요.”어제와 같은 말이었다.하지만 어제와는 조금 다른 눈빛이었다.말보다 먼저 인식하는 방식.그건 습관이 아니라 선택에 가까웠다.“네.”이수는 가방을 내려놓고 앞치마를 집어 들었다.손이 앞치마 끈을 묶는 동안,진상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을 따라갔다.손목, 손가락, 매듭.이수는 그 시
카페의 아침은 생각보다 빨랐다.문을 열기도 전에 커피 향이 먼저 퍼졌고,기계가 예열되는 소리가 공간을 채웠다.진상은 그 소리를 들으며 셔터를 올렸다.매일 같은 시간, 같은 순서였고 그래서 더 생각하지 않는 동작들이었다.이수는 그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문을 열자 종이 울렸고, 그 소리에 진상이 고개를 들었다.“일찍 왔네요.”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계는 보지 않았다.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네.”이수는 짧게 답했다.목소리는 낮았고, 불필요한 온도는 없었다.앞치마를 두르는 동안 그녀는 카페 안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