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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수박빙수
윤하경은 강현우의 시선을 느끼는 순간, 저도 모르게 그날 밤의 혼란스러운 기억이 떠오르며 얼굴이 순식간에 뜨거워지며 화끈거렸다.

하지만 강현우는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며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를 변태라 부를 수도 없으니 그녀는 그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저희 회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 계약을 체결하면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보다 훨씬 더 세심하고 진심으로 임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이며 그의 반응을 살폈지만 강현우의 표정은 여전히 무미건조했다. 그러자 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다시 말을 이었다.

“또한, 어떤 요구사항이든 최대한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어떤 요구사항이든 가능하다고?”

윤하경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며 강현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하지만 강현우는 더는 말을 잇지 않고 손가락으로 소파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리며 탁탁 소리를 냈다.

느긋하게 들리는 소리였지만 그녀의 신경을 날카롭게 자극하며 점점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몇 초가 몇 분처럼 느껴진 순간, 그는 입을 열었다.

“이 계약 사인 못 할 이유는 없지.”

그 말에 윤하경은 얼굴이 밝아졌지만 곧이어 들려온 그의 말에 멈칫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어.”

그녀는 숨을 삼키며 물었다.

“조건이요? 말씀만 해주시면 최대한 맞춰드리겠습니다.”

그는 약간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내 조건은, 너야.”

윤하경은 당황한 나머지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네? 잠시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저를 여자 친구로 만들겠다는 건가요?”

강현우는 입꼬리를 비웃듯이 말아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그의 말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을 다물었다.

이때 강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네게 하루 시간을 줄게. 생각해 보고 계약서 들고 내 방 808호로 와.”

그리고는 문을 열고 아무렇지도 않게 방을 나섰다.

윤하경은 멍하니 앉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 강현우가 계약서를 미끼로 그런 요구를 했다고?’

차갑게 식어가는 마음에 그녀는 허탈함을 느꼈다. 물론, 처음에는 자신이 먼저 강현우에게 접근한 게 사실이지만 그건 상황이 전혀 달랐다.

이번에 그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그건 마치 자신을 거래의 대상으로 내놓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강현우는 분명 매력적인 남자였고 그의 능력과 외모는 모두 인정할 만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얽힌다면 그들 사이의 위치는 결코 대등하지 않을 것이었다.

윤하경은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정말 이 계약이 그렇게 중요한 걸까? 이 정도의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일이 맞는 걸까?

그때,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전화를 건 사람은 소지연이었다.

“하경아... 나 어떡해... 나 지금 너무 힘들어...”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윤하경은 숨을 멈췄다.

“지연아, 무슨 일이야?”

소지연은 울먹이며 말했다.

“우리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어. 신부전증이라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그녀의 끊어질 듯한 말을 듣고 윤하경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이식 수술비와 치료비로 최소 2억 원이 필요했다. 과거라면 이런 금액쯤은 쉽게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회사 운영으로 이미 모든 자금을 소진한 상태였다.

지금 회사 계좌에 남은 돈은 직원들 월급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했고 2억이라는 금액은 지금의 그녀와 소지연에게 너무 버거운 액수였다.

윤하경은 한숨을 쉬며 책상 위에 놓인 계약서를 바라보다가 핸드폰을 쥔 채 나지막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우선 필요한 돈 일부를 보내줄 테니 병원비부터 해결해.”

소지연과 이렇게 오랜 시간 알고 지냈지만 그녀는 좀처럼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무겁게 숨을 내쉬며 계약서를 들고 808호로 향했다. 문 앞에 선 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침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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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1)
goodnovel comment avatar
유정김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양상미
너무재미있어요~빨리보고싶어요
goodnovel comment avatar
benurse79
차도남 강현우는 윤하경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요?서로 빨리 좋아하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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