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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Author: 수박빙수
강현우는 벽에 여유롭게 기대 두 팔을 끼고 있었다. 담담한 눈빛 속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은근히 묻어나왔고 한쪽 다리를 느슨하게 꼬고 있는 모습이 한껏 나른해 보였다.

욕실을 둘러보던 윤하경이 조심스레 방으로 나왔다. 그 모습을 본 강현우가 느긋하게 물었다.

“찾았어?”

윤하경은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자신의 속마음이 들킨 듯 민망했지만 곧 다시 기분이 상한 얼굴로 강현우를 노려봤다.

“진짜 바람 피웠죠? 밖에 다른 년 키우고 있는 거 맞죠?”

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슬쩍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윤하경에게 성큼 다가왔다.

“다른 년?”

그는 벽에서 몸을 떼며 천천히 윤하경 앞으로 다가갔다.

강현우는 윤하경보다 한 뼘쯤 더 커서 바로 앞에 서자 그녀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위압감을 풍겼다. 몸으로 조명을 가려버리자 윤하경은 금세 그의 그림자에 휩싸였다.

강현우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딴 여자는 없어. 대신 요즘은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고양이 한 마리 키우고 있지.”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그가 말하는 고양이가 자기라는 걸 곧바로 알아차리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정말로 다른 사람이 생기셨다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저는 미련 남기지 않을 테니까요. 대신, 거짓말만은 하지 마세요. 그건 정말 싫으니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금 전까지 부드럽던 강현우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안경을 벗어내려 탁자에 내려두고 긴 팔로 윤하경을 벽에 몰아세웠다.

“미련 안 남긴다는 게 그게 무슨 뜻이야?”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고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윤하경을 꿰뚫어 봤다. 이런 강현우의 얼굴은 오랜만이라 윤하경은 얼어붙고 말았다.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강현우의 기세에 눌린 채,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등 뒤에는 벽이 가로막혀 있어 도망칠 곳도 없었다. 결국 그는 두 팔로 그녀를 완전히 가둬버렸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자신을 다잡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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