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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부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남하준은 속절없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서다인이 말한 남편의 도리를 잘 지키기 위해 이러고 있는 저 자신이 너무 뜬금없게 느껴졌다.

...

사흘 뒤.

서다인은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됐다.

남하준은 백하린을 만나러 간 그날부터 사흘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서다인은 3일을 꼬박 남하준의 그림자조차 구경하지 못했다.

그녀는 기분이 점점 가라앉아 훈련기지에 와서 이곳의 전사들에게 호신술을 몇 수 배우기로 했다.

남성호르몬이 폭발하고 양기가 차 넘치는 이곳에서 무술을 배우는 가녀린 그녀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훈련장에 건장한 사내들로 둘러싸였고 가까운 곳에서 백하린이 정호 비서실장과 함께 걸어왔다.

“벌써 3일째인데 하준 오빠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예요?”

정호가 말했다.

“도련님은 아주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계십니다. 오늘 돌아오실 수 있을 겁니다.”

백하린은 한창 호신술을 배우는 서다인을 가리키며 눈가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요?”

“사모님은...”

정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하린이 덥석 가로챘다.

“사모님은 개뿔! 지금 나더러 사모님이라고 불러라는 거예요? 쟤 따위가 그럴 자격이 돼요? 심보가 고약하고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자인데. 오빠가 저 여자 때문에 얼마나 비참해졌는지 알아요? 유흥업소에서 아가씨 일까지 했었다고요. 온갖 문란한 짓은 다 하고 다녔는데...”

백하린은 정호의 귓가에 대고 오버하며 서다인의 험담을 늘려놓았다.

훈련장에서 땀에 흠뻑 젖은 서다인은 며칠 동안 우울했던 기분이 금세 맑아졌다.

“고마워요, 선생님.”

서다인은 호신술을 가르쳐주신 코치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몇 수 더 배우고 싶은데 또 가르쳐주실 순 없나요?”

코치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가르쳐드려야죠.”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정호가 씩씩거리며 다가와 야유에 찬 눈길로 서다인을 노려봤다.

“제가 가르쳐드리죠.”

서다인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고 코치는 공손하게 정호에게 인사했다.

“오셨어요, 정호 씨.”

정호는 코치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만 가보라고 눈치를 줬다.

서다인은 정호의 퉁명스러운 기운을 감지했다. 아예 모르는 남자인데 대체 왜 이렇게 섬뜩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까?

“정호 씨? 저한테 뭘 가르쳐주실 거죠?”

서다인이 예의 바르게 질문했다.

정호는 도련님을 위해 한을 풀어드리려고 차갑게 쏘아붙였다.

“근접 격투술이요.”

서다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배우는 수밖에 없었다.

이어서 정호는 격투술을 가르친다는 빌미로 그녀를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게 했다.

몇 수를 두고 나니 서다인은 몸이 부서질 듯 아팠다.

주위를 둘러싼 전사들은 그녀가 무척 안쓰러웠지만 권력이 미미하다 보니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했다.

또 한 번 쓰러진 후 서다인은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아 주먹을 꽉 쥐고 말했다.

“나 그만할래요.”

“이제 막 시작이에요. 아직 진수도 못 가르쳤어요.”

정호가 그녀를 잡아당기더니 뒤에서 목을 졸랐다.

“만약 누군가 뒤에서 이렇게 목을 감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서다인은 그에게 목이 꽉 휘감겨 숨조차 올라오지 않는데 언제 반격할 겨를이나 있을까?

이때 저 앞에 있는 백하린이 보였다.

잔뜩 도발하는 눈빛으로 씩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서다인은 정호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별안간 정호가 말했다.

“상대의 발등을 짓밟고 엄지손가락을 그대로 꺾는 거죠...”

서다인은 그의 말대로 했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또다시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져 가슴팍이 부서질 듯 아팠다.

서다인은 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엎드린 채 꼭 마치 바보처럼 놀림당해 모두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것만 같았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주먹을 불끈 쥐면서 울화가 슬슬 치밀었다.

이때 두툼한 손바닥에 팔이 덥석 잡힌 채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세를 다잡은 후 자신을 부축한 남자를 쳐다봤는데 멍하니 넋 놓고 말았다.

남하준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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