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29화

작가: 무가
장정범의 옆에 있는 이 노인은 주석철이라고 하는데 어젯밤 전화를 걸어 급히 초대한 사람이었다.

서남쪽의 은세 대종사인 주석철은 육급 정상에 가까운 칠급 수준의 대종사였다.

오랫동안 은둔하며 세속과 멀리해 국안부의 기록에는 없었다.

주석철이 이번에 도와주는 이유는 몇 년 전 장정범에게 도움을 받은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장정범에게 진 빚을 갚는 셈이었다.

“유씨 가문에는 고수들이 많다는데 네 부하들로는 실력이 부족할 거야.”

주석철이 미간을 찌푸리며 팩트를 날렸다.

주석철은 은둔 생활을 택했지만 무인 세계와 명문대가의 소문 정도는 꽤 잘 알고 있었다.

서남쪽 대종사 일인자가 유씨 가문에 있는 것 외에도 유씨 가문은 많은 대종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1만 명은 많아 보이지만 대종사 앞에서는 그저 벌레에 불과했다.

“주 어르신, 우리는 유씨 가문과 전쟁하려는 게 아니잖아요. 제 부하들이 앞장서 유씨 가문의 모든 주의를 끌게 하고 어르신은 그 틈을 타 유기명의 딸만 납치하면 됩니다.”

장정범이 자기 계획을 털어놨다.

유정을 잡는 게 장정범의 최종 목표였다.

“그 여자의 사진은 있어?”

주석철이 묻자 장정범이 사진을 꺼내 주석철에게 보여주었다.

“여기 있습니다.”

주석철은 두 눈으로 사진을 꼼꼼히 살피고 유정의 얼굴을 머릿속에 저장했다.

“좋아, 오늘 밤 내가 이 난리를 함께 치러 줄게.”

한편, 유씨 가문의 유기명도 심상치 않은 소식을 받았다.

“건실 그룹 사람들이 자꾸 동원되고 다 장정범 별장으로 가고 있다고? 장정범 그놈, 대체 뭘 하려고 그러지? 우리랑 정면으로 싸우려는 건가?”

유기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식지로 테이블을 탁탁 두드렸다.

허사연의 휠체어를 밀어 햇볕을 쬐러 나가려던 진서준은 유기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자 의아해하며 물었다.

“유 삼촌, 무슨 일 있어요?”

“서준아, 방금 내 부하에게 보고를 받았어. 장정범이 자기 부하들을 전부 자기 별장에 모였대. 뭔가 큰일을 벌일 것 같아.”

유기명이 심상치 않은 소식을 전달했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0화

    장우림은 계속해서 부추기며 말했다.“이 일이 박 도련님 아버님에게 알려지면 박 도련님 지위가 한순간에 추락할 겁니다. 그러면 박씨 가문 후계자 후보 중에 박 도련님 자리가 있을까요?”2000억의 손실은 사실 후계자 후보에 비하면 하찮은 일이었다.박진용이 원하는 건 딱 하나, 바로 박씨 가문의 정식 후계자가 되는 것이었다.박씨 가문을 장악하면 2000억은 물론이고 2000조라도 박진용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럼 내가 당신들 장씨 가문을 도와서 유씨 가문을 저격하라는 겁니까?”박진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맞습니다.”장우림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고 목숨을 내걸고 싸우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바로 유정을 잡아 오는 겁니다. 그런 다음, 유씨 가문에 협박해서 국색천향의 처방으로 유정을 바꾸면 됩니다. 국색천향을 손에 넣으면 박 도련님이 수익의 30%를 가져가세요. 어때요?”박진용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생각할 시간 좀 주세요.”“하루 시간을 줄게요. 해가 지기 전에 결정을 내리면 사람들 데리고 우리 집에 오면 됩니다.”장우림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떠났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저녁이 되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며 하늘이 어두워졌다.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번쩍이며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박진용이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장씨 가문에 도착했다.경호원 중에는 대종사와 종사가 한 명씩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내공 무인이었다.“박 도련님, 정확한 결정을 내렸네요.”장우림은 박진용을 보자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장우림 씨, 내가 요구 하나 있는데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난 이 일에 참가하지 않을 겁니다.”박진용의 말에 장우림이 웃으며 말했다.“어떤 요구인데요? 과하지 않으면 다 들어줄 수 있습니다.”“간단한 요구입니다. 유정을 잡고 나서 유정의 안전을 반드시 보장하고 절대로 유정을 다치게 하면 안 됩니다. 들어줄 수 있나요?”박진용이 진지하게 물었다.유정은 유기명의 외동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1화

    장정범의 명령이 떨어지자 2만 명의 부하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그 어마어마한 장면에 유씨 가문 하인들은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였다.하지만 최전선에 서 있던 진서준 일행은 아무런 동요 없이 몰려오는 싸움꾼들을 바라볼 뿐이었다.“오랜만에 몸 좀 풀겠군. 이런 장면도 참 오랜만이야.”지의방 30위에 오른 서산객이 담담하게 웃었고 그의 눈에는 일말의 두려움조차 없었다.서산객의 눈에 이 2만 명은 그저 날벌레나 다름없었다.“서 어르신, 너무 거칠게 하진 마세요. 사람 죽이면 곤란해집니다.”유기태가 서둘러 곁에서 귀띔했다.“그야 물론이죠.”서산객이 고개를 끄덕였다.“자, 다들 시작하죠.”진서준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장씨 가문 사람의 숫자는 압도적이었지만 진서준과 서산객 같은 대종사들에게는 그저 개미 떼나 다름없었다.대종사 몇 명이 몸을 날리자 그들의 그림자가 인파 속을 누볐다.그들이 한 번씩 손을 휘두를 때마다 수십 명이 강풍에 휩쓸리듯 날아갔다.진서준 일행은 전쟁의 신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모든 걸 쓸어버렸고 그 누구도 그들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 일행은 사람을 죽이진 않았다.가볍게 힘을 조절해 상대를 제압하고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 뿐이었다.2만 명을 전부 죽인다면 금도 당국에서도 수습하기 어려울 터였다.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이들이 유씨 가문 장원에 돌격해 들어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오히려 진서준 일행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조였다.이 수상한 낌새를 포위망 바깥에서 지켜보던 유기명도 눈치챘다.유기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장씨 가문이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유씨 가문 장원 안 유정의 방.주석철이 어느새 소리 없이 방 안으로 숨어들었다.하지만 유정의 방에는 그녀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넌 누구야?”갑자기 나타난 주석철을 보자 허윤진이 즉시 몸을 일으켜 유정을 보호하며 경계했다.“난 너희랑 싸울 생각 없어. 네 뒤에 있는 그 계집만 데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2화

    지금 따라가지 않으면 허윤진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허윤진의 목숨을 위해 유정은 주석철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주석철이 유정의 어깨를 움켜쥐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순간, 허윤진은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쓰며 소리쳤다.“유정아! 유정아!”하지만 너무 심하게 다쳐서 허윤진은 꿈쩍도 할 수 없었다.방금 주석철과 맞붙었던 팔은 뼈가 반쯤 부서져 있었다.“유정아!”그때, 유기명이 사람들을 이끌고 방에 들어왔다.하지만 한발 늦은 상태였다. 유정은 이미 주석철에게 납치당한 후였다.“허윤진 씨!”바닥에 쓰러져 처참한 모습이 된 허윤진을 보자 유기명은 자기가 장정범에게 속았음을 깨달았다.“빨리요! 유정이 어떤 노인네한테 잡혀갔어요. 어서 구해줘요!”팔이 부러졌음에도 허윤진이 가장 먼저 걱정한 건 유정이었다.“허윤진 씨를 얼른 병원으로 옮겨. 난 그놈을 추적하겠어.”유기명은 망설임 없이 주석철의 흔적을 따라 그를 추격했다.한편, 대규모 난전은 이미 절정에 이르렀다.2만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쓰러져 땅을 뒹굴며 더는 움직이지 못했다.나머지 1만 명은 그 광경을 보며 공포에 질렸다.1만 명이 고작 10여 명을 이기지 못했을뿐더러 상대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멀쩡했다.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때, 군중 속에서 갑자기 외침이 터졌다.“철수하라!”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은 해방된 듯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급히 달아나기 시작했고 쓰러졌던 자들도 비틀거리며 도망치느라 애썼다.“뭐야? 왜 도망가? 아직 몸도 제대로 못 풀었는데?”유기태가 달아나는 자들에게 소리쳤다.“왜 저렇게 도망치는 거지?”진서준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벌써 절반이 나가떨어졌으니 더 싸워봤자 이길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거겠지.”유기태가 나름대로 추측했다.“애초부터 이길 생각이 없이 시간만 끌려고 작정했다면요?”진서준은 눈썹을 찌푸렸다.진서준도 정식으로 교전이 시작한 후에야 이 도리를 깨달았다.장씨 가문은 분명 유씨 가문의 대종사들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3화

    “여보세요.”유기명이 전화를 받았다.“유 가주, 나야, 장정범.”전화 너머로 장정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이 개자식아. 우리 딸을 네가 납치했어?”유기명의 분노가 폭발했다.유기명이 꽉 쥔 주먹의 손가락 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딸이 겨우 병에서 회복했는데 이제 또 장정범의 사람이 납치했다.유기명은 이 모든 게 자기 실수라 여기며 내심 자책했다.“맞아, 내가 납치했어.”장정범이 비열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걱정 마. 네 딸 다치게 하진 않을 거야. 대신 국색천향 처방전을 얼른 넘겨.”그 말을 듣는 순간, 진서준의 눈에 살기가 일었다.장정범 부자는 진서준에게 이미 죽은 시체나 다름없었다.“좋아. 처방전 넘겨주지. 어디서 언제 거래할 거야?”유기명은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유기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딸의 생명뿐이었다.“서두를 것 없어. 우리 쪽 사람들 좀 숨 좀 돌려야 하거든. 너희 집 대종사들이 너무 강해서 2만 명을 데려갔는데도 밀리기만 했어. 하룻밤 정도는 쉬어야지. 내일 아침 거래 장소를 알려주마.”장정범은 마지막으로 한마디 경고했다.“유 가주, 쓸데없는 짓 하면 네 딸 시체 거둘 준비나 해.”그 말을 끝으로 장정범은 전화를 끊었다.“이 빌어먹을 개자식이!”유기명이 화를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바닥에 내던졌다.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다잡은 뒤 유기명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서준아, 내일 네가 처방전을 들고 가서 반드시 우리 유정을 무사히 데려와 줘. 내일 우리 집 대종사들을 전부 너와 함께 보내 암암리에 널 보호하게 할 거야.”“그럴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직접 사람을 부를 거니까요.”진서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네가 사람을 부른다고?”유기명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유씨 가문에 있는 대종사들만 해도 열 명이 넘는다.그 대종사들을 대동하면 2만 명을 상대로도 충분히 진서준과 유정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설마 진서준이 그보다 더 강한 팀을 부를 수 있다는 건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4화

    “소정태, 진 교관님이 우리한테 임무를 주셨어?”이상아의 눈빛이 번쩍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진심으로 은혜를 갚겠다고 했는데 공교롭게도 진짜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8대 특전대 전원, 즉시 출발하래. 목적지는 금도야.”“금도? 거기 가서 뭘 하라는 거지?”고인권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진 교관님이 자세한 내용은 말씀 안 했지만 해 뜨기 전까지 도착하라고 하신 걸 보면 중요한 일이 있는 게 분명해.”“좋아, 바로 아래에 명령을 전달하자.”“전원 집합! 5분 안에 짐 정리하고 공항으로 모인다.”“진 교관의 명령이야. 전원, 금도로 출발!”소정태는 군구의 최고 책임자인 최해준에게도 따로 연락을 넣었다.진서준의 명령이라는 걸 듣자 최해준은 단 한마디도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하지만 진서준의 전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8대 특전대에 연락을 마친 후, 이번에는 국안부로 전화를 걸었다.“제 동생이 잡혔습니다. 상대는 2만 명이고요. 위치는 금도입니다.”진서준은 굳은 얼굴로 상황을 전달했다.“현재 임무가 없는 인원은 전부 투입하마.”전화 너머에서 진서훈이 조용히 대답했다.“감사합니다.”“묘강에서 네가 해낸 일은 정말 대단했어.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말해.” 진서훈이 웃으며 말했다.곧바로, 진서준은 또 다른 번호를 눌렀다.“진서준 씨?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나한테 전화를 다 걸고?”소하비는 살짝 놀란 듯했다.지난번에 진서준이 예린을 치료한 이후로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현재 소하비와 예린은 여전히 대한민국에 머무르고 있었다.“제 여동생이 납치됐습니다.”진서준은 서론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뭐요? 누가 한 일인데요? 어디서 일어난 일인데요?”소하비의 목소리가 확 높아졌다.“금도요. 왕자님이 데려올 수 있는 인원은 전부 데려오세요.”“좋아요, 예린이랑 함께 갈게요.”진서준이 전화를 끊자 유기명이 궁금한 듯 물었다.“지금 누구한테 연락한 거야?”“내일 아침이면 알게 될 겁니다.”진서준이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5화

    그날 밤, 유정의 안전을 우려한 유기명은 밤새 뒤척이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어쨌든 장씨 부자는 제대로 된 인간들이 아닌 음흉한 놈들이니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저 개자식들이 내 딸한테 손가락 하나라도 대면 반드시 생지옥을 맛보게 해주겠어.”유기명은 속으로 이를 갈며 다짐했다.밤이 점점 깊어졌다.한 대, 또 한 대... 비행기가 잇따라 금도 근처 공항에 착륙했다.곧이어 군용 번호판을 단 험비들이 줄줄이 공항을 빠져나왔다.공항에서 나온 차량 행렬은 곧바로 유씨 가문을 향해 직진했다.그리고 유씨 가문 장원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모든 차량이 일제히 정차했다.어떤 소음도 없이 차 안에서 사람들이 조용히 대기했다.이들은 바로 수천km 밖 설표 특전대에서 급히 파견된 8대 특전대 전 병력이었다.800여 명이 이 밤에 한곳에 집결한 것이었다.“아마 진 교관님은 쉬고 계실 테니 모든 장병은 이곳에서 휴식해. 내일 아침, 진 교관님의 명령을 기다려.”소정태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알겠습니다!”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차량에서 내려 조용히 바닥에 자리 잡고 휴식을 취했다.하지만 소정태를 비롯한 8대 특전대의 여덟 지휘관은 잠을 청하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 낮은 목소리로 내일 있을 일을 논의했다.“진 교관님이 전화로 다른 말은 없었어?”이상아의 질문에 소정태가 대답했다.“없었어. 그냥 오라고만 하셨지. 아무래도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아.”“8대 특전대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고인권이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서로 경쟁하느라 바빴는데 이번엔 한마음이 됐네.”소정태가 이런 신기한 상황에 감탄했다.“이게 다 진 교관님 덕분이지. 그분이 아니었다면 우리 8대 특전대는 아직도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었을 거야.”“맞아, 진 교관님한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힘이 있어.”그렇게 소정태를 비롯한 사령관이 얘기를 나누던 중, 멀리서 불빛이 번쩍였다.여덟 명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을 주시하자 검은색 승용차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6화

    그때 그 짜릿한 광경은 아직도 그들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고 아마 죽을 때까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이제 용존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이 대종사들은 당연히 와야 했다.국안부의 절반에 달하는 고수들이 지금 이 자리에 집결했다.“전 도사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소정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라? 너희는 아직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전원경이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네, 잘 모릅니다.”소정태가 고개를 저으며 순순히 인정했다.“용존님 여동생이 납치당했어.”전원경의 눈에서 차가운 빛이 스쳤다.“뭐라고요? 어떤 미친놈이 간땡이가 그렇게 부은 건가요? 감히 진 교관님 여동생을 건드린다니, 죽으려고 환장했네요.”이상아가 분노를 터뜨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진서준은 사령관들을 다시 태어나게 한 은인이나 다름없었다.은인의 가족이 납치당했다니, 사령관들은 당연히 참을 수 없었다.“우리도 누가 이렇게까지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지 몰라.”전원경이 고개를 저었다.“묘강조차 용존님 손에 뒤집어졌는데 아직도 용존님을 건드리는 놈이 있다는 게 신기해.”한창순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 세상엔 사람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미련한 놈이 참 많아. 처음엔 나도 용존에 대해 편견이 좀 있었지. 근데 다행히 하문천 어르신이 날 제지했어. 안 그랬으면 용존님 날 제대로 혼뜨검 냈을 거야.”“네?”모두가 그 말에 깜짝 놀랐다.국안부 상경인 한창순 같은 대단한 인물도 진서준과 충돌한 적이 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교회 황혼 기사, 올림푸스 신왕, 그리고 멸용 조직 절세 강자. 이 세 사람을 용존님이 단 하룻밤 만에 연달아 베어버렸어.”“헐...”모두가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한창순이 말한 이 세 사람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절세 강자였고 천의방에도 이름을 올린 천재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런 인물들을 진서준이 혼자서 단 하룻밤 만에 모조리 베어버렸다.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력이어야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지?더 충격적인 건 진 교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637화

    “서준아, 저 사람들 설마 네가 부른 건 아니겠지?”모두의 시선이 단숨에 진서준에게 쏠렸다.“맞아요, 제가 부른 겁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들은 누구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저건 혹시 8대 특전대 깃발인가?”유기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확인하느라 애썼다.거리가 멀어서 윤곽만 희미하게 보일 뿐, 저 사람들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가까이 가야 확인할 수 있었다.“가까이 가보면 알 겁니다.”진서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아꼈다.호기심이 가득한 유기명 일행은 진서준을 따라 군중 쪽으로 향했다.가까이 다가가자 유기명 일행은 그대로 얼어붙었다.“8대 특전대가 전부 다 왔잖아!”강한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들은 전부 대한민국 군부 최정예를 상징하는 8대 특전대 것들이었다.“그리고... 전설의 전 도사님, 한 상경님까지 어쩌다가 여길... 저 사람은 설마... 샛터 소하비 왕자인가?”그야말로 전설 속 인물들이 눈앞에 한꺼번에 나타나자 서남 지역 최고의 가문을 자처하던 유기명조차 멍하니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서남 지역 대종사 일인자로 불리는 서산객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설마 진서준이 이 정도의 인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저 진서준이 진심으로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진서준은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진 교관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우리가 지금 8대 특전대에서 새로 태어난 것도 다 진 교관님 덕분입니다.”“맞습니다, 용존님. 보해 전투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다 용존님 덕분 아닙니까?”“그래도 감사해할 줄은 아네요.”소하비가 시큰둥한 척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감격 그 자체였다.진서준에게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는 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일이었다.“진 교관님, 어젯밤 저희 군부에 위성을 요청해서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진 교관님 여동생을 납치한 놈들은 지금 서쪽 지역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