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7화

Author: 무가
고석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맞은 건 그인데 왜 잘렸는지 말이다.

“사장님, 뭔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이년이 먼저 절 꼬셨어요. 그리고 맞은 것도 전데 왜 절 자르세요?”

고석은 억울한 표정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사장을 보며 말했다.

“당신을 꼬셨다고요?”

연아의 시선은 매우 차갑고 날카로웠다. 이 한눈에 고석은 마치 얼음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울 좀 봐요. 당신 꼴이 어떤지.”

다른 직원들은 이 말을 듣자 입을 막으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아까 고석의 편을 들던 두 여직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고석은 마흔 살이 넘었고 머리카락도 몇 가닥 붙어있지 않았으며 얼굴에 잡힌 살은 반사될 지경이었다.

호텔 매니저만 아니었어도 직원들이 그와 말을 섞는 일은 없었을 거다.

“사장님, 그 말은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고석은 살짝 내키지 않았다.

“제가 생긴 건 이래도 적어도 호텔 매니저예요! 저에게서 뭔가 얻으려고 꼬신 게 분명하다니까요! 하지만 전 매우 정직한 사람이니 이런 규율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어요.”

고석은 정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는데 연기 실력은 현재 젊은 배우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직원은 잘 알고 있었다. 고석은 직원의 월급을 착취하고 호텔 공금을 빼돌린 뱀파이어라는 것을.

해가 서쪽에서 떴다는 것을 믿을지언정 고석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본분을 지킨다는 개소리를 믿지 않을 것이다.

연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 년 동안 비록 호텔에 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당신이 한 짓을 모를 줄 알았어요?”

강한 아우라에 고석의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

“사장님, 잘못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전 절대 사장님에게 미안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년 동안 고석은 확실히 호텔의 공금을 많이 탐냈고 만약 연아가 정말 그를 고소한다면 후반생은 족히 감방에서 보낼 수 있었다.

“황고석 씨, 당신 동생이 내 아래에서 일을 착실하게 하지만 않았어도 당신은 이미 감방에 들어갔어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화

    연아의 비서는 더는 참지 못하고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말했다.“어서 이 막말하는 경호원을 내던져요!”경호원이 손을 쓸지 말지 고민하고 있을 때 연아가 입을 열었다.“내 몸에 질병이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이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 이지연과 서라는 깜짝 놀랐다.연아에게 정말 질병이 있다고? 그럴 리가!“당연히 눈으로 보아낸 거죠.”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한의학엔 네 가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병세를 보고, 듣고, 묻고, 맥을 짚어 보는 것입니다. 당신의 병은 실력 있는 한의사라면 한눈에 보아낼 수 있어요.”서준이 자화자찬하는 것이 아니었다. 연아의 한기는 너무 심했다. 삼 미터 밖에 있는 서준도 선명히 느낄 정도였다.이건 그녀의 차가운 아우라에서 나오는 기운이 아니라 그녀의 몸 내부였다.이 점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느껴지지 않겠지만 에너지가 있는 서준은 선명히 느껴졌다.“잘난 척 좀 그만해요.”잠시 멈칫한 후 지연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쪽 모양새를 보니 대학을 금방 졸업한 것 같은데 학교에서 몇 년 공부 좀 했다고 정말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죠?”일반적으로 한 사람의 의술의 높고 낮음은 나이를 본다.만약 상대방이 60살이 넘는 어르신이었다면 믿음이 가지만 상대방이 금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감히 그에게 자신의 병을 맡길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나이가 의술이라는 생각은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었다.그래서 지연이 깔볼 때 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연아도 서준의 의술을 의심했다.그는 연아에게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은 찬 음식과 찬 맥주를 마시지 못해요, 매번 이런 음식을 먹을 때마다 심장과 위에 통증을 느끼죠. 그리고 내분비가 그렇게 균형되지 못하고 매달 월경 기간 많은 양의 피를 흘리죠.”서준의 말을 듣자 연아의 표정은 급변했다.다 맞는 말이었다.“당신의 체온은 점점 낮아져요. 비록 당신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가까이 오는 사람들은 한기를 느끼곤 해요.”이번엔 지연이 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화

    얼굴은 아름다웠고 몸은 옥처럼 희고 고왔는데 흠잡을 곳이 없었다.좋은 몸매에 걸쳐진 속옷은 남자의 신경을 자극했다.서준은 잠시 멈칫한 후, 정신을 바로잡고 속으로 장청결을 읊으며 욕구를 떨쳐버렸다.서준은 정상적인 남자였다. 장청결을 수련했지만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조금의 욕구가 생겼다.하지만 그는 욕구가 활활 타오르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었다.지연은 서준이 이렇게 빨리 마음을 다잡은 것을 보자 조금 놀랐다.여자인 그녀도 연아의 완벽한 몸을 보았을 때 자신의 손을 통제할 수 없었는데 남자인 서준은 덜 할까.서준은 침대에 걸어가 연아의 곁에 섰다. 그는 연아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아까보다 더 심한 것을 발견했다.연아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속으론 무척 긴장했다. 그래서 몸이 조금 떨렸다.서준은 연아의 허리 부근에서 숨겨진 청색 기운을 발견했다.그건 바로 한기가 모여있는 곳이었다.서준은 소독한 침을 꺼내 연아의 허리 부근에 놓았다.“긴장 풀어요.”서준이 위로해 주었다.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점점 풀렸을 때 서준은 계속 침을 놓았다.여섯 바늘이 떨어진 후, 서준은 체내의 에너지를 돌리며 바늘을 통해 연아의 복부에 밀어 넣었다.에너지가 들어가면서 청색 기운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따뜻한 기류를 느끼자 연아는 너무 편한 나머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사장님, 왜 그러세요?”곁에 있던 지연이 이 소리를 들은 후 즉시 물었다.“괜... 괜찮아요.”연아의 목소리는 조금 떨렸다.너무 편해서 낸 소리라고 말할 리가 없었다.곧이어 형용할 수 없는 편안한 느낌이 밀물처럼 한 번 또 한 번 밀려왔는데 점점 참기 힘들었다.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지연에게도 잘 들리는 소리를 냈다.사람의 마음을 간질간질 건드리는 그런 소리였다.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못한 지연은 이 소리를 들은 후 얼굴이 달아올라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얼음 같은 사장님이 이렇게 낯 뜨거운 소리를 낼 수 있는 걸 보니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0화

    은행을 지날 때, 서준은 사연에게서 받은 수표를 생각하며 고민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안에 들어갔다.이삼 년 동안, 희선과 서라는 많은 고생을 했다. 이젠 서준이 돈을 벌었으니 당연히 가족들에게 좋은 생활을 제공하고 싶다. 은행에서 업무를 처리하려는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서준은 로비 직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수표를 어디서 현금화할 수 있나요?" "진서준 아니야? 네가 감옥에서 나왔어?" 이 순간, 진한 향수 냄새가 몰려왔고, 그 후에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성이 서준의 앞에 나타났다. 서준은 상대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장혜윤, 서준의 대학 동기였다. 서준과 지수가 사귀기 전에 혜윤은 그를 쫓아다녔지만 서준에게 거절당했다. 그 후, 헤윤은 마음에 원한을 품고 서준에 대한 다양한 루머를 퍼뜨리며 다녔다. 삼 년 전, 서준이 감옥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 혜윤은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세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식을 반급 채팅에 올리기까지 했다.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수표를 현금화하려고 하는 거야? 진짜 웃기다.”혜윤은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출근해야 해서 지수 아들의 백일잔치에 참석하지 않았다. 지금 전에 자신이 좋다고 쫓아다녔던 남자가 이 꼴로 사는 것을 보자 혜윤은 더 비웃고 싶었다."모르지? 지수는 이씨 집안의 도련님과 결혼해서 이미 아들을 낳았어. 한때 너는 자수를 위해 희생해 줬지만, 네가 감방 생활할 때 이씨 집안 도련님과 결혼했어.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너무 웃겨." 혜윤의 목소리는 엄청 컸고, 업무를 처리하려고 온 사람들도 모두 주목했다. 서준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난 뒤, 사람들은 즉시 그를 가리키며 궁시렁거렸다. "장혜윤, 얘기할 때 좀 조심하는 게 좋겠어."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은행 고객이야. 여기서 수표를 현금화하러 온 거지, 네 수모를 겪으려고 온 게 아니야!"혜윤은 팔짱을 끼며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1화

    주위의 사람들은 진서준이 범죄자였다는 소문을 듣고는 이 수표가 손버릇이 나쁜 진서준이 훔친 것이라고 생각했다.전과가 있기 때문에 누구도 진서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몇몇 여직원은 입꼬리를 치켜들고는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3년 동안이나 감옥에 있었으면서도 결국 물건을 훔치는 본성은 고쳐지지 않았구나. 정말 쓰레기네.’이내 형사 두 명이 은행에 도착하였다.“형사님, 이 사람이 20억짜리 수표를 훔쳤어요. 절대 여기서 빠져나가게 하지 마세요.”장혜윤이 진서준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그중 사각형 얼굴의 한 형사가 진서준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 수표 당신이 훔친 겁니까?”“당연히 아니죠. 이 수표는 주인께서 저한테 주신 겁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바로 이때, 정장 차림을 한 중년 남자가 굳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무슨 일인가요?”그 사람을 발견한 장혜윤은 이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지점장님, 이 사람이 훔친 수표로 돈을 꺼내려 합니다.”최우식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장혜윤의 말이 좀 석연치 않다는 걸 느꼈다.수표라는 건 막 함부로 훔칠 수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최우식이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장혜윤은 이내 진서준이 전과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가 전과자였다는 얘기를 듣고 최우식과 두 명의 형사는 장혜윤의 말을 반쯤 믿기 시작했다.장혜윤은 진서준을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진서준, 빨리 죄를 인정하는 게 어때? 안 그럼 또 감방에 갈지도 몰라.”“넌 2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한 경험이 있으니 그곳이 얼마나 복잡한 곳인지는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야?”한편, 최우식은 장혜윤을 향해 입을 열었다.“수표 한번 줘봐요.”그녀는 냉큼 최우식에게 수표를 건네주었고 수표를 건네받은 최우식은 수표 위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간이 부었군요. 감히 허성태 씨의 수표를 훔치다니.”허성태는 서울시 몇몇 은행의 VIP 고객이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은행의 지점장들은 허성태의 사인을 알고 있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2화

    20억짜리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은행 카드에 입금한 후 진서준은 현금 40만 원을 꺼내 집으로 향했다.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과일 가게에 들러 과일을 많이 샀다.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진서라가 길가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오빠.”눈치가 빠른 진서라는 진서준을 발견하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이렇게 더운 날씨에 왜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땀으로 범벅이 된 진서라를 보며 진서준은 가슴이 아팠다. “안 더워.”진서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진서준의 손에 든 과일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오빠, 무슨 과일을 이렇게 많이 샀어?”“얼마 안 돼. 집에 가서 밥 먹자.”진서준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과일은 모두 합쳐도 2만 원밖에 되지 않았지만 진서라와 조희선한테는 명절에도 먹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두 사람은 너무 많은 고생을 했다. “응.”진서라가 주머니를 들어주려고 손을 뻗자 진서준은 그녀를 막아서고는 계속해서 집으로 걸어갔다. 양철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뜨거운 폭풍이 몰아치는 느낌이 들었다. 양철집에는 단열재가 전혀 없었고 태양이 오전 내내 내리쬐고 있어 방 안의 온도는 거의 50도에 도달하여 찜질방보다 더 뜨거웠다. 아까 만든 음식이 이미 다 상해 버린 탓에 조희선은 더위를 무릅쓰고 다시 음식을 하고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진서준은 앞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어머니, 요리 그만하세요. 지금 당장 이사해요. 이사하고 나서 서라랑 목욕하러 갔다 오시면 우리 큰 호텔에 밥 먹으러 가요.”“오빠, 이사라니? 우리가 어디로 이사 간다는 거야?”“글라리아 별장. 내가... 아니, 우리 사장님께서 잠시 빌려주셨어.”진서라는 조희선에 비해 아는 것이 많았다. 글라리아 별장이라는 말을 듣고 그녀는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그곳은 서울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별장 단지였고 재벌이거나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 살 수 있는 곳이었다.“왜? 오빠 못 믿겠어?”진서라의 놀란 표정을 보며 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3화

    진서준은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설명했다.“이 열쇠는 허성태 씨의 딸이 저한테 준 겁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 열쇠 가져요?”경비원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무전기에 대고 사람을 불렀고 이내 덩치 큰 경비원 여섯 명이 달려왔다. 글라리아 별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몸이 건장한 전역한 군인들이었다. 진서준이 6명의 경비원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을 보고 진서라는 바로 차 문을 열고 조희선을 안고 내려왔다. “이 세 사람, 도망가지 못하게 잘 지키고 있어. 난 허성태 씨한테 전화하고 올게.”말을 마친 경비원은 즉시 경비실로 달려갔고 6명의 경비원을 남겨두어 진서준을 지키게 하였다. 상황을 지켜보던 택시 기사는 바로 그들의 캐리어 두 개를 던져버리고는 차를 몰고 도망갔다.“오빠, 무슨 일이야?”진서라는 겁먹은 표정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다가 진서준 뒤에 숨으며 물었다.“괜찮아, 그냥 일반적인 검사를 하고 있을 뿐이야. 글라리아 별장의 보안은 매우 엄격한 편이거든.”진서준은 엄마와 여동생이 걱정하지 않도록 거짓말을 하며 그들을 위로했다.“하지만...”진서라는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경비원들이 그들에게 적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내 눈치챘다. 조희선은 미간을 찌푸린 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을 향해 소리쳤다.“서준아, 그만 돌아가자. 친구 귀찮게 하지 말고.”이곳의 수려한 풍경만 봐도 별장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괜찮아요, 조금 있으면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바로 이때, 은색의 BMW 차량 한 대가 세 사람 옆에 천천히 멈춰 섰다.“진서준, 여기가 네가 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많은 물건까지 가지고. 설마 글라리아 별장으로 이사하려는 건 아니겠지?”차 문이 열리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장혜윤이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배불뚝이 중년 남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자기야, 당신 친구야?”중년 남자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4화

    방금까지 막대기를 들고 진서준을 가리키던 경비원들은 바로 그의 비위를 맞추며 그들의 짐을 차에 실었다. 경비원의 차에 올라타자 진서라는 숭배하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진서준은 항상 진서라를 지켜주었다. 어렸을 때 진서라가 동네 꼬마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적이 있었는데 진서준이 그 사실을 알고 바로 혼자 달려들어 그 꼬마들과 싸웠었다. 비록 진서준은 상처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지만 진서라의 마음속에 진서준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히어로였다.“서준아, 앞으로 너희 사장님을 위해 일 열심히 일해야 해. 절대 실망시켜 드려서는 안 된다. 알겠지?”차 안에서, 조희선은 흥분한 얼굴로 길가의 경치를 쳐다보고 있었다. 온갖 꽃이 만발하고 버드나무의 향기가 차창을 통해 사람들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알겠습니다, 어머니.”조희선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진서준도 많이 기뻤다. “서준아, 나중에 시간 되면 사장님을 집에 초대하거라. 직접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네, 제가 기회를 봐서 사장님께 말씀드릴게요.”산 중턱에 있는 별장 앞에서 설경구의 BMW 차량이 멈춰 섰다.설경구는 장혜윤의 허리를 끌어안고 별장 입구에 서서 자신의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혜윤아, 이 별장은 내 거야. 앞으로 넌 여기서 살아.”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자기야 고마워. 이렇게 럭셔리한 곳에 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하하, 별거 아니야.”설경구는 싱긋 웃으며 맨 꼭대기에 있는 A급 별장을 가리켰다.“그 별장이야말로 최상급이었는데 아쉽게도 허성태 씨가 사버렸지 뭐야.”장혜윤은 그의 손가락을 따라 복숭아꽃으로 둘러싸인 A급 별장을 쳐다보았고 그녀의 눈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바로 이때, 차 한 대가 그들 앞을 지나갔다.차창이 반쯤 열리자 진서준의 얼굴이 드러났고 그는 길가에 서 있는 장혜윤을 차갑게 쳐다보았다.장혜윤은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별장을 쳐다보았다. “진서준?”장혜윤도 진서준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5화

    설경구처럼 권세에 아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진서준은 호감이 별로 없었다.지금은 자신을 공손하게 대하고 있지만 만약 자신이 초라한 처지가 된다면 가장 먼저 등에 칼을 꽂을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니까. 하여 진서준은 설경구와 거리를 둘 생각이다. 잠시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진서라를 도와 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별장은 지상 3층과 지하 1층으로 되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주차장과 헬스장 그리고 3층 옥상으로 직행하는 엘리베이터도 있었다. 위층에는 거실과 주방, 다이닝룸이 있었고 2층에는 서재와 침실, 침실마다 화장실과 욕실을 따로 갖추고 있었으며 3층에는 각종 오락실로 구성되어 있었다.위로 올라가면 천장이 있었고 옥상에는 야외 수영장도 있었다. 거기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서울시의 반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글라리아의 맨 꼭대기에는 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워 보였다. 방 정리를 마친 세 사람은 옥상으로 나와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빠져들었다. 한참을 지켜보던 진서라와 조희선은 눈시울을 붉혔다.그동안 그녀들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제 현실이 되니 그저 꿈만 같았다.“어머니, 서라야. 이제부터 여기서 살 겁니다. 이곳은 공기도 아주 좋아서 두 사람이 요양하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에요.”진서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말대로 하자.”조희선은 눈을 비비며 감격스러워했다.“서라야, 당분간 일하지 말고 집에서 엄마도 돌보고 몸보신도 해. 너 지금 너무 말랐어.”진서준은 뼈가 앙상한 진서라를 보면 마음이 아팠다.“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모시고 샤워하고 와. 갔다 오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진서라와 조희선은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진서준과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허사연이 온 것이었다. “허사연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진서준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허사연을 쳐다보았다.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