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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2화

Author: 무가
“그럼 이 영상은 뭐야?”

하인학은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쳤다.

“누군가 일부러 우리 안씨 가문을 모함하려는 수작입니다.”

안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웃기지 마.”

하인학은 안진천의 해명을 믿을 수 없어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함할 데가 그렇게 없어서 하필 안씨 가문을 고른다고?”

“하인학 씨, 일단 진정하시죠.”

안진아가 나서서 중재하려 했다.

“우리 안씨 가문이랑 하씨 가문은 별다른 갈등도 없었잖아요? 굳이 우리가 하인학 씨 아들을 죽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안씨 가문은 가족 전원이 르벨에 이주한 뒤로 하씨 가문과는 거의 접점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하경범을 죽일 만한 이유도 동기도 없었다.

“너희가 무슨 이유로 우리 아들을 죽였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하인학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물론 하인학 역시 속으로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눈앞의 영상이 너무 확실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인학 씨, 아드님이 언제부터 실종된 겁니까?”

안진천이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며칠 전부터 안 보였어. 그땐 별생각 없었어. 또 어딘가에서 사업 얘기하는 줄 알았지.”

하인학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하씨 가문의 사업 중 3분의 1은 하경범이 맡아 처리하고 있었기에 반 달쯤 연락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아드님은 이미 며칠 전에 피살됐을 가능성이 높군요.”

안진천이 진지하게 말했다.

“하인학 씨, 일단 영상 속 인물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사람을 시켜서 찾고 있어.”

하인학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전화가 울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하인학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망할 놈들, 너희 안씨 가문한테 속을 뻔했잖아!”

“하인학 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모두가 놀라며 하인학을 바라봤다.

“이시언이 직접 자기 입으로 인정했어. 너희 안씨 가문에서 시켰다고 말이야..”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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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42화

    “그럼 이 영상은 뭐야?”하인학은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쳤다.“누군가 일부러 우리 안씨 가문을 모함하려는 수작입니다.”안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반박했다.“웃기지 마.”하인학은 안진천의 해명을 믿을 수 없어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모함할 데가 그렇게 없어서 하필 안씨 가문을 고른다고?”“하인학 씨, 일단 진정하시죠.”안진아가 나서서 중재하려 했다.“우리 안씨 가문이랑 하씨 가문은 별다른 갈등도 없었잖아요? 굳이 우리가 하인학 씨 아들을 죽일 이유가 있겠습니까?”안씨 가문은 가족 전원이 르벨에 이주한 뒤로 하씨 가문과는 거의 접점이 없었다.그러니 당연히 하경범을 죽일 만한 이유도 동기도 없었다.“너희가 무슨 이유로 우리 아들을 죽였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하인학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물론 하인학 역시 속으로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눈앞의 영상이 너무 확실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하인학 씨, 아드님이 언제부터 실종된 겁니까?”안진천이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며칠 전부터 안 보였어. 그땐 별생각 없었어. 또 어딘가에서 사업 얘기하는 줄 알았지.”하인학은 냉정하게 대답했다.하씨 가문의 사업 중 3분의 1은 하경범이 맡아 처리하고 있었기에 반 달쯤 연락이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이번에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버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렇다면 아드님은 이미 며칠 전에 피살됐을 가능성이 높군요.”안진천이 진지하게 말했다.“하인학 씨, 일단 영상 속 인물부터 제대로 확인하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이미 사람을 시켜서 찾고 있어.”하인학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자마자 하인학의 표정은 급속도로 어두워졌고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망할 놈들, 너희 안씨 가문한테 속을 뻔했잖아!”“하인학 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모두가 놀라며 하인학을 바라봤다.“이시언이 직접 자기 입으로 인정했어. 너희 안씨 가문에서 시켰다고 말이야..”“그럴 리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41화

    하경범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온몸엔 상처가 가득했다.전부 다 예전부터 생긴 상처들로 보아 이건 분명 이시언에게 당한 고문 흔적이었다.하지만 하경범이 죽은 채 발견된 건, 진서준에게도 꽤나 충격이었다.“설마 이놈들이 하경범을 하씨 가문에 보내려던 중이었나?”진서준은 나름대로 추측했다.“그렇다면 이시언도 이미 잡혔겠네.”이 일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을 떠올리자 진서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무래도 안씨 가문에 직접 가야겠어.”...같은 시각, 하씨 가문 저택에 시체가 한 구 들여왔다.하씨 가문 식구들이 시체를 보는 순간, 전부 표정이 확 바뀌었다.“경범아!”한 귀부인이 시체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거기 누구 없어? 얼른 미경을 병원에 데려가.”중년 남자가 급히 소리치자 곧이어 여자 경호원 두 명이 달려와 쓰러진 여자를 들고 나갔다.“경범아, 내 아들 경범아!”아들의 끔찍한 죽음을 확인한 중년 남자는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이 중년 남자는 바로 하경범의 아버지 하인학이었다.하경범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지금, 아들을 끔찍하게 아끼던 하인학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개자식이 우리 아들을 이렇게 만든 거야? 그놈 가족을 전부 몰살할 거야.”하인학은 분노에 이성을 잃었다.“문 앞에 이 시체를 가져다 놓은 놈은 대체 누구야?”하인학은 저택 대문을 지키던 경호원을 노려봤다.“가주님, 저희도 그게 누군지 모릅니다. 아까 CCTV를 돌려봤는데 온몸을 검은 트렌치코트로 감싼 인물이 시체만 놓고 갔습니다.”경호원 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너희는 왜 그렇게 무능해? 할 줄 아는 게 뭐야?”하인학은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를 터뜨렸다.“아버지, 여기 메모리 카드가 하나 있어요.”눈썰미 좋은 하경준이 메모리 카드를 주워들었다.“설마 여기 형이 죽는 장면이 찍힌 건 아니겠죠?”이 말에 하씨 가문 사람들 얼굴이 확 굳어졌다.요즘 미친 놈들이 사람 죽이는 범죄 영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40화

    “와, 너 진짜 독하긴 독하다.”안가인은 눈을 부릅뜨며 진서준을 쏘아봤다.“그만 떠들고 입 벌려.”그러자 안가인은 조용히 입을 벌렸다.진서준은 손에서 작은 환약 하나를 꺼내 안가인의 입에 넣었다.약은 혀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렸다.곧바로 진서준은 은침을 꺼내 안가인의 몸에 빠르게 찔러댔다.단 몇 초 만에 열댓 개의 은침이 안가인의 몸에 꽂혔다.마지막으로 진서준은 안가인의 등에 손바닥을 탁 내리쳤다.안가인은 목이 간질간질하더니 갑자기 입을 벌리고 구토하듯 몸을 숙였다.안가인의 입에서 나온 건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독충이었다.안가인은 그 독충을 조심스럽게 챙겼다.독충과 그것을 심은 사람 사이엔 은근한 연결고리가 있는데 독충이 죽으면 그걸 심은 쪽은 곧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이제야 숨이 좀 트이네.”안가인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제 하경범이 어디 있는지 말해도 되겠지?”진서준이 물었다.“말해줄게. 근데 내가 보기엔 너 빨리 가는 게 좋을 거야. 시간이 지나면 하경범의 위치가 또 바뀔 거야.”안가인이 슬쩍 귀띔했다.하경범을 데려간 일당은 두 시간마다 하경범의 위치를 바꿨다.진서준이 늦게 가면 하경범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그럼 긴말하지 말고 얼른 지금 위치를 줘.”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설마 이제 와서 딴소리하려는 거 아니야?”“그럴 리가. 나 안가인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안가인은 종이 한 장을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그 종이엔 주소가 하나 적혀 있었다.“날 속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진서준은 싸늘한 눈빛으로 안가인을 노려봤다.“세상에, 내가 감히 널 속일 수 있겠어?”안가인은 실실 웃으며 능청을 떨었다.안가인은 이해할 수 없게 이상한 여자인지라 진서준은 그녀를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이 주소에 가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의 뒷모습이 멀어지자 안가인은 입가를 핥으며 중얼거렸다.“재밌는 남자네... 언젠가 내가 잡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9화

    진서준이 다시 손을 들자 안가인은 즉시 비명을 질렀다.“진서준, 여자한테 자비를 베풀 줄도 몰라?”“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너처럼 자기 친족까지 해치는 놈한텐 눈곱만큼의 자비도 풀 생각이 없어.”진서준은 냉정하게 말했다.안진해를 직접 죽인 건 아닐 수도 있지만 안가인이 관련돼 있다는 건 분명했다.친오빠조차도 해칠 수 있는 인간에게 진서준이 굳이 봐줄 이유는 없었다.“그럼 안세린은? 안세린 목숨은 안 중요해?”안가인이 이를 갈며 화제를 돌렸다.“뭐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침을 꽂으려던 손을 멈췄다.“훗, 역시 그 계집한테 관심 있었던 거네?”안가인은 콧방귀를 뀌며 진서준을 비웃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말할 거면 빨리해.”진서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잘 들어. 내가 죽으면 안세린도 죽을 거야.”안가인은 대놓고 협박했다.“안세린은 네 친조카 아니야? 친조카한테도 그럴 수 있어?”진서준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가족조차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이런 인면수심의 인간은 처음 본 것 같았다.“내가 안세린에게 그러는 게 아니라 내가 죽으면 용왕이 나 대신 또 누굴 자기편으로 만들 거야.”안가인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안세린이나 안서현. 걔네 둘 다 가능성 있어. 그러니까 지금 날 풀어줘. 네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처럼 돼도 이렇게 고문할 용기가 있겠어?”안가인은 턱으로 자기 몸의 은침을 가리켰다.“뭘 망설여? 어서 뽑아줘야지?”진서준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은침을 뽑기로 했다.안세린 자매에 비하면 안가인의 목숨은 별 의미 없었다.진서준은 안세린 자매가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도박을 할 수 없었다.“그래, 이제야 말이 통하네.”안가인은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고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며 말했다.“너 아무리 잘났어도 결국 날 풀어줬잖아?”“헛소리 집어치우고 하경범이 지금 어디 있는지나 말해.”진서준이 차갑게 쏘아붙였다.“하경범 위치가 궁금해?”안가인은 조건을 내걸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8화

    “아니면 네가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말은 그렇게 하면서 왜 지금 이렇게 날 누르고 있지?”안가인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사실 진서준은 안가인 위에 올라탄 것도 아니었고 둘 사이엔 딱 10센티미터의 거리가 있어 피부 접촉도 전혀 없었다.“경고하는 거야. 내 질문에 대답 안 하면 널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혀줄 테니까.”진서준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날 괴롭히겠다고?”안가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덮치는 넌 그 나쁜 놈들이랑 뭐가 달라?”“지난번 안씨 가문에서 네가 날 모함했을 땐, 난 그래도 참고 널 혼내지 않았어.”진서준은 싸늘하게 말을 이어갔다.“그러니까 이번엔 협조 좀 하는 게 좋을 거야.”그때 진서준이 참았던 건 안씨 가문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었고 안국성의 체면도 우려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상황도 상황인지라 진서준은 더 이상 여유롭게 협상할 수 없었다.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이 정면으로 충돌이라도 생기면 양쪽은 다 피바다가 될 것이다.아마 안씨 가문은 그냥 그대로 멸망할지도 몰랐다.“그럼 내가 협조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안가인이 웃음 섞인 말투로 되받아쳤다.“나도 궁금하긴 해. 잘난 의사님이 대체 어떤 악독한 짓을 할 수 있을지 말이야.”“진짜 그렇게 나가겠다는 거지?”진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내가 사람 괴롭히는 법은 겉으론 멀쩡해도 속은 뒤집어지는 스타일이거든. 경고하는데 날 도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안가인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심지어 도발적인 눈빛까지 보였다.그 눈빛에 진서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은침을 꺼냈다.“진짜 날 고문하겠다고?”안가인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안가인도 진서준에 대해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진서준은 상상을 초월하는 침술 실력이 있었다.한의학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죽이지 않는 선에서 사람을 미치게 할 수도 있었다.그 은침이 들어오면 안가인은 정말 못 버틸 수도 있었다.“네가 날 이렇게 몰아세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7화

    “하경범이 사라진 건 내가 한 짓이야. 죽인 것도 물론 나야. 근데 이건 전부 안씨 가문의 지시였고 이시언이 증인이 될 수 있어.”영상은 단 한 마디였고 다른 말은 없었다.하지만 그 한마디에 진서준은 소름이 돋았는데 진한 음모의 냄새가 풍겼기 때문이다.영상 내용을 보면 하경범은 하씨 가문 사람들에게 구출된 게 아니라 이 검은 옷 무리한테 납치된 거였다.목적은 단 하나였다.바로 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서로 물어뜯게 하려는 거였다.이 영상이 하씨 가문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파국이었다.진서준은 즉시 메모리카드를 빼서 조심히 챙겼다.“이거 제대로 골치 아프게 생겼네. 도대체 누가 두 가문 사이 전쟁을 부추기려는 거야?”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혼자 중얼댔다.순간, 진서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이름이 하나 있었다.“혹시 그 용왕인가?”안진천이 말하길 용왕은 안씨 가문을 손에 넣고 싶어 했고 안국성이 그걸 거절했다.그 뒤로 안씨 가문 사람들은 매년 누군가 암살당했고 지금도 그 위협은 계속되고 있었다.이제 용왕도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그래서 이참에 안씨 가문과 하씨 가문을 맞붙게 해서 둘 다 피를 흘리게 하고 안씨 가문의 실력이 약해진 틈을 타 본격적으로 집어삼키려는 수작이었다.“일단 안가인부터 만나봐야겠군.”진서준은 차를 몰고 안세린이 준 주소로 향했다.30분 후.진서준이 도착한 곳은 바닷가에 자리한 고급스러운 별장이었다.멀리서 보니 몸에 딱 붙는 섹시한 수영복을 입은 한 여자가 해변 의자에 누워 태닝을 즐기고 있었다.여자는 아기 피부처럼 매끈한 살결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잡아끄는 건 압도적인 몸매였는데 수영복 앞 단추는 위태롭게 버티는 중이었고 언제든 튀어나올 것 같았다.“안가인.”진서준은 별장 문 앞까지 걸어가 해변 의자 위의 여자를 향해 외쳤다.본인을 부르는 소리에 안가인은 선글라스를 벗고 고개를 돌렸다.“어라? 진 신의님이잖아.”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나자 안가인은 놀란 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6화

    “고맙긴 아직 이르지. 나도 조건이 하나 있어.”안세린은 식탁 위에 손가락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무슨 조건인데?”“우리 고모 좀 조사해 줘. 삼촌 죽인 진짜 범인이 고모가 맞는지 알아봐 줘.”안세린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증거를 꼭 찾아내. 그리고 고모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도 밝혀야 해.”“그건 하경범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렵겠는걸?”진서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난 지금 안가인이 어디 사는지도 몰라.”“여기 주소.”안세린은 주머니에서 안가인의 주소가 적혀 있는 쪽지 하나를 꺼내 진서준에게 건넸다.“와, 준비 철저하네?”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안세린이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했을 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네가 그냥 심심해서 나 찾을 리 없잖아. 그러니까 나도 미리 준비해 둔 거지.”안세린이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이 거래 받아들일게.”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둘의 협상이 끝나고 진서준은 자리를 뜨려 했다.바로 그때, 진서준의 휴대폰이 울렸고 진서준이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조호였다.진서준의 가슴 한쪽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조호, 무슨 일이야?”진서준이 전화를 받자 패닉 상태에 빠진 조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살려주세요. 우리가 지금 별장에 갇혔어요. 제 부하들이 전부 밖에 있는 놈들한테 당했어요. 분명 하경범이 보내 우리에게 복수하러 온 놈일 겁니다.”“지금 어디야? 금방 갈게.”진서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 나갔다.“옥화 가든의 3번 별장이요.”차에 올라탄 진서준은 엑셀을 밟았고 차는 총알처럼 도로 위를 뚫고 나갔다.10분 후, 진서준은 조호가 말한 3번 별장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진서준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확인했다.별장 주변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고 귀도파의 부하 수십 명이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었다.별장 입구엔 검은 복면에 전투복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몸에 근육이 잔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5화

    진서준은 성큼성큼 조호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진서준 씨, 오늘은 무슨 일로 우리 사무실까지 오셨습니까?”조호는 진서준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큰일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진서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화제를 꺼냈다.“큰일이라고요?”조호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진서준이 큰일이라고 할 정도면 웬만한 건 아니었다.“방금 이시언한테 전화 받았는데 하경범이 누군가한테 구출 당했다고 했어.”진서준의 말에 조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뭐라고요? 하경범이 구출됐다고요? 아니, 이시언 이 녀석은 도대체 뭐 했대요? 어떻게 하경범이 구출되게 내버려둘 수가 있죠? 하경범이 살아있으면 하씨 가문은 무조건 우리한테 복수하러 올 거라고요.”그게 바로 조호가 제일 두려워하는 포인트였다.하씨 가문은 르벨 전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최상급 명문대가였다.오씨 가문이나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선 머리를 조아리는 수준이었다.하경범이 복수를 시작한다면 조호의 귀도파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박살 날 게 뻔했다.“지금 당장 네 부하들 동원해서 하경범 행방부터 찾아.”진서준이 서둘러 지시를 내렸다.“진서준 씨, 하경범을 찾을 필요 없어요. 분명 하씨 가문 사람들이 구해간 겁니다. 지금은 얼른 르벨에서 도망치는 게 최선입니다.”조호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왜 도망쳐? 넌 하씨 가문이 그 정도로 무서워?”진서준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진서준 씨가 몰라서 그렇죠. 하씨 가문은 진짜 무서운 집안이에요. 르벨에서 하씨 가문한테 맞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때 제가 하경범한테 손댄 것도 진서준 씨가 밀어붙여서 한 거지, 평소 같았으면 꿈도 못 꿨죠.”조호는 솔직하게 말했다.“전 이 동네 토박이입니다. 하씨 가문의 무시무시함을 진서준 씨보다 더 잘 알아요. 솔직히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닙니다.”“그럼 네가 자기 사업을 다 포기하고 떠나겠다는 거야?”진서준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포기하고 싶진 않지만 살려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34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희는 신경 꺼.”도지아는 다시 병상에 누웠다.“우린 대학교 동기잖아. 신경 안 쓸 수가 있어?”엄승현은 안절부절못하며 머리를 긁적였다.“나 피곤해. 다들 나가줘.”도지아는 눈을 감고 축객령을 내렸다.그 모습에 엄승현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병실을 나섰다.“어? 넌 왜 안 나가? 지아가 피곤하다잖아?”엄승현은 짜증 섞인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진서준은 있어도 돼. 너희는 나가.”도지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엄승현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병실을 나섰다.엄승현이 떠난 후, 도지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진서준, 이번 일로 너한테 꽤 큰 민폐 끼친 거지?”“민폐는 무슨, 고작 오주화 하나를 민폐라고 보기엔 오버야.”진서준은 가볍게 웃었다.“그래도 오씨 가문인데 내가 오영준을 때렸으니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야.” 도지아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꼭 그렇지만도 않아.”진서준은 천천히 설명했다.“오씨 가문 전부가 오주화처럼 머리가 텅 빈 건 아냐. 이번에 오주화가 오영준을 데리고 사과하러 온 건 아마 오씨 가문 가주가 명령했을 가능성이 커. 그 시절 어르신들은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 요즘 애들보다 상황 판단이 잘 서. 오씨 가문이 정말 나랑 끝장을 보려고 한다면 나도 절대 가만히 안 있어. 난 절대 만만한 허수아비가 아니거든.”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허사연과 황예은이 들어왔다.“병원 입구에서 오씨 가문 일행을 봤어. 그 사람들 왜 왔어?”허사연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두들겨 맞고 사과하러 왔지.”진서준은 피식 웃었다.“벌써 사과하러 왔다고?”허사연은 살짝 놀란 눈치였다.좀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부터 왔다니 진짜 의외였다.“내가 해 지기 전까지 오영준이 안 오면 오씨 가문이 전멸할 거라고 말했거든.”진서준이 덤덤하게 한마디 보탰다.바로 그때, 진서준의 전화가 울렸고 화면을 보니 이시언이었다.“이시언 씨, 무슨 일이죠?”진서준이 물었다.“진서준 씨, 큰일 났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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