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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Author: 무가

제1화

Author: 무가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

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

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

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

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

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

「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

「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

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

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

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

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

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

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

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

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

결국...

돈 많고 권력 있는 이지성이 한 무리 건달을 불러와 진서준을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두들겨 팼다.

이어서 그는 또 집안의 세력을 이용해 고의상해죄로 진서준을 고소했고 결국 진서준은 3년 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 들어가던 날 유지수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얼굴이 눈물범벅으로 되었다.

“서준아, 기다릴게. 너 나올 때까지!”

뼈저린 이 추억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진서준의 가슴에 깊게 새겨져 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원래 살았던 곳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성중촌이었는데 3년 사이에 고층 건물로 변해버렸다.

“이사를 했으면서 엄마랑 서라는 왜 이 중요한 일도 감방에 와서 날 알리지 않았지?”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문득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다.

“저기 봐봐, 다리 부러진 할망구가 또 폐품 주우러 나왔어.”

“누구 빈 깡통 있는 사람? 얼른 몇 개 뿌려줘. 빨리 여길 떠나게.”

주위 사람들의 대화에 진서준은 재빨리 시선을 돌려 멀지 않은 곳에서 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보았다.

휠체어에 앉은 백발의 할머니가 몸을 쪼그리고 쓰레기통 앞에서 폐품을 줍고 있었다!

3년 만에 보는 얼굴이어도 진서준은 한눈에 어르신을 알아봤다.

“엄마!”

그는 날아갈 듯 재빨리 달려가 온몸을 파르르 떨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고작 3년 사이에 엄마는 왜 절름발이가 된 걸까?

조희선은 환청인 줄 알았지만 여전히 힘겹게 머리를 들었다.

자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진서준을 본 순간 그녀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엄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진서준은 무릎을 꿇고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서준아, 정말 너야? 이거 꿈 아니지?”

그녀는 굳은살이 잔뜩 박힌 손으로 아들의 얼굴을 매만지며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네, 엄마. 저 서준이에요!”

진서준이 울먹이며 대답했다.

“엄마 다리는 왜? 얼굴에 난 상처는 또 어떻게 된 거예요?”

조희선은 눈물을 닦고 아들을 부축했다.

“가자, 집에 가서 얘기해.”

주변에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몰려들자 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엄마를 이끌고 집에 돌아가려 했다.

“잠깐만, 이 깡통들도 가져가야 해.”

조희선은 허리 숙여 발밑에 놓인 깡통으로 가득 들어찬 봉투를 챙겼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쓰레기봉투를 챙기는 걸 보자 진서준은 가슴에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는 빈 깡통인데 엄마가 보물 다루듯이 소중히 다루고 있으니!

조희선의 길 안내로 진서준은 그녀를 이끌고 구석진 곳에 있는 허름한 양철집으로 갔다.

3평 남짓한 양철집 안에는 폭 1미터도 채 안 되는 나무 침대가 놓여 있었다.

다른 가구들은 죄다 더러운 흙이 묻어 있었다.

집안에는 고약한 악취가 풍겼는데 감방 화장실보다 더 역겨웠다!

이건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그냥 개집이었다!

진서준은 엄마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엄마, 3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서라랑 왜 이런 데서 지내요?”

“말하자면 길어!”

조희선이 눈시울을 붉혔다.

진서준이 감방에 들어간 후에도 이씨 일가는 진서준 가족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조희선이 4억을 배상하지 않으면 진서준을 평생 감옥에 가둬 넣겠다고 했다.

조희선은 식겁하여 재빨리 고향 친척들에게 돈 빌리려 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한창 절망에 빠져있을 때 성중촌이 철거되어 철거금 2억을 받았고 그녀는 이 돈을 곧장 이씨 일가에 건넸다.

조희선이 나머지 2억을 도저히 못 갚자 이지성은 그녀의 가족을 모질게 괴롭히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는 조희선에게 매달 최소 400만 원씩 할부로 갚으라고 했다.

원래 대학에 가려고 했던 진서라는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다.

이제 막 18살 된 소녀는 하루에 아르바이트를 3개나 했다!

진서준은 이 고통을 굳이 안 봐도 상상할 수 있었다.

“개돼지만도 못한 버러지 새끼!”

진서준의 눈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온몸에 살의를 내뿜었다.

“엄마 그럼 다리랑 얼굴에 난 흉터는 어떻게 된 거예요? 그리고 지수는요? 걔는 왜 도와주러 안 왔어요?”

조희선은 방금 이 세 가지 일에 관해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지수는 작년에 너한테 얻어맞은 재벌 2세에게 시집갔고 내 다리랑 얼굴의 흉터는 그 인간들에게 속아서 이렇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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