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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1화

Author: 무가
진서준은 이번 대결 장소가 르벨이라는 걸 듣고는 살짝 놀랐다.

“잘됐네요, 저도 지금 르벨에 있습니다.”

진서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진짜요? 그럼 완전 잘됐네요. 오늘 밤 우리 8대 특전대 전원이 르벨로 집결합니다.”

소정태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 교관님, 저녁에 시간 되면 같이 한잔하실래요?”

“좋죠.”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따가 저녁에 뵙겠습니다, 진 교관님.”

소정태는 신난 말투로 말을 마치며 전화를 끊었다.

‘8대 특전대랑 전신전이 붙는다니, 특전대 애들 실력이 얼마나 늘었을지 모르겠네.’

진서준은 솔직히 조금 걱정스러웠다.

이미 전신전 쪽 강자를 수없이 봐왔던 진서준인지라 전신전 병사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소정태는 아마 오영수와 붙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결의 결과를 예측한다면 진서준 입장에선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대놓고 찬물 끼얹는 건 더 틀린 생각이었다.

‘오늘 밤에 가볍게라도 한마디 해줘야겠군.’

“진서준, 지금 시간 좀 있어?”

그때 도지아가 갑자기 다가왔다.

“왜? 너희 어디 가는 거야?”

옷차림이 단정한 세 사람을 본 진서준은 순간 멈칫했다.

“며칠 전에 회사 하나 인수했거든. 오늘 현장 좀 보려고 해.”

황예은이 덤덤하게 말했다.

“거참 돈도 많네...”

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별다른 계획도 없이 단꺼번에 회사를 인수한다니, 진짜 부자의 세계는 바로 이런 건가?

“회사 하나쯤이야, 뭐 큰돈도 아니야.”

황예은은 여전히 평온하게 말했다.

“그래? 그 회사 시가총액이 얼마야?”

진서준은 갑자기 그 회사가 궁금해졌다.

“6조 정도일걸?”

그 말에 진서준과 허사연은 동시에 입을 떡 벌렸다.

6조짜리 회사를 인수하는 데 큰돈도 들이지 않았다고 하니, 역시 대한민국 최고 재벌 아가씨다운 스케일이었다.

조 단위의 회사도 황예은의 눈에는 싱거운 존재인 것 같았다.

“너 우리 경호원이나 좀 해줘.”

황예은이 툭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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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2000화

    진서준은 노인의 손을 잡고 손바닥에 글자를 써 내려갔다.[할아버지, 저 기억 나세요? 우리 예전에 강남에서 만난 적 있어요.]처음엔 당황하던 노인도 이내 조용해졌다.[마음씨 좋은 사람, 우리 또 만났네요.]노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꽤 신난 표정을 지었다.[할아버지는 어떻게 여기 르벨까지 오신 건가요?]진서준은 노인의 손바닥에 계속 글자를 써 내려갔다.[여기가 르벨인가요?]노인이 멍하니 되물었다.[얼마 전 잠에서 깼는데 주변이 전부 바뀌어 있는 것 같았어요. 근데 여기가 어디인지는 나도 몰랐죠.]노인의 말에 진서준은 어안이 벙벙했다.정말 누군가 일부러 노인을 르벨로 데려왔다면 시각도 청력도 잃은 노인이 본인이 다른 도시에 왔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그렇다면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 노인을 여기까지 데려온 걸까?그냥 장난치려고? 심심해서?그게 사실이라면 그 인간은 정말 취향이 최악이다.[할아버지, 혹시 집이 어딘지는 기억나세요?]진서준은 노인이 이렇게 떠도는 게 너무나 안쓰러웠다.왜인지 이 노인을 보고 있으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진서준의 아버지가 떠올랐다.진서준의 아버지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살아는 계실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집이요?]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글을 써 내려갔다.[그만두죠. 괜히 집에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가족이라면 분명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진서준은 조심스럽게 노인을 설득했다.[저는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노인은 고개를 저었다.[돌아가면 오히려 짐만 될 거예요.]짐이란 말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역시 이 노인이 지금 이런 꼴이 된 건 누군가가 일부러 한 짓이었다.그래서 가족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할아버지, 절 믿으신다면 사정을 알려주세요.제가 도울 수 있어요.]진서준은 글로 진심을 전했다.[됐어요, 젊은이. 당신 마음만 받을게요.]노인은 다시 고개를 저으며 절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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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998화

    “형, 진서준은 이미 떠났어.”하인학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뭐라고? 그놈을 그냥 보냈다고?”하인준은 몸을 일으키며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내 단전은 박살 났고 우리 후배도 죽었고 네 아들까지 죽었는데 오늘 밤에 그놈을 그냥 보내줬다고?”“형, 형도 그 녀석에게 당했잖아. 우리 하씨 가문에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있어?”하인학의 말에 하인준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하씨 가문에서 제일 강한 게 하인준이었는데 그 자신조차 진서준에게 제대로 공격도 한 번 못 해보고 처참하게 당했다.그러니 다른 사람이 진서준을 상대할 가능성이 없었다.하인학이 진서준을 순순히 보낸 게 아니라 진서준이 가겠다고 한 이상 아무도 진서준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래도 이건 반드시 복수해야 해.”하인준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복수하는 건 포기해.”하인학이 고개를 저었다.“왜 포기해야 하는데?”하인준이 살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비둘기 편지를 써서 우리 선배에게 보낼 거야. 그분이 직접 내려오시면 충분히 복수할 수 있어.”“형, 진서준은 용존이야. 국안부 상경이기도 해.”하인학이 조심스럽게 설명했다.“그딴 거 난 몰라.”하인준의 태도는 단호했다.“날 이렇게 만든 놈은 신선이든 뭐든 무조건 대가를 치러야 해. 난 남사 장로의 제자야. 그놈이 호국장군이라 해도 소용없어.”하인준의 목적은 뚜렷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서준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거였다.하지만 하인학은 더 이상 진서준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이게 국안부 귀에라도 들어가면 하씨 가문은 그대로 멸망할 것이다.“됐어, 너희 둘 다 나가. 난 사람을 시켜 편지를 쓸 거야. 우리 선배를 불러 복수할 거야.”하인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그 모습을 본 하인학과 하인용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병실을 나섰다.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한 노인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기세만으로도 주변이 숨 막힐 정도였고 움직일 때마다 위엄이 뿜어져 나왔다.노인을 본 형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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