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47화

Author: 무가
인승민은 그 광경을 보더니 미간을 팍 찌푸리면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종사가 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진서준이 시전한 강기 같은 것은 처음 보았다.

형태도 없고 색깔도 없는 강기였다. 그것은 윤구주가 종사로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말 20대 맞나?”

인승민은 너무 놀라웠다.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진서준이 20대라는 것을 믿지 않았을 것이다.

허공에서 내려오던 사자는 그 광경을 보자 흉악한 눈동자에 얼핏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 곧 사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면서 으르렁댔고, 힘 있는 두 발이 진서준의 머리로 날아들었다.

사자는 건방진 인간에게 자신을 화나게 하면 죽음밖에 없다는 걸 알려줄 생각이었다.

쿵...

사자가 내려오자 지면이 흔들리면서 먼지가 일어 진서준과 사자의 모습이 가려졌다.

지면에는 20cm 정도 너비의 균열이 생겼다. 그것은 진서준이 있는 곳에서부터 거의 10m 가까이 쭉 뻗어져 나간 뒤에야 멈췄다.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미사일보다도 더 강한 수준이었다.

“진 마스터님 죽은 건 아니겠죠?”

한제성이 덜덜 떨면서 물었다. 그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사자의 전력을 다한 공격이라면 선천 대종사라고 해도 살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럴 리는 없을 겁니다. 조금 더 기다려보죠.”

권해철은 진서준에게 아주 큰 희망을 품고 있었다.

먼지 속에서 진서준의 두 손이 담청색으로 감싸여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사자의 두 앞발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고, 그가 서 있는 곳에 30cm 정도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

사자는 온몸에서 강렬한 맹수의 기운을 내뿜었다. 그 기운만으로도 평범한 사람은 기절할 수 있었다.

진서준은 사자의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힘만 봤을 때 선천 대종사는 사자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사자의 몸은 아주 단단했고 평범한 종사는 사자에게 상처조차 남길 수 없었다.

그러나 사자는 동물이지 인간이 아니다.

영성이 있다고 해도 절대 그 약점을 보완할 수는 없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48화

    2미터 높이의 사자는 또 50cm 정도 더 커졌다.체형을 보면 성년 코끼리와 다를 바 없었다.사자는 몸의 근육이 한껏 부풀어 올라서 단번에 산도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다.그리고 금빛 털도 점차 붉은색으로 변했다.그 광경에 권해철 일행은 불안해졌다.“진 마스턴님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망설여서는 안 돼. 바로 도망쳐야 해.”인승민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한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무시무시한 맹수라서 상대가 될 수 있을는지 알 수 없었다.국방부의 중무기로도 사자를 죽일 수는 없을 것 같았다.“저 용혈과가 하나만은 아니었나 보네. 전에 하나 먹었지?”어마어마한 기세를 내뿜는 사자 앞에서도 진서준은 의연했다.진서준의 왼쪽 손이 살짝 떨리자 천문검이 소리를 냈다.쿵!검과 발이 부딪히는 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사자의 두 발에서 흐른 피였다.사자는 곧바로 거리를 벌리려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진서준은 검을 들고 서서 초라한 꼴의 사자를 바라보았다.“진 마스터님께서 저것을 상처입혔다니!”권해철은 깜짝 놀랐다.조금 전 그가 시전한 48개의 뇌검으로도 사자를 상처입힐 수는 없었다.그러나 진서준은 겨우 검 하나로 사자의 두 앞발을 피로 물들였다.그 순간, 권해철은 자신과 진서준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인승민 역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진서준을 얕봤음을 깨우쳤다.“크억!”사자는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광기에 사로잡혔다.사자는 눈이 벌게져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다.그 살기만으로도 인승민 일행은 등골이 오싹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꼼짝할 수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 붉은 핏빛이 된 사자는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진서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죽고 싶나 보네!”진서준은 그것을 바라보며 천문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엄청난 영기가 천문검 안으로 주입되었고, 진서준은 곧바로 검을 휘둘렀다.무지개 같은 검광은 하늘과 땅을 전부 가를 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49화

    진서준이 이겼다.권해철 일행은 그렇게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심지어 처음에는 자기 눈을 의심하기도 했다.인승민은 진서준의 모습을 바라보자 문득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그는 하마터면 사자에게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겨우 20대 청년인 진서준은 사자를 손쉽게 해치웠다.권해철은 경외심이 듦과 동시에 깊은 두려움도 생겼다.당시 만월호에서 그가 기세를 꺾지 않았더라면, 또는 몰래 진서준을 해치우려고 했다면 그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가장 기뻐하는 건 당연하게도 허윤진이었다.진서준은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막지 못했던 사자를 제압했다.“내게 굴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진서준은 겨우 숨만 내쉬는 사자의 앞으로 걸어가서 평온하게 말했다.조금 전 진서준이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면 사자는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다.사자의 눈빛은 조금 전처럼 사납지 않았다. 사자는 오히려 경외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애써 낮게 으르렁거렸다.“크르르...”사자는 이제야 자신이 눈앞의 청년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진서준은 천문검을 거두어들인 뒤 곧 손을 들어 사자의 머리 위에 놓았다.곧 장청의 힘이 사자를 감쌌고, 멈추지 않던 피가 멈추고 상처가 금방 나았다.수많은 검에 베인 상처도 아물기 시작했고, 어떠한 힘이 사자의 오장육부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조금 전 외부만 다치게 한 게 아니라 내부 기관까지 다치게 했다.진서준이 살려주지 않는다면 사자는 30분 안에 출혈 과다로 죽게 될 것이었다.진서준이 맹수를 치료해 주자 인승민과 한제성은 당황한 얼굴로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진 마스터님, 이놈을 왜 구해주는 겁니까? 이번에 따라온 무인 중 반이 이놈에게 죽었는데 말입니다.”인승민은 화가 난 얼굴로 사자를 노려보았다. 그는 사자를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차갑게 말했다.“지금 날 가르치려 드는 겁니까?”인승민은 등골이 오싹해서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아뇨, 전 단지 화가 나서...”진서준의 조금 전 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0화

    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한제성은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진 마스터님, 그러면 제 누나를 구해주실 수 있으십니까?”한제성은 간절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 마스터님께서 제 누나를 구해주신다면 제가 평생 소가 되고 말이 되겠습니다.”진서준은 손을 저었다.“보운산에서 내려가면 전라도에 한 번 갈 생각이에요. 그때 치료해 드리도록 하죠.”친구가 한 명이 늘어나면 그만큼 살길이 많아진다.한제성은 누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보운산에 와서 용혈과를 찾았다.진서준은 그의 용기를 높이 샀다.게다가 진서준은 전라도에 자신의 편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의 편이 생긴다면 조씨 일가에 손을 쓸 때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한제성은 감격한 얼굴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진서준 씨, 절 잊은 거예요?”허윤진은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씩씩거리면서 절벽 끝에 서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었다.진서준은 그제야 그녀가 아직도 절벽 끝에 서 있다는 걸 떠올렸다.“살짝 뒤로 움직여요.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요.”허윤진이 위험한 곳에 서 있자 진서준이 당부했다.“그럴 리가...”허윤진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발밑의 바위가 허물어졌고, 순간 중심을 잃은 그녀는 밑으로 추락하려고 했다.“윤진 씨!”진서준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순식간에 허윤진을 향해 다가갔다.추락하는 느낌에 허윤진은 두려움을 느꼈다.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보다도 더 큰 두려움을 말이다.그녀는 새된 소리를 질렀다.“진서준 씨, 어서 절 구해줘요!”위기일발의 순간, 진서준은 절벽 끝에 다다라서 두 손으로 허윤진을 단단히 잡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진서준에게 안긴 허윤진은 곧바로 두 팔로 그의 목을 감고 그를 꼭 안았다.“이제 괜찮으니까 손 놔요.”진서준이 나긋하게 말했다.“싫어요. 무서워요...”허윤진은 팔을 풀려고 하지 않고 그를 계속 안고 있었다.한제성 일행이 쳐다보고 있자 진서준은 뻘쭘해졌다.“그러면 계속 안고 있어요. 하지만 돌아가면 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1화

    허윤진은 자신의 귀를 믿을 수 없었다.이 맹수를 타고 산에 오를 거라니.비록 지금은 온순해 보이지만 어쩌면 잠시 뒤 그들을 죽이려고 들지도 몰랐다.혹시라도 벼랑 같은 곳에 도착해서 갑자기 돌변하여 그들을 떨어지게 한다면 어떡한단 말인가?허윤진의 망설이는 모습에 진서준은 웃었다.“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조금 전에 치료해 줄 때 체내에 어수인을 새겼거든요. 혹시라도 우리에게 살기를 품는다면, 내가 죽으라고 하면 죽게 돼요.”어수인은 장철결 중의 하나로 세상의 모든 동물을 다스릴 수 있었다.어수인이 새겨진 동물은 주인에게 굴복하고 주인을 두려워한다.눈앞의 이 사자가 이렇게 순해진 것도 어수인의 효과가 컸다.진서준의 설명을 들은 허윤진은 그제야 사자의 등에 올라탔다.2미터 높이의 사자 위에 타자 시야가 확 트였다.그러나 허윤진은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혹시라도 떨어질까 봐 두려워 올라가자마자 진서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두 사람도 올라오래요?”진서준은 권해철 등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아뇨.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면 됩니다.”권해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괜히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요. 그러면 출발하자.”진서준은 출발해도 된다는 뜻으로 사자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컹...”사자는 낮게 울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빠른 속도로 깊은 숲속을 향해 뛰었다.권해철과 이승재는 그 뒤를 바짝 쫓았다.“윤진 씨, 팔 좀 살짝 풀어주면 안 돼요? 너무 꽉 끌어안았어요.”조금 전 산으로 들어올 때, 진서준은 허윤진을 업고 있었고 발끝에 집중하느라 허윤진을 별로 신경 쓰지 못했다.그러나 지금은 사자의 등에 타서 주의력이 분산되지 않았다.그래서 등 뒤의 탄력있고 따뜻한 촉감이 더욱 뚜렷이 느껴졌다.사자가 달리고 있어 조금 흔들렸는데 허윤진도 따라서 흔들리며 진서준을 자극했다.허윤진은 얼굴이 빨개져서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진서준보다 느낌이 더욱 뚜렷했다.하지만 힘을 풀면 떨어질까 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안 돼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2화

    그러다 문득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진서준은 서둘러 허윤진의 두 손을 떼고 그녀가 멋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허윤진이 아무리 멍청해도 진서준이 왜 힘들다고 했는지 이젠 이해할 수 있었다.그 뒤로 허윤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진서준을 좋아하는 건 맞지만 진서준은 아직 허사연의 남자 친구였다.허사연이 곁에 없는 틈을 타서 진서준과 그런 짓을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허사연을 마주하겠는가?그 뒤로 두 사람은 원수가 될 수도 있었다.진서준은 안도했다.그는 제멋대로인 허사연이 혹시라도 이성적이지 않은 행위를 할까 봐 걱정됐다.사자는 그렇게 30분 정도 더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섰다.“누렁이 얘 왜 갑자기 멈춰 선 거죠?”허윤진은 사자가 멈춰 서자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누렁이요? 누렁이는 개 이름 아닌가요?”진서준은 피식 웃었다.“몸의 털이 다 누러니까 누렁이라고 부르는 건데 안 돼요?”사자는 허윤진이 자신에게 지어준 이름을 듣자 눈빛에 원망이 살짝 감돌면서 불만스러운 듯 울었다.진서준은 웃었다.“앞으로 널 누렁이라고 부를게!”주인까지 그렇게 말하자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티를 낼 수는 없었다.“앞에 사람 두 명이 있네요. 권해철 사문의 사람 같네요.”진서준은 먼 곳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말했다.“사람이 있다고요? 전 안 보이는데요?”고개를 든 허윤진은 진서준이 말한 곳을 보았으나 흰 안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곳은 화령문과 1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영기가 아주 짙었다.진서준이 이 산에서 1년 넘게 수련했더라면 실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다.그러나 진서준은 이곳에서 홀로 수련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와 동생이 집에서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게다가 내년 3월에는 신농산으로 가야 했다.“권해철 씨는 뒤에 있으니 일단 잠깐 숨어있다가 권해철 씨가 도착한 뒤에 다시 보죠.”진서준은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발각당할까 봐 사자에게 숨을 곳을 찾으라고 했다. ...진서준과 2km 정도 떨어진 곳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3화

    천경문과 차형석이 이번에 하산하게 된 것은 오씨 가문 가주 오정수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이다.인천은 한동안 흉흉했고, 오정수는 그곳의 수장으로 당연히 사건을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했다.그러나 오정수는 그저 무인일 뿐, 도술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화령문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잠깐만!”천경문이 갑자기 멈춰 서서 경계 어린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왜 그러세요, 사부님?”차형석은 의아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앞에 사람이 있어!”천경문이 차갑게 말했다.“사람이 있다고요? 오씨 일가에서 사람을 보낸 걸까요?”차형석은 궁금한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얘기했다.그가 보기에 이때 보운산에 올 사람은 오씨 가문 사람을 제외하면 없었다.그러나 천경문은 고개를 저었다.“오씨 가문 사람은 아닐 거야. 우리랑 같은 사람인 듯한데.”“뭐라고요?”차형석은 흠칫 놀랐다.“설마 도술을 수련한 사람이란 말인가요?”말하는 사이 두 사람이 안개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천경문은 처음에는 놀라더니 곧 표정에 노여움이 스쳤다.“권해철, 감히 다시 보운산으로 돌아와?”그 두 사람은 빠르게 진서준을 뒤쫓고 있던 권해철과 이승재였다.누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 권해철과 이승재가 사력을 다해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은 앞에 사람이 있는지를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럴 여유가 있었더라면 절대 이곳에서 천경문과 마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천경문을 본 권해철은 눈빛이 복잡했다.“사형,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이승재와 차형석은 서로의 사부님을 훑어보았다.특히 차형석은 사문에서 몇 년간 지냈지만 단 한 번도 권해철을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권해철이 천경문을 사형이라고 부르자 호기심이 생겼다.“닥쳐. 사부님은 이미 널 사문에서 내쫓았어. 너랑 난 이젠 더 이상 사형제가 아니야!”천경문이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에 차형석은 자신이 왜 권해철을 본 적이 없는지 바로 이해했다.하지만 이승재는 많이 놀란 듯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4화

    “지금의 너한테는 호산대진의 낙인이 없을 텐데 어떻게 화령문에 들어갈 수 있겠어?”천경문이 차갑게 코웃음 치면서 말했다호산대진을 자유롭게 드나들려면 반드시 장문이 남긴 호산대진의 낙인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없다면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진법에 공격을 당하게 된다.호산대진은 위력이 엄청났다. 진서준이 조금 전 굴복시킨 누렁이마저 멋대로 드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실력이 아주 막강한 분과 함께 왔습니다. 그분이라면 절 데리고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권해철이 말했다.“우습구나. 네가 말한 그 고수가 설마 우리 사부님보다 더 강하단 말이야?”천경문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경멸에 차서 말했다.“얼른 산에서 내려가.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사부님이 널 본다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으시려고 할 거야!”“전 가지 않을래요.”권해철이 다시 말했다.“이 자식, 내가 직접 손을 쓰길 바라는 거냐?”천경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체내에서 진기가 서서히 모여들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처럼 말이다.권해철은 감히 방심할 수 없어서 곧바로 진기를 동원했다.두 사람이 손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귀청을 찢는 듯한 울부짖음이 옆에서 들려왔다.그 소리에 천경문과 차형석의 안색이 삽시에 달라졌다.“큰일이네. 그 짐승이야!”천경문은 권해철을 향해 소리쳤다.“죽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산에서 내려가. 그렇지 않으면 틀림없이 저 짐승에게 잡아먹힐 거야!”말을 마친 뒤 천경문은 곧바로 차형석과 함께 몸을 돌려 산 위로 달렸다.떠나기 전 천경문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그들의 뒤에 2미터가량 되는 사자가 있었다.그러나 놀랍게도 사자의 등에 사람 두 명이 올라타 있는 것 같았다.“내 눈이 잘못된 걸까?”천경문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사자가 얼마나 강한지 천경문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사자를 이길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사자를 굴복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천경문과 차형석이 도망친 뒤 누렁이에 올라탄 진서준이 권해철을 바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455화

    백여 가지 진법이라니, 듣기에는 무시무시했지만 사실 진법마다 약점이 있었다.진법의 약점을 찾아낸다면, 꽃밭 속을 지나가도 몸에 꽃잎 하나 붙지 않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진서준은 그 경지에 다다랐지만 누렁이와 권해철은 불가능했다.그래서 진서준은 반드시 이 백여 가지 진법을 파괴해야 했다.“진서준 씨, 제가 먼저 들어가서 시도해 보고 진서준 씨는 밖에서 보고 계시는 게 어떻습니까?”권해철이 제의했다.권해철은 예전에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어 경험이 조금 있었다.그는 자신이 직접 시험해서 진서준이 이상한 점을 발견하기를 바랐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러면 부탁할게요.”권해철은 곧바로 자신이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도사검, 칠성의, 성운 나침반... 권해철은 자신의 보물들을 전부 꺼냈다.이번에 사문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권해철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그 보물들을 전부 몸에 지닌 뒤 권해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갔다.권해철이 호산대진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지 않는 힘이 그를 휘감았다.진법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고 1킬로미터밖에 진법 문양이 하나 나타나며 소용돌이 같은 것이 생겼다. 그것은 호산대진의 출구 같아 보였다.진법들은 마치 별과 같았다. 그중에는 사람을 죽이거나, 환상을 보여주거나, 사람을 가두거나 하는 흔한 진법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취영진도 많았다.취영진의 도움 아래 사람 목숨을 빼앗는 진법들의 위력은 더욱 무시무시했다.백여 개의 진법들은 마치 수백 개의 물길로 이루어진 강 같았다.큰 강 속에서 수백 개의 물줄기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권해철은 세 걸음 걷자마자 갑자기 멈춰 섰다. 그의 두 눈은 마치 환상에 빠진 듯 멍했다.그러나 곧 성운 나침반 중앙에서 빛이 한 줄기 나왔고, 그의 눈빛이 다시금 맑아졌다.그러나 권해철이 환상에 빠졌을 때 다른 진법들이 이미 그를 향해 공격을 발동했다.쿠구궁...진법 속에서 천둥 번개가 치고, 검들이 쏟아져 내리고, 야수가 출몰했다.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