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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우리, 이혼하려고 했어요?

Autor: 설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16 19:03:01
그는 재희가 깨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자 걸음을 잠시 멈췄다.

아침 햇빛 아래에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평범한 광경이 태윤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재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봐요? 제가 이상해요?”

태윤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냥 네가 이렇게 깨어 있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서.”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

“살아 있어서 고마워.”

재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

태윤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보온 용기를 열고 죽을 그릇에 덜어주면서 그녀가 먹기 편하도록 숟가락의 위치를 바꾸고 물컵을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

모든 동작이 익숙했다.

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봐온 사람처럼.

재희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

“강태윤 씨, 질문이 하나 있어요.”

태윤은 의자를 끌어 앉았다.

“말해. 궁금한 건 뭐든 물어봐.”

재희는 메모지를 넘겼다.

“우리가 결혼한 건 확인했어요. 그런데 제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는 아직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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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13화. 교수도 몰랐던 질문

    “그래? 어떤 숫자인데?”재희는 공책을 내밀었다.정호는 딸이 적은 숫자를 살펴보다가 손을 멈췄다.577과 408.그는 급히 계산을 확인했다.정확했다.그러나 정호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숫자가 아니었다. 숫자 아래에 적힌 두 개의 식이었다.그는 딸이 만든 규칙을 읽어 내려가다가 얼굴을 들었다.“재희야, 이거 누가 알려줬니?”재희는 고개를 저었다.“그냥 앞에 있는 숫자들을 보고 만들었어.”정호는 공책을 다시 살폈다.그는 한 교수에게 다가갔다.“교수님, 잠깐 이것 좀 봐주시겠습니까?”한 교수는 공책을 받아 들었다.처음에는 어린아이가 숫자를 대입해 우연히 다음 해를 찾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몇 줄을 읽어 내려가자 표정이 달라졌다.그는 칠판 앞으로 걸어가 재희가 적은 식을 옮겼다.(x, y) → (3x + 4y, 2x + 3y)학생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교수는 분필을 움직여 계산을 이어갔다.(3x + 4y)² − 2(2x + 3y)² = x² − 2y²그가 마지막 등식을 적었을 때 연구실이 조용해졌다.학생 한 명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교수님, 그러면 해가 하나만 있어도 계속 새로운 해를 만들 수 있는 겁니까?”한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양의 정수해에서 시작하면 다음 해도 양의 정수해가 되고, 숫자는 계속 커지니까요.”학생들은 급히 공책을 펼쳤다.재희가 발견한 규칙은 우연한 숫자 배열이 아니었다. 원래 등식의 값을 그대로 보존하는 변환이었다. 그 변환을 반복하면 새로운 해를 끝없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한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이 풀이를 누가 생각했습니까?”정호는 딸을 바라보았다.“재희가 했습니다.”교수는 잠시 말을 잃었다.“저 아이가요?”재희는 어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조금 당황했다.그녀는 공책을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물었다.“틀렸어요?”한 교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주 정확하구나.”재희는 그제야 안도한 듯 웃었다.그러나 교수의 질문은 거기서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12화. 여덟 살의 수학자

    재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림책은 오래 펼쳐두지 못했다.칠판에 적힌 식이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한석준 교수가 학생들에게 내준 문제는 정수론에 관한 것이었다.그는 칠판 한가운데 다음과 같은 식을 적어놓았다.x² − 2y² = 1문제는 이 식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와 y를 찾아내고, 그런 해가 무한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존 정리를 인용하지 않고 증명하는 것이었다.학생들은 작은 숫자를 넣어 몇 가지 해를 찾아냈다.(3, 2), (17, 12), (99, 70)그러나 그다음부터는 계산이 급격히 복잡해졌다.한 학생은 숫자를 계속 대입했고, 다른 학생은 식을 변형해 일반적인 규칙을 찾으려 했다. 몇몇은 이미 알려진 정수론의 정리를 적용하려 했지만, 한 교수는 기존 정리를 인용하지 말고 스스로 해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몇 개의 해를 찾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해에서 다음 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방법이 계속 통한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학생 한 명이 지친 얼굴로 말했다.“교수님, 숫자가 너무 빨리 커집니다. 앞의 해에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규칙을 찾기가 어렵습니다.”한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좋은 문제인 거죠. 계산을 많이 하는 것과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니까요.”재희는 그림책을 덮었다.칠판에 적힌 식을 한참 바라보던 그녀는 공책을 꺼냈다.처음에는 식의 뜻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재희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아빠, 저 위에 작은 2는 뭐야?”정호는 딸이 가리킨 부분을 확인했다.“같은 숫자를 두 번 곱하라는 뜻이야. 세 제곱은 세 번 곱하는 거고.”“그럼 저 글자들은 숫자 대신 쓰는 거야?”“그렇지. 어떤 숫자가 들어갈지 모르니까 문자로 적는 거야.”재희는 설명을 듣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그녀는 칠판에 적힌 세 쌍의 숫자를 공책에 옮겼다.3과 2, 17과 12, 99와 70.처음에는 아무 규칙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숫자들을 나란히 적어놓고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11화. 기억하지 못하는 남편

    윤재희의 질문이 떨어진 뒤에도 강태윤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아침 햇살이 병실 바닥을 길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태윤은 손에서 미끄러진 숟가락을 바로 놓은 뒤 물컵을 집어 들었지만, 정작 물은 마시지 않았다. 유리잔을 감싼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서 물 표면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재희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남자는 질문이 뜻밖이어서 놀란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언젠가 반드시 듣게 될 말을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막상 그 순간이 닥치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다.재희는 침대 옆에 놓인 메모지를 펼쳤다.“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알고 싶은 건 우리가 실제로 어떤 상태였는지예요. 사진을 보면 결혼 초기와 최근의 관계가 상당히 달라졌거든요.”태윤은 그녀가 적어놓은 항목들을 바라보았다.사진 촬영 빈도의 변화, 함께 등장하는 장소의 차이, 부모님의 반응, 그리고 자신이 보인 행동까지. 재희는 잃어버린 결혼생활을 몇 개의 단서로 나누어 검토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태윤의 가슴 한쪽이 저릿해졌다.그녀는 여전히 윤재희였다.누군가가 옳다고 말하는 것보다 왜 옳은지를 먼저 확인하고,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결론 앞에서 가장 먼저 의문을 품던 여자였다.태윤은 처음 그녀를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그날도 재희는 국내 최고의 물류 전문가들이 이미 결론을 내린 문제 앞에서 혼자 고개를 저었다. 수백억 원이 걸린 사업 계획을 검토하던 회의실에서, 스물네 살의 여자는 다른 사람들이 놓친 숫자 하나를 발견했다.하지만 태윤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보다 훨씬 놀라웠다.윤재희는 여덟 살 때부터 그런 아이였다.여덟 살의 윤재희는 자신이 수학을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에게 숫자는 그림과 비슷했다. 얼핏 제멋대로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오래 들여다보면 서로 닮은 부분이 나타났고, 복잡한 식 역시 모양을 조금 바꾸면 전혀 다른 관계가 드러났다.아버지 윤정호는 그런 딸을 재미있어했다.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10화. 우리, 이혼하려고 했어요?

    그는 재희가 깨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자 걸음을 잠시 멈췄다.아침 햇빛 아래에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평범한 광경이 태윤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졌다.재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왜 그렇게 봐요? 제가 이상해요?”태윤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아니. 그냥 네가 이렇게 깨어 있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서.”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덧붙였다.“살아 있어서 고마워.”재희는 그 말을 듣고 눈을 깜빡였다.태윤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보온 용기를 열고 죽을 그릇에 덜어주면서 그녀가 먹기 편하도록 숟가락의 위치를 바꾸고 물컵을 손이 닿는 곳에 놓았다.모든 동작이 익숙했다.오랫동안 누군가를 돌봐온 사람처럼.재희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였다.“강태윤 씨, 질문이 하나 있어요.”태윤은 의자를 끌어 앉았다.“말해. 궁금한 건 뭐든 물어봐.”재희는 메모지를 넘겼다.“우리가 결혼한 건 확인했어요. 그런데 제가 왜 당신이랑 결혼했는지는 아직 모르겠거든요.”태윤은 보온 용기의 뚜껑을 열다가 손을 멈췄다.그 질문이 얼마나 잔인한지 재희는 모를 것이다. 자신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선택이었고, 그녀와 결혼한 날 태윤은 처음으로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었다.그런데 지금 재희는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묻고 있었다.태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대답했다.“네가 나를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나도 널 좋아했고.”재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도 제가 먼저 좋아했다고 말했어요.”태윤은 희미하게 웃었다.“맞아. 네가 먼저 좋아한다고 했어.”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하지만 결혼하자고 한 건 나였어. 너랑 평생 살고 싶어서.”재희는 잠시 말을 잃었다.남자의 눈빛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태윤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지금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며,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9화. 말하지 못한 진실

    그러나 재희는 자신을 미워하지도 않았다. 미워할 기억조차 없었기 때문이다.태윤은 휴대전화를 꺼냈다.화면에는 결혼식 날 찍은 사진이 떠 있었다. 재희는 그의 팔을 붙잡고 환하게 웃고 있었고, 사진을 찍기 직전 자신에게 했던 말까지 또렷하게 떠올랐다.'강태윤 씨, 웃어요. 결혼식 사진인데 장례식 사진처럼 나오면 어떡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그의 입꼬리를 밀어 올렸다. 태윤은 그 장난스러운 행동에 결국 웃음을 터뜨렸고, 재희는 그제야 만족한 듯 카메라를 바라보았다.태윤은 사진 속 아내의 얼굴을 손끝으로 쓸었다.차가운 유리 화면이었다.예전에는 손을 뻗으면 언제나 닿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잠결에 자신의 팔을 베고 누워 있거나, 책을 읽다가 아무렇지 않게 어깨에 기대던 여자였다.그런데 이제는 병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다.태윤은 고개를 숙였다.“재희야, 나 어떻게 해야 하냐.”아무도 없는 복도에 낮은 목소리가 흩어졌다.그때 휴대전화 화면에 회사에서 보낸 긴급 결재 요청이 떠올랐다. 태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보고서를 열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고, 담당 임원에게 정확한 지시를 남겼다.수십 명의 직원이 기다리는 결정이었다. 그는 감정을 끼워 넣지 않고 필요한 일을 처리했다.하지만 결재를 마친 뒤 다시 병실 문을 바라보자 조금 전까지 유지하던 침착함이 무너졌다.회사에서는 복잡한 문제도 판단할 수 있었다. 손실을 계산하고 협상 조건을 조정하며, 누군가의 실수를 수습하는 일도 할 수 있었다.그런데 아내의 기억만큼은 어떤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었다.태윤은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댔다.기억을 되찾지 못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하려 했다. 자신을 다시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녀가 다시 한번 자신의 곁을 선택해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싶었다.그러나 곧 그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깨달았다.재희는 누군가의 뜻대로 움직이는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이유도 바로 그것

  • 천재아내는 남편을 기억하지 못한다   8화. 닿을 수 없는 거리

    태윤은 서류를 덮었다.“다툰 적은 있어.”“부부니까 다툴 수 있죠. 제가 묻는 건 그 정도가 아닌데요.”그가 고개를 들었다.재희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우리가 서로를 좋아하는 상태였는지, 아니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 상태였는지 궁금해요.”태윤의 얼굴에서 마지막 남아 있던 표정이 사라졌다.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 질문이 너무 정확했기 때문이다.재희는 기억을 잃었는데도 두 사람 사이에 존재했던 균열을 찾아내고 있었다. 태윤은 손을 움켜쥔 채 자신이 지키려 했던 것들과 재희에게 말하지 않았던 결정들을 떠올렸다.그녀를 위험에서 떼어놓기 위해 대신 선택했던 일들.그때마다 자신은 옳다고 믿었다. 아내를 사랑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지만, 정작 재희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태윤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그런데 이제 재희는 그 모든 일을 기억하지 못했다.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만 골라 들려줄 수도 있었다. 우리는 행복했고 서로 사랑했으며,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녀는 당장 반박할 기억조차 없었다.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적어도 재희에게만큼은.태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은 쉬어. 아직 회복 중이잖아.”“대답을 피하는 건가요?”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인정했다.“피하는 거 맞아. 지금 말하면 내가 나한테 유리한 이야기부터 할 것 같아서.”재희가 눈썹을 올렸다.태윤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네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 조금만 시간을 줘.”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말을 이어가면 결국 자신을 변명하게 될 것 같았다.태윤은 침대 옆에 놓인 물컵을 확인하고, 간호사 호출 버튼이 손에 닿는 위치에 있는지 살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가져가려다 재희가 아직 사진을 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그대로 내려놓았다.“필요하면 더 봐도 돼.”그가 문 쪽으로 걸어가자 재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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