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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생존의 거래 1

Penulis: 고독한포켓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6 00:34:03

후우욱!

억눌렸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듯, 풍진의 몸에서 날카로운 돌풍이 일어났다. 팽대협의 손이 옆으로 세차게 튕겨 나갔다.

"억!"

팽대협은 저도 모르게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서너 걸음이나 물러났다.

강한 힘은 아니었다. 이제 막 심법을 익힌 소년의 내공이 자신을 밀어낼 정도일 리도 없었다.

하지만 손목을 후려치고 지나간 것은 단순히 몸부림치며 밀어낸 힘이 아니었다.

순수하고 날카로운 바람의 기운.

살갗을 베는 칼날과도 같았다.

'이, 이건... 평범한 내공이 아니야!'

팽대협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는 강호의 정보상답게 온갖 기공과 신공에 관한 소문을 귀동냥으로 들어 왔다. 유명 문파의 심법이 어떤 성질을 지니는지, 어느 가문의 절기가 불과 얼음을 다루는지 정도는 줄줄이 읊을 수 있었다.

보통의 내공은 묵직하거나 뜨겁고, 혹은 차가운 성질을 띠었다. 그러나 방금 느낀 기운은 그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바람을 흉내 낸 기운이 아니었다. 마치 자연의 바람 그 자체가 풍진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듯했다.

'무슨 신공인지는 몰라도 보통 물건은 아니다. 저 비급에 이 힘의 비밀이 담겨 있겠지.'

놀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팽대협의 눈에 다시 탐욕이 차올랐다.

아직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어린아이가 자신을 밀쳐 냈다. 경지가 높은 고수가 이 신공을 완성한다면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팽대협은 풍진을 다시 붙잡으려고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찾았다! 저기 있다! 놈을 잡아라!"

저잣거리 입구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터졌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 대여섯 명이 사람들을 밀쳐 내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소매에는 검붉은 핏방울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흑풍단.

팽대협의 얼굴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젠장, 소문이 사실이었군! 정말로 풍월장을 짓밟은 자들이 혈교 놈들이었어!'

그의 머릿속에서 손익이 빠르게 맞춰졌다.

소년이 품은 신공은 분명 천하의 보물이었다. 그러나 그 비급을 빼앗으려다 혈교와 척을 지는 것은 황금알 하나를 얻겠다고 끓는 가마솥에 뛰어드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계산해도 목숨을 걸 만큼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빌어먹을! 오늘은 장사 접었다!"

팽대협은 풍진을 향해 뻗었던 손을 거뒀다.

그렇다고 소년을 혈교에게 넘겨줄 생각도 없었다. 눈앞의 보물을 지금 차지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나중에 다시 손을 뻗을 기회는 남겨 둬야 했다.

그는 옆에 있던 탁자를 냅다 걷어찼다.

와장창!

"으악!"

국물과 그릇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놀란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며 한꺼번에 일어났고, 좁은 길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팽대협은 그 혼란을 틈타 풍진의 등을 세게 밀었다.

"꼬마야, 저쪽 골목으로 죽어라 뛰어!"

풍진이 비틀거리며 앞으로 밀려났다.

팽대협은 곧장 반대편으로 몸을 날렸다. 연기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달아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 감췄다.

풍진은 상황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살기가 생존 본능을 일깨웠다.

그는 팽대협이 가리킨 좁은 골목으로 몸을 던졌다.

"놓치지 마라! 비급을 가진 놈이다!"

살수들의 고함이 등 뒤에서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

풍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닥치는 대로 꺾어 들어갔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아 터질 듯 뛰었다. 3일 동안 굶다가 급하게 삼킨 음식은 제대로 기운이 되기도 전에 속에서 뒤엉켰다. 배가 찢어질 듯 아팠고 다리는 금방이라도 꺾일 것처럼 후들거렸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는 순간 죽음이 목덜미를 물어뜯을 터였다.

차가운 호의와 노골적인 탐욕. 그리고 숨통을 조이는 죽음의 추격.

남양성에 들어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겪은 일들이었다.

풍진은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뒷골목으로 파고들었다. 썩은 물이 고인 바닥에서 악취가 올라왔고, 낮인데도 햇빛 한 줄기 들지 않을 만큼 골목은 어두웠다.

그는 무너진 담장과 쓰레기 더미 사이에 몸을 밀어 넣고 죽은 듯 숨을 죽였다.

"이쪽을 찾아라!"

살수들의 발소리가 골목 입구를 지나갔다.

풍진은 입을 틀어막은 채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심장 소리가 바깥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발소리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질 때마다 온몸이 굳었다.

그렇게 얼마나 웅크리고 있었을까.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골목에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에야 고함과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추격자들은 풍진이 이미 성 밖으로 빠져나갔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긴장이 풀리자 억눌렸던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급하게 먹은 음식은 도주하는 동안 대부분 게워 낼 뻔했고, 몇 시간이나 몸을 웅크린 탓에 팔다리도 딱딱하게 굳었다. 지친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으며, 밤공기가 스며들자 입술까지 파랗게 질려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계속 숨어 있다가는 혈교의 손에 죽기 전에 추위와 탈진으로 쓰러질 터였다.

남양성을 벗어나야 했다. 사람들이 드문 곳으로, 혈교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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