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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생존의 거래 2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6 00:37:30

하지만 지금 몸으로 성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해가 뜰 때까지 버티려면 몸을 녹이고 기운을 되찾을 곳부터 찾아야 했다.

풍진은 쥐처럼 조심스럽게 쓰레기 더미에서 기어 나왔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주변을 살핀 뒤 인적이 끊긴 뒷골목을 따라 비틀거리며 걸었다.

허기는 다시 고개를 들고 있었다. 3일 동안 비어 있던 배를 몇 입의 만두와 국수로 채울 수는 없었다.

한 음식점의 뒷문을 지나던 중 음식물 찌꺼기 냄새가 풍겨 왔다. 풍진은 저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뒤집힌 나무통 아래로 썩은 채소와 뼈다귀가 흘러나와 있었다. 쥐 한 마리가 그 속을 뒤지다가 풍진과 눈이 마주치자 찍찍거리며 달아났다.

손을 뻗으면 뼈에 붙은 고기 몇 점은 떼어 먹을 수 있을 듯했다.

풍진은 한참 동안 나무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상해서 악취가 나는 음식이기도 했지만, 풍월장의 도련님으로 살아온 마지막 자존심이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게 했다.

'조금만 더 버티자.'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고 걷던 그의 눈에 성벽 근처의 허물어져 가는 사당 하나가 들어왔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되었는지 문짝은 반쯤 부서져 있었고, 마당에는 무릎 높이까지 잡초가 자라 있었다. 처마 끝에서는 깨진 풍경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쉰 소리를 냈다.

끼이익.

풍진은 망가진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퀴퀴한 곰팡내와 먼지가 코를 찔렀지만 바깥의 칼날 같은 밤바람보다는 나았다. 먼지 쌓인 불상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당 안쪽의 어둠에서 미세한 기척이 느껴졌다.

"...!"

풍진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혈교의 추격자들이 이곳까지 온 건가?'

숨을 멈춘 채 자신의 기척을 죽였다. 품속의 비급을 감싸 쥐고 언제든 달아날 수 있도록 발끝에 힘을 모았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였다.

사각, 사각.

그리고 이내 너무도 익숙한 냄새가 코끝으로 흘러들었다.

기름지고 고소한 닭고기 냄새였다.

타닥.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사내의 얼굴을 드러냈다.

표주박 술병을 옆에 내려놓은 채 모닥불에 구운 닭다리를 맛있게 뜯고 있는 자.

팽대협이었다.

풍진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공포와 분노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그는 몸을 돌려 사당 밖으로 달아나려 했다.

"쉿."

그러나 팽대협의 목소리가 움직임을 먼저 막았다.

"그대로 뛰쳐나가면 아직 성문 근처를 뒤지고 있는 혈교 놈들에게 '나 여기 있소' 하고 떠드는 꼴밖에 더 되겠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풍진의 발이 굳었다.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혈교라는 말이 발목을 붙잡았다.

팽대협은 뼈만 남은 닭다리를 불 속에 던지고 손을 털며 일어섰다.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자네라면 분명 이 근방에 숨을 만한 곳부터 찾을 거라고 생각했지."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풍진은 이를 악물었다. 태허풍운공을 운용해 보려 했지만, 지친 몸에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조금 전 음식점에서 일어났던 바람도 다시는 느껴지지 않았다.

"...저를 어떻게 찾았습니까?"

"꼬마 친구, 이 남양성 바닥에서 팽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날아가는 파리 한 마리도 없어."

팽대협은 풍진 옆에 쪼그려 앉으며 뻔뻔하게 말했다.

"혈교 놈들이 저잣거리에 잔뜩 몰렸다가 허탕을 치고 흩어지는 것을 봤지. 놈들은 자네가 성 밖으로 달아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달랐거든."

그가 손가락으로 낡은 사당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3일을 굶은 쥐가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들판이 아니라 쥐구멍이지. 성문에서 멀지 않고 사람의 발길도 끊긴 이 사당만큼 좋은 쥐구멍이 또 있겠나?"

팽대협은 곁에 놓아 둔 기름종이 꾸러미를 펼쳤다. 아직 온기가 남은 닭다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 이것부터 먹게. 이야기를 나누려면 기운은 차려야지."

풍진은 경계 어린 눈으로 닭다리와 팽대협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위장은 당장 그것을 삼키라며 요동쳤지만, 머릿속에서는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될 미끼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입니까?"

"꿍꿍이라. 하하, 사람이 너무 솔직해도 탈이라니까."

팽대협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내 표정을 가라앉혔다.

"꼬마 친구, 냉정하게 생각해 보게. 자네 혼자서 흉악한 혈교 놈들을 따돌리고 살아남을 수 있겠나? 어림도 없지. 오늘 밤을 넘기더라도 내일 아침이면 길가에서 객사(客死)할 걸세."

잔인한 말이었지만 틀린 곳은 하나도 없었다.

풍진은 반박하지 못했다. 사당까지 오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정신을 잃을 뻔했다. 팽대협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과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내가 곁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놈들의 눈을 피할 길을 알고, 자네가 굶어 죽지 않게 해 줄 수도 있네. 말하자면 동행을 제안하는 걸세."

풍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당신을 어떻게 믿습니까? 당신은 제 비급을 빼앗으려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탐이 나지."

팽대협은 한 치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오히려 풍진이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난 혈교 놈들처럼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미친 자들은 아니야. 나는 거래로 먹고사는 사람이지. 자네에게 거래를 제안하겠네."

"무슨 거래입니까?"

"자네는 비급의 가장 기초적인 운기법 일부만 알려 준다. 대신 나는 내 정보와 길을 이용해 자네를 남양성 밖으로 빼내고, 안전한 곳에 도착할 때까지 목숨을 지켜 주지."

팽대협은 닭다리를 조금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비급을 내놓으라는 것도, 핵심 구결을 보여 달라는 것도 아닐세. 첫머리에 적힌 기초 운기법이면 충분해. 이 정도면 자네에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텐데?"

그 말이 진심인지 또 다른 거짓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처음 제안보다 조건이 분명해지자 풍진도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받을지 헤아릴 수 있었다.

허물어진 사당 안에는 타닥거리는 모닥불 소리만 남았다.

풍진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속셈을 드러낸 사내의 손을 잡고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홀로 남아 혈교의 추격과 굶주림을 견딜 것인가.

그는 팽대협이 내민 닭다리를 바라보았다. 지글지글 기름이 끓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가 굶주린 위장을 자극했다.

당장 손을 뻗어 낚아채고 싶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독이 묻은 미끼일 수도 있었고, 한번 물면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일 수도 있었다.

"...제가 제안을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풍진이 차갑게 물었다.

그 눈빛에는 더 이상 풍월장 안에서만 살아온 소년의 순진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은 공허함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뒤섞여 있었다.

팽대협은 닭다리를 내민 채 풍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모닥불이 타닥 소리를 내며 두 사람 사이의 어둠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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