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추격의 시간이었고, 낮은 도주의 시간이었다.어둠 속에서는 짐승의 울음소리가, 밝은 해 아래에서는 자신을 쫓는 혈교의 환영이 풍진의 숨통을 조였다.며칠을 굶었는지, 얼마나 먼 길을 달렸는지 감각조차 무뎌졌다. 차가운 계곡물을 마시고 질긴 풀뿌리를 씹으며 연명한 지 어느덧 사흘째였다.팔다리는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정신은 아지랑이처럼 흐릿했다. 나무 그늘에서 잠깐 눈을 붙일 때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때마다 풍진은 비명을 삼키며 깨어났고, 혹시나 추격대가 가까이 왔을까 두려워 다시 걸음을 옮겼다.마침내 눈앞에 거대한 성벽이 나타났을 때, 풍진은 그것이 헛것이 아닌지 몇 번이나 눈을 비벼야 했다.남양(南陽).아버지의 서책에서 본 적 있는 지명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온갖 물산이 모여드는 활기찬 도시.그러나 지금의 풍진에게 남양은 미지의 땅이자 낯선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소굴과 같았다.성문 앞에 이르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검문하는 병사의 날카로운 눈초리와 마주칠까 두려웠고, 사람들 틈에 섞였다가 남루한 행색 때문에 의심을 살까 겁이 났다.그는 담장 그늘에 몸을 붙인 채 한동안 성문을 지켜보았다. 짐을 가득 실은 수레가 삐걱거리며 지나갔고, 등짐을 멘 상인과 먼 길을 온 여행객들이 두 줄로 늘어섰다. 병사들은 수레의 짐칸을 들춰 보거나 허리에 찬 병장기를 확인했지만, 어린아이에게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이대로 돌아서면 기다리는 것은 굶주림과 죽음뿐이었다.풍진은 너덜너덜해진 옷깃을 여며 얼굴을 가렸다. 다른 이들의 어깨 뒤에 작은 몸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다행히 병사들은 지친 기색으로 행인들을 건성으로 살필 뿐, 거지나 다름없는 몰골의 소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성문을 통과하는 순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자, 싱싱한 물고기요! 오늘 아침에 막 건져 올렸소!""비단 사려, 비단! 하늘의 선녀도 울고 갈 항주(杭州) 비단이오!""거기 도련님, 최상급 필묵
최신 업데이트 : 2026-10-15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