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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의 도시 생활
초고수의 도시 생활
Author: 빠우

제1장

Author: 빠우
대한민국, 북쪽의 한 깊은 숲 속.

“스승님, 저 왔어요. 오늘 저녁은 토끼 고기예요.”

깊은 숲속에는 통나무집이 몇 채 있다.

열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통통한 야생 토끼를 손에 쥔 채 울퉁불퉁한 돌무더기 위를 뛰어넘더니 통나무집 앞에 서는 것이 보였다.

소년의 이름은 여진수, 어렸을 때부터 스승님과 함께 이곳에서 지냈다.

그는 스승님을 따라 이곳에서 무예를 수련하고 약초를 채집하며 의술을 배우고 글을 익혔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여진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돌변하더니 들고 있던 토끼 고기를 내팽개쳤다.

포단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노인은 고개를 푹 떨구고 있었다. 그에게서 아무런 숨결도 느껴지지 않는다.

“스승님, 스승님, 어떻게 된 거예요!”

깜짝 놀란 여진수는 우선 그의 경맥을 짚어봤지만 이미 아무런 맥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여진수는 얼른 은침을 꺼내 침을 놓기 시작했다.

소용이 없었다!

이내 여진수는 자신의 두터운 진기를 넘겨주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거대한 슬픔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스승님과 함께 의지하며 지낸 터라, 별안간 이런 악재를 마주하게 되니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때, 옆에 놓인 쪽지를 발견한 여진수는 집어 들어 살펴봤다.

[여진수야, 며칠 전부터 내 끝이 다가오고 있음이 느껴지는구나. 이 몸이 죽거든,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첫째, 내 예전에 형원 그룹의 회장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당시 나에게 5%의 지분을 주었었다. 작년에 이미 네 명의로 돌려놓았으니 하산하거든 그를 찾아가거라.

둘째, 내 그동안 ‘약왕주(藥王珠)’가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냈다.

서울의 한 부상의 딸이 가지고 있는데, 이름은 윤설아, 현재 서울에서 대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다고 하더구나. 네 입학 절차는 내가 대신 마쳤으니 8일 전으로 학교에 도착하면 돼. 반드시 약왕주를 가져오거라. 약왕주가 있어야만 넌 그 관문을 넘어 약왕(藥王)이 될 수 있어.

셋째, 내가 죽거든 장례는 치르지 말고 이곳은 전부 불태우면 된다.]

“스승님, 스승님의 당부를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여진수는 스승을 향해 세 번 크게 절을 한 뒤 등을 돌려 떠났다.

불을 지르자, 통나무 집 몇 채가 전부 불에 타버렸다.

커다란 불길 속, ‘죽은’ 스승님이 별안간 두 눈을 번쩍 떴다.

손으로 얼굴을 잡아당기자 사람 가죽 가면이 찢기며 세상에 보기 드물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얼굴이 드러났다.

피부마저 매끈하게 빛이 났다!

그녀의 별처럼 반짝이는 두 눈동자는 보고만 있어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무형의 힘이 있어, 커다란 불길은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여진수가 떠난 쪽을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에 아쉬움이 드러났다.

“세상에 나아가기엔 아직 어려. 어서 성장했으면 좋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그 고난이 다가왔을 때, 그 누구도 벗어나지 못할 테니…”

한 시간 뒤, 여진수는 하산했다.

그는 하얗게 바랠 정도로 씻은 청바지와 티셔츠에 캔버스화를 신고 있었다.

등에 메고 있는 천 가방에는 건량과 의약품이 들어 있었다.

“으흠?”

앞쪽에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차가 세워져 있었다.

덩치가 우람한 두 사내가 짧은 막대기를 든 채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몸길이가 2m는 되는 듯한 야수가 있었다.

그 야수는 당나귀의 머리에 늑대의 몸을 하고 있었고 눈빛은 사납기 그지없었다.

두 사내도 싸움에는 능했지만 지금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 야수가 뿜어내는 사나운 기운만으로도 그들은 잔뜩 겁을 집어먹고 말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바로 등 뒤에는 사장이 있었다.

“젠장, 재수도 없지. 하필 이런 때에 연료 탱크가 고장이 나!”

“사장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다간 우린 다 끝이야!”

차 안의 남자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졌다간 얼마나 큰 파란이 일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 버티셔야 해요!”

차 안, 한여름은 조급한 얼굴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오늘 쉬는 날이라, 할아버지와 함께 나와서 힐링이라도 좀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의 병이 발작할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연료 탱크에서 또 기름이 샌 데다 앞에서는 야수 한 마리가 호시탐탐 자신들을 노리고 있으니 한여름은 더없는 절망감에 빠져들었다.

크르릉!

차량 밖, 거대한 야수의 포효에 한여름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내,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건장한 사내 둘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다.

괴수의 음산한 이빨에서 섬뜩한 빛이 번뜩였다.

“어떡해, 어떡하면 좋아.”

한여름은 조급함에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그렇게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별안간 차창 밖으로 검은 인영이 빠르게 스치는 것이 보였다.

이내, 야수의 처참한 비명이 들려와 한여름은 얼른 고개를 돌려 앞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목도했다.

그 흉악하고 체구가 호랑이와 엇비슷한 야수가 한 소년에게 맞아 날아가 버린 것이다!

여진수는 주먹을 휘두르며 코웃음을 쳤다.

“당나귀 머리 늑대라니, 드문 일이네.”

크르릉!

당나귀 머리 늑대의 입가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당나귀 머리 늑대는 몸을 낮춘 채 살기 어른 눈빛을 번뜩이며 끊임없이 위치를 바꾸었다.

당나귀 머리 늑대는 눈앞의 남자가 너무 두려웠다!

여진수가 오른발을 들어 바닥을 세게 찧자 돌 몇 개가 튀어 올랐다. 곧장 그것을 한 손에 잡은 여진수는 암기 삼아 그것을 던졌다.

쉭, 쉭, 쉭…

돌멩이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당나귀 머리 늑대는 체형이 너무 거대해 도무지 피할 수가 없었다.

돌멩이 하나하나에 실린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커, 그것에 맞은 당나귀 머리 늑대는 고통에 연신 비명을 지르다 끝내 등을 돌려 도망갔다.

여진수는 그 건장한 사내 둘을 쳐다봤다.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주변을 둘러본 그는 길가에서 망초를 따와 잘게 으깬 뒤 두 사람의 상처 부위에 펴 발랐다.

야생 데이지를 닮은 망초는, 지혈과 통증 억제에 아주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약초였다.

“고맙습니다!”

“당신은 의사입니까?”

여진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의술을 조금 할 줄 알아요.”

두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얼른 저희 회장님 좀 구해주세요!”

“지금 차 안에 계십니다.”

그 말을 들은 여진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로 다가가 차 문을 열었다.

야만인같은 여진수를 본 한여름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뭐 하려는 거야?”

“제가 이 사람 구해줄게요.”

한여름은 곧바로 거절했다.

“안돼. 야만인같아 보이는데 무슨 능력으로 우리 할아버지를 구하겠다는 거야? 할아버지에게 손대지 마!”

방금 전 여진수가 구해준 것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은 벌써 몇 년이나 앓고 있었고, 국내 수많은 명의들도 두손 두발을 다 들었었다.

그런데 저런 야만인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

여진수가 그녀에게 설명했다.

“전에 자주 스승님을 따라 의술을 행하러 다녔었어요. 실력은 괜찮은 편이에요. 아직 제 손에 치료받다 죽은 사람은 없거든요.”

한여름이 물었다.

“의료자격증 있어?”

여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그 말에 한여름은 버럭 화를 냈다.

“없다고? 아무것도 없는 돌팔이 주제에 감히 할아버지를 치료하겠다고? 얼른 꺼져!”

여진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성격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숲속에서 그는 패왕 노릇을 하고 다녔다.

만약 스승님이 그에게 여자는 때리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면 진작에 뺨을 때리고도 남았다.

치미는 분노를 누르며 여진수는 차갑게 대꾸했다.

“맘대로 해, 그럼 자기 할아버지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든지.”

말을 마친 여진수는 그대로 등을 돌려 떠나려 했다.

“부디… 도와주게나…”

노인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한여름은 깜짝 놀라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저 사람은 야만인이에요. 할아버지를 구할 능력이 있을 리가요. 치료받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괜찮다…. 난 저 청년의 의술을 믿어… 부탁하네.”

여진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께서는 늘 사람 목숨 한 번 구해주는 게 죽은 사람을 위해 탑을 짓는 것보다 훨 높은 공덕을 쌓는 일이라고 했다.

여진수는 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한여름이 달려들어 이리저리 마구 할퀴어 댔다.

“야만인 주제에, 얼른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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