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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Author: 빠우

오늘의 조씨 가문 전원은 여느 때보다도 시끌벅적했다.

서울의 각 업계의 권력자가 전부 모였고 밖에는 고급 외제 차가 가득 세워져 있었다.

오늘은 조씨 가문 조장훈의 팔순 잔치 날이었다.

조장훈도 나름 전설의 인물로 3급 무사이며 휘하에 다양한 산업을 거느리고 있었다.

형원 그룹 외에, 열 개가 넘는 유흥 업소를 운영하고 있어 인맥이 몹시 넓었다.

서울에서 조씨 가문은 최상위권 재벌이었다.

“대흥 부동산에서 백옥 비취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믿음 골동상이 불주 하나를 선물했습니다.”

“진가 전당포에서 옥 여의 한 쌍을 선물했습니다.”

문 앞에서 지사가 끊임없이 각 가문에서 보내온 선물을 외쳤다.

부리는 것 중 아무거나 하나 골라도 천 단위는 물론 억 단위도 올라갔다.

여진수가 도착했다.

손에는 검은색 비닐봉지를 든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나타나자 곧바로 모두의 이목이 쏠렸다.

오늘같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는 모두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타나기 마련인데 오직 그만이 운동복 차림이라 확실히 이질적이었다.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무시한 채 여진수는 곧장 대문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내 가로막혔다.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경호원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십니까?”

“조장훈을 축하하러 왔다. 비켜.”

여진수가 기를 전부 내보이자, 경호원은 순간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여진수는 이미 그의 곁을 지나치고 있었다.

집사의 앞으로 간 그는 들고 있던 봉투를 무심하게 넘겼다.

“손님께서 축의금을 선물했습니다.”

돈봉투인 줄 알고 얼결에 외치던 집사의 손에서 봉투가 열리더니, 동전 모양으로 오린 종잇다발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뭐? 시비 거는 거야?”

그 시각 여진수는 이미 안채로 들어섰다.

가장 안쪽에는 서울 각 업계의 헤드 급 인물들이 앉아있었다.

조장훈은 여든이었지만 겉보기에는 몹시 정정해 보였다.

두 눈에 언뜻 비치는 안광은 그를 조금도 얕잡아 보지 못하게 했다.

시끌벅적하던 분위기는 바깥에서 누군가가 지전을 선물했다는 말이 들리자 곧바로 얼어붙었다.

조장훈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던 조준만은 아예 테이블을 내리치며 버럭 화를 냈다.

“누가 감히 오늘 같은 날에 이런 재수 없는 것을 선물해!”

“나다!”

안으로 들어간 여진수는 형형한 눈빛으로 조준만을 쳐다봤다.

“감히 겁도 없이, 나를 속여?”

“네 자식이었구나!”

조준만은 코웃음을 쳤다.

“여긴 네가 올 만한 곳이 아니야. 지금 당장 아버지께 머리를 조아리며 9번 절을 올린 뒤 썩 꺼져!”

여진수는 뒷짐을 쥔 채 섰다.

“네가 뭔데? 조건은 딱 두 가지다. 첫째는 400억을 당장 내게 입금하는 것, 둘째는 너희 조씨 가문 위아래 모두가 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것이야.”

여진수는 이 정도 벌은 약과라고 생각했다.

만약 스승님이 유언에 일을 처리할 땐 절대로 무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시간 낭비 따윈 하지 않고 곧바로 조씨 가문을 없앨 수도 있었다.

“하하하하!”

그의 말이 끝나자 아내에 있던 빈객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대체 어디서 온 자식이야, 웃겨 죽겠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까?”

“어디서 굴러 온지도 모를 녀석이 조씨 가문 사람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과를 하라고 한다고?”

“죽으려고 작정했군.”

조성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망할 자식, 감히 이 조씨 집안에게 사기를 치려는 건 네가 처음이구나. 죽고 싶은 모양이군!”

여진수는 웃음이 났다.

“사기? 정말로 뻔뻔하군. 옛날에 내 스승님께서 조준만을 구해주었을 때, 보답으로 너희는 5%의 지분을 내어주었지. 그리고 어제, 난 그 지분을 너희에게 팔았지만, 너희는 그 자금을 가로채 갔지. 정말 부끄러움도 모르는 자식 같으니!”

여진수도 속으로 반성했다. 이건 그의 사회적 경험이 부족했기에 벌어진 일이기도 했다.

“허튼소리!”

조성준은 대노했다.

“우리 조씨 일가는 청렴결백하게 살아왔는데, 감히 모함을 하다니. 여기, 이 자식을 끌어내!”

“잠깐.”

조장훈은 여진수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꼬맹아, 오늘은 내 잔칫날이라 안 좋게 일을 키우고 싶진 않구나. 이러는 건 어떠냐? 2천만 원을 줄 테니 받고 떠나거라.”

조성준은 곧바로 그 말에 따라 품에서 수표를 꺼내 2천만을 슥슥 적은 뒤 여진수의 앞으로 다가갔다.

“너 같은 사람 많이 봤어. 다 돈이 필요해서 그러는 거잖아, 받아. 2천만 원이면 한참은 쓸 수 있을 거야.”

손안의 수표를 여진수의 앞까지 들어 올린 그는 이내 손을 놓아 바닥에 떨어트렸다.

조성준은 한껏 비아냥대며 말했다.

“수표 주워서 얼른 썩 꺼져, 야만인아.”

안채에 폭소가 터져 나왔고, 각 업계의 거물들도 비아냥대는 얼굴로 구경난 듯 여진수를 쳐다봤다.

여진수는 바닥에 떨어진 수표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말했다.

“길은 네가 직접 선택한 거다. 이 자리에서 선포하도록 하지. 앞으로 조씨 가문은 없다.”

그 말이 나오자 또다시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하나같이 바보를 보는 듯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조씨 가문을 없앤다니?

조씨 가문은 현재 전성기에 달하고 있는 세력이 방대한 가문이었다.

고작 꼬맹이 혼자서 조씨 가문을 없앤다는 건, 하늘의 달을 따오겠다는 말만큼이나 우스운 말이었다.

조장훈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꼬맹아, 우리 조씨 가문은 선을 베푸는 가문으로 돈도 주었는데 뭘 원하는 거냐? 사람이 너무 욕심이 많아서는 안 돼. 쉽게 다쳐.”

말속에는 협박이 가득했다.

여진수는 쓸데없는 논쟁은 하고 싶지 않아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오늘은 나와 조씨 가문의 개인적인 원한이니 다치기 싫으면 지금 떠나는 게 좋을 겁니다.”

“어딜 감히!”

얼굴에 뒤룩뒤룩 살이 붙은 중년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여진수를 향해 호통을 쳤다.

“너 이 자식,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감히 우리를 협박하다니!”

글래머한 몸매의 미시도 비웃음을 띈 채 말했다.

“조씨 가문 어르신은 인자하셔서 너를 다치게 하기 싫으신 것 같으니, 이런 사소한 일은 내가 나서도록 하지.”

권력자들은 모두 자신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조씨 가문이 자신에게 인정을 빚지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그 누구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내, 그들의 경호원을 불렀고, 족히 백이 넘는 사람이 모였다.

하나같이 근육이 빵빵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조성준이 그때 가식적인 말투로 말했다.

“비록 네가 우리 집안에 사기를 치려했지만, 우리 집안 사람들은 다 마음씨가 착하니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얼른 돈을 가지고 떠나거라. 그러면 이 일은 이대로 마무리하마.”

짝!

여진수는 그대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

“거 참 말 많네, 멍청이가.”

그가 살짝 힘을 주자 조성준의 몸이 그대로 허공에서 360도 회전을 하더니 쿵 하고 세게 바닥에 떨어졌다.

한쪽 얼굴이 커다랗게 부어올랐고 눈을 뒤집더니 그대로 기절했다.

이 한방에 여진수는 남몰래 힘을 더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며칠이 지나 발현되기만 하면 7급 이상의 무사가 나서지 않는 한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 공격에 안채는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조준만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이 개자식이, 감히 내 아들을 때려? 다들 뭘 멍하니 있어. 당장 저 자식을 죽여!’

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기절한 조성준에게로 달려갔다.

명령을 받은 여러 경호원들은 들고 있던 쇠 파이프를 여진수의 머리를 향해 거세게 휘둘렀다.

여진수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보아하니 오늘은 크게 피를 봐야 할 것 같았다.

거대한 진기가 체내에서 연신 요동쳤다. 폭발한다면 모두가 놀랄 게 분명했다.

“그만!”

바로 그때, 밖에서 커다란 고함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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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수의 도시 생활   제258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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