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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Author: 빠우

긴장감으로 팽팽할 때, 한형걸이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순간, 현장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형걸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경호원들은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한 노선생님!”

조장훈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얼른 가까이 다가갔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더욱이 조준만은 미친 듯이 기뻐하며 말했다.

“한 노선생님, 저희 아버지의 팔순 잔치에 참석하러 오신 겁니까?”

자리에 있던 빈객들은 그 말에 부러움과 질투 어린 눈빛으로 조장훈을 쳐다봤다.

한형걸이 무려 직접 여든 잔치에 참석하러 오다니, 얼마나 체면이 사는 일인가!

만약 조씨 가문을 한 마리의 뱀에 비유한다면 한형걸은 가히 거대한 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씨 가문을 찍어 누르는 것쯤은 손가락 까딱하는 정도의 일이었다.

조장훈이 내민 양손에 한형걸은 마주 잡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꾸짖었다.

“자네가 뭐라고, 나와 악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소를 띄고 있던 조장훈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여러 빈객들도 수군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한형걸은 안색이 어두워진 조장훈은 무시한 채 여진수의 앞으로 다가와 깊게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은공을 뵙겠습니다.”

쿵!

고요한 수면에 커다란 돌덩이가 던져진 듯, 한차례의 파동이 일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들이 여진수를 향했다.

도대체 어떤 녀석이기에 한 노선생이 허리를 숙이게 한단 말인가?

여진수는 조금 의아해하며 물었다.

“여긴 어쩐 일입니까?”

한형걸이 웃으며 말했다.

“은공께서 이곳에 온다기에,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그런데…”

등을 돌린 그는 조장훈을 보며 사정없이 꾸짖었다.

“자네 가문은 참 겁이 없군. 이 한형걸의 은인도 모욕하다니!”

조씨 가문 일가는 크게 놀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싸구려 차림의 소년이 무려 거물 같은 한형걸과 관계가 있을 줄이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에 질투를 금치 못했다.

그들은 여진수가 분명 어쩌다 운 좋게 한형걸을 구해줬고, 한형걸이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장훈의 안색이 쉴 새 없이 바뀌었다.

그래도 능구렁이답게 이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한 노선생님의 은인이셨군요. 그럼 다 같은 식구지요. 한 집안사람끼리 서로 못 알아봤군요. 이 자리에서 제가 동생에게 사과를 하지요.”

“늦었다.”

여진수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멸문당할 준비나 하지 그래.”

말을 마친 그는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오늘 밤 12시, 홀로 찾아올 테니,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기다려.”

오늘은 이미 8일이라 우선은 서울 대학에 가서 보고부터 하고 조씨 가문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홀로 온다고 말했던 것은 조씨 가문이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한 말이었다.

한형걸이 놀라 물었다.

“은공, 정말로 제가 나서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말을 마친 그는 거대한 기세를 뿜어냈다.

그것은 4급 무사의 강렬한 위엄이었다!

순간, 안채의 모든 빈객이 두려움에 덜덜 떨며 놀란 얼굴을 했다.

“한 노선생이 힘을 회복한 건가?”

“흠, 한씨 가문은 이제 다시 일어서겠군!”

“예전보다 훨씬 젊어진 것 같군!”

반면에 조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어두웠다.

무도의 힘을 잃었을 때도 그는 여전히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이제는 힘까지 회복했으니 손짓만으로도 조씨 가문을 몰락시킬 수 있었다.

여진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됐습니다. 보잘것없는 일가를 상대하는 일쯤은 혼자면 충분합니다.”

여진수는 원체 인정을 빚지는 걸 싫어했다.

여진수의 말을 들은 한형걸은 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은인이 이렇게 말을 한 걸 보면 그럴 능력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는 소매를 한번 턴 그는 조장훈을 흘깃 쳐다봤다.

“주제를 알길 바라네!”

그런 뒤 여진수의 뒤를 따랐고,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그제야 한시름을 놓은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생각에 빠졌다.

한형걸이 아무리 끼어들지 않는다고 말했어도, 조씨 가문은 한형걸에게 밉보인 게 분명했다.

안색이 흙빛인 조성준이 조장훈을 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희 이제 어떡해요?”

정신을 차린 조장훈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자식 말 못 들었냐? 오늘 밤에 혼자 온다지 않더냐. 허세도 대단하지. 우리 조 씨 가문은 비록 강한 편은 아니지만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곳은 아니지. 자, 가서 키우던 용병들을 전부 불러 와. 오늘 제대로 본때를 보여줘야겠군!”

그는 차가운 냉기를 번뜩이며 머리를 굴렸다.

오늘 밤 여진수를 붙잡아야 했다. 감히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한형걸에게 여진수를 풀어주겠다고 연락할 수는 있었다.

그렇게 되다면 양측의 관계를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다.

빈객들도 잇따라 떠나자, 떠들썩하던 연회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조준만은 직접 배치를 시작했다. 그는 여진수의 실력이 마냥 약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바깥, 여진수를 쫓아간 한형걸이 입을 열었다.

“은공, 어디로 가십니까?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여진수는 손을 내저었다.

“은공 말고 여진수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먼저 가보세요, 전 학교에 가봐야해서요.”

한형걸은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럼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제가 사는 곳과 얼마 멀지도 않습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진수는 더는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크게 기뻐한 한형걸은 기사더러 내리라고 한 뒤 직접 운전하여 여진수를 학교까지 데려다주었다.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은 어제 자신의 한 오랜 친우에게 물어봤더니, 여진수의 의술은 세상에 둘도 없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인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얻을 이득은 셀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몹시 저자세로 나왔다.

여진수도 그런 그의 속내를 뻔히 알고 있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한 시간 뒤, 서울 대학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여진수는 방금 전 길가에서 산 새 가방을 메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의 차림은 나름 평범해 불필요한 문제는 없었다.

한형걸은 따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신분에 따라 들어갔다간 여진수에게 괜한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서울 대학은 몹시 컸고, 젊고 발랄한 여대생들이 곳곳에 보였다.

공기 중에도 젊음의 냄새가 풍기어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여진수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고하는 곳을 찾았고, 이내 학생증을 비롯한 서류들을 받았다.

숙소는 귀찮을 것 같아 따로 신청하지는 않았다.

물건을 챙긴 여진수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이제, 윤설아라는 여자를 찾아야 했다.

오고가는 학생들을 보다 여진수는 안경 낀 남학생을 붙잡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윤설아가 몇 반인지 알아요?”

그 학생은 헤헤 웃으며 남자끼리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지금 연습실에서 연습 중이에요. 사람 엄청 몰렸어요.”

여진수는 감사 인사를 한 뒤 연습실 위치를 물어보고는 곧장 달려갔다.

현재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약왕주를 얻는 것이었다.

약왕주를 얻는다면 그의 의술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약왕은 벌써 수백 년 동안 자취를 감춘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습실 문 앞에 도착했지만,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는 체구가 우람한 소년이었는데 눈빛이 몹시 사나웠다.

“꺼져, 주제에 설아가 연습하는 걸 보겠다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감히 따지지 못했다. 눈앞의 소년은 대단한 신분이라 그들이 건드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사람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간 여진수는 곧장 대문으로 향했다.

체구가 우람한 그 소년은 성격이 불같아, 여진수의 행동을 보자마자 곧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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