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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ผู้เขียน: 빠우

덤벙거리는 성격인지 류미연은 자신의 속옷을 치우는 걸 깜빡한 듯했다.

헛기침을 하고 시선을 옮긴 여진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 <약왕경>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찍이 반년 전에 9급 무사의 정점에 달한 천재일우의 무도 천재였다.

그의 스승님 말에 따르면서 9급 무사 위로는 완전히 새로운 천지가 열린다고 했다.

다만 이 반년 동안 여진수는 아무리 수련을 해도 도무지 발전이 없었다.

한 시간 뒤, 돌아온 류미연은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긋한 냄새가 났다.

여진수가 수련을 멈추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열심히 음식을 하고 있는 류미연이 보였다.

정말로 훈훈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다.

류미연은 어질고 귀여운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다른 여자애들은 저 나이에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을 텐데, 그녀는 벌써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오빠, 왜 나왔어. 주방에 연기가 많아. 조금 있다가 와.”

여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너 이제 학교는 안 다니는 거야?”

류미연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서울대학에 붙었어. 하지만…”

뒷말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여진수는 속으로 400억이 입금되면 그중의 일부로 류미연의 학비를 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여자애가 학교를 다니지 못한다는 건 너무 아까웠다.

류근수는 이제 막 병이 낫기 시작한 테라 너무 기름진 건 먹을 수 없어 류미연은 그에게 죽을 끓여주었다.

식탁 위, 류미연은 맥주 두 캔을 따 각자 나눠 마셨다.

“오빠, 내가 한잔 올릴게. 우리 아빠를 구해줘서 고마워.”

말을 마친 그녀는 맥주를 들더니 곧바로 들이켰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것을 보면 그다지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듯했다.

여진수가 미처 말리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절반을 마셨다.

배부른지 트림을 한 그녀는 얼굴이 붉게 물들어 보고 있으면 깨물어 주고 싶었다.

“술 잘 못하면 마시지 마.”

“괜찮아, 오늘 기분이 좋아서 그래.”

류미연은 여진수에게 음식을 집어줬다.

“굴 좀 먹어 봐.”

류미연은 한 상 가득 맛있는 음식을 했다. 가짓수도 풍부한 데다 맛도 좋았다.

여진수는 음식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맛있네. 너랑 결혼하는 사람은 분명 엄청 운이 좋은 사람일 거야.”

조금 눈이 풀린 류미연은 그 말을 듣자 부끄러워하며 여진수를 향해 작게 말했다.

“오빠… 여자친구 있어?”

여진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

그 대답에 류미연은 속으로 몹시 기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술에 취해 쓰러졌다.

여진수는 그녀를 몇 번 불렀지만 반응이 없자 그녀를 안방으로 안고 들어갔다.

지금의 류미연은 언제든지 쉽게 잡아 먹힐 수 있는 모습이었다.

붉은 얼굴에 꾹 감은 두 눈의 속눈썹은 살짝 떨리고 있었고 하얀 피부는 젤리같아 먹음직해 보였다.

여진수의 마음에 파동이 일며 피가 빠르게 도는 것만 같았다.

천천히 류미연을 내려놓은 그는 이불까지 잘 덮어준 뒤 방에서 나왔다.

비록 그는 혈기 왕성한 나이였지만 그래도 잠든 틈을 타는 짓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거실에서 한숨 잤다.

아침 6시, 그는 시간 맞춰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한 첫 번째 일은 바로 자신의 구형 핸드폰을 켜 입금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안 들어왔다고?”

여진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오후 한 시에 송금한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가방에서 칫솔 치약을 꺼내 간단하게 세수를 마친 그는 류근수에게 다시 침을 놔주었다.

이번에는 도세 십삼침이 아니었다. 그저 몸조리를 위한 일반 침술이었다.

“고마워, 은인.”

류근수는 감격에 겨워하며 말했다.

그는 확연하게 어제보다 상태가 좋아진 게 느껴졌다.

여진수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고맙긴요. 의술을 행하고 병을 치료하는 건 제 천직이에요.”

류근수는 여진수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아빠, 진수 오빠.”

문을 열고 들어간 류미연은 어색하게 그들을 불렀다.

조금 민망한 얼굴의 그녀는 여진수를 쳐다보지 못했다.

어젯밤에 취했는데 깨어나 보니 침대에 있었다.

여진수가 방까지 데려다준 게 분명해 보였다.

어젯밤에 혹시…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점점 더 민망해졌다. 하지만 싫은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류근수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딸아, 일어났냐. 얼른 식사 준비부터 하거라.”

“알겠어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녀가 보기에도 류근수의 상태는 많이 회복한 것 같아 보였다. 얼굴에도 생기가 많아졌다.

그것을 보자 류미연은 여진수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점점 더 커지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뒤, 여진수는 류미연에게 음식으로 몸조리하는 처방을 적어주었다.

“여기에 적힌 대로 일주일을 먹으면 완전히 완치될 거야.”

말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난 갈게.”

류미연은 심장이 저릿해졌다.

“진수 오빠, 어디로 가려는 거야?”

“서울 대학에 가려고.”

여진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아버지는 이제 별문제 없으니까, 공부하러 가도 돼. 학비라면 내가 먼저 빌려줄게. 나중에 돈이 생기거든 그때 천천히 갚아.”

그는 직접 준다고 하지 않았다.

눈앞의 소녀는 유약해 보이긴 해도 자존심은 강한 편이었다.

류미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 줘?”

여진수는 농담하며 말했다.

“속여 먹어서 아내 삼으려고.”

류미연의 얼굴이 또다시 붉어지더니 개미만 한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뭐라고?”

소리가 너무 작아 여진수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아, 아니야…”

류미연은 연신 고개를 저었다.

“그럼, 그러는 걸로 하고. 휴대폰 줘 봐.”

류미연은 얼른 여진수에게 휴대폰을 줬다.

그런 뒤 여진수는 떠났다.

떠나는 여진수의 뒷모습을 본 류미연은 못내 아쉬웠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 여진수는 서울 대학으로 가는 노선을 찾았다.

오늘 길에 차가 유난히 많은지 툭하면 길이 막혔다.

여진수는 길을 등친 채 버스 노선을 쳐다봤다.

쉭!

화려한 스포츠카 한 대가 빠르게 지나치더니 별안간 악셀을 밟았다. 타이어가 지면과 마찰하며 귀를 찌르는 소리가 울렸다.

차 창문이 내려가고, 한 남자가 담배를 피며 말했다.

“오늘 정말 시끌벅적하네. 다 우리 할아버지 생신 축하하러 가는 사람들이겠지.”

노선을 보고 있던 여진수가 눈썹을 까딱했다.

그는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바로 조성준이었다.

운전석에서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이번에 어르신을 위해 뭘 준비했어요?”

조성준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있잖아, 어제 어떤 멍청이가 지분 5%를 우리 아빠한테 팔았거든. 400억짜리를 말이야. 근데 어제 송금하고 나서는 은행에 전화해서 취소해 버렸어. 그러니까 어제 공으로 400억을 번 거지. 일단 골동품점에 가서 구경부터 하지. 이번엔 할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몇십억짜리 골동품을 살 생각이야!”

여진수는 음산하게 굳은 얼굴로 등을 돌렸지만, 그 스포츠카는 이미 멀어진 뒤였다.

스포츠카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여진수의 낯빛이 몹시 차가워졌다.

“좋아, 감히 나도 속여? 정말 죽고 싶은 가 보군!”

구형 핸드폰을 꺼낸 그는 한형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조성준의 할아버지의 생신 연회가 어디서 열리는지 알아야 했다.

주소를 묻고 통화를 마친 여진수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그리고 한편, 휴대폰을 내려놓은 한형걸은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은인이 조장훈의 생신 연회에 간다고? 그럼 나도 가 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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