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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화장실로 가서 샤워를 마쳤다.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짐을 정리했는데 그는 갑자기 미간을 구겼다.

백연아가 그의 짐을 다 가져다준 건 아니었다.

그는 임설아의 아버지에게 구해진 당시에, 품에 철제 상자를 안고 있었던 게 생각났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물건이었던지는 생각이 나질 않았고, 그저 나중에 집 베란다에 물건 받침대로 쓰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상자는 아마 기억을 잃게 한 중요한 임무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다시 돌아가 봐야겠네.”

연성훈이 중얼거렸다.

임설아 가족을 떠오른 그는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시아 씨가 성대그룹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연성훈이 곰곰이 생각하고는 휴대폰을 꺼내 다시 구윤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곧이어 전화기 너머로 구윤아의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성훈 님, 혹시 무슨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혹시 성대그룹을 아시나요?”

연성훈이 물었다.

“네, 들어는 봤어요. 강성에서 꽤 큰 물류회사거든요. 저희 은행과도 업무 간의 거래가 있어요, 마침 제가 그 일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구윤아가 말했다.

연성훈은 한참 침묵을 지키더니 깊은숨을 내뱉고는 말했다.

“그럼... 혹시 지금 제가 가진 돈으로 그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까요?”

“네? 성대그룹을 인수하시겠다고요?”

구윤아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네.”

연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자산으로 성대 그룹은 인수하는 건 전혀 문제가 없어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400억 정도예요. 연성훈 님이 가지고 계신 자산으로는 충분히 살 수 있죠.”

구윤아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제가 인수 쪽은 잘 몰라서 그러는데 혹시 회사 인수를 부탁해도 될까요? 돈은 드릴게요.”

연성훈이 말을 이어갔다.

“가능한 빨리 인수하고 싶은데요!”

구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중으로 처리해 드릴 테니 내일 계약서에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연성훈이 말했다.

전화를 끊은 연성훈은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내가 대표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걸 시아 씨가 발견한다면 어떤 표정을 보일지 모르겠네!”

그리고 다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일 그 예쁜 여인이 공사장에 날 데리러 오겠지? 그때면 예전 기억이 다 돌아왔으면 좋겠네. 비밀 부대의 전쟁의 신이라...”

그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곧바로 양정우의 집을 나섰다. 먼저 그 철제 상자를 가져올 셈이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3년 동안, 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는 행동과 생각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

주택에 도착한 그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아니, 예전의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도착한 그는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했는데, 집 안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들렸다.

“언니, 정말 축하해, 드디어 연성훈 그 병신에게서 탈출했네. 그거 알아? 나 오늘 그 사람 마주쳤어. 거지처럼 입었더라고. 그래도 지금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친구를 찾아서 다행이야. 부러워, 언니한테 BMW도 선물했다며. 펀드 자금도 1억 주고.”

임시아의 목소리였다.

연성훈은 잠깐 멈칫했다.

‘그래도 설아 씨 생각이 있는 사람이네, 한석훈이랑 밤을 보내진 않은 거 보니까.”

“아니야, 너 이렇게 예쁘게 생겼는데 나중에 더 잘생기고 돈 많은 남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임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남자친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다만 연성훈이라는 놈과 이혼한 건 참 잘했어. 형님이 그때 무슨 생각으로 굳이 두 사람 결혼시켰는지 모르겠어. 힘 빼곤 아무 쓸모도 없는 놈이 뭐가 좋다고. 지금은 21세기야, 힘만 쓰던 시대는 지났다고. 그런 놈은 평생 사회 밑바닥에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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