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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너무 막무가내 아니세요?”

옆에 있던 양정우가 참다못해 말했다.

임시아가 그를 힐끔 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

양정우는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는데 연성훈은 손을 내밀더니 그를 말리고는 임시아를 보며 말했다.

“시아 씨랑 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 시아 씨든, 설아 씨든, 아니면 당신 가족들이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거야!”

“후회? 왜? 매일 공사장에서 시멘트나 나르면서 우리를 후회하게 할 건가?”

임시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성훈은 더 말하기도 귀찮아 한숨을 푹 쉬고는 양정우에게 말했다.

“정우야, 이만 가지!”

“거기서!”

임시아는 연성훈이 가려고 하자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내 차가 고장 났잖아, 돈 물어내.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서류들도 모두 줍고.”

연성훈은 분노가 끓어올랐다.

‘정말 내가 만만해 보이나?’

그는 한숨을 푹 쉬고는 더는 임시아에게 눈길 주지 않고 양정우와 함께 자리를 떴다.

“흥, 병신 같은 놈!”

연성훈의 뒷모습을 본 임시아는 입을 삐죽이며 불쾌한 표정을 보였다.

두 사람이 떠난 지 한참 후, 양정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넘어갈 생각이야?”

“내가 온갖 고생을 해서 그들 일가족을 챙겨줬어. 밖에선 목숨 걸고 돈을 벌었고, 집에 돌아가면 또 온갖 궂은일을 해야 했고!”

연성훈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바로 나를 집에서 내쫓았지...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난 어쩌면 오늘 공사장 바닥에서 자야 했을 거야. 그러니 이대로 넘어갈 수 없지.'

양정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면 그냥 놔둬. 설아 씨가 지금 한석훈이랑 같이 있다며? 한석훈은 강성에서 꽤 부자잖아. 그리고 설아 씨 삼촌도 회사를 차리지 않았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그들을 이길 수 없어.”

그렇다, 임설아의 삼촌은 회사를 하나 차렸다, 다만 규모가 그렇게 큰 편은 아니었다.

전에 연성훈은 그 회사로 출근할 것을 제안했는데 임설아의 삼촌은 그가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해 경비원으로 보내려고만 했다.

하지만 월급이 너무 적었기에 임설아 모녀를 전혀 먹여 살릴 수 없어 연성훈은 공사장을 찾아간 것이다.

연성훈이 입을 삐죽 내밀고는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양정우는 혼자 살고 있었다. 그는 강성 구시가 원룸에서 살고 있었는데 연성훈처럼 생활이 넉넉하진 못했다. 어쩌면 연성훈의 처지보다도 더 짠했다.

그는 시골 출신이라 스무 살 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도시에 오니 그의 아내는 다른 남자랑 도망갔고 감감무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아들인 양지안은 선천적인 질병으로 매달 한 번씩 화학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양정우는 삐쩍 말랐지만 공사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했다. 그가 필사적으로 일하지 않으면 그의 아들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양정우는 옷을 갈아입고 말했다.

“먼저 집에 있어, 난 학교 가서 지안이 데리고 화학 치료받으러 병원 가봐야 해. 밥은 알아서 먹어.”

“지안이 병 말이야,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연성훈이 물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6000만 원이 필요해. 너도 알다시피 난 매달 번 돈으로 지안이 화학 치료를 하는 데에 써야 해. 어딜 가서 6000만 원을 구해?”

양정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내가 먼저 내줄 수 있어.”

연성훈이 말했다.

양정우가 흠칫하더니 전혀 믿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농담 그만해, 나 먼저 지안이 데리러 갈게.”

말을 마친 그는 더는 연성훈을 신경 쓰지 않고 집을 나섰다.

연성훈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코를 쓱 만졌다.

“다들 내가 돈이 있다는 걸 믿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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