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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Autor: 풍월
강정한이 아주 형편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도 모른 체 방주헌은 해맑게 육강민과 서은주에게 약속을 잡았다.

육수린의 백일잔치가 끝나면 다 같이 놀러 가자는 것이었다.

“신도시 근처에 새로 열린 레이싱 서킷이 있어요. 환경도 좋고, 다른 오락 시설도 많다네요.”

서은주는 기분이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에 있는 동안, 서은주의 모든 신경은 딸에게 쏠려 있었다.

퇴원 후에도 육수린과 함께 낮과 밤을 보내며, 딸과 시간을 보내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 후로도 그녀의 스케줄은 꽉 찼다.

한주미와 사찰에 다녀오거나, 손리정과 쇼핑을 나가거나, 강희진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육강민이 더는 참지 못했다.

그는 육수린 방에서 서은주를 번쩍 안아 올렸다.

황금자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역시 혈기가 넘치는 젊음이로군!’

서은주는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육강민에게 안겨 방으로 갔다.

그가 발로 문을 걸어 잠그고, 그녀를 침대 위에 내려놓고, 곧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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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9화

    매서운 북풍이 메마른 들판을 휩쓸고 지나갔다. 풀과 나무는 모조리 시들어 앙상한 뼈대를 드러냈고, 한 차례 눈이 쏟아진 뒤 경성은 온통 얼어붙었다.그러나 혹한도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향한 사람들의 열기까지 식히지는 못했다.허경빈이 예약한 회원제 클럽의 프라이빗 룸에는 이른 시간부터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이 북적였다.정식 초대를 받지 않았더라도 편하게 놀러 오라는 허경빈의 말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가 모여든 것이다.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카드 게임을 즐겼다. 대부분 경성 사교계에서도 놀기 좋아하기로 소문난 젊은이들이었다. 잔 부딪히는 맑은 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여 넓은 룸 안을 가득 채웠다.그때 직원의 안내를 받은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녀는 방 안을 천천히 둘러본 뒤 아무도 없는 구석 자리를 찾아 앉았다.그 순간, 떠들썩하던 룸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그러나 정작 당사자는 주변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곁에 선 직원에게 차분히 말했다.“홍차 한 주전자 부탁해요. 진피도 조금 넣어 주시고요. 고마워요.”차가 나오자 그녀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느긋하게 찻잔을 기울였다. 혼자만 다른 시간 속에 머무는 듯 한가로운 모습은 떠들썩한 주변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기 시작했다.“저 사람이 여긴 왜 왔지?”“아마 구경하러 왔겠지. 이런 일에 관심을 보일 줄은 몰랐네.”“너희 그거 알아? 나 학창 시절에 저 사람이랑 같은 학교를 다녔거든. 허경빈과 같은 반이었어. 그 일 때문에 두 집안 사이에도 마찰이 좀 있었고.”“무슨 마찰이었는데? 자세히 말해 봐.”“그게…”사람들은 그녀가 나타난 것을 의아하게 여기면서도 누구 하나 선뜻 다가가 말을 걸지는 못했다.몇 분이 지나자 잠시 얼어붙었던 분위기는 다시 풀렸고, 프라이빗 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과 이야기로 시끌벅적해졌다.*해가 저물 무렵, 허경빈의 차가 박윤희와 하채린이 임시로 머무는 아파트 앞에 멈춰 섰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8화

    육강민과 하이석을 비롯한 사람들도 모두 참석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그리고 경성 사교계에는 어느새 그보다 더 자극적인 이야기가 퍼져 있었다.허경빈이 하채린에게 청혼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하채린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오빠 하이준은 늘 그녀를 어리석고 답답하다며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자신이 정말 허씨 집안에 시집간다면, 아무리 오빠라도 더는 예전처럼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게다가 이 소식을 들은 하씨 집안의 친척들까지 앞다투어 다가와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온갖 아첨과 듣기 좋은 말이 쉴 새 없이 쏟아지자, 하채린은 그 달콤한 말에 완전히 취해 제대로 된 판단조차 하지 못했다.급기야 그녀는 온유란에게 연락해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형수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하채린은 목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꾸미며 말을 이었다.“전에 있었던 일은 다른 친척들도 모두 비밀로 해 주겠다고 했어요. 형수님은 워낙 착하니까 당연히 저를 도와주실 거죠?”그녀가 말하는 일은 결혼식 날 벌어진 사건이었다.하채린은 당시 사정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적잖은 돈을 건네 입을 막았다. 온유란에게는 무려 억대에 이르는 에르메스 가방까지 선물했다. 거금을 쓰려니 속이 쓰렸지만, 박윤희의 말대로 온유란은 허경빈과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녀가 허경빈에게 쓸데없는 말을 흘리기라도 하면 이번 혼사는 그대로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그 정도 돈으로 입을 막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그런데 뜻밖에도 온유란은 가방을 받아들였다.하채린은 뛸 듯이 기뻐했다. 허씨 집안에 시집갈 날이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듯했다.기세가 오른 그녀는 이런 부탁까지 꺼냈다.“형수님이 제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줬으면 좋겠어요.”하지만 온유란은 적당한 이유를 들어 정중히 거절했다.그녀는 하채린이 이렇게까지 순진할 줄은 몰랐다. 허경빈이 정말 자신을 아내로 맞아들이리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그 일을 들은 하이석은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7화

    박윤희 모녀는 보석을 마련한 데 그치지 않고 값비싼 옷도 잔뜩 사들였다. 특히 명품 부티크를 드나들다 보면 경성 사교계의 재력가 부인이나 명문가 영애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았다.두 사람은 눈에 띄게 오만해져 있었다. 사람들을 아예 발아래로 내려다보듯 턱을 치켜들고 다녔으며, 매장에 들어서기 무섭게 직원에게 가장 좋고 비싼 옷부터 꺼내 오라고 요구했다.그 요란한 행보에 주변에서도 자연스레 말이 돌기 시작했다.“저 모녀 요즘 왜 저래? 유난히 요란하게 다니네.”“아직 소식 못 들었어? 하채린이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허씨 집안을 붙잡았다던데.”“허씨 집안? 허경빈이 하채린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전에 자선 경매가 열렸던 날 둘이 하룻밤을 보냈대. 하채린 뱃속에 허씨 집안 아이가 들어섰다더라. 전에 폭로됐던 그 재벌 2세도 방주헌이 아니라 허경빈이었대!”“설마. 그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그게 다가 아니야. 조만간 허경빈이 청혼할 거라던데? 믿는 구석도 없이 하채린이 저렇게 기고만장하게 굴겠어?”구석 자리에 앉아 잡지를 넘기던 한 여자가 그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자선 경매? 허경빈과 하채린이라고?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문득 입꼬리를 살며시 끌어 올렸다.“왜 웃어?”곁에 서 있던 사람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그냥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못됐는데, 커서도 달라지는 게 없구나 싶어서.”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자라고 나니 더 못돼졌네.”“혹시 허….”그 사람은 끝내 이름을 입 밖에 내지 못했다.그 집안에서는 그 이름 자체가 금기였기 때문이다.*이 세상에 영원히 감춰지는 비밀은 없었다.하이준은 여전히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었지만, 결국 소문을 전해 들었다. 그는 곧장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아가 따져 물었다.하지만 박윤희와 하채린은 말을 더듬을 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이 아이, 정말 허경빈 아이야?”하이준의 시선이 하채린의 배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6화

    이번 만남의 목적은 당연히 결혼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었다.허경빈은 자신과 하채린이 갑작스럽게 혼인 신고부터 하고 결혼식을 올리면 너무 뜬금없어 보일뿐더러,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니 청혼과 약혼 등 필요한 절차는 하나도 생략하지 않고 차근차근 밟아야 한다고 했다.다만 청혼 전까지는 이 일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그가 내세운 이유는 더없이 사려 깊었다.“기자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들기라도 하면 채린 씨와 뱃속의 아이가 놀랄 수 있으니까요.”빈틈없는 배려에 박윤희와 하채린은 더욱 흡족해했다.허경빈은 심지어 이런 말까지 했다.“저희 집에서는 예물로 천억 원 이상을 준비할 생각입니다.”박윤희와 하채린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역시 허씨 집안은 씀씀이부터 보통이 아니었다.허진강 부부는 옆에서 그 모든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었다.허경빈의 어머니는 시종일관 싸늘한 얼굴이었다. 이번 혼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몹시 내키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그 정도 반응은 하채린도 예상하고 있었다. 허씨 집안에서 처음부터 웃는 얼굴로 자신을 반겼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허진강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찻잔을 들고 천천히 차를 마시며 아들만 빤히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예물이 천억 원이 넘어? 그래, 어디 계속 떠들어 봐라. 얼마나 그럴듯하게 꾸며 내는지 보고 있을 테니.’저 모녀는 조만간 제 아들의 말에 완전히 홀려 정신도 차리지 못할 게 분명했다.*그 뒤로 연말이 다가오면서 허경빈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를 댔고, 하채린과는 거의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하지만 하채린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애초에 사랑을 바라 허경빈에게 시집가려는 것도 아니었다. 양가 부모가 이미 정식으로 만나 이야기까지 나누었으니, 결혼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하채린은 벌써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박윤희와 함께 다니는 자리마다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았고, 두 사람의 행동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5화

    허진강 부부는 어이가 없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꼭 파리라도 삼킨 듯 속이 더부룩하고 찝찝했다.“경빈아, 너 저 모녀를 사람들 앞에서 아예 고개도 못 들게 만들 작정이구나?”허진강이 아들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그건 저 사람들이 자초한 일이죠. 아버지는 그 말에 깔린 뜻을 못 들으셨어요? 그날 밤 제가 하채린과 관계를 맺어 임신시킨 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저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거라는 소리잖아요.”허경빈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말하는 걸 들어 보면 하채린이 저한테 시집오는 게 엄청 손해인 줄 알겠더라고요.”그는 품속의 고양이를 느긋하게 쓰다듬었다. 손길이 마음에 들었는지 하랑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른하게 두어 번 울었다.“제멋대로 착각하면서 남을 바보 취급하잖아요.”허경빈의 손끝이 부드러운 털을 천천히 쓸어 내렸다.“그러니 원하는 대로 잠깐 놀아 줘야죠.”허진강은 그 이야기를 더 캐묻지 않았다. 대신 아들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남아 있던 잇자국은 이제 거의 사라져 희미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경빈아, 너도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잖아. 그 아가씨가 널 물었으면 너도 다시 물어야지 않냐?”허경빈은 잠시 얼어붙었다.“다시 물어요? 어떻게요?”“그러게. 그게 문제네.”허진강은 턱을 쓸어내리며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를 물어야 할지 생각하는 눈치였다.허경빈은 할 말을 잃었다.아버지는 갱년기에 접어든 뒤로 머리가 잘 돌아갔다가도 가끔 이렇게 이상해지곤 했다. 이러다 몇 년 뒤에는 정말 치매라도 오는 게 아닐까 걱정될 지경이었다.“둘이서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요?”사정을 모르는 허경빈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그게 말이야, 경빈이 손에 있던 잇자국 있잖아…”허진강이 기다렸다는 듯 신이 나서 이야기를 꺼냈다.허경빈은 더 듣고 있을 생각이 없어 하랑이를 품에 안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고작 잇자국 하나일 뿐인데, 아버지에게 맡겨 두면 장문의 이야기가 하나쯤은 거뜬히

  • 파혼 후 시작된 그의 집착   제1064화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조금만 더 기다려 보려고.”허경빈이 느긋하게 웃었다. 눈치 빠른 하이석은 그 한마디만 듣고도 곧장 속뜻을 알아차렸다.“미끼를 던져 놓고 기다리겠다는 거야?”“저 모녀가 저렇게 거리낌 없이 나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나를 굴복시킬 만한 증거를 손에 쥐었다고 확신하는 모양인데, 그게 대체 뭔지 한번 보고 싶어.”*며칠이 지나도록 허씨 집안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하채린은 하루가 다르게 초조해졌다. 임신 시기를 따져 보면 더는 마냥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이대로 며칠만 더 지나면 불러오는 배를 감추기 어려워질 터였다.결국 박윤희는 다시 한번 허씨 집안을 찾아갔다.마침 그날은 허경빈도 집에 있었다.하랑이라는 작은 고양이가 그의 품에 느긋하게 엎드려 있었다. 허경빈이 부드럽게 털을 쓸어 줄 때마다 고양이는 기분 좋게 눈을 감고 가르랑거렸다.박윤희가 허경빈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찬찬히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허씨 집안에서 아들을 참 반듯하게 잘 키웠군.’외모도, 집안도, 능력도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었다.제 딸과 짝을 이루기에 충분한 남자였다.“아주머니,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허경빈이 고양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허진강 부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박윤희를 지켜보고 있었다.“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허씨 집안에서는 대체 어쩔 생각이죠? 아이를 낳게 할 건지, 우리 채린이와 결혼할 건지, 적어도 확실한 대답은 해 줘야 하지 않겠어요?”박윤희는 여전히 턱을 꼿꼿이 세운 채 거만한 태도를 고수했다.“설마 우리 모녀가 기댈 데 없는 처지라고 만만하게 보는 건가요?”그녀의 목소리가 한층 날카로워졌다.“오늘 제대로 된 답을 주지 않는다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어요!”허경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태연히 웃었다.“그런데 저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요. 그런 저더러 대체 무슨 답을 드리라는 겁니까?”박윤희는 그가 그렇게 나올 줄 이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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