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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Author: 일설연우
성동에 있는 한 주점.

완부옥은 미리 조용한 별실을 예약하고 봉구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동방세와 그의 일행이었다.

항상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던 동방세였지만, 이번에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는 곧장 완부옥을 향해 경고했다.

"들었소. 원래는 소환 혼자만 부르려 했다지?"

그의 시선이 가볍게 그녀를 훑었다.

"완부옥, 벗으로서 하는 말이오.”

“지금 소환의 신분은 예전과 다르오. 무슨 일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것이오."

완부옥은 여유로운 미소를 유지한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네 걱정이나 하는 게 좋겠어. 요즘 동방가의 '거미줄' 개편 덕에 명성이 자자하지. 너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각국에서 네게 현상금을 걸었더군.”

“우리 남강왕께서도 너를 초대하고 싶어 하시던데?”

“사람이 너무 유명해지면 탈이 많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않겠어?"

동방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웃었다.

"날 잡을 수 있다면 말이지."

그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그의 자신감은 허울뿐이 아니었다. 그는 이 나라 최고의 무인 중 하나였다.

그때, 배고픔을 참지 못한 범진이 식탁 위의 음식에 눈을 반짝이며 재촉했다.

"소환은 아직 안 온 것이오?"

그들은 소환이 황후가 된 이후에도 예전처럼 그녀를 '소환'이라 불렀다.

그녀 역시 사적으로는 그렇게 불러도 된다고 했으니, 굳이 형식을 차릴 필요는 없었다.

완부옥도 무심코 문 쪽을 바라보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설마… 저 개 같은 황제가 그녀를 궁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건 아니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초조해하던 찰나, 문이 열렸다.

완부옥의 눈빛이 밝아지며 기대감에 차오른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미소는 곧 사라지고,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녀의 음성이 차가웠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서왕이었다.

그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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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2화

    완부옥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초조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정충.단 한 번만 먹이면, 소환은 절대로 그녀를 떠날 수 없을 터였다.하지만… 그 중요한 독이 사라졌다.오늘 같은 기회를 다시 잡기란 어려울 것이다.한 가지 계책이 실패하자, 완부옥은 즉시 다른 방법을 궁리했다.‘술을 마시게 하자.’취하게 만들면, 그다음은 쉬울 터였다.결심이 서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이렇게 마시기만 하면 재미없잖아요. 우리 놀이를 하는 건 어때요?""좋지!"범진이 반색하며 손뼉을 쳤고, 분위기는 빠르게 무르익었다.곧이어 사람들은 술 놀이를 시작했다.완부옥은 봉구안에게 술을 먹이려 했지만, 정작 그녀가 먼저 몇 잔을 들이켰다.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봉구안에게만 쏠려 있었기에, 자신의 곁에서 서왕이 이상하게 굴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서왕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초조한 듯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몸이 달아오르는 듯 불안하게 자꾸만 그녀에게 다가갔다.……한편, 소욱은 창가에 앉아 안에서 이어지는 술자리 풍경을 보고 있었다.봉구안이 저들에게 술을 강권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신경이 쓰였다.하지만 그녀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섣불리 개입하지 못했다.그런데 봉구안이 문득 시선을 들었다.무공이 뛰어난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즉시 감지했다.봉구안은 무심한 듯 작은 술병을 들고 창가로 걸어갔다.몸을 창틀에 걸터앉더니, 한쪽 다리를 올려 느긋하게 굽히고, 다른 한쪽 다리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다.달빛이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고, 창틀이 마치 그녀를 그림처럼 담아냈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 하얗게 드러난 목선.그야말로 매혹적인 한 폭의 풍경이었다.봉구안은 한 손으로 술병을 들고 고개를 젖혔다.술이 투명한 궤적을 그리며 입술로 흘러들었다.겉보기에는 단순히 바람을 쐬며 술을 깨는 듯했지만, 그녀의 다른 손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었다.그리고 그 손 안엔 암기가 쥐어져 있었다.슉!반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3화

    봉구안은 먼 서쪽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강주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면 즉시 보고하거라. 그리고 장주에 사람을 보내 어머니와 장미를 보호하게 하거라. 아무도 그분들을 방해할 수 없도록 말이다."오백은 단호하게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마마!"역시나, 주군께서는 항상 한 발 앞서 움직이신다.그런데 오백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마마, 또 한 가지 소식이 있습니다. 서여국의 황제께서 병세가 심각해지셨습니다. 아무리 길어도 앞으로 두세 달이 고작일 듯합니다.""그리고 얼마 전 그들이 점령한 정국과 소주국이 내통하며 반란을 도모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여국 내부가 심상치 않습니다."봉구안은 미간을 좁혔다.서여국의 황제는 단순한 군주가 아니었다.그녀는 진정한 여걸이었다.그녀가 세상을 떠난다면, 서여국은 내부 혼란에 휩싸일 게 뻔했다.봉구안은 그녀의 처지가 안타까웠다.하지만, 삶과 죽음은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서여국 황제의 마지막 바람을 들어주는 것. 하루빨리 숙연을 찾아 그녀의 한을 풀어주는 것뿐이다.그때 소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느냐?"소욱이 세수를 마치고 다가왔다.그는 방금 오백이 무슨 보고를 했는지 듣지 못했다.봉구안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눈빛은 깊고, 얼굴에는 묵직한 기운이 서렸다."폐하, 서여국이 곧 내란에 휩싸일 것 같습니다."그녀는 한쪽 손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다른 한 손을 들어 서쪽을 가리켰다."서경군을 비상 대기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여국이 정국과 소주국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저희가 그들을 삼켜 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소욱은 말문이 막혔다.‘이른 아침부터 이 사람의 야망은 하늘을 찌를 기세구나.’……서여국 왕궁.황제는 병상에 누운 채로도 정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모신 상궁이 그녀를 부축하여 허리 뒤에 받침을 두고 기대게 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4화

    소욱은 봉구안과 함께 무애산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출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그는 떠나기 전, 서왕에게 조정을 맡기고 몇 명의 보정 대신을 임명했다.그리고 외지로 파견될 관료 명단이 발표되었고, 그 안에 봉 대인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그런데 그가 봉 부인에게 보낸 서신이 감감무소식이었다.봉 대인은 속이 타들어 갔다.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또 다른 골칫거리가 등장했다.막내아들 봉명헌이 허둥지둥 뛰어와 다급하게 외쳤다."아버지! 아버지! 들었습니까? 아버지가 외지로 떠난다면서요! 강주는 어딥니까? 다시 돌아오실 수 있는 거 맞죠?!"봉 대인은 혈압이 솟구쳐, 봉명헌의 뒤통수를 한 대 시원하게 후려쳤다."내가 돌아올지 말지 네놈이 한 번 맞혀볼래?!"‘아니, 이놈이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봉명헌은 머리를 감싸며 울먹였다."아버지, 왜 때려요! 그냥 물어본 거잖아요! 당연히 아버지가 빨리 돌아오셨으면 좋겠죠! 참… 저 장가를 가게 되었습니다.""뭐?"봉 대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녀석이 장가를 간다고?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들이 혼인 할 나이는 됐지만, 혼처를 알아봐 줄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항상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막내아들의 혼사는 뒷전이었던 것이다.봉 대인은 잠시 죄책감을 느꼈다.하지만 아주 잠깐이었다.이놈이 멀쩡한 혼인을 할 수 있을까?덩치가 둥글둥글하고, 어딘가 멍청해 보이는 얼굴에, 허술한 말투까지…이렇게 덜떨어진 놈을 누가 좋아하겠는가?"혼담은 개뿔! 아직 결정된 것도 없는데 무슨 장가 타령이냐?!"봉 대인은 따귀라도 한 대 더 날릴 기세였다.그런데 봉명헌이 씩 웃으며 말했다."아버지, 걱정 마세요! 이미 다 결정됐어요! 저랑 제 정인은 서로 좋아한 지 오래됐거든요. 그 집안 사람들도 이미 허락하셨어요! 이제 상견례만 하면 돼요!"봉 대인의 눈이 커다래졌다."뭐?!"이 망할 자식이… 몰래 혼인을 추진하고 있었다고?!"어디 집 규수냐?"봉 대인이 이제야 아버지다운 태도를 보이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5화

    황궁.봉구안이 어전에 들어서보니, 봉명헌이 소욱의 다리에 매달려 울고 있었다.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누님!"봉명헌은 그녀를 보자마자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기를 쓰고 더 매달렸다."제발 좀 도와주세요! 전 정말 그 아이를 사랑합니다! 누님께서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그의 간절한 요청은 결국 그 창관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소욱은 피곤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이건 황후가 알아서 하거라."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하지만 봉구안의 표정은 무미건조했다.그녀는 전혀 감정의 동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일어나거라.""싫습니다! 누님과 황제 폐하께서 제 혼사를 허락해 주지 않으시면, 전 여기서 무릎 꿇은 채 죽을 겁니다!"봉구안은 코웃음을 쳤다."흥, 제법 끈기는 있군."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하나뿐이다."봉명헌의 눈이 반짝였다."무엇입니까?!"봉구안의 목소리는 여전히 단호했다."봉가는 명문가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규율을 함부로 어길 수 없다.유일한 방법은 봉가와 연을 끊는 것뿐이다.""네?"봉명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녀는 농담하는 게 아니었다.봉구안의 눈빛에는 진지함과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그렇게 되면, 네가 누구를 아내로 맞이하든 상관없다. 네가 기방의 여인을 맞이하든, 거지가 되든, 더 이상 봉가와는 무관한 일이 되겠지.""안 돼요!!"봉명헌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그럴 순 없습니다! 봉가는 제 본가인걸요! 아버지, 어머니가 계신 곳인데 어찌 봉가와 연을 끊을 수 있단 말입니까!!"봉구안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방금 전까지는 뭐든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 않았더냐? 지금은 네게 봉가가 더 중요해진 것이냐?"그녀는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봉명헌, 잘 듣거라. 세상에 그냥 얻을 수 있는 건 없다.”“이것도 갖고 싶고, 저것도 포기할 수 없다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6화

    유영 모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주로 돌아가는 길에도 누군가가 계속 뒤를 밟고 있었음을 말이다.더군다나 황성에 다시 발을 들이는 순간, 바로 포박당할 줄이야…"이게 무슨 짓이냐?! 감히 나한테 손을 대?!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유영이 격렬하게 소리쳤다.그러나 그녀의 입은 곧바로 거칠게 틀어막혔다.그렇게 그녀들은 반항할 틈도 없이 그대로 끌려갔다.영화궁.봉구안은 영화궁에서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때, 만추가 한 상자를 공손히 바쳤다."마마, 유영의 몸에서 나온 것입니다."봉구안은 별다른 반응 없이 상자를 받아 들었다.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반으로 쪼개진 옥비녀 한 조각이 놓여 있었다.봉구안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하지만, 그 손길은 묘하게 신중했다.그녀는 자신의 옥비녀 반쪽을 꺼내어, 두 조각을 조심스럽게 맞춰 보았다.딱!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만추는 입을 떡 벌렸다."마마, 이게 정말 그때 찾으시던…?"봉구안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차가운 눈빛으로 단호히 말했다."즉시 감정하게 하라.""예!"황궁에는 명장이 많다.이 옥비녀가 한 세트인지 아닌지는, 그들이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었다.잠시 후, 여러 명의 장인들이 감정한 결과가 나왔다."마마, 확인해 본 결과… 이 두 조각은 본래 하나의 비녀였습니다."만추는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그렇다면… 이걸 통해 서여국 황제의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봉구안은 여전히 담담했다.그녀는 두 개의 옥비녀 조각을 손에 쥐고, 차분하게 지시했다."유씨 가문의 두 딸에 대해 조사하거라. 그들의 출생과 가계까지 모두 조사해서 보고해라. 특히 그들의 고향을 샅샅이 뒤져라.""예, 마마!""그리고, 서여국 황제께 서찰을 보내라. 단서는 찾았다고 전해라.""예!""유영 모녀는 당분간 가둬두고 심문하거라. 이 옥비녀를 어디서 구했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알겠습니다!"봉구안은 조용히 시선을 들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7화

    서여국 황제는 어떤 일이든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지 않았다.봉구안이 유영을 체포하고 옥비녀를 찾아낸 것은 분명 고무적인 성과였다.그러나, 그녀는 모든 걸 봉구안 한 사람에게 맡길 생각이 없었다.그래서 미리 심복들을 남제에 파견했다.일부는 암암리에 사람을 수소문했고, 일부는 봉구안의 행보를 감시하며 진행 상황을 보고했다.이들은 단순한 정탐꾼이 아니었다.최정예 요원들이었다.그들은 봉구안이 유영을 체포하고 옥비녀를 확보했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즉각 행동에 나섰다.지체할 시간이 없이, 그들은 사신의 신분으로 입궁했다.목표는 단 하나, 유영을 데려가는 것이었다.영화궁.봉구안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서여국 사신들이 그녀를 향해 예를 올렸다.그녀는 손짓으로 자리를 권하며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옥비녀가 유영이 가진 것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그러나…"그녀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이 문제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이 있다.""옥비녀 하나만으로 유영이 숙연이라는 확증을 얻을 수는 없다."사신들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황후마마, 저희도 그 점은 이해하고 있습니다."그들 중 한 명이 나직이 말을 이었다."하지만 황제께서는 현재 위중한 병환을 앓고 계십니다.""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또 다른 사신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분이 가진 옥비녀, 그리고 그 분의 나이… 이 모든 것이 숙연 대인과 완벽히 일치합니다.""그렇습니다!"세 번째 사신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설령 그 분이 폐하의 친동생이 아닐지라도, 폐하는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악화되고 계십니다. 이제 와서 가족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그러니, 황후마마…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세 명의 사신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깊이 허리를 숙였다.봉구안의 얼굴에는 여전히 감정이 없었다.서여국 황제가 위독하다는 것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8화

    영화궁.소욱은 유영이 서여국 사신들에게 넘겨졌다는 사실을 듣고, 봉구안에게 물었다."그들이 이미 출성을 했단 말이냐?"그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그에게 중요한 것은 숙연이 누구인지가 아니었다.그가 신경 쓰는 것은 서여국 황제가 봉구안을 완전히 신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그녀는 황성에 정탐꾼을 심고, 봉구안이 찾은 숙연을 직접 데려가려 했다.‘그들이 황후가 숙연을 찾아내면, 숙연의 귀국을 방해할 것이라 생각한 건가?’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이건 명백한 불신이었다.봉구안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 지금쯤이면 성을 벗어났겠지요."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아 단단히 맞잡았다."이제 그들은 우리와 무관하다.""너도 이 일에서 손을 떼고, 나와 함께 무애산으로 가자구나."봉구안은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소욱의 깊고 어두운 눈빛 속에는 어떤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한 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다만…""왜 그러느냐?"소욱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그녀가 또다시 떠나는 일을 미루려 하는 것은 아닌가?봉구안은 단호하게 말했다."시작한 일은 끝까지 마쳐야 합니다.""숙연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첫째, 그녀는 다른 사람의 부탁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다.둘째, 의문점이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녀의 청렴한 성격으로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소욱은 그녀를 말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만은 반드시 자신과 함께 무애산으로 가야 했다.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좋다. 너의 뜻대로 하거라.""그러면, 내일 떠나도록 하자구나."봉구안은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알겠습니다."그러나 곧 그녀는 그에게 물었다."그런데… 아직도 무애산이 어떤 곳인지 듣지 못했군요."소욱의 시선이 멀어졌다.그의 눈빛은 과거로 향하고 있었다."그곳은, 내가 무술을 배우며 자란 곳이다.""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선제께서 나를 그곳으로 보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989화

    봉구안은 바닥에 엎드려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봉명헌이 너에게 직접 혼인을 약속했느냐, 아니면 네 스스로 정실 부인의 자리를 바라는 것이냐?"영이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도령께서 직접 말씀하셨습니다."봉구안은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그 아이가 널 정식으로 아내로 들일 수 없더라도, 널 바깥에 거처하게 할 수도 있다.""그것도 싫은 것이냐?"영이의 표정이 얼어붙었다.그녀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물었다."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외실을 뜻하는 것입니까?"봉구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그러나, 영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격렬하게 일그러졌다."아니요! 저는 외실이 되는 건 원하지 않습니다!"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단호하게 말했다."황후마마, 저 역시 한때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여인이었습니다.""제가 원하는 것은 정실 부인의 자리입니다!""남몰래 숨겨지는 외실 같은 신세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만추는 이 말을 듣고 속으로 혀를 찼다.'이 여자는 야심이 너무 크군…'단순한 청루의 여인 주제에, 정실 부인의 자리를 탐내다니.봉구안은 깊은 눈빛으로 영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천천히 말했다."봉명헌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그 아이가 봉가의 후계자로 남고 싶다면, 너를 정식으로 맞이할 수는 없다.""그러니, 네가 그를 고발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보아라."영이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소녀에게는 도령께서 친히 인장을 찍은 서약서가 있습니다. 도령께서 제게 직접 혼인을 약속한 증거입니다!""이 문서를 절대 무시할 순 없습니다.""만약 오늘 이 자리에서 소녀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그녀는 바닥을 머리로 내리치며 외쳤다."소녀는 이곳에서 목숨을 끊겠습니다!"만추는 즉각 앞으로 나서며 호통쳤다."감히 황후마마를 협박하는 것이냐?!"영이는 눈물 젖은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았다."마마, 협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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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3화

    세상일이란 참 아이러니했다. 열무신은 한 발 늦게 도착했다. 그가 천옥에 도착했을 때, 모용길은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모용길의 시신을 바라보며 열무신은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고, 낮은 포효를 내뱉었다. 사람들은 착한 사람은 일찍 죽고 재앙은 천 년을 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모용길 같은 자는 200살이 넘게 살다가 죽었는데, 맹성주 같은 이는 관례도 치르기 전에 죽임을 당했다. 이를 생각하니 열무신의 증오심이 하늘을 찔렀지만, 이 빚을 누구에게 갚아야 할지 알 길이 없었다.너무 감정이 격해져서, 열무신은 천옥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절해버렸다.황궁. 봉구안은 임시로 자진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그녀는 회임 중이었고, 점차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회임이 실감 났다.정말로 아이가 서서히 자라고 있었다. 소욱이 정해준 태의는 매일 그녀에게 와서 맥을 짚었다. 최근 그녀의 태상은 안정되어, 더 이상 안태약을 마실 필요가 없고 그저 조용히 쉬기만 하면 되었다.아이의 일에 대해서, 봉구안은 걱정하지 않았다. 약쟁이 사건도 이미 해결되어, 그녀의 큰 근심을 덜어주었다. 현재 유일하게 장미에 대해서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장미의 옛 병이 재발할까 걱정되었다.그것이 만약 재발한다면, 그녀의 몸과 마음에 좋지 않을 터였다.봉구안이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때, 황제가 도착했다. 소욱은 약쟁이 사건의 최신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열무신이 붙잡은 그 사람들이 증명할 수 있다는구나. 이미 200년 전에 태조는 돌아가셨고, 부활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하엿다. 모든 것이 모용길의 환상이었던 거야.”“짐은 이 사건의 모든 세부 사항을 대중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모용길이 남긴 큰 돈은 모두 약쟁이 매매로 얻은 것이야. 짐은 이 돈을 피해자들과 그 친척들을 위로하는 데 쓸 것이다.”“이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그는 걱정이 가득했다.봉구안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의 이 조치는 백성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2화

    마지막으로 태조를 다시 보았을 때, 그는 이미 병석에 누워 숨이 끊어질 듯했다. [모용길... 내 아우야, 너는 내 마음을 알지. 짐에겐 아직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다. 새 정치를 세우지 못했고, 태자는 아직 어리지. 난 단지 하늘이 인색해서 짐에게 몇 년을 더 주지 않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단 일 년이라도 짐이 일 년만 더 산다 해도 좋을 텐데... 남쪽의 수해, 북쪽의 기근, 남제는 사방에서 적에 둘러싸여 있고, 북연은 우리를 업신여기며, 내부에는 반적이 있는데... 어찌할까, 염라대왕이 목숨을 거두어 가니, 짐은... 그저 손을 놓을 수밖에 없구나. 아우야, 나라의 일을 모두 네 손에 맡기노니, 너는 태자를 보필하라. 너는 그의 고모부이자, 또한 그의 상부이니. 아우야, 짐은 오직 너만 믿는다.]기억 속의 태조가 눈앞의 그와 겹쳐졌다. 모용길은 낮은 목소리로 흐느꼈다. 그의 눈에 태조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수척했다."형님! 형님께서 원하던 것을 제가 마침내 이루어냈습니다! 형님께서는 불로장생할 것이고, 이 남제는 반드시 형님의 통치 아래 번영하며, 장차 천하를 통일하여 대업을 이룰 것입니다!"당초 남제가 새로 세워졌을 때 태조는 약속대로 그에게 강산의 절반을 주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태조의 뜻이 천하에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태조와 계속해서 사방을 정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운명은 어쩔 수 없었다. 이제 태조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어, 그는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안히 떠날 수 있게 되었다.모용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 바닥에 쓰러졌다. 눈물로 가득 찬 시선 속에서,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내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그를 데리러 온 것이다. 그는 팔을 뻗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울었다.여인은 몸을 숙여 그의 손을 잡아 자신의 얼굴에 대고, 그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대인, 남은 길은 제가 당신과 함께 걸을게요." 모용길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우리 함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1화

    열무신은 이번에도 큰 공을 세웠다.그가 아니었다면, 또 누군가 새로운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그는 사로잡은 자객들을 직접 데리고 돌아와 천옥에 넘긴 뒤, 단 한숨도 쉬지 않고 곧장 심문에 들어갔다.자객들은 처음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모용길이 이미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그들의 희망도 이미 무너진 셈이었다.이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저희는 명령을 따랐을 뿐입니다… 폐태자를 노린 건 그 분의 ‘혈’ 때문이었습니다.”그들은 태조 황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불로장생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태조 황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백골이었습니다. 이백 년 전, 모용길이 시신을 도굴해갔을 때부터 이미 시체에 불과했습니다. 살려낼 수 있을 거라는 건, 망상이었어요!”“애초에 죽은 자였다고요!”그들이 그 이야기를 꺼낼 때, 말투에는 모용길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이백 년이라는 세월 동안 쓸모없는 일에 목숨을 건 그를 그들은 미련한 바보로 여겼다.같이 심문을 진행하던 관리가 물었다.“너희는 어떻게 아는 것이냐?”“태조 황제께서 살아난 적이 없다는 걸 말이다.”“모용길이 그렇게까지 집착한 이유가 뭐였지?”자객들 중 한 명이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모용길이 약쟁이를 만든 건, 그들로 실험해 불로장생의 약을 완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약을 제조한 의원들은 손수 기록을 남겼고, 그 손책들엔 분명히 쓰여 있었죠. 이백 년 동안 그들이 상대한 건 단 한 번도 움직이지 않은 ‘시체’였다고요.”“아무리 약을 먹여도 살아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입니다.”다른 자객 하나는 공포 어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모용길은… 이미 오래전에 미쳐 있었습니다. 그는 자주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어요. 마치… 마치 그 자리에 태조 황제가 서 있기라도 한 듯이 말이에요.”또 다른 자객이 덧붙였다.“그 자는 단지 태조 황제를 살리려 한 게 아닙니다. 자신도 불로장생 하고 싶었던 거에요.”“그리고 그게… 그 자는 정말로 성공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40화

    태황태후는 직접 선조를 만나기 위해 천옥으로 향하려 했다.하지만 황제의 명이 내려져 있었다.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모용길을 접견할 수 없었다.하는 수 없이, 태황태후는 궁으로 전갈을 보냈다.하지만 설령 황제가 허락하더라도 모용길이 누구를 만나려 하지 않았다.그는 오직 태조는 아직 살릴 수 있다는 집념 하나에 사로잡혀 있었다.그런 그가 천옥에 갇힌 지금, 마음은 타들어가듯 초조했다.“그 어린 황제놈은 어딨느냐! 어서 나를 뵈러 오라 하지 못할까!”모용길에게 후손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는 생각했다.이 나라 남제는, 태조와 자신이 함께 세운 나라였다.그런 자신을 막고 있는 소욱 따위가 어찌 감히 군림한단 말인가.천옥에 갇힌 날부터,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소리쳤다.“태조를 살려야 한다! 어서 황제를 데려와라!”하지만 그는 몰랐다.그의 그 모든 고함과 분노는 소욱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며 그를 흔들기 위한 계략이었단 사실을 말이다.그리고 다섯째 날.천옥의 간수가 냉정한 얼굴로 명을 전했다.“폐하의 어명이십니다.”“모든 죄를 자백하고 문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이곳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죽을 때까지 말입니다.”모용길은 두 눈을 부릅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허튼소리 마라! 그 어린놈이 과연 알기나 한단 말이냐, 내가 이 모든 짓을 왜 해왔는지를 말이다!”간수는 능청스럽게 웃었다.“나으리,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자백했다고 당장 목을 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태조께서 하사하신 면사금패는 아직도 가지고 계시잖아요?”그 말에 모용길의 눈매가 가늘게 휘어졌다.그렇다.면사금패만 있으면, 그는 죽지 않는다.황제 따위가 그를 처형할 권한은 없었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태조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었다.결심이 선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종이와 붓을 가져오너라!”두 시진 후.모용길이 쓴 자백서가 궁으로 들여졌다.그 문서는 곧장 어전으로 올라갔다.문서를 넘겨받은 소욱은 한 장, 또 한 장 페이지를 넘길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9화

    염 신의가 모용길의 상태를 진찰한 결과, 그의 몸은 웬만한 노인들보다 훨씬 건장했고, 외견상으로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폐하, 이 자가 망언을 일삼는 이유는… 실성, 즉 정신 착란 증세로 보입니다.”“나는 미치지 않았다! 미친 건 너희들이다!”모용길이 즉각 반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리고 소욱을 향해 고함쳤다.“어서 저놈들을 다 내쫓아라! 나는 태조 폐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다!”“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모두 다 목이 날아갈 줄 알아라!”하지만 소욱은 모용길의 광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그저 곁에 있던 병사들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붙잡아 두거라. 절대 도망 못 치게 해야 한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이 달려들어, 모용길의 움직임을 단단히 제압했다.염 신의는 환자의 행동에 개의치 않으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실성이란 곧, 마음의 병입니다.”“이 병은 뇌와 정신의 균형이 무너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죠.”“예컨대, 저희는 백골을 보지만 이 자는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그만큼 이 자의 마음속 집착이 깊고, 오래도록 그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입니다.”“이미 병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으니, 소인으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의술이란 외상이나 내상은 다스릴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속 병, 특히 집착이라는 건 손쓸 수 없는 법이다.그건 눈에도 보이지 않고, 손으로도 만질 수 없는 것이기에. 소욱은 여전히 ‘태조를 살려야 한다’며 중얼거리는 모용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그는 수많은 악행을 저질러 온 자였다.그러나 유일하게 태조에 대해서만은 지극한 충성과 집착을 드러내고 있었다.“저 자를 별실에 따로 가둬라. 아무도 면회하지 못하게 하라.”“명 받들겠습니다!”……자진궁.봉구안은 모용길이 실성 증세를 보였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늘 제가 본 그 백골은 최근에 죽은 사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그 말인즉, 모용길은 이미 오래전부터 병들어 있었단 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8화

    봉구안의 한마디가, 마침내 모용길의 본모습을 드러나게 만들었다.그는 쇠창살을 움켜쥐고, 당장이라도 눈앞의 사람을 갈가리 찢어놓고 싶다는 듯이 이를 갈았다.“이놈이! 감히 태조 폐하를 저주하다니!”“태조 황제 폐하께서 이 강산을 개척하지 않으셨다면, 너희 같은 것들이 무슨 자격으로 오늘날을 누리겠느냐!”“특히 너! 소가의 자식! 네놈이 정말 태조께서 살아계시길 바란다면 당장 본좌를 풀어라!”소욱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태조 황제께선 지금 어디 계시느냐.”모용길은 그를 믿지 않았다.“당장 날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너는 만고의 죄인이 될 것이다!”소욱은 억눌린 분노를 담아 담담히 말했다.“태조께서 정말 살아계신다면, 그것은 분명 기쁜 일이겠지.”“하지만… 그 전에 말해보거라. 그분이 어디에 계신지, 반드시 밝혀야겠다.”모용길은 한참이나 소욱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끝에 마침내, 한 곳의 지명을 내뱉었다.“육지산.”그곳은 황성 내부에 있는 산이었다.소욱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직접 병사를 이끌고 현장으로 향했다.봉구안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모용길이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 또는 산속에 기관 장치를 숨겨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녀도 소욱을 따라나섰다.한 시진이 지나, 일행은 육지산에 도착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구름이 몰려들어 햇빛을 가리며, 마치 용이 잠든 연못을 둘러싼 기운처럼 음침한 기색이 피어올랐다.거센 바람이 불어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시야를 가렸다.소욱의 옷자락은 세차게 펄럭였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육지산을 올려다보았다. 눈빛은 칼날처럼 매서웠다.“산에 오른다. 태조를 찾아라!”“예!”그는 봉구안이 회임 중인 것을 고려해, 줄곧 옆에서 손을 뻗어 부축했다.혹시라도 발을 헛디뎌 넘어질까 봐서였다.그러나 봉구안은 전혀 허약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녀는 날쌘 걸음으로 병사들보다 먼저 앞서 나갔다.해가 저물 무렵, 마침내 병사들이 한 구덩이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폐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7화

    봉구안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둘째는 황실의 혈족을 해한 죄이다.”모용길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비웃었다.“허, 무지한 계집이구나. 헛소리도 정도껏 하거라.”“폐하께서 절 죽이고 싶으시다 해도, 이렇게까지 억지로 죄를 뒤집어씌울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그 얼굴에는 오히려 당당함이 어려 있었다.그러나 봉구안의 시선은 흔들림 하나 없었다.“네가 해한 이는 바로 태조 황제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었다.”그 말에 소욱도 놀라 고개를 돌렸다.모용길이… 태조의 측근들을?그녀는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단 말인가?모용길의 웃음은 사라졌고, 시선은 무겁게 봉구안에게 꽂혔다.봉구안은 단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았다.소욱이 언젠가 말했던 ‘옥비석의 재앙’.남제가 건국된 직후, 태조 황제를 지키던 측근들이 하나둘 기이하게 목숨을 잃어갔다.그 당시 사람들은 모두 그것이 옥비석의 반작용 때문이라 여겼지만… 봉구안은 단정했다.“그 죽음들은 전부 너 모용길이 꾸민 짓이 아니더냐.”그 말이 떨어지자, 모용길의 눈동자가 매섭게 떨렸다.봉구안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날카롭게 울렸다.그녀는 시선을 한 치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내 짐작이 맞다면, 그 시절의 태조는 이미 병세가 깊었던 상태였을 거야.”“너는 불로장생의 방법을 찾기 위해 사술을 익혔고, 그 실험 대상으로 태조 곁에 있던 이들의 피를 썼지.”“다만 수많은 이들의 피를 말려 죽였는데도 아무런 효험이 없었을 거야.”“그러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게… 옛 서왕, 지금의 서왕의 부친이셨던 거지.”그녀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피만이 태조의 몸에 반응을 보였을 거야. 그렇게 태조께서는 ‘살아 있는 시체’가 됐고, 넌 그때부터 계속해서 약쟁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어. 진짜 목적은 태조를 살리는 거였지. 그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 바로 그게 너의 최종 목표였을 거야.”모용길은 냉소 섞인 웃음을 흘렸다.그러나 봉구안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6화

    그 노도사는 봉구안이 데려온 가짜 도사였다.사실 그는 타국의 평범한 백성일 뿐이지만, 실제로 삼백 년을 살아온 인물이기도 했다.이번 계책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쓰였다.약쟁이 사건의 진짜 배후를 꾀어내기 위해서였다.봉구안은 확신하고 있었다.그 자의 진짜 목적은 불로장생.그렇기에 이번에는 반드시… 단번에 끝을 내야 했다.하지만 마음 한켠엔 조바심이 일었다. 그녀의 표정을 살핀 소욱이 조용히 말했다.“약이 식겠다. 먼저 약부터 마시거라.”……밤이 깊은 시각, 궁 밖에서 전갈이 날아들었다. 노도사를 찾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소욱과 봉구안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교환했다.그리고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은이와 그 일행이 도사를 납치한 자를 붙잡았습니다! 지금 천옥으로 이송 중입니다!”소욱은 심장이 요동쳤다.진실을… 진실을 확인해야만 했다.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그는 봉구안과 함께 곧장 천옥으로 향했다.반 시진쯤 지나, 천옥.두 사람은 마침내 그 사내와 마주했다.노도사를 납치했던 자이자, 어쩌면 약쟁이단의 진짜 주모자일지도 모를 인물이었다.봉구안은 호위복으로 변장한 채 소욱 옆에 서 있었다.언제 어떤 돌발 상황이 터질지 모르기에, 그녀는 단단히 경계하고 있었다.감옥 안의 남자는 매우 늙어 보였다.눈은 푸르스름하게 흐려졌고, 머리는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확실히 동방세가 그려낸 인물과 유사했다.그는 소욱을 바라보더니, 마치 이미 모든 결말을 알고 있다는 듯 두려움이라고는 없었다.“절 잡기 위해, 아주 큰 판을 짰다던데 과연 사실이었군요.”소욱은 감방 너머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네 정체가 무엇이냐.”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모용길입니다.”소욱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직접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정말로… 이 남자가 그 전설의 모용길이란 말인가.이백 년을 살아온 그 인물이 맞다고?모용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당한 눈빛으로 말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35화

    사월 하순, 약쟁이 사건이 마침내 일단락되었다.진범은 모용욱. 모용가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무죄 방면되었고, 약쟁이단의 전원은 형장에서 참수당할 예정이라는 조서가 내려졌다.소식이 퍼지자 백성들은 너나없이 거리로 뛰쳐나와 입을 모았다.“아이고, 이 일도 드디어 끝났구먼!”“대리사에서 어지간히 수사를 잘했나 봐!”“모용가는 원래부터 수상했지. 다른 사람들은 몰랐다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그러게 말이야. 혹시 그 모용욱이라는 자, 그냥 바람막이 아니었을까?”이유야 어쨌든,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는 사실에 백성들은 안도했다.이제 다시는 길에서 납치당해 약쟁이로 끌려갈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해가 높이 뜬 봄날, 도성은 어느새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오월 초, 황성에 또다시 기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술집과 찻집, 사람들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나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그거 들었어? 얼마 전에 도성에 도사가 나타났는데, 불로장생의 비법이 있다며. 사람들이 그 집 문턱을 닳도록 찾아간다더라!”“거짓말이지. 세상천지에 불로장생이 어디 있어.”“근데 말이야, 그 도사 무려 삼백 살이 넘었대.”“두 왕조를 거치며 살아온 살아 있는 신선이라잖아!”“그래, 나도 들었어. 요새는 대신들이며 귀족들까지 줄줄이 찾아간대.”“오늘은 심지어 궁에까지 불려 들어갔다더라고.”“폐하께서도 믿고 계신다는데… 그럼 뭔가 있긴 있는 거 아냐?”그때, 누군가 문 밖을 가리키며 외쳤다.“저기 봐! 도사님 오신다!”거리 끝에서 하얀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이 보였다.작은 가마에 올라타 있었고, 네 명의 제자들이 앞뒤로 가마를 들고 있었다.그 뒤를 수십 명의 도사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따르고 있었고, 그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백성들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도사님! 제발 불로장생의 길을 가르쳐 주소서!”“도사님, 전 장생은 바라지 않아요. 제 딸 좀 살려주세요. 병이 너무 깊어요.”“도사님은 백병을 다스리신다던데, 제발…”모두가 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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