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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사람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끌어 몸을 가렸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을 때 비로소 옷차림이 단정하고 온몸의 끈적거림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했다.

‘씻겨줬나 보네.’

“그쪽…….”

“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전 계속 저쪽에서 게임했어요.”

권하윤의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한민혁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권하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침대 끝으로 가더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서기 바쁘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민혁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둬들이며 입을 열었다.

“혼자 걸을 수 있겠어요?”

“네.”

권하윤은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가요.”

그리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자기가 있었던 곳이 정원이 달린 단독 주택이라는 걸 발견했다. 환경은 아름다웠으나 아무도 살지 않은 것처럼 썰렁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속을 꿰뚫어보기라도 한 듯 한민혁이 입을 열었다.

“이건 도준 형 별장이에요. 민씨 저택과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 고요함은 한민혁이 그녀를 민씨 저택으로 데려갈 때까지 계속됐다.

그리고 거의 도착할 무렵 한민혁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도준 형이 어디 갔는지 물어보지 않아요?”

“그걸 저한테 알려주고 싶었다면 민혁 씨를 대신 보내진 않았겠죠.”

돌아오는 대답에 한민혁은 말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그녀의 말을 묵인하기라도 하듯.

권하윤은 창밖으로 고요한 거리를 바라봤다.

민도준이 어렵사리 자기를 꺼내준 걸 생각하면 감동받지 않았다는 게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집으로 보낸다는 건 뜻이 아주 명확했기에 더 이상 굴욕을 자초할 수 없었다.

게다가 민도준이 사람을 시켜 원혜정 손에서 그녀를 구출하고 도와줬으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호의를 베풀어 준거나 다름없었다.

‘처음부터 지나가는 인연이었어. 상대가 이렇게 명확한 의사를 표현했으니 더 이상 얽히지 말자.’

권하윤은 스스로를 충고했다. 민도준은 원래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오히려 이렇게 관계를 끝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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