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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최서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불쑥 일곱 대의 은침이 나타났다.

“하!”

그가 팔을 휘두른 순간 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일곱 개 혈 자리에 나란히 꽂혔다.

손 신의는 놀라서 몸이 움찔거리고 입이 쩍 벌어졌다.

“아니 이건... 공수침이란 말이야?!”

일곱 대의 은침이 어르신의 혈 자리에 꽂힌 순간 일제히 흰 빛을 내뿜더니 북두칠성의 모양을 이루며 별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만수무강할 운명을 타고났고 가슴팍에 칠성문도 찍었으니 저승사자가 와도 내가 절대 놓아줄 수 없지! 이젠 일어날 때가 되었어요, 어르신!!!”

최서준은 마치 주술을 외우듯 어르신의 생사를 좌우하고 있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혼미상태에 빠져 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검은 피를 내뿜더니 격렬하게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모든 이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제자리에 얼어붙고 넋이 나가버렸다.

“헐... 진짜 어르신을 살렸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주하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냉큼 외쳤다.

“할아버지...”

어르신은 흐린 눈을 천천히 뜨며 무기력하게 말했다.

“하은아... 나 아직 안 죽었어? 방금 꿈에서 너희 할머니가 나 데려가겠다고 했는데...”

“할아버지 아직 살아있어요. 저 사람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다고요.”

주하은이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너무 잘 됐어요. 진짜 너무 잘됐어요 할아버지.”

뭇사람들도 재빨리 앞으로 나아가며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어르신을 바라봤다.

“기사회생이야. 이게 바로 진정한 기사회생이라고.”

손 신의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의사 생활을 수십 년 해오면서 이런 광경은 또 난생처음이었다.

어르신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맙네, 손 신의. 자네가 날 구했어.”

손 신의는 얼굴이 빨개지고 재빨리 손사래 치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제가 어르신을 구한 게 아니라 저기 있는 저분이에요.”

“그래요, 할아버지. 바로 이분이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어요.”

주하은은 손으로 최서준을 가리키려 했는데 이게 웬일이지? 최서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 아까 그분은 어디 가셨어요?”

“그러게. 좀 전까지도 여기 계셨는데 왜 갑자기 사라졌지?”

“가신 건가?”

뭇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최서준을 찾기 시작했다.

“콰당!”

이때 어르신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마치 죽어가는 사람처럼 병상에서 그대로 떨어졌다.

“할아버지, 왜 그래요? 나 놀라게 하지 말아요...”

주하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손 신의님, 얼른 와보세요.”

손 신의도 황급히 앞으로 나아가 어르신의 맥을 짚어보았지만 순간 낯빛이 확 돌변했다.

“어르신의 맥박이... 너무 약합니다. 언제든지... 돌아가실...”

“어떻게 이래요? 좀 전까지 의식을 회복하고 정신이 맑으셨잖아요.”

“손 신의님, 제발 어르신 좀 살려주세요...”

뭇사람들은 하늘을 날다가 지옥으로 떨어진 것처럼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모두가 초조해할 때 손 신의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아까 그 젊은이가 어르신을 완전히 치료하지 않고 한 수 남겨놓은 것 같아요. 본인 실력도 증명하고 우릴 후회하게 만들려는 목적이죠. 다 제가 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탓입니다. 겁도 없이 젊은 신의를 모욕하다니.”

손지명은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

“아무래도 주 어르신은 그 젊은 신의만이 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반드시 그분을 모셔와야 합니다! 그 젊은이가 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저 손지명도 달갑게 무릎 꿇고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겠습니다!”

뭇사람들은 얼굴이 재가 되어 후회가 미친 듯이 몰려왔다.

만약 전에 최서준에게 험한 말을 내뱉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어르신은 완치됐을 텐데.

주하은은 사색이 되어 눈가에 후회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제야 자신의 방금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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